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주원
한양대(ERICA) 디자인대학
(경기 발곡고)
어릴 때부터 그림을 좋아했던 주원씨는 고2 때 미대 입시에 뛰어들었지만, 아쉽게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대입에 다시 도전하며 주원씨가 바꾼 것은 연습량만이 아니었다. 당일 그린 그림의 장단점과 피드백을 기록하는 ‘그림일기’를 쓰고, 결과가 좋지 않았던 그림은 다시 구성하며 자신만의 오답노트를 만들었다. 슬럼프는 ‘보는 눈이 실력보다 먼저 성장한 증거’라고 생각하며 극복했다는 긍정의 아이콘, 주원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취재 김세희 리포터 say2sei@naeil.com
Q 디자인 전공의 실기전형에 두 번 도전했는데?
어릴 적부터 그림과 가까이 지냈어요. 고교 입학 후 진로 탐색 활동을 할 때는 특기로 늘 그림 그리기를 꼽았죠. 적성 검사에서도 디자인 관련 분야를 자주 추천받았어요. 좋아하는 그림과 관련이 깊은 디자인을 전공해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고2 때부터 미대 입시를 준비했습니다.
한데 첫 번째 대입에서는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어요. 돌이켜 보니 대학별 실기 유형과 기출문제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대비하지 못했죠. 1년 더 준비하면 원하는 결과를 낼 수 있겠다는 자신이 있었고, 한번 미대 입시를 시작한 이상 결실을 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어 재도전을 결심했습니다.
Q 실기 준비는 어떻게 했나?
두 번째 대입을 준비할 땐 무조건 그림을 많이 그리기보다, 부족한 부분을 정확하게 찾아 보완하려고 했어요. 형태 스케치가 부족하면 자료를 보며 반복해서 연습하는 식이었죠. 지원하려는 대학의 합격작이나 학원 우수작도 많이 봤어요. 어떤 색을 사용했는지, 묘사는 어느 정도까지 했는지를 분석했습니다.
가장 큰 도움이 된 것은 ‘그림일기’였어요. 초등학생들이 쓰는 그림일기는 아니고요. (웃음) 하루 동안 그린 그림을 붙여놓고 잘한 점과 부족한 점, 선생님께 받은 피드백을 적었습니다. 나중에 다시 보면 제가 어느 부분에서 반복해서 막히는지 알 수 있어서 다음 연습 방향을 잡는 데 유용했어요. 오답노트도 만들었어요. 연습 시험에서 결과가 좋지 않았던 그림은 원인을 분석한 뒤, 같은 주제로 다시 구성해봤어요. ‘이렇게 배치했으면 더 좋았겠다’라고 생각한 부분은 직접 고쳐 그리면서 기록했죠. 공부와 마찬가지로, 그림도 부족한 부분을 다시 들여다보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수험 생활 동안 슬럼프는 없었나?
물론 있었죠. 다만 저는 슬럼프가 ‘보는 눈은 높아졌지만 실력이 따라잡지 못했을 때’ 생긴다고 생각했어요. 예전에는 만족했을 그림이 지금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제 기준이 높아졌다는 뜻이잖아요. 그렇다면 실력이 그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 그리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은 더 연습하는 것밖에 없어요. 꾸준히 그리다 보면 눈높이와 실력이 맞춰지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그때 한 단계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았죠.
Q 한양대(ERICA) 디자인대학을 지원한 이유는?
전형 방식이 제 강점과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학교 성적이 높은 편이었는데, 한양대(ERICA) 디자인대학은 1단계에서 학생부 성적으로 일정 인원을 선발한 뒤 2단계에서 실기 성적을 반영하거든요. 실기 고사는 주제 목록을 사전에 공개한 뒤 그중 일부를 추첨해서 출제하는데요. 주제들을 미리 연습해볼 수 있다는 점도 자신감을 줬어요.
1년 동안 다양한 디자인 분야를 경험하며 자신에게 잘 맞는 전공을 탐색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어요. 실제로 저는 대학 입학 전엔 산업디자인과 주얼리·패션디자인에 관심이 있었는데, 다양한 수업과 학회 활동을 경험하면서 산업디자인 중에서도 제품 분야를 깊이 배우고 싶어졌어요. 3D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디자인한 제품을 3D 프린터를 활용해 판매 제품처럼 완성한 경험이 인상적이었거든요.
Q 실제 실기 고사에서 가장 유효했던 전략은?
한양대(ERICA) 기초디자인 실기는 5시간 동안 3절지 크기의 그림을 완성해야 해요. 저는 시험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꼼꼼하게 계획했어요. 처음 20분은 제시된 사물을 분석한 다음 마인드맵을 만들고, 아이디어 스케치를 하는 데 썼어요. 무턱대고 그리기보다는 사물의 형태적 특징과 기능, 두 사물 사이의 대비 요소를 먼저 고민하려 했죠. 본 스케치를 하는 시간은 1시간을 넘기지 않았어요. 이후 채색으로 입체감과 전체적인 양감을 잡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썼고, 이어지는 약 60분 동안에는 주제부를 세밀하게 묘사하고 외곽을 정리하는 등 그림의 밀도를 높였어요. 마지막 30분은 배경에 위치한 사물을 정리하고 강조해야 할 곳의 명암과 하이라이트를 다시 확인하며 그림을 마무리했죠.
실제 시험에서는 야구공과 병따개가 출제됐어요. 두 사물의 기능을 고려해 야구공의 움직임과 운동감, 병따개가 무언가를 들어 올려 뜯어내는 동작을 강조하고 싶었죠. 그래서 병따개가 야구공의 가죽과 실밥을 잡아당기면서 실밥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모습으로 주제부를 구성했습니다. 둥글고 입체감이 강한 야구공을 중심에 놓고, 시선이 주제부로 모이도록 명도의 대비를 강조했어요. 야구공 안쪽의 어두운 갈색과 병따개의 밝은색이 만나도록 표현해 주제부가 두드러지게 했죠. 실밥이 뜯기는 모습처럼 시선을 잡아끄는 부분에는 묘사를 추가했습니다.
Q 미술 실기전형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실기 시험을 대비할 땐 단순히 그림을 오래 그리는 것보다 내가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를 알고 그것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실기 실력을 높이는 것만큼 정신 건강 관리가 중요해요. 평소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도 시험장에서 마음이 무너지면 제 실력을 보여주기 어렵거든요. 시험장에서는 ‘나는 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도움이 될 거예요. 학교 공부든 실기 시험 대비든 결국 무던하게 노력하는 사람이 좋은 결과를 얻는 것 같아요. 자신만의 속도를 유지하면서 꾸준하고 성실하게 대비해 원하는 바를 이루길 바랍니다.
/TIP/
그림의 완성도를 높이는 시간 관리법
기초디자인 시험을 치를 땐 정확한 형태와 화면 구성을 먼저 점검하자. 채색과 세밀한 묘사는 그 다음이다. 평소 연습할 땐 자신에게 맞는 단계별 계획표를 만들고, 연습 시험이 끝날 때마다 어느 단계에서 시간이 초과됐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이 부족하다면 한 부분의 완성도에 집착하기보다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 전체 그림을 끝까지 완성하자. 마지막 20~30분에는 묘사를 계속 더하기보다 그림을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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