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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9호

선입견 깬 새로운 대입 가능성 켄텍(KENTECH) 창의성 면접

“다른 면접과 달랐어요. 문제를 풀었다기보다 담임 선생님과 상담하는 느낌이었죠.”
“면접장에서 오히려 긴장이 풀렸어요. 조언을 받으며 더 발전된 답을 찾아낼 수 있었어요.”
지난해 한국에너지공대 면접에 참여한 학생들의 후기다. 특히 ‘창의성 면접’은 ‘새롭다’ ‘대학에 대한 관심도를 높였다’는 평가가 많았다. 신설 대학에서 전에 없던 형식의 면접에 도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켄텍(KENTECH) 입학센터 김성열 입학팀장, 김희태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취재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도움말·자료 켄텍(KENTECH) 입학센터
사진 이의종


학습자 중심의 프로젝트 기반 수업이 진행되는 한국에너지공대 ALC(Active Learning Classroom)에서 김성열 입학팀장(왼쪽)과 김희태 교수.




서류 확인 아닌 면접은 더 어렵다?
예상 빗나간 창의성 면접

수능 전후, 수시 면접이 집중적으로 진행된다. 현재 대입 면접은 학생부 등 서류 확인 면접, 제시문이나 문제를 미리 제공받아 면접실에서 말로 풀어내는 제시문 면접, 여러 면접실을 돌며 면접관과 토론하는 다중미니면접(MMI)으로 구분된다.

한데 켄텍의 첫 수시 모집에서 또 다른 형태의 면접이 진행됐다. 창의성 면접이다. 얼핏 보면 제시문 기반 면접과 흡사하다. 학생들에게 미리 문제와 자료를 제공해 30분의 준비 시간을 주고, 면접장에 입실해 두 명의 면접관 앞에서 25분간 답변을 발표하고, 추가 질의에 응했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형식과 내용이 크게 달랐다. 문제지가 아닌 7장의 카드와 1장의 지도, 3장의 데이터 정보, 1장의 문제지로 구성된 ‘미션 패키지’ 봉투를 제공한 것. 패키지에 담긴 정보와 문제는 특정 교과에 국한되기보다, 데이터 분석 역량을 측정하는 수준이었다. 신설 과학기술 특성화대학의 면접임을 고려할 때 예상을 빗나갔다는 평가다. 켄텍 입학센터 김성열 입학팀장과 김희태 교수는 서류와 면접의 평가 요소가 중복되지 않는, 더 다양한 역량을 볼 수 있는 형태로 창의성 면접을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수험생들이 받은 창의성 면접 패키지 봉투와 내용물. 7장의 카드 중 4장은 발전 설비, 3장은 지도 내 위치한 세 마을에 대해 설명했다. 발전 설비 카드는 화석연료와 원자력, 풍력, 태양광 등 각각의 특징과 설치 조건·환경 영향을, 마을 카드는 지리적 특성과 주력 산업, 투표율, 주민 특이 사항을 각각 안내했다. 이외에 가상의 마을 지도 1장, 그와 동일한 좌표에 평균 일사량, 풍속 및 풍향, 해류 방향을 표시한 3장의 데이터 정보가 패키지에 포함됐다. 주어진 정보를 조합하고, 제시한 조건을 고려해 발전 설비의 종류와 위치를 결정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라는 것이 문제였다.


지금 대입 평가는 ‘교과 성취도’에 집중된 경향이 있습니다. 평가 항목이 중복돼 서류·면접 결과가 비슷하죠. 면접에서는 서류에서 못 본, 다른 역량을 보고 싶었어요. 특히 켄텍은 신설 대학이고, 교육과정도 특색 있습니다. 면접을 통해 대학 인재상에 부합하고 입학 후 교육과정을 잘 이수할 학생들을 발굴하는 한편, 학생 또한 켄텍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자신에게 적합한지 판단하는 ‘상호’적 평가를 하려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좀 다른 면접이 만들어졌죠. _김성열 입학팀장


사교육 영향력 큰 면접? 문제는 ‘정형화’된 시험!

대입에서 면접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사교육의 영향력이 크고 학생의 부담을 가중하는 요소, 혹은 학생부 기록이 축소되고 자기소개서 폐지가 예고된 상황에서 학생이 스스로의 모습을 보여줄 마지막 도구라는 상반된 시각이 있다. 최근에 학생부 종합 전형을 서류형과 면접형으로 나눠 진행하는 대학이 증가하는 추세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켄텍은 입학 정원의 90%를 수시에서, 그것도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만 선발하며, 최종 당락을 가르는 2단계 평가에서 면접 비중을 50%로 책정했다.

사교육의 영향력은 같은 패턴으로 반복되는 ‘정형화된 시험’에서 커집니다. 도입 의도와 상관없이 결과 값(점수) 상승에만 집중하는 ‘캠벨의 법칙’이 발동하기 때문이죠. 수능을 비롯해 우리 교육·입시 전반이 그 영향권에 있어요. 반면 켄텍의 창의성 면접은 답이 정해지지 않은 개방형 질문이고, 질문 내용도 어렵지 않습니다. 면접의 핵심 평가 요소는 유지하되 시험 형태는 매해 바꿀 계획이고요. 정해진 결과 값이나 형태가 없어 사교육 효과가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_김성열 입학팀장


이 같은 형식은 입학센터와 김희태 교수를 중심으로 구성된 팀이 함께 연구해 만들었다. 복잡계 전력망 분야를 중심으로 차세대 전력 인프라를 연구하는 김 교수는 칠레 대학에서의 경험이 새로운 형태의 면접 개발에 참여한 동기가 됐다고 밝혔다.

칠레 학생들은 거리낌 없이 질문합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인풋’ 즉 지식을 쌓는 공부는 잘하는 데 반해 모르는 걸 드러내 보강하고 공부한 걸 써보며 배우는 ‘아웃풋’에는 소극적이에요. 특히 수업에서의 질문은 학습 효율을 높이고 지식을 활용하거나 문제를 함께 해결해나가는 훈련도 돼요. 이런 부분은 공학자의 기본 역량이자 켄텍의 인재상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 보니 대학 내부에서 정답이 아닌 ‘문제 해결 과정에서의 자세와 역량’을 살필 전형 요소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새로운 방법을 찾게 됐죠. _김희태 교수


학생들이 대학의 시도를 인식하도록 면접 도구도 차별화했다. 컬러 그림이 그려진 타로 카드나 보드 게임을 연상시키는 ‘미션 패키지’를 만들었다(사진 2). 질의응답 방식도 면접실 내 테이블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며 대화하는 형태로 변화를 줬다(사진 3).


보자마자 ‘새롭다!’는 인상을 주려고 했습니다. 면접장에 망치나 줄자 등 도구를 깔아주면 어떨지 제안하기도 했는데, 도구 준비 과정과 공정성 우려로 제지당했죠. 하하. _김희태 교수


학생들이 긴장하지 않도록 공간과 상황을 구축하려고 노력했어요. 특히 답변을 못하거나 실수했을 때 정보를 담은 질문을 부드럽게 던지며 재도전 기회를 줬고요. 학생들은 그 과정에서 압박감을 내려놓고 배워온 교과, 교과 외 정보나 경험을 한데 모아 답변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생각해보지 못한 사고도 경험하게 돼요. 켄텍의 수업과 흡사하죠. 창의성 면접을 ‘지상에서 가장 안전한’ ‘축제’ 등 대학 면접에 붙기 어려운 수식어로 설명한 이유입니다. _김성열 입학팀장


2022 켄텍 창의성 면접 문제 패키지의 지도와 마을 카드 일부.


정답 없는 창의성 평가?
‘이불변응만변’ 역량 살핀다!

창의성 면접에서 창의성은 어떻게 평가할까? 켄텍은 창의성을 지표로 측정해 점수로 평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마냥 기발한, 튀는 답변이 아닌 ‘공학자’에게 요구되는 ‘참신하되, 현실적인’ 창의적 면모를 살핀다는 것.


켄텍 입학센터가 말하는 창의성은 한마디로 ‘이불변응만변’입니다. 불변하지 않는 한 가지 원리로 1만 가지 변화에 대응한다는 뜻이죠. 창의성 면접의 특징은 질문의 조건이 계속 바뀐다는 점이에요. 작년 창의성 면접에서 1번 문제와 달리 2번 문제는 마을별 필요 에너지 양, 발전 설비의 특성, 전선 설치 방식·비용을 발전소 배치에 고려하라는 조건이 추가됐죠. 답변을 듣고 조건을 달리해 되물을 수 있고요. 그렇기에 정답이 없습니다. 답변자의 수학·과학적 개념과 원리가 명확해야 바뀐 조건을 검토하며 면접관과 계속 대화해나갈 수 있는 구조입니다. 즉, 대학은 조건이 바뀌어도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힘을 측정하며 우리 대학에 맞는지 ‘적합도’를 평가하고, 학생은 자신에게 우리 대학이나 이공계 연구가 맞는지 확인해보는 장이 된 거죠. _김성열 입학팀장


면접 평가는 사실 간단합니다. 답변이 재밌나, 말이 되나, 지원자가 말을 잘하고 있나 세 가지를 보면 충분하죠. 새롭고 창의적인 안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그 안이 논리적이고 과학적으로 합리적인지 따져보며, 전제를 바꿨을 때 새로운 상황을 인지하고 상황을 정리해 말하는 과학적 소통 역량을 갖췄는지를 살피면 됩니다. 예를 들면, 긴장하거나 새로운 정보를 흡수할 시간이 필요해 생각할 시간을 요청하는 학생도 ‘과학적 소통’ 역량이 있다고 볼 수 있죠. 작년 면접에서 ‘농경 지역’이라는 제한조건 때문에 가장 효율이 좋은 태양광 대신 다른 설비를 설치하겠다는 학생이 대부분이었지만, 반대로 태양광을 택한 학생도 있었어요. ‘요즘 햇빛이 세서 그늘을 만드는 게 경작에 유리하고 전기도 얻을 수 있다’면서요. 또 다른 학생은 ‘왜 발전 설비를 따로 설치해야 하나, 풍력터빈 기둥에 태양광패널을 붙이고 싶다’며 스스로 조건을 바꿔 답하기도 했죠. 면접관의 70~80%가 타 대학이나 외부 연구원에서 위촉한 전문가들인데, 평가 후 면접 형식에 난색을 표한 분은 없었습니다. 창의성을 규정할 수는 없겠지만, 답변을 통해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_김희태 교수


켄텍 교수들과 신입생의 모의 면접.
출처 켄텍 유튜브 채널 ‘ 2022학년 창의성 면접 안내’


학생 부담 없는, 학교 교육 살릴 평가 모델 꿈꿔

지난해 첫 시도는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입학센터에 찾아와 인사를 한 학생, 입시 커뮤니티에 우호적인 후기를 올린 학부모가 다수였고, 지도 교사들도 호평했다. 입시 결과에서도 서류와 면접 평가 결과가 정비례하지 않았다.

서류 평가 성적이 비슷한 그룹 안에서 면접 결과의 차이가 컸습니다. 다른 면모를 보고 싶었던 대학의 의도가 구현된 셈입니다. 전체적으로 서류와 면접 평가의 실질 영향력이 5:5였어요. 면접을 잘 보면 역전도 가능했죠. 서류와 면접이 각각 상호보완적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_김성열 입학팀장


올해 창의성 면접은 방향성은 유지하되, 형식은 바뀔 수 있다. 다만, 이런 변화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고 부연했다.


중학생도 답할 수 있지만, 학생의 관심 분야나 지적 수준·역량에 따라 답변의 깊이가 달라지는 게 창의성 면접입니다. 면접관과 대화하며 성장해나가는 발산적 사고력, 계속 바뀌는 조건 등 문제 상황이 주어졌을 때 해결할 수 있는 역량, 미래 공학자로서 환경 등 지속가능한 발전을 고려할 수 있는 인문학적 통찰력 등 세 가지 핵심 평가 요소는 유지하되, 형태는 정형화하지 않을 방침입니다. 고민하고 준비하는 건 대학의 몫이고, 학생들은 편하게 와서 배웠던 것을 바탕으로 자신을 보여주면 됩니다. _김성열 입학팀장


특히 학생이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면접을 계속 고민하고 발전시키려 한다고 강조했다. 평가받기 위해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평가를 통해 고교 교육과정을 활성화·정상화하는 데 도움을 줬으면 한다는 것. 실제 일선 고교에서 모의 면접·기출문제 키트로 수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런 켄텍의 행보는 디지털 사회로의 진입과 인구 구조 변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며 변화를 요구받는 우리 대학 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면접만 새로운게 아니라, 켄텍이 새로워요. 2022년 처음 학생을 맞이한 대학인 만큼 현재 대한민국 교육의 시대정신을 치열하게 고민했고, 그 내용이 면접에도 반영된 거죠. ALC 강의실을 포함해서 많은 부분에 이런 시도들이 녹아있습니다. 이제 바뀌어야 할 때니까요. _김희태 교수


4차 산업혁명,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회 환경이 급변하고 학생 수도 급감하며 대학 교육은 전에 없던 변화를 요구받고 있습니다. 또 고교에서는 지금보다 선택권이 확대된 고교학점제가 도입될 예정이고요. 대학마다 차별화된 교육 철학과 가치, 정체성을 드러내야 학생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코앞에 다가왔다고 생각합니다. 대학 입장에선 입시 다양성을 말할 수밖에 없어요. 문제는 지금 대입이 갈수록 정형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서류에서 볼 수 있는 요소가 줄어, 자기소개서마저 2024학년부터 폐지됩니다. 학생의 여러 면모를 살필 마지막 보루가 면접인 상황입니다. 따라서 면접을 단순 선발 도구로 보지 말고, 대학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창구로 활용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다만 평가 신뢰도나 공정성 확보와 같이 변화에 대한 부담을 학생이나 학부모, 일선 고교가 아니라 대학이 져야 합니다. 그래야 중등 교육과 고등 교육이 상생하며 발전할 수 있어요. 신설 대학인 켄텍의 도전이, 그 실마리를 찾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_김성열 입학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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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 고등 (2022년 11월 16일 10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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