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기악과 입학 예정
(경북 문창고)
초등학교 방과 후 교실에서 처음 접한 트롬본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중학교에 진학하며 악기와 멀어졌지만 고교 입학을 앞두고 청소년 관악합주단에서 다시 잡은 트롬본을 놓치긴 싫었다. 고민 끝에 음대 진학을 결심한 후 부모님을 설득했고 고1 가을에 처음으로 나만의 트롬본을 갖게 됐다. 시작이 늦은 만큼 치열하게 연습했다. 고3 때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를 목표로 모든 것을 쏟아냈고 승민씨의 올인 전략은 현역 합격의 기쁨으로 돌아왔다.
취재 김성미 리포터 grapin@naeil.com
Q. 한예종 한 곳에만 원서를 쓴 이유가 있나?
고1 가을에 트롬본을 다시 잡을 때만 해도 서울권 음대 진학이 목표였어요. 수능 공부를 병행할 여유는 없어서 정시는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았고요. 점차 악기에 익숙해지고 실력에 자신이 붙으니 좀 더 욕심이 났어요. 고3을 앞두고는 트럼본 연주 실력을 최우선으로 평가하는 학교 중 최고의 대학을 가고 싶었죠.
수시전형으로 학생을 뽑는 서울대 관현악과는 1단계에서 실기 100%로 모집 인원의 2.5배수를 선발하는데요. 2단계에서는 실기 40%, 서류 60%를 반영해 학생부 관리가 필수예요. 반면 한예종 기악부는 1차에서 실기 90%, 2차에서는 실기 100%로 학생을 선발하죠. 철저하게 실기 실력 위주로 학생을 평가하기에 한예종에 지원하기로 결심했어요.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만큼 한 학교에 집중하는 전략이 더 낫다고 판단한 거죠. 한예종은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국립 특수대학이라 수시나 정시에 합격했더라도 지원이 가능한데요. 그만큼 경쟁률이 높은 게 흠이지만(웃음) 합격한 후의 기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컸어요.
Q. 실기 준비는 어떻게 했나?
음대에 진학하기로 결심하고 초등학교 때 오케스트라부에서 처음 트럼본을 가르쳐주신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어요. 많이 반가워하시더라고요. 주말마다 도움도 주셨어요. 같은 지역이 아니라서 주말에는 선생님께 레슨을 받고 주중에는 문경의 학교 음악실에서 혼자 연습했어요. 방과 후 수업이 필수인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다 보니 연습할 시간이 저녁 7시에서 10시까지 3시간밖에 안 되더라고요. 조바심은 났지만 좋아하는 트롬본을 마음껏 불 수 있어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연습했어요. 허투루 보낸 시간이 단 1분도 없었으니까요. 트롬본은 관악기이기 때문에 호흡이 안정적이어야 좋은 소리를 낼 수 있어요. 호흡을 단련하기 위해 매일 롱 톤(long tone)과 스케일(scale), 슬러(slur) 연습 등을 반복하며 기본기를 다졌어요. 기본기가 튼튼해야 정확한 음정과 리듬으로 숙련된 연주를 할 수 있으니까요.
연습 시간에 갈증이 날 무렵 선생님께서 대구 예담학교에 대해 알려주셨어요. 일반고에서 예술 분야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로맞춤형 위탁교육을 실시하는 공립 예술학교라고요. 고2 말쯤 부랴부랴 원서를 넣고 고3 때는 예담학교에서 수업을 받았어요.
Q. 위탁형 공립 예술학교(예담학교)에서는 어떤 교육을 받았나?
음악과는 클래식과 뮤지컬, 실용음악을 전공할 학생을 뽑는데요. 같은 클래식이라고 해도 성악과 작곡, 현악과 관악이 뒤섞인 만큼 전공 실기만 배우는 건 아니고 화성악과 음악사, 시창과 청음 등 음악 전문 교과 과정을 배울 수 있어요. 전공별 마스터클래스와 전문가 특강도 있고요. 전공 실기 시간에 개인 연습실에서 하루 2시간씩 연주할 수 있는 것도 도움이 됐죠.
Q. 후배들에게 해주고픈 조언이 있다면?
사정상 음대 입시를 늦게 시작한 학생도 있을 텐데요.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른 때입니다. 중요한 건 시작하는 용기와 꾸준한 노력이죠. 실기 연습을 할 때 허투루 시간을 쓰지 말고 온전하게 몰입하세요.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꿈에 가까워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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