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씨는 어려서부터 불의를 보면 참지 못했다. 중학교 때 사회학책을 주로 읽으며 사회 구조 속에서 정책적 해결을 실천하는 ‘멋진 제복을 입은 경찰’을 꿈꿨다. 한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지역 내 자사고인 충남삼성고에 입학해 1학년을 보내며 생각지 못했던 진짜 적성을 찾았다. 체육 분야로 진로를 정해 2학년부터는 예술·체육 학급에서 진로를 구체화했다. ‘진로 체험의 날’에 경희대 체육대학을 직접 방문한 뒤로 명확한 목표가 생겼다. 수시와 정시 모두 ‘영혼을 갈아 넣으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고 마침내 꿈은 이루어졌다. “운동할 때 흐르는 땀은 전혀 찝찝하지 않다. 내게는 오늘도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한울씨의 여정을 들어봤다.
취재 이도연 리포터 ldy@naeil.com
사진 배지은
양한울 | 경희대 체육학과 (충남삼성고)
1인 1기 활동으로 팀워크와 성취감 경험
모교인 충남삼성고는 지역 내 공동 교육과정 거점학교이자 IB(국제 바칼로레아)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다. IB 교육과정을 선택하지 않은 학생들도 자연 계열(4개 분야), 인문 계열(3개 분야), 예술·체육 계열(1개 분야)로 구성된 진로 특화 프로그램 가운데 한 개 이상을 선택해 3년 동안 정해진 기준을 이수하면 졸업장과 함께 별도의 디플로마를 받을 수 있다. 한울씨는 1학년 필수인 기숙사 생활과, 사회과학 분야에서 다양한 진로 탐구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에 끌려 입학을 결심했다.
하루 일과는 아침 6시 30분에 시작됐다. 정규 수업 시작 전 1시간 동안 운동장을 달리며 하루를 여는 ‘모닝 스파크’는 1학년이라면 피할 수 없는 특화 프로그램이었다. 입학하고 첫 한 달은 너무 힘들어서 주말마다 집에 가면 부모님께 투정만 했다고.
“아침부터 땀 흘리는 게 싫었고, 의미를 못 찾았어요. 그런데 한 달, 두 달 꾸준히 뛰다 보니 몸이 훨씬 가벼워지고 공부 효율도 높아졌어요. 무엇보다 매일 조금씩 제 몸이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운동하면서 흘리는 땀도 더 이상 찝찝하지 않았죠. 그때 친구들보다 제가 운동을 더 좋아하고, 잘한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됐어요.”
그 무렵 사회과학 동아리에 지원할 시기를 놓쳐 ‘재밌는 거라도 하자’라는 생각으로 학교 유일의 스포츠 동아리인 ‘무도’에 들어갔다. 어릴 때 경험한 태권도를 선택했고, 여기서도 한울씨의 ‘열정’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교내 무도대축전’에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고, 선생님들과 친구들로부터 ‘도전’과 ‘노력’의 아이콘으로 불렸다.
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흥미는 학교 1인 1기 활동을 통해 더욱 깊어졌다. 전교생이 예술·체육 분야 중 한 가지를 3년 동안 꾸준히 하는 프로그램이다. 한울씨의 선택은 ‘라크로스’. 잠자리채처럼 생긴 그물망 스틱으로 공을 주고받고 골을 넣는 역동적인 팀스포츠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금세 라크로스의 매력에 푹 빠졌다.
“라크로스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국 라크로스 고교리그에 출전하게 됐어요. 연습을 하고 대회에 나가면서 친구들과 함께한 모든 시간이 정말 즐거웠어요. 2학년 때는 주장을 맡아 고교리그에 두 번 참가해 팀을 이끌었는데, 책임감의 무게가 전혀 달랐죠. 단순히 제가 잘하는 것을 넘어서 팀이 하나로 움직이도록 분위기를 만들고 경기 중 빠르게 판단해야 하는 순간들이 많았거든요. 힘들었던 만큼 성취감과 행복감도 컸어요. 경희대 2차 면접에서 라크로스 관련 질문을 받았을 때, 저도 모르게 그 시절로 돌아가 신나게 대답했죠.”
‘플립 러닝’이라는 키워드로 2·3학년 연계 탐구
1학년을 마칠 무렵 선택의 순간이 왔다. 내신 성적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누구보다 스포츠를 좋아하고 자타공인 ‘충남삼성고 체육 에이스’였지만, 진로는 여전히 사회과학 쪽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체육 관련 진로는 운동선수나 체육 교사 중 하나라고 생각할 만큼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체육을 담당했던 담임 선생님과의 면담이 전환점이 됐다.
“담임 선생님은 경희대 체육학과를 졸업하셨는데, 자신의 경험을 진솔하게 들려주셨고, 체육 분야에도 정말 다양한 진로가 있다는 걸 구체적으로 알려주셨어요. 무엇보다 ‘가장 가슴이 뛰고 즐겁게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하라’는 진심 어린 조언이 크게 와닿았어요. 결국 3년간 사회과학 분야로 짜둔 시간표를 전면 수정했고 2학년부터 예술·체육 학급을 선택했어요.”
목표가 확실해지니 최선을 다하는 일만 남았다. 2·3학년 때 <체육전공실기기초> <스포츠개론> <단체운동> <운동과 건강> <스포츠생활> <육상운동> <체육전공실기심화> <개인·대인운동> <스포츠경기체력>등 학교에서 수강할 수 있는 모든 체육 교과를 이수했다. 2학년과 3학년에 걸친 심화 탐구 학습은 전통적 수업 순서를 뒤집는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으로 키워드를 잡았다.
“체육 수업은 몸을 움직이며 기술을 익히는 시간이 가장 중요한데, 기존 방식에서는 교사의 설명 시간이 길어져 충분한 실습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이론 설명을 사전 학습으로 전환하고, 수업 시간에는 연습에 집중할 수 있는 플립 러닝을 탐구 키워드로 잡았어요. 2학년에는 플립 러닝의 교육적 효과와 선행 연구를 분석하며 소논문을 작성했어요. 특히 AI 동작 분석이나 웨어러블 기반 기록 측정 등 에듀테크를 결합한 사례들에 주목했어요. 3학년에는 이러한 사례 연구를 바탕으로 실제 적용할 수 있는 수업을 설계하고 평가 방안을 개발하며 탐구 활동을 한 단계 확장해나갔어요.”
수시 최종 발표 날까지 정시 실기 매진
학교생활과 탐구 활동에 최선을 다한 한울씨였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쉽게 오르지 않는 내신 성적 때문에 수능 공부 역시 최선을 다했다. 3학년 땐 말 그대로 24시간이 모자랐다. 기숙사 기상 시간과 취침 시간을 유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아침면학’과 ‘연장면학’을 신청해 새벽에 일어나고 새벽에 잠들었다. 덕분에 마지막 모의고사까지 안정적인 성적을 유지했다.
“모의고사와 내신 등급을 비교해보니, 수시보다 정시로 목표 대학에 합격할 가능성이 높아 보여 수시 6장 모두 상향 지원했어요. 경희대와 이화여대는 합격권과 거리가 멀다며 주위에선 말렸지만, 3년간 흘린 땀을 믿었고, 정시도 자신 있었기에 제 소신대로 밀고 나갔죠.”
수능 이후에도 정시 실기 준비에 최선을 다했다. 경희대 체육학과 1차 발표일도 잊은 채 실기 연습을 했기에 선생님께 합격 소식을 들었다고. 면접에선 라크로스와 플립 러닝에 대한 질문이 나왔고, 막힘없이 대답한 덕분에 합격증을 받았다.
“명확한 진로를 정하지 못한 채 아쉬운 내신 등급에 연연하며 일찌감치 ‘정시러’가 되려고 했던 때가 있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참 어리석었죠. 특히 예체능 분야는 정시에서 실기 비중이 큰데,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변수가 많아요. 반대로 ‘수시러’도 위험합니다. 정시 공부도 꾸준히 했기에, 과감하게 목표 대학에 수시로 지원할 수 있었어요. 쉬운 입시란 없어요. 아울러 체육 분야를 전공하고 싶다면, 후회 없이 땀 흘리며 운동을 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의미 있었던 선택 과목/
▒ <스포츠개론> 처음으로 체육을 학문적으로 접하고 탐구해본 수업이었다. 체육의 역사, 에너지 대사, 관성 모멘트 같은 기초 과학 개념과 영양 구성 등 폭넓은 체육 지식을 배우며 시야가 크게 넓어졌다. 관심 분야를 선정해 탐구하는 활동에서 ‘도핑’을 주제로 역사와 규제 방식, 향후 개선 방향까지 학문적으로 정리해 발표했다.
▒ <체육전공실기심화> 스포츠에서 ‘몸을 아는 것’의 중요성을 체감하며 체육 전공의 기초를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었던 수업이다. 특히 역도 수업을 통해 자신의 몸을 정확히 이해하고 컨트롤하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울 수 있었다. 몸의 사용법과 부상 위험을 줄이는 방법을 익혔고, 박스 점프, 밸런스 운동 등을 통해 안정성과 신체 조절 능력을 키웠다.
▒ <육상운동> 체육 전공자로서 꼭 한 번은 경험해야 할 만큼 강도 높은 실기 중심 수업이었다. ‘선수처럼’ 배우며 달리기 자세를 교정했고, 기록 향상에 온 힘을 쏟았다. 그 과정에서 익힌 올바른 러닝 자세는 라크로스 등 다른 종목에서도 속도와 기동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육상은 모든 스포츠의 기초라는 말처럼, 기본기를 탄탄히 다져준 의미 있는 과목이었다.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1학년/
<과학탐구실험> 선수의 움직임, 심박, 스프린트 등 경기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하는 시스템인 EPTS에 대한 기사문을 탐색하고 핵심 개념을 공부한 후 ‘EPTS와 선수들의 기량의 관계’라는 연구 질문을 설정해 탐구 계획을 수립, 두 변인이 각각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물리량이어야 한다는 점을 이해
/2학년/
<독서> <인사이트 스포츠>를 읽은 후, 체육 전공을 희망하는 학생으로서 성공하는 삶보다 성장하고 성숙한 삶을 지향할 것을 다짐하고 ‘우리의 삶은 토너먼트가 아니다’라는 글을 작성 <수학Ⅱ> 스포츠에서 미적분을 활용한 속도 측정이 운동선수와 스포츠 에이전트, 트레이너에게 중요하다는 점을 구체적 근거를 들어 제시
/3학년/
<화법과 작문> ‘건의하는 글쓰기’ 학습 활동에서 올림픽 개막식 중계방송 도중 한 방송사가 부정확한 해설과 자막을 덧붙인 일을 소재로 건의문을 작성, 방송 장면을 하나씩 사례로 제시하며 어느 부분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지적하고 방송사의 윤리적 책무성과 스포츠 중계방송의 특수성 등을 고루 언급
/주요 창의적 체험 활동/
▒ 동아리 활동(1학년) 돌려차기, 뒤후리기, 옆차기 등을 정확히 활용해 상대를 공격해 득점하면서 겨루기라는 종목에 큰 매력을 느낌. 교내 ‘무도대축전’을 준비하기 위해 동아리 내에서 훈련하는 것은 물론, 석식 시간, 면학 시간에도 체육관에 남아 성실히 개인 연습을 함
▒ 자율 활동(2학년) 골반 통증에 궁금증이 생겨 ‘고관절 파열과 충돌증후군’에 대해 알아보고 학급 친구들과 공유함. 해당 부상에 대한 진단 방법과 8가지 회복 운동을 소개. 인체의 구조와 부상 예방법에 관심을 두고 학급 체육 진로 탐구 활동으로 스포츠 테이핑을 연습, 실제 학교 스포츠 활동에서 학생들에게 적용해봄
▒ 진로활동(3학년) 자율 탐구 활동에서 한국 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일본 스포츠 정책을 비교함. 근거 있는 자료들을 수집해 신빙성을 높였으며, 한국과 일본의 스포츠 정책 비전, 추진 배경, 가치와 역할, 사업 등을 비교함. 스포츠 관련 전문 기관의 제도 개선, 스포츠 참여 기회 확대 및 소외계층 지원 등을 과제물로 제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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