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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2호

2024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41 | 박정윤 이화여대 사회과교육과 지리교육전공 (광주 전남대사대부고)

지리를 통해 세계를 통찰하는 시야를 얻었어요

새삼스럽지만 모든 학문은 이런저런 모양으로 서로 얽혀 있다. 추상적으로만 인지하는 이 개념을 코바늘처럼 끼워낼 수 있는 분야를 인문 계열에서 꼽는다면 단연 지리가 아닐까. 정윤씨는 다양한 지식을 꿰는 지리의 매력에 빠졌고 대학에서 지리를 제대로 공부하는 지금이 더할 나위 없이 신난다.

취재 황혜민 기자 hyemin@naeil.com
사진 이의종



박정윤 | 이화여대 사회과교육과 지리교육전공 (광주 전남대사대부고)



각각의 순수 학문을 융합하는 지리의 매력

정윤씨는 시민 활동가인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어릴 때부터 사회 이슈와 국제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여러 학생에게 자신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윤리 교사를 꿈꾸기도 했고, 국제기구 전문가나 NGO 활동가도 되고 싶었다. 하지만 2학년 때 진로선택 과목으로 <세계문제와 미래사회> 수업을 들으면서 지리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지리는 경제, 문화, 역사, 종교 등 거의 모든 학문과 연결되어 있었어요. 지리학으로 국제 문제나 정치를 어떻게 해결할지 모색하는 수업이었는데 덕분에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졌어요. 땅을 딛고 사는 존재의 현상을 설명하는 학문이라 재미있었고요. 비슷한 결이지만 정치 외교는 힘과 힘의 대결이라 그다지 마음이 가지 않더라고요. 저는 각각의 순수 학문을 융합하는 지리가 훨씬 잘 맞았어요.”

정윤씨는 ‘그냥 지리가 좋아서’ 수강 인원이 적은 <한국지리>와 <세계지리>를 선택했다. 그중 <세계지리>의 주제 발표는 정윤씨가 좋아하는 다양한 학문의 융합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반도체가 새로운 석유가 된다’라는 주제로 미국과 중동의 관계에 대해 공부했던 게 기억에 남아요. 지금 세계를 움직이는 주요 자원이던 석유의 자리를 반도체가 이어받는 중이거든요. 반도체 강국인 대만은 미국 입장에서는 반도체 수급처일 뿐만 아니라 태평양을 건너면 바로 마주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요. 반면 중국과 가까워 중국 입장에서는 굉장히 위협적이죠. 무기에도 반도체가 활발하게 쓰이잖아요. 인간을 이롭게 하는 첨단 기술이 갈등을 유발하다니 아이러니하죠.”

지리와 인문학의 연결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심리학>과 지리를 연결했던 탐구 활동이 인상 깊었다. ‘공간·장소 그리고 우리’를 주제로 지리학을 정의했는데 지리가 단순히 땅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인간이 하는 행위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학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 집회가 열리면 사람들에게 공동의 기억이 생겨요. 이를 집단적 장소감, 즉 장소성이라고 해요. 장소성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데 낯설고 추상적인 공간이 의미로 가득 찬 구체적인 장소로 바뀌는 거예요.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타인과 상호작용하며 역사를 만들어 가는 거죠.”


동아리 활동에서 깊이 탐구한 중동

동아리 활동에서도 지리 사랑은 이어졌다. 고2 때는 역사 동아리, 고3 때는 지리 동아리를 선택했다. 두 동아리의 활동 반경이 겹치는 부분이 많았는데 특히 고2 때 활동한 역사 동아리에서 역사와 문화, 지리, 종교 등을 깊게 탐구했던 중동 국가가 인상 깊었다. 국제 정치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지역이다.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 미군을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해 두 나라의 관계가 냉랭해졌고 이때 중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급속도로 가까워졌거든요. 미국과 중국이 패권 다툼을 하고 있는 요즘, 중동 국가가 어떤 위치에 있고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깊게 탐구했죠.”

돌아보면 국제기구 전문가나 환경 활동가를 꿈꿨던 고1 때 활동했던 ‘글로벌 리더십’ 동아리도 ‘지리’라는 구체적인 꿈에 가닿는 과정이었다.

“일반적으로 기후위기를 이야기할 때 현상에만 집중하는데 저는 목축업과 어떤 연관이 있을지 궁금했어요. 공장식 축산업의 문제와 인간을 위해 과도하게 사육되는 가축이 발생시키는 메탄가스, 이들을 사육하기 위해 벌목되는 수많은 나무 등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는 많은 원인이 있었어요. 더 밑바닥에는 인간이 동물보다 상위에 있다는 오만함이 있었고요.”

동물권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다시 지리와 이어졌다. 고2 <영어Ⅱ> 시간에는 호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낙타 전쟁을 연구했다. 호주에서 이동 수단으로 쓰기 위해 중동으로부터 낙타를 들여왔는데 철도가 놓이면서 원래의 필요가 사라진 낙타의 개체수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배고픈 낙타가 민가를 습격하는 사고가 잇달았고, 낙타가 멀리서도 물 냄새를 맡고 수로 통을 이빨로 물어뜯는 통에 재산 피해도 많았어요. 호주 정부에서 아직도 해답을 찾지 못해 현재진행형인 문제예요.”


뉴스에서 키워드 뽑아 마인드맵 그리기

지리 공부에서 지도를 빼놓을 순 없다. 지리 관련 책을 읽을 때는 책과 함께 구글맵을 띄워놓고 머릿속에서 나만의 지도를 그리면서 읽어나갔다. 다양한 학문과 접점이 많은 지리를 탐구하려면 수많은 자료를 정리하는 법도 터득해야 했다. 정윤씨가 주로 사용한 방법은 ‘마인드맵’이다.

“일단 뉴스를 많이 보고 키워드를 뽑은 다음 마인드맵을 그려서 시각화했어요. 워낙 방대한 내용을 다루다 보니 키워드와 관련된 논문과 자료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목록으로 정리하는 일이 중요했어요. 이렇게 정리하는 습관은 대학에 와서도 많은 도움이 돼요. 사범대라 내가 아는 내용을 남에게 설명해야 하는데 내 안에서 완전히 소화되지 않으면 설명하기 어렵거든요.”

과학은 따로 선택 과목을 공부하지 않았지만 대학에서 자연지리학을 공부할 때는 물리와 화학 공부를 피할 수 없었다. 다행인 건 오히려 처음 접하는 분야라 신선하게 느껴진다는 것. 게다가 자연 지리학에서 다루는 GIS(지리정보과학)는 위성 정보와 통계 자료를 시각화하기에 데이터 분석 능력도 필요해 컴퓨터공학과 부전공을 준비 중이라고.

입시를 준비하는 후배에게 조언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물었더니 ‘적극적인 발표 태도’를 꼽았다. 사회에서 많은 사람 앞에 서야할 때가 종종 있는데 중·고등학교 시기에 미리 연습해볼 수 있는 기회가 바로 발표 수업이기 때문이다.

“나를 쳐다보면서 경청해주는 친구들이 있다는 게 감사하더라고요. 또 내가 아는 걸 남에게 설명하려면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하니 해당 과목과도 더 친해질 수 있고요. 지리 과목은 무작정 외우지 말고 먼저 이해하려고 노력해보세요. 그러면 저절로 외워집니다. (웃음)”

대학에서 만난 같은 과 친구들은 대부분 지리 ‘덕후’이고 강의도 거의 고등학교 때 공부했던 내용이다. 2학년 때는 심화 과목이 많기 때문에 기대된다고.

“GIS와 관련된 자연 지리학이 특히 재미있어요. 지리 교사가 되어 여러 학생에게 지리로 통찰하는 지식을 가르쳐주고 싶긴 한데 아직 확실하게 진로를 정하진 못했어요. 제가 가졌던 문제의식을 토대로 교육과 지리를 탐구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선택 과목


/의미 있었던 선택 과목/

▒ <세계지리> 정말 좋아했던 과목이다. 세계 전반의 역사와 문학 등이 다 담겨 있어 시야를 넓히기에 좋았다. 코로나19가 여러 국가의 경계에 끼친 영향을 알아볼 수 있었다.

▒ <윤리와 사상> 대학에서 많은 도움이 된 과목이다. 윤리학을 통해 각 시대의 세계관을 배울 수 있고 교육학을 공부하려면 윤리 지식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 <국제정치> 지정학을 제대로 탐구할 수 있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탐구를 통해 국제 사회에서의 한국의 위상을 고찰할 수 있었다.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1학년/

<한국사> 평소 고민하던 기후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이타적인 삶을 제시하며 스스로 이타적으로 살 수 있는 지도자가 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함 <통합과학> 과일 통조림의 제조, 샴푸와 식초를 삽화로 표현해 원리를 알기 쉽게 설명함. 핵심 과학 개념 40종을 마인드맵으로 제작함 <영어> ‘2050 탄소 배출 제로를 위한 정책 제안’이라는 제목으로 주제 발표를 함


/2학년/

<생활과 윤리> ‘해외 원조’ 단원의 주제 발표를 맡아 스스로 자국민의 인권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국가라면 먼저 자립할 수 있도록 정치 문화 개선을 돕는 일이 필요하다고 주장함 <고전과 윤리>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을 비판적으로 고찰하고 플라톤의 ‘국가’를 기후위기와 난민 문제로 연결한 윤리 문제로 적용해 발표함


/3학년/

<윤리와 사상> 에피쿠로스의 입장에서 명품 소비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지 유추함. 과도한 욕구가 불러일으키는 고통의 문제에 관해 설명함 <융학과학> 각 지질 시대의 특징과 함께 홀로세와 인류세의 개념을 소개하고 다양한 변인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일깨움






/교사의 눈으로 본 수시 합격생/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꿰는 학생

1학년 교실에서도 엄마처럼 친구들을 챙겨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학교 여러 활동에서도 반짝반짝 빛나는 학생이었습니다.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다는 당찬 꿈을 꿨는데 제가 지리 교육의 세계로 인도했어요. (웃음) 하나를 가르쳐주면 열까지 나머지를 꿸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다양한 주제와 책을 제시하는 보람이 있었습니다.
특히 공동 교육과정 수업과 지리 동아리 활동을 같이 하며 지리 지식과 논리 전달 뿐만 아니라 동지애도 쌓았습니다. 3년 내내 박정윤 학생의 지리 선생님이라 자랑스럽고 행복했습니다. _ 전남대사대부고 서태동 교사(지리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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