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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8호

2025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1 | 권경민 고려대 자유전공학부 입학 예정 (서울 청원고)

생명과학·<정치와 법>에 꽂힌 ‘생태계 교란종’의 선택, 자유전공

친구들은 권경민씨를 ‘생태계 교란종’이라 불렀다. 자연 계열을 지망해 고2 때 과탐 Ⅰ과목을 세 개나 이수하면서 2학기에 <정치와 법> 수업을 듣고, 고3 선택 과목을 전면 수정하고서도 <생명과학Ⅱ>는 그대로 공부하면서 얻은 별명이다. 자신의 흥미를 우선한 결과였다.
이런 행보는 때마침 확대된 무전공(자율전공 선택제)에 지원하며 빛을 발했다.

취재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사진 배지은



권경민 | 고려대 자유전공학부 입학 예정 (서울 청원고)




자연 계열 지망생, <정치와 법> 택한 이유는?

고2 2학기 <정치와 법> 수업, 경민씨가 교실에 들어서자 주변이 술렁였다. <물리학Ⅰ> <생명과학Ⅰ> <화학Ⅰ> <기하>를 듣는, 자연 계열 지망생의 등장에 의아함을 표했다. 기말고사를 치른 후 의아함은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1등급을 받은 두 명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친구들은 경민씨에게 ‘생태계 교란종’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하지만 경민씨에겐 ‘의외의 선택’이 아니었다. 중3까지 법조인을 꿈꿨다가, 고1 때 <통합과학>이 흥미로워 수학 과학 위주로 2학년 과목을 선택했기 때문. 그러다 보니 사회 과목 선택권이 줄어 가장 관심이 많았던 <정치와 법>을 들었다고.

“법 때문에 선택한 수업이었는데 정치까지 재밌게 배웠어요. 딱딱하고 어렵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법과 정치 모두 현실과 맞닿아 있어요. 학급자치나 동아리 운영 같은 일상생활은 물론, 뉴스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사건사고와 밀접하죠. 선생님께서도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실사례를 분석·응용해볼 기회를 많이 주셨어요. 피의 사실이 공표되고 사생활이 파헤쳐진 연예인이 결국 죽음을 택한 사건에 대해 무죄 추정의 원칙과 형사 절차의 인권 문제를 고민해본 활동이 대표적입니다. 수업이 거듭될수록 계속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상생활 바꾸는 정치·법의 힘 체감

<정치와 법>에서 배운 것은 교실을 넘어 경민씨의 학교생활 곳곳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학생자치 활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하게 됐다. 학생선거관리위원회가 전임 학생회 임원으로 구성된 것이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점, 회장과 부회장을 팀으로 선출하는 러닝메이트 제도의 경우 유권자의 의사를 온전히 반영하는 투표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문제점을 발견해 개선을 요구했고 교칙을 수정했다. 또 1143번 버스 운영 확대 캠페인을 벌이고, 관공서에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모교는 재단이 같은 3개 학교와 함께 있어요. 학생 수만 3천500명에 달하는데 학교에서 번화가로 가는 버스가 한 대뿐이고, 배차 간격도 20분이 넘어 불편했죠. 4개 학교 학생회·학생들이 힘을 합쳐 서명을 받아 제출했는데, 다행히 배차 간격이 13분으로 줄었어요. 수업에서 배운 이스턴의 정치 이론, 즉 정치 주체의 요구가 정책 결정 기구에 전달되고, 정책에 반영되는 산출이 이뤄진 거죠. 최근 과학기술이 워낙 부상하다 보니 사회 과목을 고리타분하다고 느끼는 이들도 많아요. 하지만 현실에서 잘 활용하면 버스 배차부터 국가 교육 정책까지 실생활을 크고 작게 바꾸는 데 큰 영향을 미쳐요. 특히 <정치와 법> 수업을 들으니 주변 문제가 더 잘 눈에 띄더라고요. 인생의 전환점이 되겠다 싶었죠.”


<생명과학Ⅱ> 배우며 과학+사회 융합 시도

사회는 물론 국어 영어 과목을 좋아하고, 사회 구조에 대한 관심이 많으며, 문학부터 철학서까지 즐겼던 독서 성향을 조합해보니 이대로 괜찮을지 고민이 커졌다. 선생님들과 여러 번 상담하면서 마음을 굳혔다. 결국 고2 겨울방학 때 고3 이수 과목을 전면 수정했다. 이 때 <생명과학Ⅱ> 선택은 유지했다.

“생명과학에 흥미가 워낙 컸고, 진로선택 과목이라 성적 부담이 적었어요. 2학년 때 배운 과목 과목을 모두 놓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있었죠. 언어·사회 교과에 더 흥미가 있지만 과학 역시 재밌었거든요. 특히 생명과학은 생명체를 탐구한다는 점이 인간과 사회의 내면을 깊이 파고드는 것과 연관성이 크다고 생각했어요. 실제 수업에서 사이안화 포타슘이 진통제에 투입되어 발생한 사망 사건을 조사하며, 생명과학적 내용뿐 아니라 기업의 신속한 대처에 주목해 탐구한 적이 있어요. 과학적 사건에서도 사회 시스템의 중요성을 발견해 의미 있었고, 주변에서도 호평을 받았죠.

<정치와 법>과 생명과학에 대한 관심은 창·체 활동에도 반영됐다. 고3 진로 활동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 논란을 탐구하며, 자연법과 실정법을 변증법적으로 분석해 안티고네 처벌의 의미를 돌아보고, 양심적 병역 거부자의 대체 복무를 인력 부족 산업에 투입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동아리 활동에서도 생명과학적 지식과 법률 문제를 융합 탐구하는 활동을 장기간 진행했다.

“교문 앞에 카페가 즐비한데, 교내 편의점엔 카페인 음료가 없어 의문이 들었어요. ‘어린이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의 규제 때문임을 알고 나니, 정말 카페인이 청소년의 심장에 영향을 주는지 궁금해졌어요. 물벼룩을 이용해 카페인의 영향을 관찰하고, <사회·문화>에서 익힌 설문지법으로 10대의 카페인 음료에 대한 인식을 설문 조사해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했죠. 선생님과 소통하며 도움도 받았고요. 약 6개월에 걸쳐 진행한 프로젝트로 서울과학전람회 예선대회에서 상을 받아 성취감이 컸어요.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호기심이 쌓이는데, 교과 수업과 창·체 활동을 연계하면 장기간 심화 탐구가 가능해요. 후배들이 탐구 활동을 할 때 참고하길 바라요.”


나를 위한 ‘자유전공’, 탐색 준비 끝!

2025학년 대입은 무전공이 전격 확대됐다. 경민씨에겐 좋은 기회였다. 무전공으로 고려대 자유전공학부와 한양대 인터칼리지학부에 지원했고, 서울대 사회학과, 성균관대 글로벌리더학부·사회과학계열, 경희대 사회학과에도 원서를 냈다. 이 중 서울대 사회학과와 면접을 치르지 않은 경희대 외에는 모두 합격했다.

“고려대 자유전공학부는 법대가 전신이고, 법학, 행정학, 경제학 등을 융합적으로 다루는 ‘공공거버넌스와 리더십 융합전공’이 필수라는 점에서 1순위로 희망했는데 합격해서 기뻐요. 후배들은 학생부에 자신이 있다면 도전해보길 추천해요.”
지금은 법에 관심이 많아 로스쿨 진학을 목표로 삼았지만, 다양한 분야에 대한 흥미도 계속 키워갈 예정이다. 생명과학 등 과학에 대한 흥미도 여전해 관련 교양 수업이나 기초 수업도 이수해보고 싶다고.

“후배들에게 자기 주도성을 잃어버리지 말라고 강조하고 싶어요. 분위기에 휩쓸려 과목을 선택하거나, 각종 탐구 활동에 남의 아이디어를 반영하면 힘만 들지 의미 있는 결과를 얻기 어려워요. 흥미가 있고 하고 싶은 걸 하세요. 그 과정에서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고, 경로를 수정하더라도 그 이유가 자연스럽게 드러나 ‘나’를 더 잘 보여줄 수 있을 거예요.”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선택 과목




/의미 있었던 선택 과목/

▒ <정치와 법> 법과 정치에 대한 흥미를 키발전시켜 진로 변경까지 이끌어준 유의미한 과목이다.

▒ <생명과학Ⅰ·Ⅱ> <물리학Ⅰ> <화학Ⅰ> 과학에 대한 흥미로 선택했다. 물리는 과학 현상의 원리를 규명한다는 점이, 생명과학·화학은 함께 배우면 생명 현상을 깊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사회 교과와 융합되는 부분도 많아 대학에서 더 공부해보고 싶다.

▒ <사회·문화> 사회 현상의 탐구 방법부터 사회 구조, 문화, 계층 등 현실에 바로 적용 가능한 구체적인 내용과 탐구 도구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1학년/

<통합사회> 보안등 미설치 지역의 치안 문제와 관련해 건의문을 작성해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으며 실제 설치로 이어짐 <영어> 층간 소음에 관한 현행법과 사례를 조사하고 어려운 법률 용어를 쉬운 영어로 설명

/2학년/

<수학Ⅱ> 인간의 안정적 상호작용 상한을 나타낸 던바의 수를 조사해 인간관계 효용성 그래프 제작 <화학Ⅰ> 약물과 수용체 간 다양한 화학 결합과 그 이유인 선택성에 대해 조사 및 발표 <일본어Ⅰ> 일본 청년들의 은둔형 외톨이 문제를 일본의 노동법과 사회 제도의 측면에서 분석

/3학년/

<화법과 작문> <통섭>(에드워드 윌슨)과 <통섭을 넘어서>(이남인)의 입장을 비교해 학제 간 연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고찰 <사회·문화> 지역별 사교육비와 명문 대학 진학률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뒤, 이를 피에르 부르디외의 ‘아비투스’, ‘장’ 개념을 이용해 설명 <심리학> 기능자기공명영상법을 통한 무의식의 과학적 접근 가능성 소개 <국제정치> 한국 중심적 외교 정책의 문제점을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비판



/주요 창의적 체험 활동/

▒ 자율 활동(2학년) ‘기후와 환경 위기 속에 청소년 실천 과제’ 토의 개최 이후 환경 공동체 ‘수거했어 오늘도’의 대표 학생을 맡아 우유 팩 및 음료 플라스틱을 모아 기부 활동 진행

▒ 동아리 활동(1학년) 미디어로 마약 중독의 심각성을 접한 후 ‘약물 중독과 우리 사회’를 주제로 심화 탐구, 약물 중독의 과정과 요인, 중독성 약물의 종류, 인위적인 보상과 자연 보상, 도파민을 설명하고 중독 문제의 해결 방법과 우리나라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의 한계를 분석해 정부 기관 설립 등 방안을 제시.

▒ 진로 활동(3학년) 사회 문제 토론 한마당에서 ‘대구 이슬람 사원 건축 중지 문제’에 대해 토론한 이후 건축법의 한계를 지적. 주거 지역 인근의 이질적 종교집단은 다수에게 외집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현실적 문제를 인정하고 이들의 안정적 정착을 도울 도시 설계 구조를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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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 고등 (2025년 01월 15일 11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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