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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8호

학원 다닌 게 소용없었다?

2020 영재학교 2단계 평가 후일담

지난 5월 19일 전국 8개 영재학교에서 영재성 평가라는 명칭으로 대표되는 2단계 지필평가가 실시됐다. 응시생은 일부 학교를 제외하곤 지난해와 비교해 전체적으로 감소했다.
이는 1단계 서류 평가를 강화해 ‘일단 지원하고 보자’는 ‘허수’를 막겠다는 학교 측의 입장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평가 내용도 예년과 차이가 있었다. 시험에 응시한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원 찬스’를 쓸 수 없는 다소 창의력 높은 문제들이 나와 당황했다는 경험담을 쏟아내고 있다.
결과 발표까진 한 달 남짓, 벌써 과고 설명회 일정 알아보기에 바쁘다는 영재학교 수험생 학부모들로부터 2단계 평가 후일담을 들어봤다.
취재 심정민 리포터 sjm@naei.com 도움말 황준 연구원(와이즈만 입시전략연구소)









쉬웠다? 어려웠다? 당황스러웠다!

차돌맘_ 아들이 시험장에서 나오자마자 “엄마, 고구마 어떻게 굽는 거예요?”라고 묻더라고요. 무슨 소리냐고 되물으니 과학에서 ‘고구마 겉을 태우지 않고 잘 굽는 법’을 서술하라는 문제가 나왔대요.
어찌 보면 쉽게 답을 쓸 수 있지만, 영재학교 문제잖아요. 분명 수학과 과학의 원리를 자신만의 지식과 논리로 적용해 풀어야 점수를 얻을 텐데. 아들은 쿠킹포일에 싸서 은근한 불에 구울 때 열전달이 최대화된다고 했다네요. “사실 고구마는 겉이 적당히 타야 맛있는 거 아니에요?”라는 아들의 말에 그저 웃을 수밖에요.

도치맘_ 영재학교는 원래 ‘깜깜이 전형’이라고 하잖아요? 정답도 없고 학교들도 속시원히 방향도 답도 제시해주지 않으니 답답하죠. 우리 애는 1, 2교시는 무난히 마쳤는데 3교시에 정말 당황했대요.
예술영재학교는 3교시에 인문예술 융합 소양 문제를 내는데 지난해까진 논술과 유사했다고 해서 독해와 글쓰기를 집중 준비했어요. 한데 아이 말로는 음악 문제가 나왔대요. 음표를 그리라고 했다네요. 초등학생 이후 악보를 멀리했는데…. 아이도 왜 이게 문제로 나왔나 싶어 찾아보다 음표를 처음 만든 사람이 피타고라스였음을 알게 됐어요, “결국 수학 문제였어. 왜 이걸 몰랐을까?”라는 말에
서 속상함이 느껴져 저도 마음이 아팠어요.



까다로운 서술형 융합 문제에 ‘멘붕’

호호맘_ 우리 애는 중1 때부터 성실히 영재학교를 준비했어요. 학원 수업을 단 한 번도 거른 적이 없고 학교 내신 시험도 완벽에 가깝게 갖췄죠. 한데 이번 시험을 치르고선 학원에 다니지 않겠다고 선언했어요. 시험 끝나고 저를 보자마자 “학원에서 배운 문제 하나도 안 나왔다”며 목소리를 높이더라고요. 물리에 강한 아이인데 생물과 지구과학 문제가 많이 나왔고 서술형 문제는 지금까지 배운 지식으론 풀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고요. 학원에서 복기하러 오라고 재촉하는데도 묵묵부답, 지금까지 계속 결석 중이에요.

도치맘_ 수학에서 천체망원경 조립 방법을 서술하라는 문제가 나왔대요. 학원에서 KMO나 올림피아드같이 어려운 경시대회 기출문항만 풀어서,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유형이었다고 하더군요. 나중에 알고 보니 중학교 3학년 <과학> 교과서에 관련 내용이 있더라고요. 교과서만 제대로 봤어도 차분히 풀 수 있었던 데다 정기구독 하는 과학 잡지에도 천체망원경 특집 기사가 있었고요. 등잔 밑이 어둡다고, 쓸데없이 어렵게 공부한 게 오히려 독이 됐다는 생각입니다.

별이맘_ 우리 애는 수학이 문제가 너무 많고 시간이 모자라 당황스러웠대요. 서술형은 손도 못 댄 문제가 태반이었다고 해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문제는 학원에서 배운 내용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웠다고 하소연했답니다.



과고 설명회 갈까? 고민 중

똘이맘_ 우리 애는 원래 긴장을 잘 안 하는데, 이번엔 정말 떨렸대요. “떨어지면 우리 학교가 아니다 생각하고 다른 학교 가면 되지”라고 했더니 “에어컨 냉기가 너무 세서 떨렸다”고 해 크게 웃었네요. 애가 열이 많아 시험 당일에도 반바지 입고 갔는데 혹시 몰라 긴바지 한 벌을 가방에 넣어둔 걸 아들은 몰랐답니다. 저도 깜박 잊고 얘기를 안 했지 뭐예요. 시험이 어려웠다는 얘기를 들으니 제가 세심하지 않아 집중을 못한 것 같아 미안하네요.

차돌맘_ 손목시계 차고 가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아들은 그냥 시험장에 갔어요. 아니나 다를까. 교실에 시계가 없어 시간 조절에 애를 먹었답니다. 감독하시는 선생님이 “20분 남았다, 10분 남았다”고 알려주셨지만,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너무 긴장돼서 눈꺼풀이 막 떨렸대요.

호호맘_ 시험 이틀 뒤 아이한테 말했어요. “영재학교가 네 인생의 전부가 아니니 너무 집착하지 마”라고요. 아들도 기다렸다는 듯 “과고 준비할래요”라고 하더라고요. 사실 전 시험 일주일 전부터 아들이 관심 있는 몇몇 과고의 설명회 일정을 빼곡히 적어뒀거든요. 6월 말 2단계 합격자 발표 전에 2~3개의 과고 설명회에 다녀올 예정입니다

별이맘_ 과고 준비를 하겠다니 좋겠어요. 우리 애는 “영재학교 아니면 안 된다”며 이번에 실패하면 재수하겠다는 소리를 해요. 아무도 강요한 적 없는데 고입 재수가 웬 말인지, 2단계 평가 합격자 발표가 두렵네요.



전문가 ADVICE
“영재학교 2단계 영재성 평가시험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요. 체감 난도는 지원 학교와 학생마다 다를 수 있는데요. 서술형이 창의 융합 능력을 요구하는 유형이 많아 어렵다는 평가예요. 사용하는 개념이나 풀이 방식은 중학교 과정 내로 한정돼 있어 까다롭지 않습니다. 다만 학생들이 접해보지 않은 다양한 분야에서 소재를 가져와 수학 과학과 연계하는 문제들이라 탄탄한 교과 지식에 사고력과 창의력, 문제 해결력이 필요하죠. 앞으로도 이 같은 추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기출문제 풀이를 벗어나 수학과 과학 원리를 자신만의 이론으로 적립하고 증명하는 훈련에 집중하길 권합니다. 또 아직 2단계 합격자 발표까지 한 달여의 시간이 남았으므로 끝까지 집중해서 3단계 캠프 전형을 준비하라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_황준 연구원(와이즈만 입시전략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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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등 (2019년 05월 29일 9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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