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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1075호

‘좋은 학교 만들기 모임’ 교사들과 함께하는 2023 교단일기

진로진학상담교사의 역할을 고민하는 이유



‘청소년이 바꾸는 지방행정’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2023 대입 수시 원서 접수가 마무리되었을 즈음, 교장 면담을 요청했다. 진로진학상담교사를 포기하기 위해서였다. 2021년 진로진학상담교사 자격 신청을 하고, 그해 방학을 온전히 자격 연수로 보내며 나름 힘들게 취득했지만 포기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거의 매해 고3 담임과 진학부장으로 근무하며 쉼 없이 달려왔기에 조금은 지쳐 있었다. 그러나 내 계획은 원래 가르치던 영어와 진로 진학 상담을 병행하는 것이었다. 중소도시에 위치한 우리 학교가 이른바 ‘좋은 학교’가 되려면 교육과정상 타 학교와 차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차이는 사회, 과학 교과에서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과목 수를 늘리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선 기초 과목인 국어, 영어, 수학에서 교사 인원의 적정한 재배치가 있어야 했다. 영어 교과에서 남는 교사 인력이 사회와 과학에 배치될 수 있으려면 내가 둘을 병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생각을 구현하기는 쉽지 않았다.

사실 일반계고에서 진로진학상담교사의 역할은 진로보다는 진학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학교에서 근무하며 가장 아쉬웠던 점은 학년별로 체계화된 플랜의 부재였다. 2018년에 고3 부장을 맡으며 학년별 심화 탐구 활동 프로그램인 ‘청바지(청소년이 바꾸는 지방행정)’를 기획했다.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연속성 있는 심화 탐구 프로그램을 선생님들과 함께 만들 수 있었다. 이 활동을 하며 진로진학상담교사에게는 학생들의 진로 설정을 위한 창의적 연구와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필요하고, 더불어 진학 지도를 위한 냉철한 이성을 지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진로진학상담교사 자격증을 취득한 계기였다.


생각과는 너무 달랐던 현실, 이제는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생각과는 너무 달랐다. 물론 많은 진로진학상담교사들이 학교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인식 차가 큰 것도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학생 상담은 담임 교사의 역할이다’ ‘진학은 진학부장이나 3학년 부장의 업무다’ ‘학교 교육과정을 포함한 학교 활동과 관련, 진로진학상담교사는 상담 업무에 무게를 두어야 하고, 다른 업무에는 관여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내 혼란의 근간이기도 했던 이 같은 인식은 이제는 변해야 하지 않을까.

진로교육법 제1조 2항에 명시된 것처럼 ‘학생에게 다양한 진로 교육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변화하는 직업 세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학생의 소질과 적성을 최대한 실현해 국민의 행복한 삶과 경제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진로 교육’이 되려면 이제는 다음과 같은 고민과 실천이 필요하지 않을까 제안해본다.

첫째, 교사 스스로 준비가 되어 있는가? 진로진학상담교사를 준비하는 많은 교사들은 스스로 왜 이 자격을 취득해야 하는가에 대한 분명한 목적의식이 필요하다. 정치, 사회, 경제, 문화,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달자 역할이 되어야 하기에 그만큼 여러 분야의 경험도 있어야 한다. 마침 진로진학상담교사는 자신의 본래 과목에서 1급 정교사로 인정받은 만큼, 전공과 관련해 학생 지도에 더 심혈을 기울일 수 있을 것이고, 진로 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학교급별에 맞게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학교 교육과정을 설계할 때도 관련 교사와의 협력을 통해 각 단위 학교의 큰 틀을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선 교육과정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필수적이다. 고교학점제와 성취평가제를 앞둔 시점에서 진로진학상담교사의 역할은 더 중요하게 부각될 것이다.

둘째, 구성원과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진로진학상담교사로서 최근 느끼는 것 중 하나는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교과 담당 교사는 한 과목을 책임지며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 전 영역에 걸쳐 관여하지만, 진로 수업은 진로 교과목 또는 창의적 체험 활동의 진로 활동 수업을 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그다지 중요한 과목으로 인식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구성원들과의 협업을 위해 다양한 형태로 학교 활동에 기여해야 한다. 최근 융합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여러 과목이 공통 주제를 향해 협업 수업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진로진학상담교사 역시 이런 활동에 적극 움직여야 한다. 담임 교사와 학년부장, 업무부장 등으로 구성된 기존의 틀이 잘 변화하지 않는 학교 특성상 진로진학상담교사는 자칫 정체성을 잃을 수 있다. 그럴수록 다양한 업무를 선도적이고, 창의적으로 추진해나갈 수 있어야 한다. 실제 전국의 많은 진로진학상담교사들이 최근 들어 대입, 학교 특색 활동, 교육과정 등 기존의 진학부, 교육과정부, 연구부 등에서 진행하던 사업들을 자신만의 색깔로 구상해 학교 안에서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셋째, 관리자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이제는 학교의 밑그림을 설계할 때 진로진학상담교사와 함께 고민해나가야 한다. 학생 활동, 교육과정, 수업 계획과 평가, 학교 특색 프로그램, 학생 상담 등 이 모든 것이 학생들의 진로와 진학을 위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지내며 학생들이 졸업하는 시기가 다가오면 왠지 모르게 안쓰럽고, 내 역할을 잘해왔는지 돌아보게 된다. 해가 거듭될수록 전문성이 드러나는 진로진학상담교사가 되고 싶다는 소망과 고민은 그 때문일 것이다.




‘2023 교단일기’를 새롭게 시작합니다. 학교 교육은 어떠해야 하는지, 교사와 학생이 함께 행복하려면 학교는 어떠한 곳이어야 하는지 성찰하는 전국의 선생님들이 ‘좋은 학교 만들기 모임’을 꾸렸습니다. ‘좋은 학교’를 꿈꾸는 선생님들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 교육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봅니다._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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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일교육
  • 김두령 교사(경북 성의고등학교)
  • COLUMN 교단일기 (2023년 01월 04일 10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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