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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4호

2026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03 | 길한겸 디지스트 입학 예정(강원 양구고)

실패를 연료 삼아 우주로 날아오를 거예요

한겸씨는 초등학생 때 미국 케네디 우주 센터에서 만난 우주왕복선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전시장을 가로지른 거대한 기체를 보며 ‘언젠가는 나도 저걸 만들고 싶다’라고 생각했다. 엔진과 수소 연료에 눈빛이 반짝였던 중학생은 로켓 설계에 꽂힌 고등학생이 됐다. 수학·과학 지식을 활용해 항공우주공학을 파고들고, 3년 내내 실험을 거듭하며 직접 로켓 발사체를 설계했다. 그럴 시간에 공부를 더 하라는 따가운 시선도 있었지만, 한겸씨의 도전은 로켓을 하늘로 쏘아 올릴 때까지 그칠 줄 몰랐다. 언젠가는 진짜 우주에 가닿을 한겸씨의 ‘열정 스토리’를 들었다.

취재 송지연 기자 nano37@naeil.com
사진 배지은



길한겸 | 디지스트 입학 예정(강원 양구고)



공동 교육과정으로 경험의 폭 넓혀

항공우주공학을 공부하고 싶었던 한겸씨는 수학·과학 과목을 집중적으로 이수하는 한편, 공동 교육과정을 활용해 <과학과제연구> <생명과학실험> <프로그래밍> 같은 다양한 과목에 도전했다. 소규모 학교의 한계를 극복하고 원하는 만큼 실험·연구 활동을 경험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과학과제연구> 시간에는 고체 로켓의 시멘트 노즐을 설계하면서 로켓공학에 대한 지식을 한 단계 높일 수 있었다.

“로켓이 제대로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는 노즐의 적정한 목 면적과 출구 면적을 찾아야 해요. 보통 시뮬레이션으로 값을 구하지만, 저는 그 기반이 되는 공식을 공부해 직접 값을 계산했어요. 이후 계산한 값과 시뮬레이션이 내놓은 값을 비교하며 차이가 발생한 이유를 밝혀나갔죠. 비록 직접 필요한 값을 도출해내진 못했지만, 노즐을 설계할 때 고려해야 하는 여러 변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어요. 이 경험이 훗날 더 나은 노즐을 개발할 때 탄탄한 기반이 되어줄 거라고 생각해요.”

항공우주 기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보이는 <생명과학Ⅰ>과 <생명과학실험> 수업도 우주 공간의 새로운 가능성을 그리는 계기가 됐다. <생명과학Ⅰ> 시간엔 중력이 세포 내 미세 소관의 배열, 세포질 분열과 신호 전달 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생명과학실험> 수업에선 미세 중력 상태에서의 식물 생장 변화를 학습했다.

“고2 때 참석한 항공우주 분야 콘퍼런스에서 우주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경제 활동에 대해 알게 됐어요. 특히 우주가 인공 장기, 신약을 개발하는 연구실로 활용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죠. <생명과학Ⅰ> 시간에 인공 인슐린 제작 방법을 공부해 보니, 지구와 달리 중력이 약한 우주에서는 더 안정적인 단백질 결정체를 얻을 수 있더라고요. 이때부터 우주는 단순한 미지의 공간이 아니라, 미래 인류가 생활과 경제 활동을 이어갈 무대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누구나 쉽게, 안전하게,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로켓을 만들어 우주를 인류의 ‘제2의 생활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목표가 뚜렷해졌죠.”


로켓 발사 프로젝트, 실패해도 좌절은 NO

직접 로켓을 쏘아 올리겠다는 꿈은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한겸씨는 로켓 제작에 고교 3년을 전부 쏟아부었다. 고1 때 간단한 고체 연료 엔진과 동체를 설계한 경험을 바탕으로, 고2 때는 직접 과학 탐구 동아리를 만들어 본격적인 엔진 개발에 착수했다. 연료의 최적 혼합비를 찾기 위해 실험을 거듭하다 보니 어느덧 고3이 됐다. 대입 준비로 바쁠 시기였지만, 오히려 타 학교와 연합해 캔위성 및 로켓 발사체 개발 프로젝트 ‘아리온’을 진행했다.

“로켓 개발 과정에는 다양한 어려움이 따랐어요. 우선 처리해야 할 행정 절차가 많았죠. 로켓을 쏘아 올릴 공터를 찾아 시청에 허가를 받고, 로켓을 높은 고도로 발사하기 위해 직접 국토교통부에 임시 공역 설정을 신청해야 했어요. 제작 비용을 마련하는 것도 문제였어요.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PVC와 시멘트로 고체 엔진을 만들고 지관으로 동체를 제작했는데도, 필요한 돈이 제법 되더라고요. 3학년 땐 후원 펀딩을 열고, 사람들의 흥미를 끌 만한 캔위성을 함께 발사하기로 프로젝트 동료들과 의견을 모았죠. 다행히 목표 금액을 달성해 실제 발사까지 진행할 수 있었어요.”

실험 과정 역시 만만치 않았다. 엔진의 안정성을 검증하고 사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데만 각각 4~5번의 시도가 필요했다. 그야말로 ‘칠전팔기’의 과정이었지만 한겸씨는 일곱 번의 실패 역시 소중하다고 말한다.

“3년 동안 계속 로켓 만들기에 도전할 수 있었던 건 그 과정이 재미있어서였어요. 실패한 당일에는 속상해도, 다음날이면 어제의 실패에서 배울 수 있어 즐겁더라고요. 또 실제 연구 현장에서도 실험과 실패를 반복할 거라는 점에서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했어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후배들이 로켓 연구를 이어가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새로운 목표도 생겼어요. 로켓 설계를 위한 실험이 꽤 위험하더라고요. 고체 연료를 만들 땐 실험실에 불을 낼 뻔하기도 했죠. <사회문제탐구> 시간에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모델 로켓 제작 관련 라이선스를 도입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작성했어요. 앞으로는 안전하고 간단한 교육용 모델 로켓 제작 키트를 제작하는 데 도전해보고 싶어요.”


입시보다 중요했던 ‘꿈’

한겸씨는 대학에서도 로켓 연구를 이어가고자 인하대·충남대 항공우주공학과, 입학 후 항공우주공학과를 선택할 수 있는 전북대 공학계열2 등에 지원했다. 과학 연구에 특화된 카이스트 지스트 디지스트에도 도전한 결과, 디지스트에 최종 합격했다.

“사실 과학기술원에 지원한다고 밝혔을 때 반대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어요. 주변에 합격한 사례가 없었거든요. 하지만 과학기술원은 자기소개서를 제출할 수도 있어, 그동안의 프로젝트를 상세히 설명하면 경쟁력이 있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대학에 합격한 지금은 또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어요. 디지스트에 새 로켓 연구 동아리를 만든 다음, 지금껏 제작한 고체 연료 로켓을 발전시켜 미국의 세계 로켓 대회에 출전해보고 싶어요. 고교 시절 경험하지 못한 액체 연료 엔진에도 관심이 가고요. 뭘 할지 벌써 기대돼요.”

후배들에게는 대입을 의식하기보다는 자신의 흥미를 발전시키는 데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과학기술원은 한 가지 분야를 꾸준히 연구해온 사람에게 좀 더 기회가 열려 있다고 생각해요. 대입을 노리고 급조한 활동보다는 자신의 관심사를 깊게 파고든 경험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설령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하더라도, 연구를 이어온 끈기는 나만의 무기로 남아 어느 자리에서나 빛을 낼 거예요. 그러니 계속 자신을 믿고 나아가길 바랍니다.”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1학년/

<수학> 만유인력과 원심력 공식을 소개하고 이를 토대로 인공위성의 속도를 구하는 공식을 도출해냄 <통합사회> 로켓을 발사하는 과정에서 환경오염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고, 환경 오염의 발생 원인과 그 대안을 소개함 <통합과학>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느끼는 무중력이 진짜 무중력인지, 우주 유영은 다른 천체에 대한 자유 낙하는 아닌지 의문을 가지고 조사함

/2학년/

<수학Ⅰ> 추력편향과 관련된 논문을 읽은 뒤 모델 로켓에 추력편향 장치를 장착한다면 동체 옆 날개 없이도 안정적인 비행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고, 삼각함수를 활용해 동체의 기운 정도, 틀어진 정도를 구하는 방법을 조사해 발표함 <지구과학Ⅰ> 외부 은하 스펙트럼의 흡수선 파장 변화량을 측정해 후퇴 속도를 구하고, 거리가 다른 은하들의 사진과 스펙트럼 자료를 분석해 거리와 후퇴 속도 사이의 관계를 그래프로 작성함

/3학년/

<수학과제탐구> OpenRocket으로 설계·시뮬레이션한 결과를 실제 발사 데이터와 비교하고, 공기저항 차이와 낙하산 조기 전개로 인해 결과가 달라진다고 분석함 <지구과학Ⅱ> 적도에서의 로켓 발사가 더 효율적이라는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지구 탈출 속도에 도달하기 위한 위도별 필요 추진제를 로켓 방정식과 비추력 공식 등을 이용해 계산하고 발표함


1의미 있었던 선택 과목1

▒ <프로그래밍>_ 공동 교육과정으로 수강한 과목이다. 아두이노와 초음파 센서를 활용해 로켓 자동 점화 시스템을 만든 경험은 이후 프로젝트에서 꾸준히 도움이 됐다.

▒ <물리학Ⅰ·Ⅱ> <지구과학Ⅰ·Ⅱ> <화학Ⅰ·Ⅱ> <생명과학Ⅰ>_ 항공우주공학의 기반이 되는 과학 과목은 적극적으로 이수했다. 항공우주 기술과 반도체, 바이오 등 다른 첨단 분야를 연결 지으며 시야를 넓혔다.

▒ <기하>_ 공학을 공부하는 데 필요한 수학 과목이다. 특히 중력 벡터와 라그랑주점을 구하는 과정에 관심을 가지면서, 항공우주공학 속 벡터의 역할을 인식하게 됐다.


/나를 성장시킨 모교의 특색 활동 | 학술제/

“양구고에서 열린 학술제에 적극 참여했어요. 고2 땐 자이로스코프를 활용한 로켓 동체의 기울기 측정 방식과 활용 분야를 정리했어요. 고3 땐 아리온 프로젝트에서 제작한 캔위성 사출 발사체를 소개했죠. 발사체의 비행 성능 테스트를 녹화해 시각 자료로 제시하고, 각 테스트가 실패한 원인을 분석해 공유했어요. 학술제를 준비하면서 그간 학습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었어요. 연구 내용을 심사위원과 대중 앞에서 발표한 경험은 대입 면접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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