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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876호

시 낭송가 정재호 교수

"詩 낭송, 詩적 감성은 물론 국어 실력도 키워줍니다"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 윤동주의 <별 헤는 밤>, 이형기의 <낙화>…. 엄마들이 학창 시절 열심히 외웠던 시들이다. 그때 외웠던 시들은 세월이 흘러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엄마들의 감성을 촉촉하게 적신다. 요즘 아이들은 시를 외우지 않는다. 시험을 치르는 데 시 암기는 필요 없기 때문일까? 시 낭송가 정재호 교수는 “시 낭송하면 시를 더 깊이 이해하고 암기만으로는 쉽게 습득하기 어려운 어법도 함께 공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시와 어울리는 계절, 가을이다. 정 교수가 들려주는 시 낭송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취재 김지민 리포터 sally@naeil.com 사진 전호성







시 낭송, 무엇이 좋을까? 가천대 미래교육원에서 시낭송 지도사과정을 이끄는 정재호 교수는 “시를 표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노래로 만들 수도 있고, 그림과 함께하는 시화도 있다. 노래나 그림은 일정 부분 그 영역의 재능이 필요하지만 시 낭송은 시집 한 권만 있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
시 낭독과 시 낭송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정 교수는 “시 낭독은 시를 보며 읽는 것이고 시 낭송은 시를 외워서 들려주는 일이다. 시를 외우려 수없이 읽다 보면 시 안의 아름다움을 더 깊이 느낄 수 있고 정서적으로도 안정이 된다”며 “노인들의 치매 예방에도 효과적이다”라고 덧붙였다. 정 교수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살인자의 기억법>이라는 영화에서 치매에 걸려 기억을 잃어가는 주인공이 증세를 늦추기 위해 시를 외우는 장면이 떠올랐다. 정 교수는 “시를 외우는 것은 노인뿐 아니라 자꾸 ‘깜박깜박’하는 중년을 위해서도 좋은 취미”라며 <미즈내일> 독자들에게도 시 낭송을 추천한다.


시 낭송하며 국어 공부도 함께 정 교수는 <별 헤는 밤>의 일부를 낭송했다. 시 낭송을 들으니 단순히 시를 읽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다. 정 교수는 “시를 낭송할 때는 시어 하나하나를 정확한 발음으로 표현하는 것은 물론 단어마다 다른 장음과 단음까지 정확히 표현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윤동주의 <별 헤는 밤>에서 ‘별’은 장음으로 길게 발음해야 하며, ‘밤’은 짧게 읽어야 한다. ‘밤’을 길게 발음하면 먹는 밤이 되어버리기 때문.
정 교수는 “단어는 물론 연음도 정확히 표현해야 시의 느낌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다”며 “시 한 편을 낭송하기 위해 국어사전을 수없이 뒤적인다”고 덧붙였다. 시 속에 담긴 다양한 은유법을 자연스럽게 깨우칠 수 있는 것도 시 낭송의 장점 중 하나.
가끔 두 딸과 함께 시 낭송을 한다는 정 교수는 “소리를 모아 함께 외우거나 한 절씩 주고받으며 외우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시 낭송을 즐길 수 있다”며 “자녀가 수업 시간에 배우는 시를 엄마와 함께 낭송해보는 것도 좋다”라고 귀띔한다. 이론으로만 알던 내용들을 시를 암송하며 되새기는 기회가 된다는 것.


북한의 시 연구하고 싶어 동국대 북한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정 교수는 북한의 시를 연구할 계획이다. 그동안 체제를 찬양하는 시 외에는 연구할 만한 ‘북한의 시’를 찾기가 쉽지 않았지만 최근 일어나는 여러 변화를 보면 곧 북한의 다양한 시들을 접한 기회가 있을 것 같다고.
인터뷰를 마치며 정 교수는 청각장애인들을 위해서 시수어로 낭송한다며 나태주 시인의 <풀꽃 1>을 수어(수화)로 들려줬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아름다운 말이 담겨서인지 수어의 몸짓도 시처럼 예뻤다.
이 가을, 아이들과 함께 시 한 편을 낭송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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