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교육

뒤로

피플&칼럼

854호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한 사람의 개근상보다 모두의 건강이 중요





식순 없는 공식 행사에 충격
이민 초기, 캐나다 문화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던 사건이 둘 있다. 첫째는 아이가 입학한 첫해 겨울, 스케이트 파티다. 학교 공식 행사인데, 식순이 없었다. 도착하는 대로 스케이트장에서 놀다 약속한 종료 시간이 되자 각자 집으로 되돌아갔다. 한 교사는 스케이트장 밖에 앉아 있던 아이를 억지로 참여시키지 않고 아이와 함께 대화를 나눴지만 행사가 끝나자 먼저 자리를 떠났다. 그 풍경을 이상하게 여겼던 사람은 나 하나였다.
둘째는 아이의 감기였다. 조퇴를 하더라도 결석하지 말라고 배웠고 그렇게 살았던 나는 아이가 감기에 걸렸지만 약을 챙겨 학교에 보냈다. 하지만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아이가 기침을 하니 데려가 쉬게 하라는 것.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의문은 얼마 후 풀렸다. 당시 다니던 영어 학교에서 한국 유학생이 수업 도중 크게 기침을 했다. 처음엔 괜찮은지 묻던 교사는 연이어 기침을 하자 단호한 목소리로 집에 돌아가는 게 좋겠다고 했다. 기침할 땐 바이러스가 퍼지지 않게 손수건으로 입을 막아야 하며, 나을 때까지 외출해선 안 된다고도 충고했다. 돌이켜보니 캐나다 화장실 어느 곳에 나 손을 씻는 상세한 방법과 함께 기침할 때, 감기가 들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한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곳에서는 감기에 걸려 학교에 나오는 것을 다른 사람의 건강을 위협하는 일로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그때 깨달았다.
한국과 캐나다의 차이도 실감했다. 얼핏 규칙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자유롭게 보이는 캐나다 사회지만 그 밑바닥에는 숱한 사회적 합의가 깔려 있다. 한국 이상으로 타인을 중시하며, 몇 배는 더 원칙을 지킨다. 이는 개인을 강조하기에 타인의 권리를 침해 하는 것을 제한하는 문화 탓이다.

결석보다 수업 방해가 더 문제
학교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숙제를 안 했다고 야단치는 일은 없다. 왜 안했는지 묻고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기한을 연장해주고, 그래도 하지 않으면 점수에 반영할 뿐이다. 수업을 빠지는 것도 마찬가지. 하지만 친구를 선동해 수업에 빠지게 하면 큰 문제가 된다. 다른 학생의 공부를 방해하거나 규칙을 자주 어기는 것 역시 큰 문제로 여긴다.
학생의 행동은 과목별 수업 태도(work habits), 과목별 결석(absence) 여부로 기록에 남는다. 이는 상급학교 진학이나 사회 진출 시 영향을 미친다. 자신의 자유로운 행동에 알아서 책임을 지게하고, 타인에게 악영향을 미치면 안 된다는 것을 학교에서 자연스럽게 배워나간다.
성적 정정이 필요할 때는 증거가 될 서류나 시험지를 첨부해 담당교사에게 이메일을 보내는 것이 제일 좋은 해결책이다. 이때 교사로부터 답장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교장은 수정 권한이 없고, 교사들은 연거푸 연락을 해오는 사람을 흥분 상태로 판단, 일주일 이상이 지나야 이성적인 대화가 가능하다고 본다. 때문에 한국에서처럼 서둘렀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학교를 비롯해 생각보다 엄격한 캐나다 사회의 규칙은 처음에는 잘 보이지않는다. 자유롭게 행동하는 모습에 익숙해, 그 내면의 사고방식이나 사회 문화는 쉽게 깨치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한국인들이 처음엔 당황해하고, 심할 땐 인종차별을 받는다고 생각해 서러워한다.
친절하다고 생각한 캐나다인의 냉정함을 엿보기도 한다. 나 역시 별 생각없이 간식을 많이 챙긴 아이에게 교사가 남들의 몫을 빼앗지 말라며 혼을 내는 모습을 보거나, 학교 급식 봉사에 참여하려 했더니 범죄 이력 조회서를 제출하라고 했을 때 멈칫했다. 너무나 ‘정’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원칙을 고수하는 일이 부패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임을 이제는 이해하고 공감한다. 감기에 걸린 아이는 쉬게 하는 것이 당연해진 나를 보며 조금은 캐나다식 규칙에 익숙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1. 스케이트를 타기 위해 줄을 선 아이들. 교사가 따로 지도하지 않아도 알아서 선착순으로 입장한다.
2. 화장실마다 붙어 있는 손 씻는 방법.
3. 캐나다 학교 성적표. 매 칸 오른쪽에는 내신 성적, 수업 태도, 결석 횟수가 기록된 표가 있다.
4. 학교에서 진행한 학생들의 콘서트. 자유로운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 (주)내일교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내일교육
  •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2018년 04월 04일 854호)

댓글 0

댓글쓰기
240318 숭실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