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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5호

2024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24 | 나하은 서울대 역사교육과(대전 가오고)

독서로 확장한 탐구 활동으로 역사의 매력에 ‘올인’

어릴 적 하은씨의 집 거실엔 TV 대신 커다란 책장이 있었다. 책장 가득 꽂힌 책을 몽땅 외울 만큼 읽고 또 읽었다. 미래 사회의 구성원을 바르게 키워내고 싶다는 역사 교사의 꿈도 책장 아래에서 피어났다. 흥미가 당기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것이라고 해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당찬 그의 모습에서 자연스럽게 교사가 된 모습을 떠올리게 되는 건 꾸준한 독서로 다져진 내면의 단단함 때문일 테다.

취재 김원묘 리포터 fasciner@naeil.com
사진 배지은



나하은 | 서울대 역사교육과(대전 가오고)



교육 동아리에서 키운 교사의 꿈

초6 때부터 막연히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하은씨는 고2 때 <세계사> 수업을 들으며 역사 교사라는 구체적인 진로를 정했다. 어릴 땐 그저 아이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선생님이 너무 좋아서 언젠가 그런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 마음에서 한 발 나아가, 미래 사회의 구성원을 올바르게 키워내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구체적 희망을 갖게 된 것 또한 세계사 선생님의 수업 덕분이었다.

“선생님께서 첫 시간에 ‘역사를 통해 민주 시민의 태도와 자세, 역량을 가르치는 게 나의 목표’라고 말씀하셨는데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로마 공화정은 민주주의의 시발점이라 불리지만 노인, 여성, 외국인은 철저히 배제되었는데 그것을 과연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해보자고 하셨죠.”

덕분에 민주주의란 무엇인지 고민하고 우리가 포용해야 하는 다양성의 가치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할 수 있었다. 그때 ‘역사’야말로 하은씨가 추구하는 교육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과목이라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내내 열심히 활동한 동아리는 꿈을 체계적으로 키워줬다. ‘줄탁동시’는 교사가 되고 싶은 학생이 모인 교육학 동아리로, 각자 교과목을 정해 30분 내외로 진행하는 수업 시연 등 다양한 활동을 함께 했다.

“고2 때 동아리 부장을 맡아 어떤 활동을 하면 좋을지 고민이 많았는데 운 좋게 교육청 시범 사업에 선정됐어요. 비용을 지원받아 외부 견학을 추진할 수 있었죠. 학생부에 기록되진 않았지만 국립중앙박물관 견학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체험 학습 보고서 같은 행정 서류도 작성해보고 어떻게 하면 학생에게 의미 있는 견학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해 구체적인 견학 일정표도 짜봤어요. 직접 교사의 입장이 되어볼 수 있어서 무척 의미 있었죠.”


독서로 시작된 역사학 통찰

하은씨의 학생부에는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꾸준한 독서를 바탕으로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보다 깊이 있는 사고 과정으로 확장시킨 탐구 활동이 기록돼 있다.

“어릴 때 거실 책장 가득 꽂힌 책을 모두 외울 정도로 열심히 읽었어요. 조금 시들해졌다가 중1 때 독서 토론 동아리에 들어가 <날개 꺾인 너여도 괜찮아>를 읽으면서 다시 독서에 매료됐죠. 고3 때까지 매일 자기 전에 30분 정도 좋아하는 책을 읽었거든요. ‘읽어야 하는’ 게 아닌 ‘읽고 싶은’ 책을 읽는 시간이 큰 위로가 됐어요.”

과목별 탐구 활동 역시 독서를 통해 자연스레 깊이와 넓이를 확장할 수 있었다. 고2 <세계사> 시간에 <교양인을 위한 역사학 교실>을 읽은 후 유사역사학과 그 위험성에 대해 알게 됐다. 이를 토대로 고3 <논술> 시간에는 <유사역사학 비판>을 읽고 역사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료를 분석하고 검증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기에 유사역사학을 냉철한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을 확고히 했다.

“역사학은 여러 사료를 검증해 과거를 유추하고 재구성한 학문이에요. 최대한 다양한 측면에서 교차 검증된 내용만 주류 역사학으로 인정하고요. 유사역사학은 과거의 한 부분을 크게 부풀리거나 기록 중 일부분을 내세워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고조선의 영토가 현재 튀르키예 영토까지 닿을 만큼 거대했다는 식이죠. 이런 관점은 자칫 과도한 애국주의로 흐를 수 있고 정치에 악용될 소지도 있기에 진실 여부를 가리려는 비판적 문제의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학에 진학해 다양한 강의를 수강하며 하은씨의 사고는 더 확장되는 중이다. 무엇보다 고등학생 때 절대적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을 다른 방향의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다.

“<한국사개론>을 들으면서 역사는 결국 모두 가설일 뿐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어요. 가장 설득력 있는 가설을 정설처럼 여길 뿐 어떤 것도 100% 사실은 아니죠. 어차피 ‘절대적으로 명확한’ 역사란 없으니 좀 더 포용적인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어요.”


모두 역사·역사교육학과로 수시 지원

고3 때 수시 원서 접수를 앞두고 꿈을 향해 흔들림 없이 달린 하은씨에게 주위에서는 여러 의견을 건넸다. 내신 점수가 아까우니 인문 계열이 지원할 수 있는 한의대를 써보라거나 로스쿨 진학을 염두에 두고 그에 유리한 학과를 선택하라는 조언도 많았다. 하지만 하은씨의 선택은 확고했다.

“저는 흥미 없는 분야에 뛰어드는 게 어려운 편이에요. 혹여 시작했더라도 끝맺음을 잘 못하고요. 아무리 떠올려보려 해도 한의원에서 침을 놓거나 변호사 시험 준비에 매진하는 제가 머릿속에 그려지질 않더라고요. 하지만 교단에서 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는 제 모습은 쉽게 상상할 수 있었어요. 다행히 부모님은 전적으로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라고 밀어주셨기에 수시 지원 여섯 번의 기회를 모두 역사 혹은 역사교육 관련 학과로만 채웠습니다.”

하은씨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도록 앞으로 펼쳐질 대학 생활에도 최선을 다할 작정이다. 고교 시절에 힘들 때마다 마음속으로 되뇌었다는 ‘때에 맞는 최선이 있다. 그때의 내 선택이 최선이었다는 걸 잊지 말자’는 다짐과 일맥상통한다. 끝내 극복하지 못한 수학은 아직까지 후회로 남았고 더 이상의 후회는 만들고 싶지 않았다. 같은 이유로 수능이 끝나자마자 베이스를 독학으로 연습했고 지금은 밴드부에 들어가 여름방학 공연을 위해 맹연습 중이다.

“요즘은 너무 한 가지 진로만 정해놓고 세상을 좁게 바라본 건 아닌지 생각해보는 중이에요. 물론 역사가 좋고 역사 교사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지만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사회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꿈을 펼칠 더 많은 기회를 찾아봐야죠.”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선택 과목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1학년/

<영어> UN의 ‘2030 지속가능발전의제’ 원문을 읽고 가장 중요한 목표로 교육 평등을 주장하는 보고서를 작성 <수학> ‘조선 시대의 다항식 표현’을 주제로 산가지를 이용한 다항식을 이차함수 등 심화 문제로 완성 <과학탐구실험> 음료수 뚜껑을 여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위해 더 얇은 고무 패킹을 활용한 신개념 음료수 뚜껑 아이디어를 제시.


/2학년/

<독서> <클라이브 폰팅의 녹색 세계사>를 읽고 생물 다양성 감소 문제를 제시하고 비판적 관점에서 해결 방안 서술 <세계사> 인류 출현에 대해 학습한 후 다양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현대 인류에게 새로운 학명을 부여 <교육학> 루소의 <에밀>을 토대로 당시의 교육 쟁점과 현대 교육 쟁점을 비교하고 어떻게 자신만의 역사 관점을 가지도록 교육할 수 있을지 탐구.


/3학년/

<윤리와 사상> 성리학의 사단칠정 시작과 주자의 성리학, 이황과 기대승의 논쟁을 정리한 후 이해하기 쉽게 설명 <한문Ⅰ> 한자가 전파된 역사와 근대 한자 번역을 통해 동아시아 역사에서 한자의 위상을 조사 <논술> <유사역사학 비판>을 읽고 역사적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료를 분석하고 검증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


/의미 있었던 선택 과목/


▒ <세계사> 사회 전 과목이 개설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할 수 있었다. 흥미 없는 과목은 공부할 때도 힘들어서 인원이 적어 내신 확보에 불리한 과목이라도 흥미를 기준으로 선택했다. 대표적인 예가 <세계사>였다. 특히 독일의 정치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제시한 ‘악의 평범성’을 배우면서 전쟁을 개인의 선택이라는 미시적 관점에서 고민해볼 수 있었다.

▒ <동아시아사> 조선의 형평사와 일본의 수평사를 조사해 수행평가 보고서를 작성했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과 일본에서 계급 타파 운동이 일어났는데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이후 교류의 흔적을 탐구하며 이질적이라고 생각했던 일본 역사를 새롭게 바라보게 됐다.

▒ <세계지리> 매우 적은 인원이 신청한 과목이라 단 한 명만 1등급이 될 수 있었다. 철저히 흥미 위주로 선택한 과목이었기에 내신 등급을 확보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수능 사탐 과목 역시 <세계지리>를 선택했는데, 교과 공부를 열심히 한 덕분에 안정적으로 1등급을 받아 수능 최저 기준을 수월하게 맞출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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