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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1070호

소(笑)·심(心)한 일상 톡톡

파란만장 학교생활

취재·사진 윤소영 리포터 yoonsy@naeil.com


수행평가에서 살아남기




“내일 1교시에 영어 말하기 수행평가 있답니다.”
“네~ 준비해가라 전할게요. 감사해요.”
“전에 공지만 하시고 따로 말씀 안 하셨다는데, 내일인가요?”
“어제 말씀하셨대요. 이번 주 반별로 릴레이 시험이래요.”
“어머! 다른 학교 다니나 봐요. 우리 애는 왜 모르죠. ㅠㅠ”

남자 중·고등학교는 ‘엄마들 단톡방’이 필수라는 말을 일찌감치 들었어요. 애들이 알려주는 2% 부족한 정보를 싹싹 모아모아 머리를 맞대고 퍼즐을 맞춰 완전체로 만들어야 한다고요. 학교에서 선생님 말씀도 듣다 말거나, 집에 와서 엄마한테도 전하다 말거나, 숙제도 하다 말거나…. 정말 우리 아이만 다른 학교에 다니나 싶은 금시초문인 메시지가 종종 뜹니다.

“연습? 그냥 보는 건데. 평소 실력으로~”

세상 쿨~한 우리 아들, 집에 돌아왔기에 물어봤어요.

“아, 그거! 망했어! 앞에 나가니까 하나도 생각 안 나요. 근데 괜찮아. 딴 애들도 다 그래. 뭐 하는 건지 모르는 애도 있던데요. ㅎㅎㅎ”

여학생은 가정통신문을 부모님께 ‘전달’하고, 남학생 가정통신문은 부모님이 가방에서 ‘발굴’해야 한다더니만, 학교 가방을 뒤집어보니 아코디언처럼 접히고 구겨진 철 지난 가정통신문, 교내대회 참가 안내문, 과제물들이 때묻은 종이비행기와 함께 쌓여 있네요. 마치 엊그제 가을비에 떨어져 켜켜이 쌓인 낙엽 같아요. 휴~

그래도 하루하루, 한 해 두 해 지나면서 스스로의 방식으로 적응하고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해 자기 주도성을 갖추게 되리라 생겨나길 믿어보려고요. 중학생이니까~




신나는 체험학습



“엄마, 이번 체험학습에는 도시락 싸주세요. 애들도 싸온대요~”
“도시락 싸 본지가 언제야? 다 잊어버렸네.”
“지난주에 같은 곳에 갔었던 학원 친구 말이 사람이 너무 많고 줄이 길어서 식당에는 들어가지도 못했대요.”
“그래? 한 번 생각해보자. 뭐가 좋을지~”

지난 몇 년간 코로나19로 아이들의 학교생활은 모니터에 갇힌 가상 생활이었어요. 소풍, 수련회, 체험학습, 졸업여행, 수학여행… 모든 단체 활동이 중단됐었지요.

작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큰애는 졸업 앨범에 넣을 추억의 활동 사진이 없어 앨범이 얇아졌다는 얘기도 전해 들었네요. 사진을 찍느라 마스크를 벗으니 서로 누군지 못 알아봤었다며, 앨범 보면서 ‘마기꾼(마스크 사기꾼)’이냐 ‘마해자(마스크 피해자)’냐를 가려내는 일에 한참 열을 올리더라고요.

그렇다 보니 중학생이 돼서야 겨우 바깥나들이를 시작한다는 둘째의 말에 제가 다 반가웠어요. 음료수, 과자, 초콜릿 등 간식도 잔뜩 사서 친구들이랑 나눠 먹으라고 가방에 꾸역꾸역 밀어 넣었네요. 학교나 학원 갈 때와는 달리 너무나 밝은 얼굴과 들뜬 모습이 참 보기 좋더라고요. 깨우지 않아도 아침 일찍 일어나서는 그래봐야 색이 다른 티셔츠일 뿐인 옷을 이것저것 입었다 벗었다 하며 잔뜩 늘어놓고 나갔는데도 모처럼 흐뭇했어요.

“엄마가 정성껏 사온 김밥도 맛있게 먹고 와. 그리고 소풍이 아니라 ‘체험학습’이란다. 에버랜드에서라도 많이 배우고 오렴~ ㅎㅎ”

코로나 덕에 당연했던 일상의 소중함을 깊이 느끼게 됩니다.






매일 비슷해한 일상 속 특별한 날이 있죠. 학생,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다채롭게 담는 코너입니다. 재밌거나 의미 있어 공유하고 싶은 사연 혹은 마음 터놓고 나누고 싶은 고민까지 이메일(lena@naeil.com)로 제보해주세요._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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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U TALK_ 소(笑)‧심(心)한 일상 톡톡 (2022년 11월 23일 10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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