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개념 Check!
✔︎ 범죄와 형벌을 규정한 형법의 필요성과 기능, 형사 절차와 인권 보장제도, 근로자의 권리와 노동법을 배우며 법의 가치를 이해 ✔︎ 과학·수학 등 타 학문이 법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며 ‘살아 움직이는’ 법과 합리적 판단의 중요성 이해하기 ✔︎ 관련 전공: 상경 계열, 법·행정 계열, 국제 계열, 사회교육과, 수학과 등 |
사회 교과 자문 교사단
박진 교사(경기외국어고등학교)
승지홍 교사(경기 풍산고등학교)
허균 교사(서울 영동고등학교)
<법정에 선 수학>
★★★
지은이 레일라 슈넵스·코랄리 콜메즈
펴낸곳 아날로그
※★의 개수는 난도를 의미. 적을수록 읽기 쉬운 책.
“법과 수학은 그리 어울리지 않는 조합입니다. 한데 법은 특정 주장의 참과 거짓을 판단할 때 확률, 즉 수학적 법칙과 판단에 의존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법정에 선 수학>은 재판 과정에서 잘못된 수학적 추론이 심각한 오판을 이끈 사례를 모았습니다. 타당한 처벌의 근거 혹은 잘못된 판결을 입증하는 근거로 수학이 활용된 예와 부당한 판결로 인해 망가진 인생을 따라가다 보면, 증거와 상황에 대한 합리적인 판단이 중요한 이유와 왜 법이 신중하게 결론을 내려야 하는 지를 깨닫게 됩니다. 수학과 법이 연계됨을 알게 돼 시야를 넓힐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법과 수학,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아보세요.”_ 자문 교사단
/ONE PICK! 함께 읽기/
오판의 범인은 수학?!
합리적 추론 중요한 ‘법’ 이해하기
수학은 현대 법정에서 활발하게 쓰인다. 특히 통계와 확률은 간단한 필적 분석부터 DNA 분석까지 19세기 이후 더 합리적으로 범인을 찾고 죄를 묻는 근거로 활약한다. 한데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법정에 선 수학>은 수학이 오판을 이끌었던 사례를 담은 책이다. 1996년 영국의 가정주부 샐리는 낳은 지 1년 미만의 두 아기가 연속해 사망할 확률이 낮다는 이유로 자녀 살해 의혹을 받았다. 하지만 영아 사망에 유전적 요인 등 다른 원인도 의심해야 한다는 점은 누락된 채 그릇된 계산에 기반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오류를 입증해 누명을 벗었지만, 망가진 삶은 회복하지 못했음도 보여준다. 이 외에 범인과 인상착의가 같아 체포된 콜린스 부부, 전화번호부에 이름이 없을 확률이 논쟁이 된 부모 살해범 조 드니스, 필적 감정이 유죄의 증거가 된 뒤프레스 등 계산 과정에서 실수했거나 계산 결과를 잘못 이해해 오판한 사례가 이어진다.
읽다보면 법에 있어 합리적 추론이나 수학 외 영역에서도 수학적 사고가 얼마나 중요한지, 법이 한 사람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수학’과 같은 도구를 맹신해서는 안 되는 이유와 잘 활용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더 교묘하게 발전하는 범죄에 대한 해법까지 돌아보게 된다. <그것이 알고 싶다> <용감한 형사들>과 같은 사건 프로그램을 즐겨보거나, 범죄와 법에 흥미가 있는 학생에게 추천한다.
한걸음 더
● 다단계 사기(폰지 사기) 원리와 피해 사례, 범죄 사실의 판결 과정을 조사하기 ● DNA 기술 발전이 판결을 뒤집은 사례 찾아보고, ‘해석의 오류’ 가능성을 짚어보기 ● 수학적 계산이나 새로운 과학 기술이 법에 미친 영향을 정리하고, 올바른 활용법을 고민해보기 |
연계 전공 | 사회교육과
“딱딱한 사회 문제, 소설·에세이로 쉽게 이해했죠”
김연아
서울대 사회교육과 1학년
(경기 고양국제고)
Q. 전공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릴 적부터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아 국제고에 진학해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인재를 꿈꿨어요. 그런데 전공 선택 시 고민이 컸어요. 학생부종합전형 지원에 집중했는데, 서울대는 국제학부가 없고 유사한 정치외교학과는 선호 학과라 지원 기회를 얻기가 어려웠거든요. 교내 상담에서 다양한 사회 이슈와 법·행정 분야에 흥미가 큰 제 성향에 법과 정치, 경제, 사회 현상 등을 폭넓게 배우는 사회교육과가 맞겠단 조언을 듣고 학과를 결정했습니다. 인문 계열 전공은 서로 겹치는 부분이 많아요. 특정 전공을 고집하기보다, 시야를 넓게 갖고 접근하면 보다 다양한 기회를 얻을 수 있음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Q. 고교에서 독서 활동을 어떻게 했나요?
기사와 논문을 많이 봤는데 딱딱한 표현에 내용이 와닿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이때 관련 소재를 다룬 소설, 에세이를 보면 개인의 서사에 감화돼 흥미와 이해를 다 잡을 수 있어 좋았어요. 독해력도 자연스럽게 향상됐고요.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다룬 <연을 쫓는 아이(The Kite Runner)>는 당시 참혹한 실상, 국제 갈등의 배경, 국제 정치의 양상 등을 한 소년의 삶을 통해 보여줘요.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The Story of More)>는 지은이가 자신의 어린 시절과 현재를 비교해 환경·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생생하게 일깨워주고요. 이 책을 읽고 공동 교육과정에서 녹색성장을 탐구하고, 해외 학생과 연대해 국제 사회에 지속가능한 발전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였어요. 책은 주제나 문체가 흥미로운 현대 작품을 주로 선택했어요. 모르는 부분은 표시하고, 추가 내용을 조사해 귀퉁이에 적어둬 한 번에 이해하려 했고요. 독서가 버겁다면, 영상물로 먼저 접하는 것도 추천해요. 유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는 물론, 책 리뷰도 유튜브에 많이 있거든요.
/대학생 선배의 독서 이야기/
/추천 도서/
<권력의 미래>
지은이 조지프 나이
펴낸곳 세종서적
<국제정치> 수업에서 본 책이에요. 권력이 어떻게 진화했고, 앞으로 어떤 양상을 보일지를 다루는데, 특히 물리적인 힘(하드 파워)과 그를 뛰어넘는 영향력(소프트 파워)을 넘나드는 스마트 파워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주장하는 점이 인상 깊었어요. 세계적인 국제정치 학자이자 미 국방부 차관을 지낸 지은이가 이론과 실무를 오가며 정보 혁명 시대의 승자는 가장 뛰어난 콘텐츠를 지닌 국가와 리더라는 통찰을 보여주죠. 특히 저는 ‘공공외교’의 개념을 새롭게 인식하고, 다양한 사례를 접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K-컬처’가 세계적 주목을 받는 현 상황 때문에 더 쉽게 읽고 다양한 토론 거리까지 발굴했죠. 국제정치나 공공외교, 소프트파워에 관심있는 후배들이 읽어보길 권해요.
<권리를 위한 투쟁>
지은이 루돌프 폰 예링
펴낸곳 세창출판사
법학 분야의 고전이라 어렵지만 읽은 경험 자체가 법과 정책에 관심 있는 학생에게 유의미할 거예요. 고3 <국제법> 수업 때 접했는데 곳곳에 생각할 거리가 많았어요. 전 어떤 갈등 상황에서 개인의 이익은 ‘생명’과 같은 보편적인 상위 가치 앞에 포기할 수 있지만, 민족 간 갈등은 별도의 상위 가치가 없다는 점에 과거부터 현재까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영토분쟁을 이해하게 됐죠. 공동체를 위한 법의 발전 과정, 그 안에 숨은 수많은 투쟁, 사회 질서를 지탱하기에 변화가 느린 법의 특성도 알게 됐고요. 요즘 ‘법’ 자체에 회의를 느끼는 이들이 많은데, 이 책을 읽고 불만에서 한걸음 나아가 더 나은 법을 위한 행동을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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