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김한나·송지연 기자 ybbnni@naeil.com
/물리 교과 자문 교사단/
고민성 교사(경기 운유고등학교)
김충효 교사(경기 정발고등학교)
이나리 교사(경기과학고등학교)
<생명이란 무엇인가>
★★★★
지은이 에르빈 슈뢰딩거
펴낸곳 한울과학문고
※★의 개수는 난도를 의미. 적을수록 읽기 쉬운 책.
“물리학자가 바라본 생명은 어떤 모습일까요? 양자역학의 거장 슈뢰딩거는 ‘생명체는 어떻게 열역학 법칙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질서정연한 상태를 유지하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책은 양자역학과 통계물리학의 언어를 빌려 이 과정을 따라가며, 유전자의 놀라운 안정성과 생명 활동의 바탕을 설명합니다. 특히 유전자를 ‘비주기적 결정’으로 본 통찰은 훗날 분자생물학이 나아갈 방향을 보여준 중요한 이정표가 됐습니다. 물리학자의 질문 하나가 생물학의 길을 바꾸기까지, 그 출발점이 궁금한 학생들에게 이 책은 좋은 안내자가 돼줄 겁니다.”_ 자문 교사단
한걸음 더
✔ 생명체가 내부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와 물질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내보내는지, 식물·동물·인간 가운데 하나를 골라 조사하기 ✔ ‘유전자는 어떻게 안정적으로 정보를 저장할 수 있을까?’를 주제로 DNA의 구조와 복제 과정을 탐구하기 ✔ 지금은 틀린 것으로 밝혀졌지만 과학 발전에 기여한 가설을 찾아 그 가치를 글로 작성하기 |
/ONE PICK 함께 읽기/
물리학 거장의 ‘선 넘은’ 호기심
책은 놀랍게도 ‘뻔뻔한 고백’으로 시작된다. 보통 과학자는 자신의 전문 분야를 다루고, 잘 모르는 영역에는 함부로 발을 들이지 않는 태도를 미덕으로 여긴다. 한데 양자역학의 거장인 지은이는 자신의 명성을 건 채, 낯선 생물학의 문제를 논하겠다고 선언한다. 익숙한 학문의 경계를 벗어난 모험은 이 작은 책을 20세기 과학의 고전으로 만들었다.
세상은 시간이 흐르며 무질서해지는 쪽으로 향한다. 그렇다면 생명은 어떻게 그 흐름 속에서도 질서를 유지하며 살아갈까. 책이 내놓은 답은 ‘음의 엔트로피’다. 생명은 외부에서 에너지와 물질을 받아들이고 무질서를 내보내며, 내부의 질서를 끊임없이 지켜내는 존재라는 것이다. 생명을 신비로운 무언가가 아니라 물리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이 관점은 당시로서는 더없이 대담한 발상이었다.
가장 빛나는 대목은 유전에 관한 통찰이다. 고양이가 고양이를 낳는다는 당연한 사실 뒤에는, 부모의 정보가 어떻게 다음 세대에 정확히 이어지는지에 대한 질문이 놓여 있다. 그 비밀이 원자 수준, 곧 양자역학의 법칙과 맞닿아 있으리라는 것이 이 책의 과감한 가설이었다. 유전자를 ‘비주기적 결정’으로 본 그의 통찰은 DNA 이중나선 발견을 이끈 분자생물학 연구의 출발점이 됐다. 왓슨을 비롯한 DNA 연구자들도 이 책에서 중요한 영감을 얻었다.
물론 책에는 오늘날의 기준으로 바로잡아야 할 내용도 있다. 인간의 염색체 수를 48개로 적었지만, 현재는 46개라는 사실이 밝혀져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이 고전으로 남은 것은 물리학과 생물학의 경계에서 누구도 쉽게 꺼내지 못했던 가설을 내놓고,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끝까지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멀게만 느껴지던 두 세계가 ‘생명’ 앞에서 포개지는 순간을 지켜보는 일은 그 자체로 짜릿하다. 학문의 경계를 넘어선 한 사람의 질문이 어떻게 새로운 과학의 길을 열었는지, 이 책을 따라 만나보길 바란다.
연계 전공 | 바이오메디컬학과
의약학 계열, 물리학과, 생명과학과, 식품학과, 나노화학생명공학과 등
“과학 연구자의 꿈, 독서로 구체화했죠”
최향아
서울과학기술대 바이오메디컬학과 1학년
(제주과학고)
Q. 전공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릴 때는 식물에 관심이 많았어요. 목공예 일을 하시는 아버지에게 영향을 받아 나무를 자주 관찰하곤 했죠. 고교 입학 후에도 식물 관련 탐구를 이어가다가, 고2 때 <고급생명과학>을 수강하면서 관심사가 바뀌었어요. 면역 단원을 배우며 생명체가 스스로를 보호하는 과정에 흥미가 생겼고, 이후 면역 항암제를 접하면서 암세포와 면역세포의 상호작용을 연구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죠. 서울과학기술대 바이오메디컬학과에 진학한 이유예요.
서울과학기술대 바이오메디컬학과는 나노바이오시스템, 혁신신약, 디지털헬스 등 크게 세 가지 분야를 다룹니다. 생명과학과 의학, AI가 융합된 학과라고 볼 수 있어요. 고교 시절 수강한 <생명과학Ⅰ·Ⅱ> <고급생명과학>은 물론 <빅데이터분석> <인공지능기초>도 대학 공부에 도움이 돼요.
Q. 고교에서 독서 활동을 어떻게 했나요?
독서는 과학 연구자라는 꿈을 구체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어요. 본격적으로 면역 체계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역시 수업 시간에 생긴 질문을 해결하고자 읽은 책 <면역>이었죠.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노벨 화학상을 받은 사람들의 전기, <코드 브레이커>를 읽으면서는 연구자의 삶을 간접 체험할 수 있었어요. 과학 기술이 혼자만의 능력이 아니라 많은 연구자 간의 상호 협력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책에서 학습 동기를 얻기도 했어요. <학문의 즐거움>은 대학 3학년이 돼서야 수학의 길로 들어섰지만 끝내 필즈상을 거머쥔 히로나카 헤이스케가 쓴 에세이인데요. 이 책을 통해 학문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해야 하는지 배웠습니다.
대학생 선배의 독서 이야기
/추천 도서/
<생명이란 무엇인가>
지은이 에르빈 슈뢰딩거
펴낸곳 한울과학문고
‘슈뢰딩거의 고양이’로 유명한 물리학자, 슈뢰딩거가 생명체에 숨은 물리 법칙을 이야기한 책입니다. 어떻게 생명체가 수천 년간 유전 물질을 유지해왔는지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요. 저는 포항공대에 물리학 강연을 들으러 갔다가 이 책을 알게 됐어요. 평소 생명과학이나 화학을 전공한 사람의 입장을 주로 접했는데, 이 책은 물리학의 관점에서 생명과 유전 물질을 바라본다는 점이 새로웠습니다. 복잡한 공식을 제외하면 생명과학을 배운 사람은 누구나 읽어볼 만해요. 생명과학과 물리학에 모두 관심이 있는 학생에게 추천합니다.
<쓸모없는 것들이 우리를 구할 거야>
지은이 김준
펴낸곳 웅진지식하우스
이 책의 지은이는 ‘예쁜꼬마선충’을 연구하는 과학자입니다. 언뜻 보기에는 작고 쓸모없어 보이는 예쁜꼬마선충이 생명과학의 발전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이를 통해 인류에게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역사적 사건들을 중심으로 설명해요. 연구가 홀대받는 상황을 토로하는 한편, 자기 연구에 대한 자부심을 표현하기도 하죠. 책을 읽으면 하찮아 보이는 것이 ‘쓸모 있는’ 연구 대상으로 변모하는 과정과 연구자로서의 자세를 배울 수 있습니다. 중학생도 수월하게 읽을 수 있는 입문서이니 과학을 좋아하는 학생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길 바라요.
댓글 0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