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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5호

이야기로 이해하는 <통합사회> | 기회비용

짜장이냐 짬뽕이냐, 짬짜면의 경제학

중국집 메뉴판 앞에서 한참을 고민해본 적 있나요? 짜장면을 시키면 친구의 짬뽕이 더 맛있어 보이고, 짬뽕을 시키면 짜장면 냄새가 자꾸 코를 간지럽히죠. 이 오래된 고민을 해결해줄 구원투수가 등장했으니, 바로 한 그릇을 둘로 나눈 ‘짬짜면’입니다. 한데 두 가지를 모두 먹을 수 있다면 고민이 말끔히 사라질까요? 반반 그릇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 모든 선택에 따라붙는 ‘보이지 않는 가격표’를 들여다봅시다.

취재 김세희 리포터 say2sei@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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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을 고르면 사라지는 것

지금 중국집에서 메뉴를 고르고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짜장면도 먹고 싶고, 짬뽕도 먹고 싶은데….’ 둘 다 시키면 간단하겠지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습니다. 두 그릇을 깨끗이 비울 자신도 없고요. 우리가 가진 돈과 시간, 그리고 배 속 공간에는 한계가 있어요. 이렇게 원하는 것에 비해 이를 채워줄 자원이 부족한 것을 경제학에서는 ‘희소성’이라고 합니다. 자원이 희소하기 때문에 우리는 선택해야 하고, 하나를 고르면 다른 무언가는 포기해야 하죠.

짜장면과 짬뽕이 모두 9천 원이고, 우리에게는 한 그릇을 사 먹을 돈만 있다고 가정해볼까요? 고민 끝에 짜장면을 주문하면 같은 돈으로 짬뽕을 먹을 기회는 사라집니다. 달콤하고 고소한 짜장 소스를 즐기는 대신, 얼큰한 국물과 쫄깃한 해물을 포기해야 하죠.

이처럼 어떤 선택으로 포기한 대안 중 가장 가치 있는 대안의 가치를 ‘기회비용’이라고 합니다. 짬뽕 대신 짜장면을 고른 사람에게는, 짬뽕을 먹으며 얻었을 만족의 가치가 기회비용이 되는 거죠. 볶음밥이나 우동도 먹고 싶었다고 해서 그 만족감이 모두 기회비용인 것은 아니에요. 포기한 것 중 가장 아쉬운 하나만 따지는 겁니다. 메뉴판에는 음식값만 적혀 있지만, 우리의 선택에는 이런 보이지 않는 가격표도 붙어 있어요.


‘반반’이라는 묘수

한참 고민하고 있는데, 누군가 해결책을 내놓습니다. “그렇다면 한 그릇에 둘 다 담으면 되잖아?” 바로 짬짜면입니다. 가운데 칸막이를 세운 그릇에 짜장면과 짬뽕을 절반씩 담아 두 가지 맛을 모두 즐길 수 있게 했죠. 정확한 탄생 경위는 분명하지 않지만,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무렵 등장했다고 알려져 있어요. 음식을 나눠 먹는 연인을 보고 그릇 공장 사장이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등 여러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반반 그릇은 제법 매력적인 해결책이었어요. 짜장면을 먹다가 얼큰한 국물이 생각나면 그릇 반대편으로 젓가락을 옮기면 되니까요. 친구의 그릇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볼 필요도 없고요. 여기에는 만족감에 관한 경제 원리도 숨어 있습니다. 배가 고플 때 먹는 짜장면 첫 젓가락은 정말 맛있죠. 하지만 배가 찬 후 한 젓가락을 더 먹을 때 느끼는 만족감은 처음보다 줄어들게 마련이에요. 이처럼 같은 것을 계속 소비할수록 추가로 얻는 만족이 줄어드는 현상을 ‘한계효용 체감’이라고 합니다.

짬짜면은 한 가지 음식을 많이 먹는 대신 두 가지 맛을 번갈아 즐기게 해줘요. 짜장면과 짬뽕을 모두 조금씩 먹고 싶은 사람에게는 한 가지 메뉴만 먹을 때보다 만족스러울 수 있죠. 그렇다면 짬짜면은 포기의 아쉬움을 없애주는 완벽한 해결책일까요?


짬짜면에도 가격표는 있다

반반 그릇에도 한계는 있습니다. 2024년 8월 경향신문이 지도 앱에서 ‘광화문 짜장면’으로 검색되는 중식당 189곳을 조사했더니, 짬짜면을 메뉴에 올린 곳은 28곳이었어요. 두 가지를 한꺼번에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왜 모든 가게에서 환영받지는 못했을까요?

우선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손이 많이 갑니다. 짜장과 짬뽕을 각각 조리해야 하니까요. 기사에 등장한 한 중식당 운영자는 인건비와 재룟값 부담 때문에 짬짜면 판매를 중단했다고 설명했어요.

손님에게도 고민은 남습니다. 두 가지를 맛볼 수 있지만, 그만큼 각각의 양은 줄어들죠. 짬뽕 국물을 한창 즐기다 면이 바닥나면 ‘차라리 짬뽕 한 그릇을 시킬걸!’ 하고 아쉬워할 수도 있어요. 짬짜면의 가격이 단품보다 비싸다면 지갑도 한 번 더 열어야 하고요.

여러분에게 1만3천 원이 있다고 가정해볼까요? 짬짜면은 1만3천 원, 짬뽕은 1만1천 원입니다. 짬짜면을 고르면 두 가지 맛을 즐길 수 있어요. 대신 짬뽕 한 그릇을 먹고 남은 2천 원으로 할 수 있었던 인형 뽑기 한 판은 포기해야 합니다. 이를 포기하는 것이 가장 아쉬운 대안이라면, 짬뽕 한 그릇과 인형 뽑기 한 판이 주는 만족의 가치가 짬짜면 선택의 기회비용이 됩니다.

합리적인 선택을 하려면 각 선택에서 얻는 만족과 치러야 할 기회비용을 함께 따져야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짬뽕 한 그릇과 남는 돈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두 가지 맛을 담은 짬짜면이 더 가치 있을 수 있어요. 중요한 것은 모두에게 통하는 정답을 찾는 일이 아닙니다. 내가 무엇을 얻고 무엇을 포기하는지 알고 고르는 것이죠. 오늘 여러분이라면 어느 그릇을 선택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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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914 한남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