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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8호

2019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3 한도연 건국대 줄기세포재생공학과

배울수록 즐거워라 <생명과학>의 세계

건국대 줄기세포재생공학과는 생명과학과 공학 분야 학과를 중심으로 설립된 ‘KU융합과학기술원’ 소속 학과 중 한 곳이다. 생명공학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줄기세포와 재생의학, 인공장기 분야 등을 주로 배운다. 이 학과에 진학하려면 고교 때 생명과학을 깊이 배우는 것은 필수. 과학탐구 Ⅱ과목 기피 현상 때문에 생명과학을 제대로 배우지 않고 오는 학생들이 많아 2020학년부터는 아예 정시에서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는다.
건국대 줄기세포재생공학과에 KU 자기 추천 전형으로 합격한 한도연씨는 서울 한서고를 졸업했다.
개방형 교육과정 연구학교였기에 2학년 때부터 배우고 싶은 과목을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생명과학을 워낙 좋아했기에 <생명과학 Ⅰ·Ⅱ>에 이어 <고급생명과학>까지 이수했다.
선택 중심 교육과정에서 ‘과목 이수 이력’은 지원자의 성향을 읽을 수 있는 주된 요소 중 하나다.
그 의미를 가늠해볼 수 있는 만남이었다.
취재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사진 전호성







배울 과목을 선택한다고?
1학년 때까지는 여느 고교와 마찬가지로 정해진 과목을 다 함께 배웠다. 2학년이 되자 “선배들과는 다르게 문·이과에 상관없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배울 수 있다”는 얘기를 선생님들께 처음 들었다. 낯설었지만, 호기심이 일었다.
“정말 마음대로 해도 되는지 다시 물어볼 정도였으니까요. 하하. 고민은 좀 됐어요. 생명과학에 관심이 많아 이미 자연 과정을 선택할 생각이었는데, 과학 네 과목 중 한 과목을 빼고, 사회 과목을 들어도 될지 자신이 없더라고요. 제 경우는 생명과학 연구원이 되고 싶은 꿈이 이미 있었기에 결국 과학 네 과목을 모두 선택했어요. 3학년 때는 <생명과학Ⅱ>와 연관성이 높은 <화학Ⅱ>까지 두 과목을 골랐고, <고급생명과학>에도 도전했어요. 이수자 수가 13명이 넘으면 내신 등급이 산출되기 때문에 부담은 있었지만, 선생님들께서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는 이를 고려해 평가하기 때문에 너무 걱정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최종 11명이 선택한 소인수 과목이 돼 등급은 나오지 않았지만요.”
선택의 과정은 또 있었다. 3학년 때 배울 과목을 결정하면서 <기하와 벡터> <확률과 통계>를 고르고 나니 <고전>과 <심화영어> 중 남은 한 과목을 무엇으로 할지가 고민이었다. 영어에 자신이 없어 내심 <고전>을 택할까도 싶었지만, 선생님들께 조언을 구하니 대학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하려면 영어를 더 배우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얘기에 <심화영어>로 마음을 굳혔다. <과제연구>와 <환경과 녹색성장>까지 선택하니 도연씨의 3학년 시간표가 완성됐다.


서툴지만 흥미로웠던 실험들
생명과학은 배우면 배울수록 재미있었다. 중증 장애인 시설에서 1학년 때부터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온 도연씨는 이를 계기로 장애의 원인과 치료 방법에 관심이 생겼다고 했다. 2학년 때 <생명과학Ⅰ>을 배우면서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유전병이 생길 수 있으며, 지적장애의 원인 역시 유전자 돌연변이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1학년 때부터 지원해 활동한 영재학급에서는 연구원의 기본 자질인 실험을 대하는 자세를 배웠다. 당시 친구들과 함께 탐구한 주제는 ‘베리류의 항균 효과에 관한 고찰’. 당시 아로니아나 블루베리 등의 베리류가 건강식으로 떠오르면서, 베리류의 항균 효과에 주목해 과제 연구를 진행해보기로 했다.
“항균 효과가 가장 뛰어나다고 알려진 블루베리, 라즈베리, 크랜베리, 아로니아 착즙액을 준비하고 우선 인터넷으로 주문한 대장균과 황색포도상구균을 배양해봤어요. 그런데 농도를 잘못 설정해 대장균이 너무 많이 생긴 거예요. 하하. 베리의 항균 효과를 전혀 관찰할 수 없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죠. 미숙함 투성이였지만, 다시 보완해 재실험하고, 여러 번 실험 결과의 평균값을 내보니 대장균에 대해서는 베리의 항균 효과가 미비한 반면 황색포도상구균에서는 항균 효과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 베리류에 안토시아닌 성분 함유량이 많을수록 항균 효과도 뛰어나더라고요. 균이 자라지 않은 ‘클리어존’ 수치가 라즈베리, 크랜베리, 아로니아 순으로 크게 나왔어요.”
상설동아리인 과학부의 생명 파트에서 활동한 도연씨는 교내 과학축전도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고 했다. 개구리 해부 부스를 준비하면서 새끼손톱만큼 작은 개구리 심장을 손상 없이 떼어내기 위해 연습했고, 폐가 거의 발견되지 않는 이유가 마취 직전 숨을 모두 토해내 폐가 풍선의 바람이 빠지듯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니 다들 신기해하더라고.


<생명과학Ⅱ> 이어 <고급생명과학>까지 도전
3학년 때부터 배운 <생명과학Ⅱ>는 개념을 전체적으로 훑는 식이었던 <생명과학Ⅰ>보다 한 분야를 더 깊이 파고드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학생들이 가장 어렵게 느낀다는 유전자를 배울 때조차 신기하고, 재미있었다고. 당시 수행평가 발표를 준비하면서 알게 된 것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이다. 특정 유전자에서 잘못된 염기서열을 편집하는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유전병 치료에 희망이 보일 것 같았다.
거꾸로 수업 방식을 적용한 <고급생명과학>을 배울 때는 말 그대로 빠져들어 공부할 수 있었다. 특히 평소 관심은 있었지만 배울 기회가 별로 없던 줄기세포에 대한 시각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난치병 치료 연구에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줄 것 같았다. 뚜렷한 치료법이 없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줄기세포 연구원이라는 꿈이 한층 더 마음속에 들어왔다.
이 무렵 또 알게 된 것은 복제배아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로 환자를 치료할 때 수정란 줄기세포와 달리 환자의 체세포를 이용하기 때문에 면역 거부 반응을 억제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이었다. 체세포 복제배아 줄기세포에 대한 관심은 <복제양 돌리 그 후>라는 책으로 이어졌다.
“배아 줄기세포에 대한 생명윤리 문제를 다양한 측면으로 바라보게 해준 책이었어요. 줄기세포 연구가 생명을 다루는 분야인 만큼 신중해야 하지만, 인간복제라는 틀에 가둬 금지하기보다 난치병을 치료하는 목적으로서 제한된 복제는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2학년 때 졸업생 선배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건국대 줄기세포재생공학과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됐는데, 생명과학을 깊이 배울수록 줄기세포 연구에 집중하는 이 학과에 꼭 가고 싶더라고요.”


학생부 종합 전형이 교과를 읽는 방식
처음 과학 과목을 선택할 때 내심 걱정이 됐던 성적은 어땠을까. 2학년부터 과목을 선택하게 하니 상당수 학생들이 <물리Ⅰ>부터 피하기 시작했다. 이수자 수는 전체 학생의 절반도 못 미쳤다. 등급을 받기도 그만큼 어려워졌다. 3학년 때 선택한 <생명과학Ⅱ>는 이수자가 58명에 불과했다. <화학Ⅱ>는 66명이었다. 도연씨의 3학년 1학기 두 과목의 성적은 3등급이었지만, 이수자 수를 고려했을 때 이 성적은 표면적 수치만으로 해석되진 않았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수시 원서 6장을 모두 생명과학 계열로 지원한 도연씨는 가장 원하던 곳에 합격하는 기쁨을 누렸다.
“개방형 교육과정 연구학교여서 배우고 싶은 과목을 미리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지만, 마냥 좋지만은 않았어요. 너무 갑작스럽게 느껴졌거든요. 하지만 성적에 대한 부담 때문에 생명과학을 제대로 배우지 않았다면, 지금의 전공에 대한 확신을 얻지 못했을 거예요. 1단계를 통과하고, 면접을 보러 갔는데 서류 확인 면접인데도 질문이 만만치 않더라고요. 생명윤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의 단점은 없다고 생각하는지, 복제양 돌리 같은 시도는 하지 말아야 하는지 같은 까다로운 질문에 답변하기도 어려웠겠죠. 만약 고교 시절로 돌아간다면 사회 과목을 배우고 싶기도 해요. 대학에서는 전공 공부에 집중할 테니 접할 기회가 더 없을 것 같아서요. 변호사가 꿈인 친구는 수학을 정말 잘해서 인문 과정을 택하기는 좀 아까웠는데, 마침 과목 선택의 기회가 주어져서 <지구과학> 대신 <법과 정치>를 듣더라고요.”
현재의 수능은 서울대에 지원하지 않는 이상 과탐 Ⅱ과목에 응시하는 학생이 거의 없는 구조다. 이를 고심한 건국대의 선택과 생명과학 공부에 줄곧 도전했던 도연씨의 선택이 만났으니, 이제 그에겐 더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이다.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자기소개서





학생부
1학년
■ 진로 희망사항 생물 관련 연구원
■ 창의적 체험 활동 과학반, 장애인 보호 시설에서 봉사활동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과학> 유전, 면역 등 과학 개념을 일상생활에 적용해 이해하는 능력 우수

2학년
■ 진로 희망사항 생명공학 연구원
창의적 체험 활동 과학반 활동, 자율동아리에서 생명과학 관련 활동 기획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생명과학Ⅰ> 방학 과제로 치매에 대해 조사, 뇌 구조와 신경계, 방어 작용 등에 흥미를 갖고 공부

3학년
■ 진로 희망사항 생명공학 연구원
■ 창의적 체험 활동 과학반에서 후배들에게 교내 과학축전 부스 운영 노하우 전달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생명과학Ⅱ> 수행평가로 ‘유전자 재조합 기술과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의 비교’라는 세미나 발표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소개, <고급생명과학> 유전 물질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DNA가 형질 전환요소임을 밝혀낸 실험적 증거에 대해 상세히 조사


자기소개서
■ 1 번 학습 경험 중증 장애인 시설 봉사 활동과 생명과학 공부를 통해 유전자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수행평가와 동아리 활동 등에서 유전자에 대해 탐구한 과정, <고급생명과학>을 배우며 줄기세포에 대한 시각을 넓힐 수 있었던 일 등을 담았다.

■ 2번 교내 활동 교내 영재학급에서 베리류의 항균 효과 실험을 진행했던 과정, 자율동아리에서 생명과학 관련 이슈들을 조사한 내용, 과학부에서 교내 과학축전을 준비하며 배운 것 등을 풀어썼다.

■ 4번 지원 동기 바이오 캠프에 참가해 줄기세포 관련 강의를 듣고, <복제양 돌리 그 후>를 읽으며 줄기세포를 생명윤리 측면에서 바라본 경험 등을 계기로 줄기 세포 연구를 통해 난치병 치료법을 개발하고 싶다는 목표를 전했다.


건국대 2019 KU 자기 추천 전형 선발 방식



✚ 수능 최저 학력 기준 없음
✚ 제출 서류 학생부, 자기소개서
✚ 서류 평가 학생부, 자기소개서 내용을 바탕으로 학업 역량, 전공 적합성, 인성, 발전 가능성으로 나눠 정성적·종합적 평가 후 점수 부여, 활동의 결과보다 준비 과정과 노력, 활동 이후의 변화 등을 중심으로 평가
✚ 면접 평가 전공 적합성(전공에 대한 관심과 이해 , 전공 관련 활동과 경험), 인성(소통 능력), 발전 가능성(창의적 문제 해결력) 중심 평가, 서류 진위 여부 확인 및 인성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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