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아침에 거울을 보며 머리를 자를지 말지, 파마나 염색으로 분위기를 바꿔볼지 고민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미지 변신’을 결심하고 SNS에서 최신 유행을 검색하기 시작하면 어떤 머리가 내게 어울릴지 고민이 깊어진다. 이럴 때 마법처럼 고민을 해결해주고, 새로운 헤어스타일을 실현해주는 존재가 바로 헤어 디자이너다. 20년 동안 사람들의 변신을 도와온 정은 대표원장을 만났다.
취재 송지연 기자 nano37@naeil.com
사진 배지은
정은 대표원장은 홍익대 대학원에서 색채전공 석사 과정을 이수했으며, 현재는 꼼나나 대표원장과 서경대 헤어디자인학과 교수를 맡고 있다. 가수 겸 뮤지컬 배우 아이비와 모델 송해나의 헤어를 담당한다.
Q 지금 하는 일을 소개해주세요.
청담동에 위치한 헤어 메이크업 숍, ‘꼼나나’의 대표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헤어 파트를 담당하며 일반 고객은 물론 연예인, 신부를 대상으로 한 스타일링까지 진행해요. 잡지·광고 촬영이나 패션·헤어쇼에 참여하고, 최신 미용 기술과 유행을 공유하는 세미나를 열기도 하죠. 원장으로서 숍 운영 업무를 처리하고요.
Q 다양한 스타일링을 담당하시는데, 가장 자신 있는 작업은 무엇인가요?
제 주특기는 염색이에요. 고객이 원하는 색을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고객에게 가장 어울릴 스타일을 찾아내는 게 제 역할이죠. 머리 색을 바꾸고 싶어도 남의 시선이 신경 쓰여서, 잘 어울릴지 확신하지 못해서 섣불리 결정하지 못할 때가 많잖아요. 그럴 때 고객의 피부색과 평소의 분위기를 고려해 추천하곤 해요. 자연스러운 색에 하이라이트 기법으로 포인트를 살려 일상 속에서 특별한 스타일을 시도할 수 있게 하죠. 고객이 그 결과물을 보며 기뻐하면 헤어 디자이너가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을 아름답게 만든다는 자부심은 이 일을 하는 원동력입니다.
Q 매장에서 진행하는 스타일링과 잡지·광고 촬영, 패션쇼는 어떤 점이 다른가요?
일반적인 헤어스타일링은 커트, 파마, 염색 등 시술 중심이에요. 잡지·광고 촬영이나 패션쇼는 디자인의 비중이 더 커져요. 쇼는 전반적인 콘셉트와 그날 선보일 의상을 보고 직접 헤어스타일을 구상해요. 광고의 경우 업체에서 준 시안을 보고 새로운 디자인을 찾아 제안하기도 하고요. 창의력이 많이 필요하지만, 그만큼 평소와 다른 시도를 해볼 수 있어요. 패션쇼 모델들과 작업했을 땐 꿈꾸던 색상을 모두 구현해볼 수 있어 즐겁더라고요. (웃음)
Q 어떤 사람에게 헤어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잘 맞을까요?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꾸며주는 걸 즐거워하는 사람에게 잘 맞을 거예요. 타인에게 관심이 많고 눈썰미가 좋아서 상대에게 무엇이 잘 어울릴지 금방 생각해내는 능력이 필요하고요. 손재주가 있으면 좋겠지만, 결과물이 뜻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일찍부터 포기하진 않길 바라요. 저는 오히려 취업 후에 손재주가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전보다 열심히 연습했더니, 어느새 다른 사람들의 눈에 손기술이 좋은 사람으로 비치더라고요.
Q 헤어 디자이너가 되려면 고등학교나 대학에서 관련 전공을 이수해야 하나요?
미용 관련 학과로 진학하는 건 나름의 장점이 있어요. 머리 감기기와 자르기, 염색약 바르기 등 기본 기술을 배울 수 있고, 졸업시 미용실을 창업할 수 있는 면허증이 발급되죠. 하지만 관련 전공을 해야만 헤어 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학원에 다니거나 혼자 공부한 후 미용사 자격증을 따면 일을 시작할 수 있어요. 둘 중 어떤 길을 선택하든, 헤어 디자이너로서 성장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취업 후에 쌓는 경험이에요. 기본 기술을 아는 것과 실제로 적용하고 고객을 만족시키는 건 큰 차이가 있거든요.
다만 아예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빨리 취업하는 건 신중하게 생각하길 권해요. 대학 생활에서 얻는 경험은 고객을 비롯해 다양한 사람과 소통하는 데 도움이 돼요. 어느 정도 전문성을 기른 다음 강연이나 세미나를 진행할 단계가 되면 이론 지식이 필요하죠. 실제로 취업 후 경력을 쌓다가 학점은행제로 학위를 받는 사람이 많아요. 저는 특기인 염색과 관련된 이론을 배우고 싶어서 홍익대 대학원에서 색채전공 석사 과정을 수료했어요.
Q 헤어 디자이너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요?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일을 이어갈 수 있는 끈기예요. 헤어 디자이너는 취업 직후 기본 기술을 배우는 기간이 길어요. 기본적으로 2~3년이 걸리고, 꼼나나를 비롯한 청담동의 미용실은 연예인·신부·잡지·광고 헤어스타일링을 폭넓게 다루다 보니 4~5년의 교육 기간을 둬요. 노동 강도도 센 편이에요. 연예인의 일정이나 결혼 준비 일정에 맞추다 보니 새벽에 출근하는 날이 잦고, 패션쇼나 광고 촬영은 다음 날 새벽까지 작업이 이어지기도 하죠. 그러다 보니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이 정말 많은데, 이 과정을 지나고 나면 헤어 디자이너로서 훨씬 더 넓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어요.
Q 헤어 디자이너로서 전문성을 높이려면 어떤 경험을 쌓아야 할까요?
요즘은 외부 교육 프로그램이 잘돼 있으니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좋아요. 주로 로레알, 밀본 등 미용 제품 회사에서 교육을 제공합니다. 교육비를 내면 자신의 대표 기술을 가르쳐주는 전문가도 많고요. 디자인 감각을 키우고 싶다면 인스타그램이나 이미지를 스크랩하고 공유하는 핀터레스트(Pinterest)를 활용해보세요. 과거엔 잡지가 유행을 모았다면 최근엔 SNS가 그 역할을 하고 있어요. 유명 디자이너의 쇼에 참석해 스타일링을 분석해봐도 좋죠. 저는 염색을 주로 하다 보니 미술관에서 영감을 얻는 경우가 많아요.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나면 색채 표현이 더 풍부해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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