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국어가 까다로워지면서, 방학마다 국어 대비에 신경 쓰는 학생이 적지 않다. 문제는 국어가 시간을 많이 들인다고 바로 성적이 오르진 않는 과목이라는 것. ‘문해력’ 때문이다. 문해력을 키우려면 제대로 읽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겨울방학은 그동안 부분만 읽고 지나쳤던 교과서 작품 전체를 꼼꼼하게 읽을 수 있는 시간이다. 장르에 상관없이 한 작품을 꼼꼼히 읽으면서 낯선 어휘를 정리하고 행간에 숨겨진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긴 비문학 지문도 더 이상 두렵지 않을 터. 문해력을 키우는 다양한 국어 공부법을 소개한다.
취재 황혜민 기자 hyemin@naeil.com
국어 새 교육과정, 문해력 키우기가 관건
국어는 꾸준한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과목이다. 수능에서도 옳고 그름을 따지는 사실적 이해보다 추론하고 비판하며 여러 사고 단계를 거쳐야 하는 추론·비판적 이해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평가 요소가 까다로워졌고, 전보다 한 번 더 생각하고 풀어야 하는 문제가 늘면서 체감 난도도 높아졌다.
많은 교사는 국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작정 자습서와 문제집을 풀거나 학원의 선행학습에 집중하기보다 교과서에 실린 작품을 하나씩 읽으면서 다양한 시선으로 생각해보는 연습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겨울방학은 그런 의미에서 국어의 기초를 다지기에 좋은 시기다. 이때 국어 교과서에 실린 작품 전체를 하나라도 꼼꼼하게 읽고 사고하는 방법을 익힌다면 다가올 새 학기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교사와 학부모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청소년의 문해력 문제를 논한다. 문해력이 부족한 학생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지문 읽기다. 교과서에 나온 작품을 모두 읽기도 어려울뿐더러 여러 주제를 다룬 비문학 지문을 이해하려면 평소에 다양한 배경지식을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과서의 필수 어휘를 익히거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의 속마음을 유추하는 활동을 통해 문해력을 기르는 훈련을 꾸준히 해야 한다.
예비 중1, 고1부터 적용받을 새 교육과정엔 ‘매체’ 영역이 추가돼 향후 국어에서 더 강조될 전망이다. 요즘 청소년은 각종 매체에 익숙하고 매체 접근성 또한 예전보다 높아졌지만 이것과 학습에서 매체 영역의 성취도를 높이는 것은 별개다.
매체 영역의 목표는 인터넷과 SNS에 범람하는 수많은 정보 중에서 이치와 사리에 맞는 내용을 구분하고 알맞게 활용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정보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정연하고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데까지 이르려면 작가의 집필 배경은 물론, 행간에 숨어 있는 의도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문학 작품을 천천히 읽으면서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야 하는 이유다.
독서가 어려운 예비 중1, 시부터 도전
지금 이 순간 예비 중학생만큼 걱정이 많은 학생이 또 있을까. 갑자기 호흡이 긴 문학 작품을 읽어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국어가 멀게 느껴진다면 시부터 시작해보자. 일단 시는 소설보다 짧기 때문에 심적 부담이 덜해 문학 작품을 대하는 자신감을 키울 수 있다. 소설은 <동백꽃>처럼 잘 알려진 고전부터 도전해보자. 낯선 어휘가 나오면 그때그때 사전을 통해 뜻을 파악해두고 인물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경기의 한 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ㄱ교사는 “소설을 읽기 전에 배경·시점·주제·특징 등 핵심을 정리한 내용이나 줄거리 요약은 피하는 게 좋다. 사전 지식 없이 등장인물이 어떤 사건을 겪고 생각하는지 스스로 파악하는 힘을 기르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작품 배경, 등장인물이 처한 상황과 인물 간의 관계를 통해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추론하면서 읽는 연습을 해야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혼자 한 작품을 읽은 후에 참고서 등에 정리된 작품 해설과 비교해보면 스스로 문학 작품을 읽고 해석하는 힘이 생긴다”라고 조언했다.
수필과 비문학은 교과서 순서와 상관없이 흥미가 당기는 글부터 천천히 읽어도 된다. 이때 발췌본이 아닌 글 전체를 읽는 것이 중요하다. 글 한 편의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집중해보자.
핵심 내용 파악한 후 나만의 언어로 표현하기
국어가 어렵게 느껴지는 학생이라면 긴 겨울방학을 이용해 본격적인 문제 풀이에 들어가기 전에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과 지문을 읽으면서 다시 기초부터 다져보자.
특히 소설에 나오는 다양한 어휘는 여유가 있을 때 꼼꼼하게 정리해두면 좋다.
충북의 한 고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ㄴ교사는 “문학 영역에서 시험에 나온 지문이 공부한 대목과 다르다고 지나치게 긴장할 필요는 없다. 서사 문학은 사건의 전개 양상, 인물의 성격, 갈등 구조 같은 기본과 핵심을 파악했다면 낯선 대목이라도 어렵지 않게 지문을 이해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독서 영역은 고난도 문항이 포진되어 있고 배점도 높기 때문에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좋은 성적을 받기 어렵다. 무엇보다 추론적 사고가 중요하며, 출제 요소가 될 만한 내용을 분석하면서 공부하면 도움이 된다.
상당수 국어 교사는 장르와 작품별로 핵심 내용을 파악하고 자신에게 적용하면서 감상하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감상한 내용을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하는 연습을 꾸준히 하다 보면 독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조언한다. 시험과 독서 활동은 별개가 아닌 하나의 활동이기 때문에 읽고, 이해하고, 표현하는 연습을 반복하다 보면 문제 풀이 또한 수월해진다. 중요한 건 읽는 양이 아닌, 한 작품이라도 제대로 읽는 습관이다.
/함께 읽으면 도움이 되는책/////////////////////////////////////////////////////////////////////////
<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 중1·고등 세트>
지은이 남호섭 외 5인(고등)/ 신미나 외 5인(중1)
펴낸곳 창비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문해력의 기초를 쌓고 국어 실력을 키울 수 있도록 새로 바뀐 공통 국어 교과서 9종 18권에 실린 작품을 시, 소설, 수필·비문학으로 나누어 구성한 시리즈다. 깊이 있는 감상을 위해 도움 글을 제시하고 작품마다 단어 풀이를 달았으며 최대한 작품의 전문을 수록하려고 노력했다.
중학생, 읽는 연습 시작하기
어려운 글을 마주해야 한다는 생각에 겁부터 나는 예비 중학생에게 추천한다. 특히 <중1 시>에는 신미나 시인의 재치 있는 만화를 담아 친근함을 높였다. 다정하고 쉬운 시부터 시작해 세상과 나의 연결을 느낄 수 있는 시까지 단계별로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낯선 시어는 도움 글을 달아 풀어놓았다. <중1 소설>은 작품의 끝에 ‘활동’을 두어 생경했던 단어를 복습하고 서사나 인물의 특성을 스스로 정리할 수 있게 구성했다.
고등학생, 깊이 읽고 문제 풀이에 도전
교과서에 수록된 주요 작품을 엄선했기 때문에 다양한 지문을 읽으며 기초를 다지고 싶은 학생에게 추천한다. 읽기 능력은 모든 학습의 기초가 되기에 몸 풀기처럼 하루에 한 작품씩 읽는 것도 도움이 된다.
<고등 시>는 시집 한 권처럼 호흡과 주제를 고려해 구성했으며 작품마다 교사의 ‘감상 길잡이’ ‘활동’ ‘문해력 키우기’를 제시해 깊은 이해를 돕는다. <고등 소설>은 어휘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위해 낱말 풀이를 달고 활동 문제로 단어를 익힐 수 있게 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비문학 지문에 대비해 주제별로 묶은 다양한 지문도 제공한다.
/PLUS TIP/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 최신 개정판 세트에는 ‘문해력 UP 활용북’이 포함되어 있다. 책에 담긴 활동에 대해 엮은이 교사와 편집부에서 제안하는 답변을 제시했지만 정답은 아니니 이를 참고로 창의력 넘치는 답변을 직접 적어보면 좋다. 활용북은 창비 홈페이지(www.changbi.com)에서 누구나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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