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 강남 일대 학원가의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 ‘마시는 링거’가 인기다. 공부하다 지친 체력의 회복은 물론 집중력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입소문이 인기의 요인. 처방전도 필요 없어 약국이나 인터넷 사이트에서 쉽게 구매할 수있다는 ‘마시는 링거!’ 무작정 마셔도 될까, 성분은 믿어도 될까, 효과는 확실한 걸까?
마시는 링거를 둘러싼 궁금증을 풀어봤다.
취재 심정민 리포터 sjm@naeil.com
도움말 강재헌 교수(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김혜선 약사(부부약국)
“아들이 고3인데 친구들이 먹는 영양제라며 ‘마시는 링거’를 사달라고 하더라고요. 한 병 마셔봤는데 잠을 쫓고 두통도 사라졌다고요.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매했다는데 청소년이 마셔도 될까 싶어요.”
허은지(53·서울 강남구 역삼동)
“저는 딸이 중3 되던 해부터 시험 한 달을 앞두고 아미노산 성분의 드링크제를 마시게 해요. 평소 고기도 잘 먹지 않고 소화도 안 된다는 딸을 위한 나름의 비책인데 집중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백소정(50·서울 강동구 명일동)
“체대 입시를 준비하는 고3 아들은 실기 연습을 하고 온 날엔 어김없이 마시는 링거 제품을 찾아요. 물로는 목마름이 쉽게 해결되지 않는데 이 제품은 흡수력이 좋아서인지 화장실도 자주 안 가 좋다고 해요.”
정신혜(47·서울 서초구 서초동)
“몸이 너무 약해서 보약도 못 먹는 중2 딸에게 마시는 링거 제품을 자주 권해요. 과제 하느라 늦게 자거나 체육 수업이 있는 날엔 꼭 챙겨줘요. 딸 말로는 심한 졸음을 예방하는 것 같다고 하는데 기분 탓이 아닐까 싶네요.”
신정숙(48·서울 노원구 중계동)
마시는 링거가 뭐지?
‘마시는 링거’란 주사 형태의 수액 처치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수액에 함유된 성분을 액상 형태로 복용하게 만든 제품을 말한다. 단백질이나 비타민 보충을 위해 알약이나 캡슐 형태의 영양제를 먹기도 하는데 마시는 링거는 액체 형태로 빠르게 체내에 흡수되는 장점이 있다.
어떤 제품이 있을까?
서울 시내 주요 학원가와 인터넷 쇼핑몰을 조사한 결과 다양한 브랜드의 마시는 링거 제품들이 ‘수험생 피로회복제’란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군의관들이 개발했다는 ‘링티’를 비롯해 ‘포텐시에이터’ ‘글루콤’ ‘리포스후릿쿠’ 마시는 ‘포도당 비타아미노’ ‘아연미네랄’ ‘큐업’ ‘리셀A+’ ‘옥타미노스’ 등이 대표적인 제품이다.
수액 주사와 어떻게 다를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링거액 주사는 설사나 고열, 탈진으로 탈수가 심해 입으로 음식을 섭취하고 마시기 어려운 환자에게 수분과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해 사용한다. 건강한 사람은 링거 주사를 처방 받아도 효과가 기대 이하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수액을 찾는 이유는 음식처럼 소화기관을 거치지 않고 정맥을 통해 몸속으로 직접 수분과 영양분을 전달해 효과가 매우 빠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반면 링거액 성분을 마시는 경우엔 주사로 맞는 것과 비교해 수분과 전해질, 포도당이 체내에 전달되는 속도가 다소 느리지만, 액상 형태로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것보다는 흡수가 빠르다. 다시 말해 링거 주사를 맞을 시간이 없다면 마시는 링거 제품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요 성분은 뭘까?
부부약국 김혜선 약사는 “수험생이나 공부하는 청소년을 겨냥한 마시는 링거 제품은 두 가지로 나뉜다. 아미노산과 비타민이 농축된 제품과 포도당이나 마그네슘, 아연 등 전해질 보충에 도움이 되는 제품이다”라고 설명한다.
보통 이들 제품은 단독으로 복용하기보단 아미노산과 비타민이 농축된 앰플의 액체를 전해질 보충 음료에 섞어 마시는 경우가 많은데.아미노산이나 비타민 특유의 맛과 향으로 인해 목넘김이 어려운 것을 막고 체내 흡수율을 높이기 위함이다.
효과 있을까?
강 교수는 “시판 중인 마시는 링거 제품의 성분을 보면 일반적인 링거액 성분인 포도당과 필수전해질(칼슘·나트륨·칼륨)에 비타민 C, B, 필수아미노산 등의 영양소가 추가돼 있다”고 말한다.
평소 지나친 편식으로 특정 영양소가 결핍되고 건강에 지장이 있다면 마시는 링거 제품이 피로회복에 효과를 줄 수 있다는 의견이다. 단 이와 같은 효과는 일시적이다. 포도당이나 전해질만 함유한 제품이라면 시판 중인 이온음료로 대체해도 무방하다고 설명도 덧붙였다.
자주 마셔도 될까?
강 교수는 “소량 섭취는 문제되지 않지만, 다량 섭취 시에는 제품에 따라 포도당이나 전해질, 기타 영양소의 과다 섭취가 부작용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신장질환이 있는 사람은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고. 무엇보다 마시는 링거액에 추가적으로 혼합된 영양 성분에 알레르기가 있는지도 확인해야 하며 개인에 따라 섭취량 제한도 필요할 수 있으니 과잉 섭취는 삼가는 게 좋다는 조언이다.
MORE INFO
마시는 링거액 성분 들여다보기!
✚포도당 포도당은 글루코스라고도 불린다. 피로회복제 제품에 ‘클루콘’이란 이름이 붙었다면 포도당이 주요 성분이다. 포도당은 포유동물 대사에 필수적인 에너지원이며 특히 뇌신경세포의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아미노산 아미노산은 단백질 덩어리 조합으로 기억 학습 능력을 유지해준다. 또 뇌 모세혈관의 수축·확장을 도와 뇌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며 숙면에 도움을 주어 두뇌에 피로가 쌓이는 것을 방지한다.
✚아연 효소의 구성 요소로 핵산과 아미노산 대사에 관여해 성장, 조직 골격 형성, 생식과 면역 기능에 도움을 준다.
✚L아르기닌 L아르기닌은 혈관을 열어주고 혈액의 흐름을 좋게 만든다. 다시 말해, 혈류 속도가 빨라져 뇌에 산소를 원활하게 공급해주므로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타우린 사람을 포함한 동물의 조직에 흔히 있는 유기산이다. 세포의 전해질 균형 유지와 세포 미네랄 조절, 쓸개즙 형성, 면역 체계 유지에 효과가 있다. 운동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스쿠랄로스 아스파탐, 아세설파칼륨과 함께 대표적인 합성 감미료로 꼽힌다. 감칠맛을 내는 역할을 하는데, 합성감미료인 만큼 이 성분이 포함된 제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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