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교육

뒤로

고등

867호

2018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⑬ 서울여대 교육심리학과 안수빈

학생부 종합 전형식 학업 역량 = 주체적 선택, 연결과 확장

국어와 사회가 가장 자신 없는 과목인 반면 수학과 과학을 좋아하고 잘했던 수빈씨가 2학년이 되어 인문 과정을 선택했을 때 친구들은 모두 놀라워했다. 관심 있는 심리학을 전공하려면 <법과 정치>를 비롯한 사회 과목들을 배우는 게 더 도움이 될 것 같았다는 수빈씨는 수시 원서 6장도 모두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심리학 관련 전공에 지원했다. 서울여대 환산 방식으로
내신 평균은 2.54등급이었지만, 3학년 때 성적이 가장 좋지 않았기에 주변에서는 종합 전형 지원을 말렸던 게 사실.
3년 동안 해온 교과 연계 활동 역시 이 정도는 평범한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대학에 꼭 들려주고 싶었다. 서울여대의 바롬 인재 전형은 ‘충실한 학교생활을 통해 관심 분야에 대한 탐색과 기초 학업 역량을 균형 있게 발전시킨 학생’을 선발한다. 43:1의 경쟁률을 뚫은 수빈씨의 합격기를 통해 그 의미를 가늠해보자.
취재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사진 박정우





왜 친구들은 상담을 부담스러워할까?
심리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부터 물었다. 서울여대 면접에서도 같은 질문을 받았다는 수빈씨는 학교마다 있는 ‘위클래스’를 왜 친구들이 찾지 않는지 의문을 품은 것이 시작이었다고 했다.
“분명 제 주변에 행복한 친구들만 있지는 않은데, 위클래스를 찾아 상담을 받는 친구들을 찾아보기 어려웠어요. 몸을 다치면 병원에 가는 게 자연스러운데,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거나 정신적으로 피폐함을 느끼는 경우에는 병원에 잘 가지 않잖아요. ‘정신과’라는 명칭이 그만큼 사람들에게 편견을 주기 때문일 거예요. 만약 이를 ‘심리치료’라고 바꾸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지 않을까 싶었죠.”
그렇게 수빈씨의 1학년 진로 희망은 ‘임상심리사’가 됐다. 2학년 무렵 전국에서 ‘묻지 마 범죄’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가해자들의 심리가 궁금했고, 심리학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마침 학교에서 열린 학술탐구대회에 ‘당신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묻지 마 범죄의 원인과 해결 방안’을 주제로 참가했다.
“자료를 조사하면서 미국 FBI 사이트에 접속해보니 과거부터 일어난 사건들을 모두 분류해놨더라고요. 이미 ‘묻지 마 범죄’를 생소한 일이 아닌 일상에서 흔히 일어나는 범죄로 인식한 거죠. 일본의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에 의한 범죄도 마찬가지인데, 이들에 대한 연구와 치료법이 굉장히 많았어요. 우리나라에도 예전부터 유사 범죄가 있었지만, 이제야 ‘조현병’으로 명칭을 바꾸고 연구를 시작하는 단계이다 보니 데이터베이스가 충분하지 않았어요.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가장 시급하다고 제시했죠.”
심리학을 다양한 각도로 탐구하면서 수빈씨의 2학년 진로 희망은 ‘정신보건임상심리사’가 됐다.


소소한 시도에서 느낀 상담의 힘
상담 활동에 대한 꾸준한 관심은 소소한 학교생활 안에서도 이어졌다. 진로 희망이 비슷한 친구들과 함께 만든 자율동아리의 ‘고민 우체통’은 중학생 때 느낀 문제를 개선해보고자 아이디어를 낸 것. 학생들이 상담을 잘 받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학교에 퍼질 소문 때문이란 생각에 익명의 힘을 빌리면 속마음을 좀 더 쉽게 털어놓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복도에 고민 우체통을 설치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다양한 고민이 담긴 쪽지가 쌓이기 시작했다.
“그중 한 친구가 공부하는 시간에 비해 성적이 잘 오르지 않고 자존감만 떨어진다는 메모를 남겼더라고요. 고민 끝에 학교 도서관에서 찾은 <참 소중한 너라서>라는 책을 추천했어요. 또 노력에 비해 성적이 오르지 않는 문제는 저도 비슷한 고민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공부 습관을 먼저 바꿔보는 게 어떠냐는 내용으로 답장을 보냈죠. 그랬더니 우체통에 다시 편지를 넣었더라고요. 사실 자존감이 떨어진 원인은 성적만이 아니었고 친구들과의 갈등 때문이었대요. 쪽지를 넣은 것도 잊고 무기력하게 지내던 중에 정성스런 손글씨로 쓴 답장을 읽고 감동을 받았다고 했어요. 제 조언은 별다를 게 없었어요. 누군가가 자신을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렇게 힘이 날 줄 몰랐다는 얘기에 상담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어요.”
비슷한 느낌을 3학년 때도 경험했다. 영어 시간에 타인과 비교하는 태도의 문제점을 주제로 한 지문을 읽고 심리학을 접목시켜 발표했는데, 친구에게 뜻밖의 감사 인사를 받았다.
“발표를 할 때 심리학자 아들러의 ‘열등 콤플렉스’ 를 소개했어요. 열등감이라는 단어가 흔히 부정적으로 쓰이지만, 아들러는 열등감을 인간의 본능이라고 주장했거든요. 그의 견해를 설명하니 친구들이 열등감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느꼈대요. 나중에 한 친구가 남들보다 뒤떨어진다는 생각에 힘들었는데, 고맙다며 개인적으로 연락을 해 저도 마음이 울컥했죠.”


롤모델 묻는 질문에 “세일러문”이라 답할 수 있는 용기
성적이 가장 좋았던 2학년 때와 달리 공부에 집중하기 어려운 일이 있었던 탓에 3학년 때 국어와 사회 과목 성적이 3~4등급대로 떨어지긴 했지만, 이때도 영어와 수학만큼은 1 ~2등급을 유지했다. 수빈씨의 학습법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연결’과 ‘확장’이다. 일찌감치 종합 전형 지원을 생각했지만, 수능을 공부할 때도 이 방법을 그대로 적용했다.
“영어는 워낙 좋아해서 시를 지어 발표하고, 다양한 원서를 ,찾아 읽는 등 열심히 공부했어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 멘토링 봉사활동에도 참여했고요. 입시를 앞둔 3학년 때는 <수능특강>에 나오는 발췌문만 읽으려니 내용이 궁금해져서 원서를 찾아 읽었죠. 주어진 지문의 앞뒤 내용을 요약해 해당 문제의 여백에 적어두며 공부하니 복습도 훨씬 수월해
지더라고요.”
이는 독서 활동에도 그대로 기록됐다. 분량이 적지 않은 교과서와 수능 교재를 소화하면서도 원서를 찾아 읽고, 주말마다 일주일간 공부했던 영어 지문 중 쉽게 해석되지 않는 지문을 한 문장씩 분석하며 공부하니 3학년 때도 좋은 영어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
심리학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사회 과목 공부가 필요할 것 같아 인문 과정을 택했던 만큼, 성적이 아주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법과 정치> <윤리와 사상> <생활과 윤리> 같은 과목은 재미있었다. 대학에 와서 교육학개론을 배우며 고교 과목들 과의 연계성을 몸소 체감했다고.
그런 면에서 수빈씨는 종합 전형을 이해할 때 교과와 비교과를 별개로 보지 않기를 권했다. 연결고리를 충분히 찾을 수 있을뿐더러 공부와 활동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수능에 나오는 지문은 굉장히 다양해요. 평소 국어나 영어 공부를 하면서 비문학을 읽고, 문학을 이해하는 방법을 배우잖아요. 사회나 과학, 예체능 과목에서 배운 내용이 지문에 활용되는 것은 물론이고요. 제가 3년 동안 해온 독서 토론 활동에서도 책을 읽고, 발표와 토론을 준비하는 과정이 곧 공부였어요. 우리가 흔히 비교과라 부르는 활동도 그 자체로 끝이 아니라 모두 공부와 연결된다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부담도 줄고, 좀 더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을 거예요. 제가 <수능특강>에 나오는 지문에 대한 궁금증을 영어 원서로 연결 지은 것처럼요.”
서울여대 면접 당시 롤모델이 누구인지를 묻는 질문에 “어릴 때 본 만화의 주인공 중 유일하게 여성으로서 적과 싸워 세상을 지킨 세일러문이 현대 사회에 필요한 주체적인 여성상이 라고 생각한다”고 답해 면접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는 수빈씨는 “그 순간 정말 진지하게 떠올린 답이었다”고 했다.
흔히 아들러나 칼 융 등 저명한 심리학자를 꼽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릴 법도 하건만, 원하는 공부를 주체적으로 선택해온 그다운 답변이다. 대학이 종합 전형에서 보고 싶다는 ‘학업 역량’과 ‘전공 적합성’의 의미가 그리 어려운 것만은 아님을 다시 확인한다.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자기소개서



학생부
1학년
□ 수상 글로벌 인재 선발대회(영어), 영어 말하기 대회, 수학 창의력 사고력 겨루기 대회 등
□ 진로 희망사항 임상심리사
□ 창의적 체험 활동 수독서 토론 활동 참여, 초등학생 대상 영어 봉사 활동, 교내 또래상담 캠프 참가, 학술논문 탐구 대회에 ‘헬리콥터 맘’을 주제로 참가 등

2학년
□ 수상 학술논문 탐구 대회, 법경시대회, 글로벌 인재 선발대회(영어) 등
□ 진로 희망사항 정신보건임상심리사
□ 창의적 체험 활동 독서 토론 활동 참여, 학술논문 탐구 대회에 ‘묻지 마 범죄’를 주제로 참가 등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확률과 통계> <미적분Ⅰ> 과목에서 수학적 우수성 드러내, <영어> 과목에서 자작시를 발표하고, 다양한 장르의 주제 발표에 적극성 보여. <경제> 시간에 ‘아동 학대’ 사건의 원인을 다각도로 조사해 발표하고, 정부의 아동지원 시스템에 대한 정비 보완 제시.

3학년
□ 수상 독서 논술 활동, NIE 탐구 활동 등
□ 진로 희망사항 정신보건임상심리사
□ 창의적 체험 활동 학급 멘토 활동, 동아리 후배들과 교육 봉사 활동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공유하고 아이디어 제안, 자율동아리에서 심리학 관련 책을 읽고 토론, 학급 특색 활동인 꿈 발표회에서 ‘사이코패스’를 주제로 발표.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미적분Ⅰ> 수업에서 수학과 심리학을 접목해 고민하는 모습, <영어Ⅱ> 수업에서 아들러의 ‘열등 콤플렉스’를 소개, <법과 정치> 수업에서 범죄자들을 심리적·인도적인 방법으로 교화할 수 있음을 알고 시사뉴스로 발표.


자기소개서
□ 1번 학습 경험 영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와 <수능특강>에 나온 지문의 원서를 찾아 읽으며 공부한 방법, 지문에서 출발해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과 아들러의 책을 찾아 읽으며 수업 시간 발표로까지 이어간 경험을 담았다.
□ 2번 교내 활동 교내 독서 토론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존엄사에 대해 토론한 일화, NIE 탐구 활동에 참여해 정신질환전문센터나 상담 기관을 늘려야 할 필요성을 생각해본 점, 친구들과 만든 자율동아리에서 ‘고민 우체통’ 설치 아이디어를 낸 뒤 고민에 대한 답장을 주고받으며 겪은 에피소드 등을 통해 상담의 의미를 깨달은 점을 풀어냈다.
□ 4번 배려, 나눔, 협력, 갈등 관리 실천 사례 초등학생 대상 영어 멘토링 봉사 활동에 참여하면서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노력한 과정을 전했다.

[© (주)내일교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0

댓글쓰기
240318 숭실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