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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1073호

‘좋은 학교 만들기 모임’ 교사들과 함께하는 2022 교단일기

학생들이 진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어느덧 지금의 학교에서 근무한 지 10년이 넘어가고 있다. 처음 교사가 되었을 때 꿈꿔왔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을 돌아봤다. 점수로 매기자면 50점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 같다.

이유가 뭘까. 학년 부장을 거쳐 2년 동안 진로진학부장을 맡으면서 학생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진짜 하고 싶은 건 무엇일지, 어떤 대학과 학과에 가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지 고민도 많이 했다. 하지만 이런 고민 끝에는 항상 입시 결과와 진학 성과에 대한 부담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 고민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학생에 대한 고민이 자연스레 좋은 진학 성과로 연결되면 이보다 좋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처음 교사가 됐을 때는 막연히 담임을 하고 싶었다. 나와 함께 하는 동안은 학교생활도 즐겁게 하고, 꿈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였다. 이 역시 50점 정도밖에 주지 못할 것 같다. 학생이 진짜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일까, 원하는 학과에 가는 것일까.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는 걸까, 부모님의 기대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걸까. 학생마다 성향이 다르고, 자라온 환경도 다르기에 정확히 답을 내릴 수는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고등학생들이 자신이 진짜로 하고 싶은 게 뭔지 아직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교사와 학교는 학생들이 하고 싶은 것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활동이나 프로그램 역시도 학생부에 기록이 가능한지, 입시에 도움이 되는지부터 살피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한편으로 학생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럴수록 더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꿈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과 체험의 기회를 제공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입시의 틀에서 보면 2~3학년은 시간이 부족할 수 있어 최대한 1학년 때 자신의 꿈과 인생에 대해 고민하고 탐색할 기회를 만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1학년 과목은 모두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2~3학년은 과목에 따라 절대평가와 상대평가를 정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명확하진 않더라도, 큰 범위의 방향성만 찾는다면 목표가 있으니 학업에 더 매진할 수 있고, 활동도 내실 있게 해나갈 가능성이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꿈이 있는 학생 vs 공부 잘하는 학생

학생들을 상담하다 보면 꿈이 있지만 교과 성적이나 수능 성적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아 원하는 대학의 학과에 진학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진로 방향성에 맞춰 여러 활동을 열심히 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공부 시간이 부족해져 성적 경쟁에서 밀리게 되고, 수능 공부를 할 시간도 부족해져 역시 좋은 성적을 못 받는 경우다. 교사 입장에서 마음이 아픈 일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별다른 꿈이 없고, 희망 진로가 뚜렷하지 않지만 교과 성적 관리와 수능 대비가 잘 돼 입시에서 상위권 대학과 학과에 진학하는 사례다. 이런 학생들은 특별히 한 분야에 집중하기보다 여러 분야의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도 성적을 챙길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대학에서는 두 가지 유형의 학생 중 어떤 학생을 더 선호할까? 여러 사례를 비교하며 나름대로 분석해봤지만,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교사의 역할을 계속 고민하게 되는 이유다.


교사와 학교의 역할은

이렇듯 다양한 학생들을 만나는 학교와 교사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풀어낼 수 있도록 소통의 장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육과정과 입시 제도가 어떻게 바뀌어야 학생들이 더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어떤 교육과정과 입시 제도가 들어와도 불리한 학생과 유리한 학생은 생기게 마련이다. 다만 학생들이 학교에서 생활하는 동안에는 웃으면서 즐겁게 지낼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가고 싶다. 잘하는 학생은 더 잘할 수 있게, 부족한 학생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해주는 것이 곧 교사의 학교의 역할일 것이기 때문이다.

3월 첫 수업 시간에 항상 학생들에게 “내 수업 시간에 최소한 한 번 이상은 무조건 웃게 만들어주겠다”고 말한다. 이를 지키기 위해 나름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수업 내용도 물론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적어도 내 수업을 ‘재미있는 시간’으로 인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학생과 교사의 소통도 좀 더 원활해지기를 희망한다. 교무실이나 학년실, 진학실 등 교사들의 공간이 학생들에게 너무 어렵게 느껴져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힘들 때나 기쁠 때나 쉽게 이런 공간들을 넘나들며 교사와 소통하고, 함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직 답을 찾아가는 과정임에는 변함이 없지만, 이렇게 글로 풀어내보니 머릿속에 있는 많은 물음표들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것 같다. 그 답을 찾을 때까지 나 역시 여러 선생님들과 소통하고 고민하며 학생들이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꿈을 찾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일이 남은 숙제일 것이다.





‘2022 교단일기’를 새롭게 시작합니다. 학교 교육은 어떠해야 하는지, 교사와 학생이 함께 행복하려면 학교는 어떠한 곳이어야 하는지 성찰하는 전국의 선생님들이 ‘좋은 학교 만들기 모임’을 꾸렸습니다. ‘좋은 학교’를 꿈꾸는 선생님들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 교육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봅니다._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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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일교육
  • 정현호 교사 (울산 현대청운고등학교)
  • COLUMN 교단일기 (2022년 12월 21일 10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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