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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0호

2018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16 이화여대 휴먼기계바이오공학부 김수연

"세상의 많은 것을 설명해주는 물리, 나의 최애 과목"

중학생 때부터 수학, 과학을 좋아하긴 했지만 성적이 상위권은 아니었기에 고입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청소년용 과학 잡지에서 ‘U-learning 설계자’라는 직업을 접하고 호기심이 일었다. 학생과 교사들을 위한 미래 학교를 설계한다니, 평소 공학과 교육 모두에 관심 있는 자신과 잘 맞는 직업일 것 같았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1학년까지 성적도 아주 우수하진 않았다. 한데 자연 과정을 택하고 배운 <물리 Ⅰ> 수업이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배우면 배울수록 세상의 많은 것들을 물리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고, 수학과 물리의 연관성을 깨치면서 수학 과목에도 자신감이 붙었다. 3학년 때 배운 <물리Ⅱ>는 전체 이수자 54명 중 여학생은 자신을 포함해 12명뿐이었지만, 1·2학기 모두 1등급을 받을 만큼 물리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인터뷰 내내 물리 얘기를 할 때면 눈빛이 빛나던 이화여대 휴먼기계바이오공학부 김수연씨는 고교 때 깊이 공부한 경험이 대학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취재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사진 전호성





실패에서 배우다
“저, 실패 진짜 많이 했어요. 하하.”
수연씨는 고교 3년 동안 해온 도전을 떠올리며 성공보다 실패로 끝난 경우가 더 많았다고 웃었다.
1학년 기술·가정 수업에서 수행평가로 한 ‘롤링볼’은 스티로폼을 공학적으로 설계해 구슬 2개를 가장 오랜 시간 굴리는 과제였다. 구슬이 굴러가는 시간을 세 배로 얻을 수 있는 아이디어를 짜냈고, 기술실로 이동하기 전 예비 실험에서도 성공했지만, 정작 수행평가 때는 잘 굴러가던 구슬이 그만 멈춰버렸다.
“전교에서 제일 긴 시간을 기록할 뻔했는데, 구슬이 멈춰버려 친구들도 선생님도 무척 안타까워했어요. 구슬이 중간에 멈추면 실격이었거든요. 원인을 생각해보니 실험 공간에 따라 기울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감안하지 못한 거예요. 너무 아까워서 과제를 통해 느낀 점을 보고서로 정리해 제출했어요. 수행평가 점수는 안 좋았지만, 선생님이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쪽에 기록으로 남겨주셨더라고요. 기술과 경시대회인 ‘달걀을 구하라’에 참가했을 때도, 고무줄의 탄성과 표면적을 넓혀 달걀을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을 구조물을 열심히 만들었는데, 막상 대회 때는 달걀이 톡 깨져버리고 말았어요. 그래도 실패를 자꾸 하다 보니 실험 설계에서 가정해야 하는 요인들을 비롯해 배운 점이 많았어요.”


물리에서 배우다
수연씨는 이화여대를 비롯해 수시에서 6장의 원서를 모두 기계공학 계열로 지원했다. 보통 여학생들이 이 전공을 쉽게 선택하지 못하는 것은 물리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껴서다. 한데 물리가 왜 그렇게 재미있었을까.
“무언가를 만드는 걸 좋아하고, 미래 사회에 관심이 많아 관련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학에 관심이 생겼고, 원래 좋아하는 과학 중에서도 물리는 깊이 공부하면 할수록 더 재미있더라고요. 2학년 때 물리를 가르쳐주신 선생님과 풀리지 않는 한 문제를 두고 두 시간 가까이 토론한 경험은 지금도 잊을 수 없어요.”
학습 경험을 묻는 자기소개서 1번, 의미를 두고 노력한 교내 활동을 쓰는 자기소개서 2번은 온통 물리 이야기로 채워졌다. 2학년 물리 수업 때 빛의 간섭을 배울 당시, 비눗방울처럼 계속 변하는 간섭색의 형성 과정이 궁금해졌고 마침 과학 잡지에 소개된 구조색을 접하면서 이를 이해하기 위해 교과서에서 다루지 않은 얇은 막 구조를 탐색하기 시작했다고. 모르는 개념도 많아 쉽지만은 않았지만, 여러 강의를 찾아보고 물리 선생님에게 찾아가 물으면서 친구들에게 쉽게 소개하기 위한 프레젠테이션 자료까지 만들 수 있었다.
“친구들이 제 설명을 듣고 CD나 비눗방울, 파우치 등을 보며 ‘이것도 구조색이지?’라고 물을 때마다 뿌듯했죠. 친구들도 그동안 간과했던 주변의 물리적 현상을 찾아보기 시작한 거니까요.”


사람에게 배우다
세상에 존재하는 힘의 상호작용에 흥미를 느꼈던 수연씨에게 고3 때 배운 <지구과학Ⅱ>는 <물리Ⅱ>와 연계, 중력을 탐구하는 시너지가 됐다. 이 무렵 ‘U-learning 설계자’로 시작된 진로에 대한 관심은 적‘ 정기술 개발자’로 이어졌다.
“적정기술은 쉽게 말하면 ‘소외된 90%를 위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어요. 식수 난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사람들이 더러운 물을 바로 마실 수 있도록 필터를 통해 불순물을 여과해주는 ‘생명빨대’가 곧 적정기술이 적용된 발명품이죠.
나눔 디자이너로 유명한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배상민 교수님이 쓴 <나는 3D다>를 읽고 감명을 받아 적정기술에 관심이 생겼어요.”
적정기술 개발자에게는 공학적 시야는 물론, 지역적 환경과 사람에 대한 끊임없는 관찰이 중요할 것 같았다. 학교 안에서 공공의 편리함을 위해 개선이 필요한 점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급식실의 비효율적인 동선이 눈에 띄었다.
“급식실이 나중에 지어진 건물이라 구조가 좀 복잡했어요.
전 학년이 동시에 먹다 보니 자리가 부족해 복도에도 테이블이 있었는데, 이 공간이 잘 보이지 않는 데다 잔반을 버리러 가는 친구들과 빈자리를 찾는 친구들이 한데 몰리면 더 혼잡한 거예요. 입구에서 빈자리를 확인하면 혼잡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아 ‘빈 의자 알림 시스템’을 구상했죠. 자리에서 일어날 때나 접이식 의자라는 점에 착안해 압력 센서와 기울기 센서 같은 적절한 센서와 디스플레이를 활용해 다양한 설계 구조를 고민해봤어요. 센서가 워낙 비싸 직접 만들어보진 못했지만, 적정기술에 필요한 공학적 시야와 관찰력의 중요성을 간접 체험해본 기회였답니다.




수능에선 물리 선택 못했지만, 학업 역량 보여준 학생부
이처럼 물리 공부에 애정을 보인 수연씨였지만, 수능 탐구 과목으로 물리를 선택하지는 못했다. 응시자가 워낙 적어 점수를 받기 어려운 과목이었기에, 결국 3학년 때 <생명과학Ⅰ>과 <지구과학Ⅰ>을 택해 수능 공부를 시작했다고.
“수능 물리는 3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문제를 빠르게 풀어야 하잖아요. 개념을 우직하게 파고들며 공부하는 편인 제게는 이런 시험 방식이 잘 맞지 않더라고요. 주변에서 말리기도 했고요. 3학년 때 생명과학을 공부해둔게 바이오가 결합된 지금의 전공 공부에 도움이 돼요. 1학년 때 일반생물학을 배우는데, 학교 수업에서는 생명과학을 2학년 1학기 때 배운 게 마지막이었거든요. 안 그랬으면 공부한 지 너무 오래 돼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렇다 해도 공학이라는 학문은 물리에서 시작해 물리에서 끝난다 해도 과언이 아님을 대학에 와서 실감한다고 했다.
“내신이 최상위권은 아니었기 때문에 대학에 와서 첫 학기 시험을 볼 때 긴장을 많이 했어요. 쟁쟁한 친구들이 많으니까요. 한데 일반물리학과 일반생물학, 휴먼기계바이오공학기초 등 전공 과목의 시험 성적이 모두 괜찮았어요.
고등학교 내내 물리 공부를 열심히 한 게 실제로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공학을 전공하려면 기본적으로 물리 공부는 제대로 하고 오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물리 Ⅰ>은 사실 수박 겉핥기식으로 배우게 돼 정확한 개념을 모르고 넘어 갈 수 있어 재미를 느끼기 어렵지만, <물리Ⅱ>로 넘어가면 더 깊이 들어가기 때문에 겉만 배우는 게 아니라 속까지 공부하는 느낌이라 훨씬 재미있어요. 그러니 너무 겁먹지 말고 도전해보세요.”
특히 교과 성적이 떨어졌다고 해서 종합 전형을 너무 쉽게 포기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주변 친구들도 성적이 한 번 떨어지면 2학년 2학기 무렵 종합 전형을 포기하고 정시에 올인하겠다고 했다가, 3학년 6월 모의고사를 치르고 나면 현실을 깨닫고 다시 종합 전형으로 돌아서곤 했어요. 하지만 원하는 만큼의 결과를 얻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학교생활 충실도’를 보는 전형인 만큼, 성적은 오르락내리락했더라도 열심히 관심 분야를 공부했다면 충분히 도전해볼 수 있답니다.”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자기소개서

수연씨는 대학 지원을 받아 여름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캄보디아에 교육 봉사를 다녀왔다. 적정기술 개발자를 꿈꾸는 학생답게 위험하게 설치된 전봇대와 전선들이 눈에 들어오더라고. 국민들의 안전의식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단다.



1학년 <기술·가정> 수업에서 수행평가로 진행한 ‘롤링볼’ 과제. 구슬을 오래 굴리는데는 성공했지만, 아쉽게도 구슬이 중간에 멈추는 바람에 실격하고 말았다. 그러나 한 번 실패로 배우는 점은 더 많았다.

2학년 <물리Ⅰ> 수업 때 친구들 앞에서 ‘구조색’을 주제로 발표한 프레젠테이션 자료.




학생부
1학년
□ 수상 교내 과학경시대회 등
진로 희망사항 U-learning 설계자
창의적 체험 활동 토론 동아리에서 ‘동물 임상실험을 허용해야 하는가’ ‘인공지능을 사용해야 하는가’ 등을 주제로 토론, 공학기술 자율동아리에서 공학 기초 소양을 친구들과 함께 공부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과학> 수업에 적극 참여, <기술·가정> 롤링볼 만들기 활동 등에서 보인 넓은 공학적 시야와 창의적 사고

2학년
수상 과학·국어영어·수학과학 창의융합 부문 경시대회, 물리Ⅰ·생명과학·화학 경시대회 등
진로 희망사항 U-learning 설계자
창의적 체험 활동 기술과 경시대회 ‘달걀을 구하라’ 에 참가, 과학토론반 동아리 부반장으로 토론 활동과 주제 발표, 문집 만들기 등을 기획, ‘미래학교에 상용화될 수 있는 U-learning 기반 전자교과서가 보편화되어야 하는가’를 주제로 토론 진행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물리Ⅰ> 수업에서 빛의 굴절과 간섭에 관계된 박막구조에 대해 연구하고, 시각 자료를 준비해 발표, 물리에 대한 남다른 호기심과 관심

3학년
수상 물리Ⅱ·지구과학Ⅱ 경시대회 등
진로 희망사항 적정기술 개발자
창의적 체험 활동 과학토론반에서 후배들을 지도, 월 1회 중증장애인 요양 시설에서 꾸준히 봉사 활동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독서와 문법> 수업에서 정약용의 ‘기예론’을 통해 적정기술 개발자라는 자신의 진로를 돌아봄, <기하와 벡터>에서 수학부장으로 활동하며 수학과 물리를 융합하는 모습, <지구과학Ⅱ>에서 물리적, 역학적으로 해석하려는 태도, <물리Ⅱ>에서 운동과 에너지 단원에 관심이 많아 중력을 중력가속도 수치로 확인하기 위한 탐구 실험 자발적으로 수행, 물리와 다른 학문의 연관 분야를 융합해 이해하는 능력이 돋보임


자기소개서
1번 학습 경험 물리 수업 중 빛의 간섭을 배울 때 비눗방울처럼 계속 변하는 간섭색의 형성 과정이 궁금해 탐구해본 과정, 이를 친구들에게 쉽게 소개할 수 있는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발표하면서 느낀 점 등 과학을 즐겁게 공부할 수 있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2번 교내 활동 세상에 존재하는 힘의 상호작용에 흥미를 느껴 ‘고도에 따른 중력의 변화 측정’을 주제로 실험을 설계한 과정, 국제민간항공기구의 국제표준 대기를 보면서 고도에 따른 중력의 변화를 보고 힘의 상대성에 신기함을 느낀 점, <물리Ⅱ>와 <지구과학Ⅱ>에서 더 다양한 힘과 단진동에 대해 배우면서 실험을 좀더 근접하게 설계할 수 있었던 과정을 풀어냈다. 적정기술 개발자에 관심이 생기면서 학교 급식실의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는 ‘빈 의자 알림 시스템’ 을 구상해본 과정도 담았다.

3번 배려, 나눔, 협력, 갈등 관리 실천 경험 중학교 때부터 지속해온 중증장애인 요양 시설 봉사 활동에서의 일화를 통해 적정 기술 개발자는 기술 이전에 사람을 이해하고 이타적인 마음을 갖춰야 함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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