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교육

뒤로

고등

1086호

2023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11 _ 장승헌 고려대 간호학과 (광주 금호고)

화학교육과에서 간호학과로, 나를 알아가며 새로운 길을 찾다

일상생활의 변화를 화학적으로 설명하는 화학이 좋았다. 자신이 아는 걸 친구들과 공유하고 친구들이 조금씩 변하는 모습을 보면 흐뭇했던 장승헌씨는 화학 교사를 꿈꾸며 고교 3년을 보냈다. 한데 막상 원서를 쓰려고 보니 화학교육과가 개설된 대학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당황한 승헌씨는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일이 뭘까 고민했다. 이타적인 성향이라 자신의 재능으로 남을 돕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승헌씨가 찾은 전공은 간호학이었다. 3년간의 학생부에 간호학과와 관련된 직접적인 문구가 없었고, <생명과학Ⅱ>도 선택하지 않았지만,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최초 합격했다. 비결은 간호학과의 인재상과 딱 맞아떨어진 평상시 승헌씨의 모습이었다.

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사진 이의종



장승헌 | 고려대 간호학과 (광주 금호고)


학교 공부, 누구보다 기본에 충실하게

공부할 땐 문제 풀이보다 개념을 꼼꼼하게 다졌다. 왜 그런 공식을 사용하고 언제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수학의 정석>을 4번 이상 봤지만 학교 수학 성적은 아쉽게도 2~3등급에 머물렀다. 그래도 서술형 문제는 거의 감점을 받지 않았다. 난도 높은 문제를 빠르게 풀어야 하는 시험에선 고전했지만, 기본에 충실했기에 수학경시대회와 과학경시대회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개념을 여러 번 보는 것이 더디게 느껴질 수 있지만 문제가 어떻게 변형돼도 풀어낼 힘을 키워줬던 것 같아요. 과학도 처음 개념을 공부할 땐 너무 어려웠지만 개념서를 반복해서 봤더니 문제에서 뭘 묻는지 보이더라고요. 모의고사를 풀고 오답 노트를 작성하고, 어떤 개념으로 풀어야 하는지, 그 개념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살펴보는 일을 무한 반복했죠. 어느 순간 자신감이 붙었어요.”

승헌씨가 다닌 광주 금호고에선 2학년 1학기에 <수학Ⅰ> <수학Ⅱ>을 배우면서 과학 3개 과목, 진로선택 과목인 <기하>까지 배웠고, 2학기엔 <미적분>을 배웠다.

“지금 생각해도 정신이 하나도 없었죠. 특히 <미적분>은 2학년 2학기 한 학기 수업으로 진도를 나가 공부량도 엄청났어요. 전부 수능 과목이니 부담도 컸죠.”

2학년 때 힘들었던 만큼 고3 때는 배우고 싶은 과목을 선택할 수 있었다. 진로선택 과목이라 학업 부담도 크지 않았다. 수학사와 현대 수학을 살펴볼 수 있었던 <수학과제탐구>와 공동 교육과정으로 신청했던 <고급화학>은 수능이라는 부담에서 벗어나 공부의 재미와 지적 호기심을 충족해줬다.

“화학 시간에 기본적인 전자 배치인 옥텟 규칙을 배웠어요. 최외각전자가 완전히 채워진, 즉 8개가 될 때 원소가 가장 안정적이라는 규칙이에요. 그런데 일부 원소 결합 시 옥텟 규칙이 지켜지지 않거든요. 그 이유가 궁금했는데 <화학Ⅰ> <화학Ⅱ>에선 다루지 않더라고요. 공동 교육과정으로 선택한 <고급화학>에서 그 궁금증을 시원하게 해결했죠. 대학에서 쓰는 공학용 계산기를 사용해본 것도 좋았고요.”

승헌씨의 학생부에선 3년 내내 공통된 문구가 눈에 띈다. ‘수업 시간에 교사와 가장 눈을 많이 맞추고 수업을 열심히 듣는 학생’ ‘개념을 확실히 잡아 다른 응용 문제가 나왔을 때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님’ ‘학교 구성원 중 가장 바르고 성실한 태도로 수업을 들으며 학급 친구들을 이끌어가는 학생임’ ‘한결같이 성실하고 착실한 모습으로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본보기가 되는 학생임’ 등의 내용이다. 승헌씨의 인성과 함께 평소의 학업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스터디 그룹 결성해 1년간 공부, 함께 성장하는 경험

고교에서 진로 교육을 받았지만 어떤 직업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은 하지 못했다. 대신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중심으로 나에게 맞는 학과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찾았던 꿈이 ‘화학 교사’였다. 승헌씨는 공부하면 할수록 일상생활의 작용이나 변화를 설명할 수 있는 화학이 좋았다. 반면 물리는 개념을 충분히 이해했다고 생각해도 문제를 풀면 적용이 안 됐다. 1학년 1학기 1등급을 받았던 <통합과학>이 2학기엔 3등급으로 내려앉은 건 물리 때문이었다. 결국 2학년 때 <생명과학Ⅰ> <화학Ⅰ>을 우선 선택하고 <물리학Ⅰ>과 <지구과학Ⅰ> 중 고민하다 더 재미있고 잘하는 <지구과학Ⅰ>을 선택했다.

“학교에서 멘토-멘티 활동에 참여했어요. 친구들에게 내가 아는 걸 설명하고 또 그 친구가 잘 따라오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니 굉장히 행복하더라고요. 그때 가르치는 직업이 나에게 맞겠다고 생각했죠. 화학 교사로 진로를 정한 이유였어요.”

수능 직전까지 5~6명의 친구를 모아 화학 스터디를 운영했다. 개념을 설명하고 모의고사 문제를 풀고 해설하는 형태로 진행하다가 2학기에는 모의고사 문제를 변형하거나 편집해 시험지를 만들어 풀게 했다.

“문제를 풀다 보면 자주 하는 실수나 오답을 정리하며 깨닫는 것이 있는데 이를 친구들과 공유하고 싶었어요. 같이 공부해서 좋은 결과를 얻으면 좋을 것 같더라고요. 2학기에는 문제를 풀면서 개념 설명을 함께 이어 나갔어요. 화학 문제는 여러 풀이법이 가능해요. 그래서 내가 푸는 방법뿐 아니라 친구들의 방법도 알 수 있어 저에게도 도움이 됐죠. 하루에 2~3문제씩 풀 수 있도록 주간지 형태로도 만들었어요. 개념이나 문제 접근 방법에 익숙해지도록 했죠. 화학에 이어 지구과학도 스터디 그룹을 만들었는데 함께 성장할 수 있어 뿌듯했어요.”


화학교육과가 있는 대학이 이렇게 없을 줄이야!

화학 교사의 꿈에 다가서기 위해 노력해온 승헌씨는 학과를 알아보다가 깜짝 놀랐다. 화학교육과가 개설된 대학이 서울엔 서울대밖에 없었고, 지역에서도 거점 국립대와 한국교원대에만 있었다. 승헌씨는 어떻게 원서를 써야 하나 고민스러웠다. 한국교원대 화학교육학과를 쓰고 일부 대학은 화학과로 지원했다. 서울대와 고려대는 성적과 합격 가능성을 고려해 다른 학과를 지원했다. 무조건 성적에 맞추기보다 최대한 내가 좋아하는 과목, 내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해 고민했다. 고2 때 물리학을 선택하지 않았기에 화학을 공학적으로 접근하는 화학공학과는 고려하지 않았다.

“고교에서 진로 탐색을 할 때 나를 꾸며주는 수식어를 적은 적이 있어요. 그때 ‘이타적이며 내 능력을 활용해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나’라고 적었더라고요. 간호학과를 생각해본 적은 없었지만, 그때 적었던 문구와 학생부에 기재된 제 모습을 보니 내가 되고 싶은 모습에 가장 가까운 전공이 아닐까 싶었어요.”


학생부에 간호학과 언급 없었지만 최초 합격할 수 있었던 이유

간호학과는 처음부터 염두에 두진 않았기에 학생부 어디에서도 간호학과와 관련된 내용은 찾을 수 없다. 그런데도 종합전형으로 간호학과에 지원해 최초 합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고3 때 진로선택 과목으로 <화학Ⅱ>와 <지구과학Ⅱ>를 선택하느라 <생명과학Ⅱ>를 선택하지 못했기에 불안한 마음도 컸어요. 하지만 3년간의 학생부 곳곳에 이타적이고 남을 배려하는 모습, 내가 아는 것을 친구들에게 설명하고 도움을 주는 모습, 학업에 대한 열정과 탐구력에 대한 내용 등 제가 꿈꿔왔던, 제가 바라는 모습이 적혀 있는 거예요. <생명과학Ⅱ>를 공부하진 않았지만, 간호학과에서 필요로 하는 학업 역량이나 인성, 발전 가능성 등을 학생부 기록을 통해 보여줄 수 있었다고 판단했죠.”

몇 년 전만 해도 간호학과에서 남학생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지만 최근엔 그 비율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승헌씨에겐 새로운 꿈이 생겼다.
“나중에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할 수도 있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간호학과 교수가 되고 싶어요. 고려대 간호학과에도 남자 교수님은 없거든요. 새로운 목표가 생긴 만큼 앞으로의 공부와 대학 생활이 기대돼요.”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선택 과목



<선택 과목>

▒ <융합과학> <통합과학>과 비슷하게 4개의 과학 과목을 다루는데 Ⅱ과목의 내용도 어느 정도 접할 수 있다. 과학Ⅰ은 <생명과학Ⅰ> <화학Ⅰ> <지구과학Ⅰ>을, 과학Ⅱ는 <화학Ⅱ> <지구과학Ⅱ>를 선택했는데, 이수하지 않는 과학 과목을 접할 수 있어 선택했다.

▒ <수학과제탐구> 새로운 시각에서 수학을 접할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다. 수업을 들으면서 일상생활에서의 수학, 과학의 근간이 된 수학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수학의 기원부터 현대 수학사까지 배웠다.

▒ <화학Ⅱ> <고급화학> 화학 교사를 꿈꿀 정도로 화학에 관심이 많아 화학 관련 과목을 적극적으로 이수했다. <고급화학>은 공동 교육과정으로 선택했다. 고등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배우지 않은 오비탈과 관련한 내용을 집중적으로 배워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1학년>
<수학> 정의 위주로 개념을 확실히 잡아 응용 문제가 나와도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하는 능력이 뛰어남. <통합사회> 발표 접근 방식이 참신하며 논리적임, 사회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분석적이며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함. <영어> 주장 논거 결론을 갖춘, 구조적으로 완성도 높은 글을 씀.

<2학년>
<수학Ⅰ> 수업 시간에 교사와 가장 눈을 많이 맞추고 수업을 열심히 듣는 학생임, 문제를 다각도로 분석하며 사고력이 높음, <화학Ⅰ> 수업 내용을 화학 개념 노트로 작성할 정도로 수업에 열성적이며 친구에게 개념과 원리를 설명해주는 모습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느껴짐.

<3학년>
<수학과제탐구> 주제 탐구 활동에서 ‘수학의 역사 살펴보기’를 주제로 메소포타미아 문명부터 현대까지 수학의 발전에 대한 상세한 자료를 정리함, <영어권문화> 영어를 도구로 활용하며 전공 분야 학습을 위한 준비가 잘 갖춰져 있음. <화학Ⅱ> 화학 평형 단원을 학습하며 ‘초임계유체와 플라스마 상태’를 주제로 심화 탐구함.










[© (주)내일교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0

댓글쓰기
240318 숭실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