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씨는 초등학생 때부터 호기심이 많았다. 부엌에서 주방세제를 섞어 액체괴물을 만들고, 식용유를 얼리면 어떻게 변할지 실험했다. 일상 속 궁금증을 내 손으로 직접 풀던 서연씨에게 고교에서 만난 화학은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다양한 화학 이론을 배우고, 이를 활용해 실험도 하면서 단순히 재밌는 과목을 넘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명지대 화학나노학과에 진학한 서연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취재 이지혜 리포터 wisdom@naeil.com
사진 이의종
최서연 | 명지대 화학나노학과 1학년(경기 경화여고)
과학 수업에서 찾은 화학자의 꿈
서연씨는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사회복지 분야를 목표로 삼았다. 사람을 돕는 일을 하고 싶어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해 복지정책을 개선하는 일을 꿈꿨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수학과 과학에서 자신의 적성과 강점을 발견했다. 자신의 성향을 살리면서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일까 고민한 끝에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교에 진학한 뒤 다양한 과목을 이수했는데 특히 수학·과학 과목이 재밌었어요. <수학Ⅱ> <미적분> <확률과 통계> <화학Ⅰ·Ⅱ> <생명과학Ⅰ·Ⅱ> <화학실험> 등을 배우면서 하나의 개념이 다른 과목과 연결되고, 배운 내용을 실험과 탐구로 직접 확인하는 과정이 흥미로웠죠. 사회복지사를 꿈꿀 만큼 사람과 사회에 대한 관심이 커서 뉴스를 즐겨 봤는데, 기후위기와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다룬 소식이 자주 등장하더라고요. 화학이 실생활과 가깝다는 점과 오염 물질을 제거하거나 새로운 친환경 물질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알게 돼 매력을 느꼈어요. 자연스럽게 화학연구원을 꿈꾸게 됐죠. <화학Ⅰ>에서 중금속 제거에 활용되는 나노로봇을 조사하며 화학과 물리학, 환경공학이 융합돼야 기술이 완성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과학 공부의 동기부여도 얻었죠.”
실제 고3 때 <화학Ⅱ> <생명과학Ⅱ> <생명과학실험> <화학실험> <과학과제연구>까지 5개의 과학 과목을 선택했다. 주변에서는 학업 부담을 걱정했지만, 좋아하는 분야를 깊이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과목을 배우니 과학도 영역이 여럿이지만, 서로 이어져 있다는 걸 느꼈어요. 예를 들어 <생명과학Ⅱ>에서 효소가 생체 촉매로서 활성화 에너지를 낮춰 반응을 빠르게 만든다는 내용을 배우는데, <화학Ⅱ>에서는 촉매가 반응 속도를 높이는 원리가 나오더라고요. 수학도 마찬가지였어요. 미적분의 변화율 개념이 화학의 반응물과 생성물의 반응 속도를 설명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는 걸 실감했죠. 물론 난도가 높은 과목을 선택해 공부량이 많고 성적이 조금 아쉽기도 했지만, 좋아하는 분야라 즐겁게 수업을 들었어요. 대학 진학 후 전공 수업을 들을 때 고등학교 때 배운 내용이 그대로 이어져서 당시 수업 자료를 다시 찾아보기도 했고요. 어려웠지만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
교과·비교과 넘나든 꼬꼬무 탐구
다양한 실험 직접 해보며 성장
서연씨는 수업과 동아리를 넘나들며 다양한 탐구 활동을 했다. 일상 속 호기심이나 수업에서 생긴 궁금증을 넘기지 않고, 직접 실험을 설계하고 결과를 분석했다. 특히 광촉매는 고교 3년간 다양한 교과·비교과 활동의 소재로 활용했다. 고1 때 신문편집부에서 광촉매를 활용한 수질 정화 기술을 기사로 다룬 것이 시작이었다.
“고2 <환경> 수업에서 직접 장치를 제작해 실제 하천에 적용해보니, 장치를 계속 가동하려면 외부 전원이나 배터리에 의존해야 했어요. 현장에서는 전력 공급과 유지관리가 쉽지 않겠다는 한계를 느꼈죠. 그래서 실제로 활용한다면 태양광 패널로 전력을 생산해 장치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개선안으로 제안했어요.”
<미적분>과 <화학Ⅱ> 시간엔 광촉매 반응을 여러 수학 함수로 모델링하고, 미분 개념을 활용해 반응률이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구간을 분석했다. 탐구를 이어갈수록 화학뿐 아니라 수학, 환경 등 여러 교과가 하나로 연결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고3 화학주제탐구부 동아리에서 진행한 미세플라스틱 제거 실험은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이다.
“고2 <생명과학Ⅰ>에서 미세플라스틱이 인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배우며 고3 동아리에서 직접 실험을 설계했죠. 물속 미세플라스틱이 어떤 물질과 잘 흡착되는지를 확인했는데. 제올라이트는 기대했던 만큼의 흡착 효과를 보이지 않았어요. 결국 실험은 실패로 끝났지만, 개인 탐구 보고서를 다시 작성하며 가설과 결과가 왜 다른지 분자 구조와 물질의 특성을 분석했어요. 이를 통해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온 이유를 찾는 과정 자체가 연구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도 배웠고요.”
면접은 ‘소통’에 핵심 두길
환경·화학에 대한 애정이 컸기에 화학과를 비롯해 환경과 에너지 관련 학과를 우선순위로 뒀다. 한데 수시 지원 직전에 치른 고3 9월 모의평가 성적이 기대보다 낮게 나왔다. 고민 끝에 종합전형, 그중에서도 면접형에 집중했다. 실제 수시에서 교과전형 1곳, 종합전형 5곳을 지원했다.
“최선을 다했지만 내신과 모의고사 성적이 아주 높은 편은 아니었어요. 대신 진로와 관련된 과목은 피하지 않고 이수했고, 실험을 비롯해 다양한 탐구 활동을 진행한 만큼 정성 평가를 하는 종합전형이 제 역량을 제대로 평가해줄 것이라 생각했죠. 원서 접수 후에는 면접 준비에 매진했어요. 워낙 다양하게 활동해서 학생부 내용을 전부 암기하기는 어려웠고, 수질·대기·플라스틱 등 주제별로 개념과 활동 내용을 꼼꼼히 되짚었어요. 수시 면접은 정답보다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실제 면접장에서도 동기나 배운 점, 관련 개념을 대화하듯 물어보셔서 어렵지 않게 답할 수 있었어요.”
그 결과 명지대 화학나노학과에 합격했다. 화학 이론을 바탕으로 나노기술과 응용화학을 함께 배울 수 있고 가장 진학하고 싶었던 곳이라 기뻤다고. 앞으로 대학원에 진학해 유기화학을 심도 있게 연구한 뒤 환경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소재와 기술을 개발하는 화학자나 연구원이 되는 것이 목표다.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하자 진로를 너무 일찍 좁히지 말라고 답했다.
“종합전형이라고 해서 하나의 전공만 바라볼 필요는 없어요. 저는 ‘환경’이라는 큰 관심사를 영어, 수학, 정보 등 다양한 교과와 연결하며 탐구를 이어왔어요. 처음부터 진로를 한정하기보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관심사를 넓혀가다 보면 자신만의 강점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거예요.”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1학년/
<국어> 푸드 마일리지를 학습할 때 채소를 섭취하는 쪽이 육류보다 지구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으나 지문을 통해 식품 운송 거리의 중요성을 인지하게 되어 푸드 마일리지의 증가 현상과 그 원인을 심화 탐구함 <통합사회> 국제 사회 협약 중 파리 협약 체결 과정과 리우 협약과 베를린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 총회를 조사하면서 기후 정책 수립과 실천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국제 협력과 연대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발표함 <통합과학> 친환경 에너지 제로 하우스 설계하기 수업에서 외단열공법을 적용한 집을 설계해 도면과 함께 제출함
/2학년/
<독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읽고 한국의 청계천 복원 사업과 네덜란드의 미스 강 프로젝트를 비교하면서 개발의 장단점을 통해 하천 복원의 이점을 설명함 <수학Ⅱ> 미적분으로 자동차 기업의 탄소 배출량 모델링하기를 주제로 발표함 <영어Ⅰ> 건물과 환경의 조화를 다룬 영어 지문을 소개한 후 지속 가능한 미래 건축물 기술에 대해 발표함
/3학년/
<화학Ⅱ> 산업 현장의 고농도 폐수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접한 뒤, 산화환원 반응이 실제 폐수 정화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의문을 갖고, 전기화학 단원에서 배운 개념을 확장해 탐구함. 전극 기반 전기화학적 폐수처리 기술을 조사하고 이 기술에서 생성되는 수산화라디칼이 오염 물질을 직접 분해해 높은 처리 효율을 가진다는 것을 분석함
/의미 있었던 선택 과목/
■ <화학Ⅰ·Ⅱ> 화학을 좋아해서 선택했는데 환경 문제를 과학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기를 수 있었다. 단순히 현상을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원인과 해결 방안을 화학 원리와 연결해 생각할 수 있었고, 두 과목을 공부하며 희망 전공을 결정했다.
■ <미적분> 미적분을 공부하면서 다른 과목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과학 시간에 새로운 개념을 배울 때마다 ‘이 현상은 어떤 함수로 표현할 수 있을까’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됐다. 로지스틱 함수나 도함수 등의 미적분 개념을 다른 교과와 연결할 수 있어서 의미 있었던 과목이다.
■ <환경> 교과서 중심이 아니라 학생이 직접 주제를 정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됐다, 광촉매를 활용한 수질 정화 장치를 제작해 변화를 분석하는 등 실제 관심사를 실험과 분석을 통해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어 뜻깊었다.
/나를 성장시킨 모교의 특색 활동 | 자율주간 진로탐구 활동/
“경화여고는 중간·기말고사 이후 약 2주 동안 자율주간 프로젝트를 진행해요. 학교에서 ‘지속 가능한 사회’와 같은 큰 주제를 제시하면 학생들은 이를 바탕으로 심화 탐구를 합니다. 저는 관심사가 비슷한 친구들과 ‘바이오케미컬 크루’라는 팀을 만들어 책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를 읽고 토론하는 활동을 했어요. 이어 모의 국제연합기구 당사국총회를 기획해 미래 사회를 위한 ‘2030 기후변화 10조약’도 만들어 학급에 게시했습니다. 정해진 틀 없이 처음부터 스스로 주제를 설정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의미 있었어요. 또 사회 문제를 주체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기를 수 있어서 뿌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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