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개념 Check!
✔︎ 직접적 폭력은 전쟁, 범죄 등과 같은 신체·언어적 폭력, 구조적 폭력은 빈곤, 억압, 착취 등 부정의한 사회 제도나 구조를 통해 이루어지는 폭력, 문화적 폭력은 종교와 사상, 언어와 예술, 대중 매체와 교육 등을 통해 직접적·구조적 폭력을 정당화하는 폭력, 적극적 평화는 모든 종류의 폭력이 부재한 상태를 뜻함
✔︎ 불평등, 폭력, 자유 등 현실 문제의 본질을 철학으로 이해하기
✔︎관련 전공: 철학과 윤리학과 국어국문학과 등 인문 계열, 사회학과 인류학과 정치학과 등 사회 계열 |
/윤리 교과 자문 교사단/
박석환 교사(서울 휘경여자고등학교)
오청락 교사(서울 영동고등학교)
이훈 교사(경기 김포외국어고등학교)
최정윤 교사(서울외국어고등학교)
<인간 불평등 기원론>
★★★★
지은이 장 자크 루소
펴낸곳 문예출판사
※★의 개수는 난도를 의미. 적을수록 읽기 쉬운 책.
“자연 상태에서 자유롭고 평등한 인간이 사회 상태로의 이행과 함께 어떻게 예속과 불평등의 상태에 처하는지를 파고들며 ‘인간 사회의 타락’ 과정을 밝히는 책입니다. 지은이 루소는 노동 분업의 결과로 출현한 소유권이 계급을 발생시켜 인간 사이에서 지배와 종속 관계를 만든다고 설명합니다. 빈곤, 억압, 차별 등의 구조적 폭력이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어떻게 가로막는지, 논리적 기원을 찾아내는 과정이 흥미롭습니다. 다양한 양상의 폭력과 이들이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죠. 책을 읽고 우리 사회 속 불평등과 숨겨진 폭력을 돌아보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삶을 고민해보세요.”_ 자문 교사단
/ONE PICK! 함께 읽기/
현대 사회 문제의 뿌리
불평등의 시작 찾아보기
‘너한테 십만 원이 있고 나한테 백만 원이 있어. 그러면 상당히 너는 내가 부럽겠지. 짜증나겠지. 근데 입장을 한번 바꿔서 우리가 생각을 해보자고. 나는 과연 니 덕분에 행복할까. 내가 더 많이 가져서 만족할까. 아니지. 세상에는 천만 원을 가진 놈도 있지. 난 그놈을 부러워하는 거야.’
장기하가 부른 <부럽지가 않어>의 일부다. 재밌게 듣다가 일순 의미를 고민하게 된다. 우리는 언제부터, 왜 가진 자를 부러워하게 됐을까? <인간 불평등 기원론>은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책이다. 지은이 루소는 ‘공동체’와 ‘사유 재산’을 주목한다. 채집·수렵 시대에 모든 사람은 평등했으나, 공동체를 형성하고 사유 재산이라는 개념이 발생하며 불평등이 생겼다고 분석한다. 이는 더 많이 가진 자를 부러워하고 ‘부’를 얻기 위해 경쟁하게 만들었으며, 가난한 자는 생존을 위해 노동을 강요받으며 자유를 잃었다고 주장한다.
개인에서 공동체, 그리고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은 ‘발전’으로 보기 쉽다. 하지만 루소는 사회가 형성되며 만들어진 법과 정치 제도가 불평등을 합법화한다고 꼬집으며 새로운 시각을 선사한다. 자본주의와 실력주의, 성과와 분배 등 현재 뜨거운 논쟁거리로 생각이 옮겨가기도 한다. 고전이지만 두껍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다. 특히 ‘<인간 불평등 기원론>을 읽기 전에’ ‘요약’ ‘루소의 세계’ ‘루소의 주요 개념’ 등의 해설로 루소 사상 전반을 이해할 수 있다. 책을 읽고 거의 모든 사회 문제의 근원인 ‘불평등’을 제대로 파고들어보자.
한걸음 더
● 대중문화 속 불평등 소재를 찾아보고, 불평등을 유발하는 법·정치 제도 생각해보기
● 철학자 루소의 생애와 그의 철학이 프랑스 혁명과 현대 민주주의에 미친 영향 찾아보기
● <에밀> <사회계약론>까지 읽어 루소 사상의 체계를 정리하고, 니체의 루소 비판을 살핀 후 ‘계몽주의’ ‘자연주의 교육’ 등 루소 사상에 대해 찬반 토론해보기 |
/대학생 선배의 독서 이야기/
연계 전공 | 정치외교학과
“까다로운 철학, 독서로 풍부하게 이해했어요”
Q. 전공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역사를 좋아해 <조선왕조실록>을 다룬 책을 읽었는데, 다양한 성격의 인물, 사건을 보며 역사 너머 인간, 그리고 사회에 흥미가 생겼어요. 중학생 때 시험 공부를 하려고 도서관에 갔다가 철학서 <직언>을 접했고요.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지만 재미있더라고요. 흔히 철학은 현실과 멀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제도부터 개인적 판단까지 철학이 작용해요. 세상을 이롭게 만들 실천적 철학을 다루는 학자가 되고 싶었죠. 하지만 현실의 벽이 높았어요. 먹고사는 문제도 있었지만, 대학 전공을 찾아보니 철학과를 개설한 대학이 많지 않은 데다 순수 철학의 비중이 커서 제 지향과 조금 차이가 있었거든요. 다른 전공을 고민한 때도 있었는데, 정치외교학 세부 교육과정에서 ‘정치철학’을 발견하고 ‘이거다!’ 싶어 지원했고, 합격했습니다.
Q. 고교에서 독서 활동을 어떻게 했나요?
호기심도 많고, 궁금하면 자세히 알아보고 싶어 하는 성향이에요. 책을 주로 찾아봤는데, 가능하면 어렵더라도 원전과 관련 도서를 통독했어요. <생활과 윤리>에서 칸트가 나오면 <순수이성비판>과 <실천이성비판>도 같이 읽는 식이죠. 완벽하게 이해할 순 없었어요.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보면 큰 논리 구조는 정리할 수 있어요. 중간중간 너무 어려운 부분은 그와 관련된 다른 읽기 자료로 보충했고요. 주로 논문을 봤고, 쉽게 풀어쓴 해설서도 참고했어요. 교과서엔 짧게 실린 사상가의 주장을 독서로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었고, 책의 내용을 유기적으로 연결·조합하는 독서법은 지식은 물론 융합적인 사고력을 키워줬어요. 윤리 과목 학습은 물론, 다른 과목에 철학 개념을 적용해 나만의 탐구 주제를 찾는 데 큰 도움이 됐고요. 다양한 자료로 스스로 배워나가야 하는 대학 공부에 금방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추천도서/
<자유론>
지은이 존 스튜어트 ★밀
펴낸곳 문예출판사
대학에서 공부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 책이에요. 오늘날 정치, 사회, 국제 정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게 ‘자유론’적 사상이거든요. 정치외교학과는 법과 정치, 국제 관계를 배우는 전공인 만큼, 밀의 자유론을 이해하고 있다면 다양한 문제에 보다 본질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요. 특히 밀의 <자유론>은 논리 구조가 뛰어난 글로 평가받아요. 읽어나가면서 비판점을 고민하고 다른 사상가의 주장을 함께 정리하기 수월하죠. 이 과정을 통해 사고의 폭을 넓히고 지식도 확장할 수 있고요. 철학서는 번역이 까다로운 편이라, 국내판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어요. 저작권이 풀려 포털사이트에서 원전을 쉽게 구할 수 있는 만큼, 영어 실력이 된다면 원전으로 보는 것도 추천해요.
<존 롤스 정의론>
지은이 황경식
펴낸곳 쌤앤파커스
내신·수능 윤리 과목에서 고난도 문제가 나온다면 열에 아홉은 롤스, 정의론과 관련돼요. 어렵지만 중요한 사상가죠. 다양한 분석과 비판이 있고요. 저는 <정의론>의 원전을 읽으면서 나름의 독서법을 찾게 됐어요. 교과서에선 지면의 한계로 사상가의 모습과 이론을 조각조각난 내용으로 접하는데, 오히려 맥락이 사라져 어렵게 느껴지더라고요. 원전을 찾아보니 <정의론>만 700장이 넘더라고요. 두껍고 난해했지만, 전체를 읽으면서 큰 흐름이 잡히니 혼란스러웠던 부분이 걷혔고 풍부한 자료로 어려운 부분을 이해해나갈 수 있었어요. 다양한 시각을 접하는 것은 덤이고요. 최근엔 위 책처럼 정의론을 요약·해설한 도서가 많이 나와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겁니다. 정의론은 공리주의처럼 대입 인문 논술의 단골 주제이고, 다양한 대학 전공에서 다뤄지며, 우리 삶 전반에서 고민해야 하는 사상입니다. 인문 계열 전공을 고민하지 않더라도 한 번쯤 읽어보길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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