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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6호

2025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29 | 최영은 순천향대 의예과 (충남 온양여고)

비효율적인 문어발 활동? 확고한 꿈 향한 열정 로드!

미래를 고민하면서 아이들에게 자신이 받은 것을 돌려주는 어른이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부모님과 선생님, 주변 어른들에게 수많은 도움과 응원을 받은 기억 때문이었다. 과학 교과가 제일 재밌었기에 이과 계열에서 할 만한 일을 찾았다. 늘 곁을 지켜준 선생님을 떠올리다, 등교조차 못하는 아픈 아이들에게 선생님 같은 존재가 더 필요하겠다 싶어 의사에 흥미가 생겼다. 그러다 치료약을 개발하는 제약 연구원, 신체 기능을 대신할 기기·시스템을 만드는 엔지니어, 질병과 사회의 상관관계를 파헤치는 사회역학자 등도 아프고 소외된 아이들을 돕는 일을 함을 알게 됐다. 시야가 넓어지면서 학교에서 배우고 활동하는 모든 일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기록되지 않는 일에도 열정과 진심을 다한 결과, 대입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었다. 최영은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취재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사진 배지은



최영은 | 순천향대 의예과 (충남 온양여고)




과목 간 경계 허문 꼬꼬무 탐구

영은씨는 과학중점학교인 온양여고에서 과학Ⅰ·Ⅱ 8과목과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등 주요 수학 과목은 물론 <생명과학실험> <화학실험>까지 이수했다. 어릴 때부터 과학을 좋아했기에 다양한 과학 수업은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고교 과학은 개념도 많고, 진도도 빨라요. 다행히 질문하고 관찰하는 제 공부법이 도움이 됐어요. <생명과학Ⅰ>에서 근육의 구조·원리를 그냥 암기하기보다, 근육의 구조와 특징을 통해 다핵성세포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근육을 다치면 회복이 느린 이유 등 관련 사례도 찾아 탐구 주제로 연결했어요. 그러다 과목과 과목 사이 연결고리가 보였죠. 근육과 <물리학Ⅰ>의 역학을 결합해 근수축의 역학적 특성을 조사하면서, 까다로운 물리를 생명과학 개념으로 한결 쉽게 익혔어요. 화학은 물리나 생명과학을 배우면서 의문이 들었던 부분을 채워줘 퍼즐처럼 맞춰가는 재미가 있었고요.”

<철학>의 공리주의는 과학·의학을 보는 시각을 바꿨다. 이전의 독서 토론 활동에선 외계어의 나열 같던 <이방인>이 <철학> 수업 이후 거짓말처럼 이해됐다. 고3 여름 <시지프 신화> <페스트>까지 찾아보며 카뮈의 ‘실존주의’를 파고들다 고교 생활과 미래에 대한 성찰을 담은 11장짜리 보고서를 쓰기도 했다.

탐구 활동 역시 교과를 넘나들었다. <정보>에서 접한 공공 데이터, <생명과학Ⅰ>의 인체 방어 작용에서 알게 된 알레르기 질환의 발생 원리, <지구과학>의 기후, <물리학Ⅰ>의 엔트로피 개념을 접목해 소아청소년의 꽃가루 알레르기 증가 추이와 기후변화의 관계를 살펴본 것이 대표적이다.


실패하는 ‘과정의 힘’ 체감한 과학 실험

수업 시간에 미처 해결하지 못한 궁금증은 동아리 활동과 자율 시간을 활용해 해결했다. 특히 단순한 자료 조사나 사고 실험을 넘어 실제로 실험을 설계·실행하면서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을 이해하게 됐다고.

“고1, 2 때 생명과학 동아리에서 한 경구수액 실험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고1 <통합과학>에서 삼투 현상을 활용한 의약품 사례로 경구수액을 조사하면서 물과 이온음료, 경구수액의 수분 흡수 효과가 얼마나 차이 날지 궁금했었는데, 동아리에서 실험 주제로 선정됐어요. 실험군의 섭취 전후에 혈액을 채취, 혈구 수를 일일이 세어 비교·분석했죠. 간단해 보이지만 매번 부원이 모여 동일한 환경·시간에 같은 용량의 음료를 마시는 것도, 일일이 수천 개의 혈구를 세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실험을 처음부터 새로 해야할 때나 결과 값이 예측과 다를 때 곤혹스러웠고요. 어렵게 얻은 결과는 평범했어요. 하지만 최대한 변인을 통제하고, 실험 기기를 직접 써보며 경험을 쌓고, 필요한 기구가 없을 때 아이디어를 내 돌파구를 찾는 게 평범한 고등학생이 과학 실험에서 배워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계속 도전했어요. 탐구 활동은 결국 배우고 성장하는 게 목표이니, 멋진 주제·결과보다 과정에서의 충실함에 집중하면 힘도 덜 들고 대입에도 더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성적보다 ‘낭만 우선’한 학생회 활동

한데 영은씨는 고2 때 성적이 다소 하락했다. 전교 학생회장으로 1년간 수행한 사업이 60개 가까이 되어 공부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후회는 없다. 수업 시간에 더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었고, 학교 공동체에 다양한 추억거리를 남길 수 있어 기뻤다.

“각 부서장과 위원이 자신의 관심사에 맞는 프로젝트를 기획·수행하도록 실권을 주고, 회장과 간부는 이를 확인·지원하는 데 집중했더니 사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어요. 여고는 성적 경쟁이 심한 편이라 평상시에도 긴장도가 높은데, 모든 학생회원이 주도적으로 활동하고 ‘인문학 토론’ 같은 대형 프로젝트는 물론 야영, 시험 기간 간식 이벤트, 플리마켓 같은 소소한 행사도 늘면서 학교 전반에 활기찬 분위기가 조성됐어요. 무대 뒤에서 즐거워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니 ‘이런(아이들을 돕고 즐겁게 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겠다’ 싶더라고요. 친구들마저 적당히 하라고 말렸지만, 고교 생활의 ‘낭만’을 한껏 누렸기에 후회는 없어요. (웃음) 그런 면에서 후배들이 시험에서 미끄러지거나, 수행평가나 과제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 일희일비하지 않길 바라요. 몇 번의 실수로 결과가 크게 바뀌진 않더라고요.”


꿈≠전공·직업, 기록되지 않아도 도전하길

종합전형을 염두에 둔 수험생은 특정 학과에 지원을 집중하는 편이다. 진로 역량이나 전공 적합성의 비중이 크다 보니 소수 전공으로 목표를 좁히는 것이 학교생활이나 대입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한데 최영은씨는 의예과는 물론 과학교육과, 과학기술원에도 합격했다. 그 이유에 대해 영은씨는 자신의 꿈을 지목했다.

“종합전형은 특정 학과·직업에 집중해야 진로 역량을 높게 평가받는다는 인식이 있는데, 저는 조금 생각이 달라요. 고1 <국어> 수업에서 <아픔이 길이 된다면>을 읽으면서 사회적 요인이 개인의 질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내용을 접하고, 소아·청소년 질환을 의학을 넘어 다른 방면에서 접근·해결할 방법이 있음을 깨달았어요. 꿈은 특정 직업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이루고 싶은 목표이고, 어떤 일을 하든 다다를 수 있으니까요. 수학 과학 수업을 충실히 이수하면 자연 계열에서도 다양한 전공에 도전할 수 있고, 면접에서 제 생각과 목표를 설명할 기회가 있잖아요? 그 기회가 가장 많은 종합전형을 주력 전형으로 결정하고, 고교 3년간 과학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아이들을 돌봐주는 사람이 될 수 있는 전공에 도전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활동했어요. 의예과가 1순위였지만 다양한 전공에 지원한 이유예요. 합격도 했으니, 대학도 저를 이해했다고 생각해요.”

대학생이 된 영은씨는 앞으로 특정 직업군이나 집단에서 나타나는 질병·질환을 연구하고 돌보고 싶지만, 다른 길을 걷더라도 약자의 곁에 함께할 거라 자신한다.

“후배들에게 종합전형에서 제일 중요한 건 진심이라고 전하고 싶어요. 내가 궁금한 걸 일상이나 수업에서 찾아 탐구하면 자연스럽게 기록이 될 텐데, 기록을 위해서 주제를 찾고 과정을 포장하는 것처럼 선후관계가 뒤바뀐 경우가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또 의약학 계열을 지망한다면 수학 과학 외에 사회 문제나 인간 심리, 사상 등 인문학에도 관심을 가지길 바라요. 결국 사람을 상대하는 학문인 만큼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와 성찰이 필요하니까요.”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1학년/

<수학> 베이스 기타에서 코드의 규칙을 찾아 함수를 만들어보고 성질을 탐구 <통합사회> 비장애인 중심 코로나 대응으로 인한 장애인의 안전권 침해 사례를 조사하고 대안을 제시 <통합과학> 무역풍, 극동풍과는 달리 편서풍만 반대 방향이라는 사실에 의문을 갖고 탐구


/2학년/

<문학> 기형도의 <위험한 가계>를 읽고 프로이트의 성격 구조 이론을 바탕으로 작품 속 등장인물을 분석 <물리학Ⅰ> 아두이노 센서를 활용한 탁도 측정을 통한 세균(뮤탄스 균) 생장 정도 확인을 주제로 탐구를 설계 <화학Ⅰ> 뮤탄스 균에 대한 실험 결과를 화학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과산화수소의 살균 효과를 탐구 <생명과학Ⅰ> 알레르기와 가족 내 스트레스의 관계를 탐구해 발표 <정보> 디지털 건강 서비스는 심리적 부담감이 적어 이용이 수월할 것이란 생각에 ‘청소년 정신건강관리 챗봇 알고리즘’을 순서도로 표현


/3학년/

<미적분> 책을 통해 알게 된 매클로린 급수를 활용해 2학년 수학 탐구 시간에 해결하지 못한 오일러 공식을 증명 <확률과 통계> <인생에도 수학처럼 답이 있다면>을 읽고 솔직한 응답이 꺼려지는 설문에 활용될 수 있음에 흥미가 생겨 ‘응답의 무작위화와 확률’을 주제로 탐구 보고서 발표 <물리학Ⅱ> ‘무중력일 때 질량을 재는 방법과 무중력에서의 신체 변화’를 탐구



/의미 있었던 선택 과목/

▒ <생명과학Ⅰ·Ⅱ> <화학Ⅰ·Ⅱ> <물리학Ⅰ·Ⅱ> <지구과학Ⅰ·Ⅱ>_ 과학 8과목을 함께 배우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배울수록 네 영역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지망 전공과 가장 거리가 멀다고 여겼던 지구과학조차 기후변화나 대기·해양·지질·우주의 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 <심리학> <철학>_ 단순히 흥미로 선택했는데, 수업을 들은 후 수학이나 과학을 이해·활용하는 깊이가 달라져 인문학적 소양이 왜 중요한지 깨닫게 해준 과목이다. 교양 과목은 성적 부담이 크지 않으니, 자신의 성향과 다른 계열의 과목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 <확률과 통계> <정보> <인공지능기초>_ 의료·보건 분야에서 중요한 데이터의 원리, 빅데이터의 활용과 분석 등을 배우고 실행해볼 수 있어 의미 있었다.


/주요 창의적 체험 활동/

▒ 진로 활동(1학년)_ 진로코칭 활동에서 <교실 밖에서 듣는 바이오메디컬 공학>을 읽고 전자 의수·의족의 핵심 기술인 ‘근전 인터페이스’를 조사·발표 후 활동 전위 발생 원리와 BMI 기술을 추가 탐구

▒ 동아리 활동(1, 2학년)_ 1학년 땐 미생물 배양 배지 제작과 그람염색을 통한 세균 분류 실험 을 제안하고 세균 배양 실험을 추가 진행, 2학년 땐 동아리 기장으로 학년간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탐구 중심 동아리를 운영

▒ 자율 활동(3학년)_ 총학생회장으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며 리더십을 보이고 성숙한 학생 자치 문화를 견인, 타 학교에 제안해 고교연합 키링기부사업을 진행, 수익금을 지역 소아응급센터 운영 병원과 NGO에 기부해 지방 소아의료와 아동권리 인식을 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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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 고등 (2025년 09월 03일 11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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