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면 신기술이 쏟아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늘 생각하며 꿈을 키웠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세계가 함께 누리는 문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 소외되는 사람 없이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꿈이 생겼다. 바르고 정직하게 살자는 효은씨의 좌우명과 꼭 맞는 길이다.
취재 이도연 리포터 ldy@naeil.com
사진 배지은
이효은 | 서울여대 메타버스융합콘텐츠전공 (서울 영신여고)
한국 문화에 빠진 외국인 보고 콘텐츠 기획 꿈꿔
효은씨는 어릴 적부터 간절한 꿈이 없었다. 역사와 문화에 흥미가 있었고 책을 무척 좋아했다. 소설보다는 사회 문제와 역사, 철학에 관한 책을 가까이했다. 진로에 대한 확신이 생긴 건 고등학교 진학 후였다. 1·2학년 때는 광고, 마케팅에 관심을 두고 광고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그러다가 3학년 진로 활동 중에 우연히 국가유산 채널에서 만든 K-ASMR 콘텐츠를 봤는데 몰입감과 신선함에 놀랐다.
“우리나라 무형유산 보유자가 막걸리 빚기, 금속활자장 만들기 등을 보여주는데 15분짜리 영상인데도 내레이션 하나 없이 영상과 소리만으로 꽉 차게 구성해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어요. 이렇게 신선한 콘텐츠 덕분에 한국 문화에 푹 빠졌다는 외국인의 댓글을 보고 문화 콘텐츠 제작에 흥미를 느끼게 됐어요.”
이후 3학년 학교자율교육과정에서 메타버스 플랫폼을 이용한 온라인 전시회를 기획·제작하는 활동으로 메타버스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됐다. 덕분에 신기술을 이용한 차별화된 문화 콘텐츠 제작자로서의 꿈을 구체화했다.
효은씨가 3학년 때 선택한 동아리는 ‘영미 문학 감상과 비평’이었다. 영어를 기본으로 전 세계를 아우르는 융합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었다.
“<베니스의 상인>을 책과 영화로 접하면서 두 콘텐츠의 관점 차이를 분석했던 활동이 무척 기억에 남아요. 이후 어떤 관점을 갖고 콘텐츠를 제작하느냐,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느냐를 고민하게 됐어요. 진로에 국한되어 동아리 활동을 고집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경험해보고 싶고, 깊이 알아보고 싶은 영역이라면 진로와 상관없이 다양한 경험을 추천합니다.”
<동아시아사> <생활과 윤리>를 통해 아이디어 확장
역사가 좋아서 선택한 <동아시아사>는 효은씨가 진로에 대한 고민과 탐구활동을 하는 데 많은 아이디어를 줬다.
“어떤 과목이든지 수업 중에 단락의 주제나 내용에서 진로와 연관성을 찾으면 연계 탐구를 진행했어요. 일본 에도막부 시대의 ‘에치고야’라는 포목점은 비 오는 날에 상호가 적힌 우산을 나눠주고, 집마다 찾아가 결제하는 마케팅 전략을 써서 크게 성공했어요. 청나라와 조선 후기 상업을 공부하면서는 유용한 콘텐츠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생활과 윤리>는 디지털 소외 계층에 대해 고민하고, 디지털 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는 계기가 됐다. ‘더 나은 세상’이 누구에게는 깊은 소외감을 준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고민은 진로를 확실히 하는 데 도움이 됐다.
효은씨는 학급 임원 경험은 없지만 학급에 도움이 되고자 노력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1학년 때는 학습 도우미 활동을 했다.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받는 친구들이 제대로 접속할 수 있게 돕고, 프린트나 수업 내용을 놓치지 않게 챙겼다. 3학년 때는 스마트정보과학부장이었다.
“메타버스에 관심이 많다 보니 컴퓨터에 익숙해지면서 수업에 필요한 컴퓨터 시스템을 관리하고 친구를 도와줬어요. 책임감을 느끼니 더욱 컴퓨터 프로그램과 기기에 익숙해지더라고요. 학급 임원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역할을 맡아 진심으로 활동하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논술전형 준비하며 기른 국어 자신감, 면접까지 이어져
선택 과목은 수강 인원을 중점에 두고 골랐다. 아무리 흥미 있는 과목이더라도 대입이라는 목표를 우선해야 했다.
“중국어나 한문은 한 문제만 틀려도 3등급이 나왔어요. 내신 성적의 한계를 느끼고 공부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도 했죠. 학생부 종합전형을 염두에 두고 학교 활동에 더욱 힘을 쏟으면서 고3 1년간은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이 있는 논술전형도 꾸준히 준비했어요.”
비록 논술전형은 불합격했지만 의미 없는 시간은 아니었다. 덕분에 수능도 끝까지 놓지 않았고, 다양한 책과 시사 자료를 읽으면서 국어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다. 무엇보다 종합전형 면접 준비에 큰 도움이 됐다.
“면접 준비는 학생부에 대한 철저한 숙지부터 시작했어요. 예상 질문과 답변도 직접 만들어서 연습했고요. 1·2학년 탐구 내용은 기억이 가물가물하기 때문에 모두 찾아서 읽어봐야 해요.”
효은씨가 생각하는 메타버스는 ‘기술 발전과 사회 및 환경의 변화로 생겨난 새로운 문화’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만들고 싶은 콘텐츠는 바로 문화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 ‘안성 낙화놀이’를 소개한다면 한지, 뽕나무 숯가루, 말린 쑥으로 낙하 심지를 만드는 과정부터 시작해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로 재가공하고 싶다고. ‘누구나’ 체험하는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게 된 배경에는 디지털 기기를 어려워하는 할머니의 영향도 컸다.
“설명서도 없는 ‘만능 기계’인 스마트폰은 할머니에겐 그림의 떡이었어요. 할머니를 위해 종이에 그림을 그려서 전화 거는 법, 인터넷 검색법, 문자 확인하는 방법까지 설명해드렸죠. 디지털 소외 문제는 너무나 가까이 있는 문제더라고요.”
대학에서 들었던 ‘문화 콘텐츠 기획’ 수업은 그런 의미에서 무척 흥미로웠다. 실무자의 강연도 듣고, 직접 프로그램을 사용해보면서 문제점을 찾아 앞으로의 콘텐츠 시장에 관한 보고서도 작성했다.
“디지털 역량은 이제 의사소통의 영역이에요. 진로를 일찍 정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조급해하기보다 나의 관심사를 충실히 따라가다 보면 원하는 곳에 닿을 수 있을 거예요.”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선택 과목
/의미 있었던 선택 과목/
▒ <동아시아사> 역사와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선택했다. 17세기 청나라와 일본의 독특한 상업 방식과 현재 대기업이나 백화점 마케팅과 연관 짓는 탐구 활동을 진행했다. 진로를 확장하는 데 유의미한 역할을 한 과목이었다.
▒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세상이 편리해질수록 정보 소외 계층이 생기면서 사회 문제가 대두됐다. 두 과목은 앞으로의 진로에서 꼭 접해야 할 영역이라고 생각해서 선택했다.
▒ <영어독해와 작문> 문화 콘텐츠 제작자로 진로를 구체화면서 영어과 심화 과목을 선택했다. 세특 활동으로 소셜 미디어에서 우크라이나에 기부하고 연대 해시태그에 참여했다. 이는 평화 저널리즘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1학년/
<통합사회> 세계화와 지역화에 대해 학습한 후 ‘다양한 지역화 전략’이라는 주제로 지리 표시제, 장소 마케팅, 지역 브랜드에 관해 다양한 자료를 모아 발표한 점이 인상적임 <영어> 부족한 어휘력을 키우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꾸준히 암기하고 복습을 이어나간 결과, 기말고사 때 성적이 크게 향상됨
/2학년/
<언어와 매체> ‘SNS 메신저 광고의 양면성’이라는 제목으로 탐구해 해당 광고의 장단점을 지적하고, 해결 방안으로 무분별한 광고를 비판적인 과점에서 바라보며 취사 선택하는 태도의 필요성을 강조함 <사회문제탐구> <백신 거부자들>을 읽고 소셜 미디어 발전의 긍정적인 면, 가짜 뉴스 등 미디어의 파급력으로 발생하는 사회 문제를 발표함
/3학년/
<독서>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의 원작 소설과 영화를 보고 무의식적 편견에 따른 인종차별의 이기적인 판단에 대해 경각심을 갖게됨. 사회 메시지를 담은 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힘 <영어Ⅱ> 서비스 마케팅 분야에 대한 발표를 통해 유용한 정보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언어·비언어적 표현 수단을 활용해 청중의 참여와 이해를 높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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