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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9호

겐트대 글로벌캠퍼스 졸업생들이 말하는 생명과학 분야 취업과 진학의 길

겐트대 글로벌캠퍼스 졸업생의 98%는 졸업과 동시에 진로를 결정한다. 취업을 선택한 학생이 35%, 대학원 진학을 선택한 학생이 63%다. 연구 중심 대학이기 때문에 대학원 진학 비율이 높으며, 서울대·연세대 등 국내 대학원과 벨기에·스위스·영국 등의 유럽 대학원으로 진학한다. 겐트대 글로벌캠퍼스를 졸업하고 벨기에에서 겐트대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최성익씨와 전공을 살려 독일계 바이오 기업의 한국 지사에 취업한 이준호씨를 만났다. 각각 대학원생과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두 사람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취재 손희승 리포터 sonti1970@naeil.com
사진 이의종


좌 이준호 우 최성익



Q.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최성익 : 안녕하세요, 겐트대 글로벌캠퍼스에 15학번으로 입학해서 분자생명공학을 전공했습니다. 지금은 벨기에 겐트대 대학원에서 생물정보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고, 이제 2년 차에 접어드네요. 학부에서 배운 분자생명공학은 세포나 유기체에 공학적 기법을 적용하는 학문이라면,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생물정보학은 생물공학 데이터를 분석해 효율적으로 활용할 길을 찾는 학문이에요. 200년 역사를 지닌 겐트대는 생명과학 분야에서 오랫동안 역량을 축적해온 대학이죠.

이준호 : 안녕하세요, 저도 겐트대 글로벌캠퍼스에서 분자생명공학을 전공했고, 16학번입니다. 경기 분당에 있는 싸토리우스 코리아라는 회사에 취직한 지 1년 반 정도 됐습니다. 1870년 독일에서 설립된 싸토리우스는 백신과 치료용 항체 같은 바이오 의약품들을 생산할 수 있도록 제약사에 세포 배양·정제·여과 등 공정과 연구에 관련된 제품과 장비를 공급하는 기업으로, 60여 개 나라에 지사가 있습니다. 저는 싸토리우스 코리아 바이오텍 연구소에서 고객사가 의뢰한 의약품의 바이러스를 제거·정제하는 실험을 맡고 있습니다. 겐트대 글로벌캠퍼스에서 실험과 실습을 많이 했던 덕분에 실험실 업무를 편하게 느끼고 있어요.


Q. 대학원으로 진학한 분과 직장에 취업한 분으로 나뉘네요. 각각의 준비 과정도 궁금해요.

이준호 : 학부 때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많진 않았어요. 저 역시 졸업하고 나서야 취업 준비를 시작했죠. 외국계 기업만으로 한정해 준비한 것은 아니었지만, 제 전공과 맞는 싸토리우스 코리아에 대해 우연히 알게 돼 지원했죠.

최성익 : 1학년 때 정보학을 배우면서 관심을 갖게 됐어요. 입학 전까지 프로그래밍은 전혀 몰랐는데 겐트대 글로벌캠퍼스에서 코딩을 처음 해보면서 정보학과 관련된 공부를 찾아 석사까지 하게 됐네요. 분자생명공학을 전공했으니 생명공학의 공부 비중이 컸지만, 물리학 등 다른 과목들도 공부해 석사 과정에 상당히 도움이 돼요.


Q. 겐트대 글로벌캠퍼스에서는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잖아요. 이 점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요.

최성익 : 겐트대 글로벌캠퍼스 입학 전까지 외국에서 공부해본 적이 없었어요. 첫 학기에 많이 고생했죠. 아직도 영어에 자신감이 아주 많은 편은 아니지만, 겐트대 글로벌캠퍼스에서 키운 실력 덕분에 지금 벨기에에서 공부하고 연구하는 데 문제는 없어요.


Q. 졸업에 필요한 학점이 국내 대학은 대부분 130 ~140학점인데 유럽 대학인 겐트대 글로벌캠퍼스는 240학점입니다. 공부량이 얼마나 많은 것인가요?

이준호 : 아침 8시 30분부터 저녁 7시까지 꽉 찬 시간표가 매 학기마다 나와요. 오후는 대부분 실험·세미나·현장 탐방·외부 행사·문제 풀이·코칭 등의 실습 수업이에요. 강의 50%, 실습 50%로 구성되죠.

최성익 : 1, 2학년 때는 전공을 정하지 않고 수학 영어 정보학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등을 폭넓게 배워요. 1학년 때 배우는 내용은 국내 고등학교에서 배운 것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한국어로 배운 것을 영어로 배우려니 쉽진 않죠. 저는 과학중점학교를 다녀서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을 모두 배웠지만, 많은 자연 계열 학생들은 각자 약한 과목이 있기 마련이에요. 수능에서 화학과 생명과학을 선택했다면 물리학을 힘들어하고, 수능에서 화학과 물리학을 선택했다면 암기할 것이 많다고 생명과학을 버거워하죠. 외국에서 오래 살다온 친구들은 상대적으로 수학을 힘들어하는 경우가 가끔 있어요.


Q. 두 분은 4년 안에 졸업했잖아요.

이준호 : 친구들 덕분이죠. 다 같이 잘되자며 노트도 잘 빌려주고 서로 힘을 북돋아줘요. 사람들 때문에 스트레스 받은 적이 없어요. 절대평가의 장점이죠.


Q. 유럽 대학이라서 다른 점은 절대평가 외에 또 무엇이 있나요?

최성익 : 패스냐 패스가 아니냐가 중요해요. 과목당 만점이 20점인데 10점이 넘으면 패스예요. 절대평가다 보니 지정된 과목을 모두 이수했는지를 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resit’이라는 재시험 제도가 있어요. 시험 공부량이 너무 많으면 의도적으로 몇 과목은 재시험 기간으로 미루기도 하죠.

이준호 : 인천글로벌캠퍼스의 다른 미국 대학들은 달러로 등록금을 내니까 요즘처럼 환율이 변동하면 금액이 그만큼 달라지죠. 겐트대 글로벌캠퍼스는 한 학기 30학점에 해당하는 등록금이 900만 원으로 정해져 있어요.


Q. 3학년 올라갈 때 전공을 정합니다. 두 분 모두 분자생명공학을 전공했는데, 전공은 어떻게 정했나요?

최성익 : 정보학을 깊이 공부할 수 있는 전공이 분자생명공학이라서 결정했습니다. 1, 2학년 때 전공 없이 과학·기술·공학·수학을 합친 STEM 교육을 이수하면서 제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알게 되어 결정하게 됐죠.

이준호 : 2학년 때 분자생명공학(MBT) 식품공학(FT) 환경공학(ET), 세 전공의 입문 과정을 모두 다 듣게 돼요. 입문 과정을 고루 들은 다음 자신에게 맞는 것을 선택하니까 신중하게 고민할 기회가 있어요. 원하는 전공은 인원 제한 없이 선택 가능하고요.


Q. 유럽의 중심인 벨기에에서 한 학기를 다니는 겐트 학기는 어떻게 보냈나요?

이준호 :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인 2019년 9월부터 2020년 2월까지 한 학기 동안 있었어요. 한국에서 30여 명이 같이 갔어요. 유럽에 처음 가봤는데 건물이 고풍스럽고 유럽 특유의 분위기가 좋았어요. 대학원 수업을 포함해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을 들었어요.

최성익 : 코로나19가 가장 심할 때라서 겐트 학기를 못 갔어요. 유일하게 못 간 해에 걸린 거예요. 겐트 학기를 보냈다면 겐트대 대학원에 입학했을 때 적응하기 좀 더 쉬웠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처음엔 고생을 좀 했죠.


Q. 겐트대 글로벌캠퍼스에 입학한 동기는 무엇인가요?

이준호 : 중3 때 미국으로 가서 펜실베이니아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인디애나주에서 대학을 다녔어요. 2학년까지 다닌 후 군복무를 마치고 나서 겐트대 글로벌캠퍼스에 입학했어요. 전공을 바꾸고 싶었고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싶었거든요. 유학을 가지 않아도 한국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대학을 다닐 수 있다는 점에 끌렸어요.

최성익 : 정시 지원을 고민하던 중 어머니께서 겐트대 글로벌캠퍼스 팸플릿을 건네주셨어요. 중·고등학교 때부터 환경공학에 관심이 많았었는데 마침 겐트대 글로벌캠퍼스에 환경공학 전공이 있더라고요. 비전이 보였고 국내 대학 입시와 상관없이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유럽 대학은 9월 입학인데 국내고를 졸업한 학생들은 3월에 입학해서 1학년을 3학기 동안 다닐 수 있어요. 3월에 입학해서 첫 학기에 영어로 수업을 들으니 정신이 확 들더라고요. 국내고를 졸업한 학생들은 3월에 입학해서 적응기를 가져보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Q. 겐트대 글로벌캠퍼스를 생각하는 고등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요?

최성익 : 고등학생은 빨리 대학에 가서 자유롭게 놀고 싶을 거예요. 그런 생활을 꿈꾸며 겐트대 글로벌캠퍼스에 입학하면 실망할 수 있어요. 대학 다니면서 공부를 많이 했던 것에 대해 절대 후회는 없어요. 대학은 졸업 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중간 과정이거든요. 겐트대 글로벌캠퍼스는 미래를 위해 좋은 대학이에요. 공부량이 많다고 지례 겁먹을 필요는 없어요. 일단 해보세요.

이준호 : 공부량이 많아 쉽지 않은 대학이지만, 졸업한 지금은 그래서 더 뿌듯하고 보람차요. 취업도 잘해서 지금 하고 있는 일과 회사에 만족하며 다니고 있어요. 혹시 유학을 생각하는 고등학생들이 있다면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일이 생각보다 힘들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제가 미국에서 고등학교와 대학을 다녀봤기 때문에 해줄 수 있는 말이에요. 가족이 있는 한국에서 외국 대학을 다니는 것은 정말 좋은 기회예요.

최성익 : 저도 제 선택에 매우 만족하고 있어요. 만약 국내 대학에 입학했다면 졸업하고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생각해본 적이 있는데, 딱히 떠오르는 모습이 없었어요. 겐트대 글로벌캠퍼스를 다닌 덕분에 외국을 바라보는 데 어려움이 없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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