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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호

한류 열풍으로 저변 넓히는 인문학 강자, 국어국문학과

‘헐’ ‘대박’이라는 한마디면 서로 소통이 된다. 적절한 표현을 고민하고 찾아낼 시간을 줄여줘 빠르고 유쾌한 소통을 위한 효율적인 단어일 수 있다. 하지만 ‘사용하는 단어의 세계가 내 사고의 한계’라고 하는 만큼 이러한 단어의 잦은 사용은 내 언어와 내 세계를 빈곤하게 만들 수 있다. 우리말과 글, 우리 문학에 대한 연구와 교육을 통해 자기 표현 능력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며 최근에는 학문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국어국문학과. 교육과정, 특징, 졸업 후 진로를 살펴봤다.

취재 김민정 리포터 mjkim@naeil.com
도움말 한영규 교수(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학과장)
자료 각 대학 학과 홈페이지·커리어넷·대입 정보 포털 ‘어디가’·한국고용정보원 워크넷



국어학·국문학에 대한 연구와 교육이 이뤄지는 곳

국어국문학과는 우리말 문법, 언어적 구조를 다루는 국어학과 한국 문학을 다루는 국문학에 대한 연구·교육이 이뤄지는 학과다. 우리의 삶이 우리말 사용으로 이뤄지고 살아가는 모습은 문학 작품속에 오롯이 담기므로 국어국문학은 인문학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학부에서는 국어국문학의 3대 영역인 국어학 고전문학 현대문학에 입문하기 위한 학문적 기초를 공부한다.

국어학은 음운론 통사론 의미론 등을 배우며 크게 순수 국어학과 응용 언어학을 연구하는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응용 언어학은 한국어 교육학을 포함하며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거나 해외 한국어 연구원, 교수로 진출하는 경우도 있다.

고전문학에서는 고전시가, 고전소설 등을 공부하고 현대문학에서는 현대시 현대소설 비평이론 등을 배운다. 고전문학은 한자를 많이 알아두면 유용하며 문학 파트와 연계한 문화론 연구가 활발해 다문화, 한류 등 다양한 사회 현상을 다룬다. 문학 수업은 시험 대신 보고서 제출이 흔하며 서평, 요약. 논문 발제 등 과제가 많은 편이다.


국어국문학과의 공부 모임, 학회

학생들은 정규 교과 과정 이외에도 ‘학회’에 가입해 국어국문학의 관심 영역을 확대하고 폭넓은 교양을 쌓는다. 대학에 따라 ‘연구회’로 운영되기도 한다. 여러 학회 중 각자 관심 있는 학회 활동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며 졸업 후 대학원에서 수행할 전문 연구 방향을 모색하기도 한다.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한영규 교수는 “고전반 어학반 창작반 등 다양한 학회가 있다. 고전반은 한문, 문법 강독을 통해 고전문학에 대한 깊이를 더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학생들의 관심사도 달라지고 그에 따라 학회가 생겨나기도 없어지기도 한다.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지는 학회지만 지도 교수가 있는 학회도 있으며 학과·학생회를 통해 학회를 육성·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저변을 넓혀가는 국어국문학과

세계 각국에 한류 열풍이 불면서 한글과 한국 문화를 알리는 국어국문학과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스토리텔링과 문화콘텐츠에 대한 수요로 창의적 글쓰기가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는 만큼 언어와 문학을 공부한 국어국문학 전공자들의 입지가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상황과 취업률 등을 반영해 국어국문학이 문예창작학과와 통합되거나 한국문화콘텐츠학과,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 등으로 학과명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 국어국문학 교육과정 속에 한국어교육 과정이 들어오기도 한다. 기존 국어국문학과도 국어학보다 국문학에 더 비중을 두는 경향이 있다. 국어국문학의 범위가 달라지고 다양해진 것이다.


바른 글 쓰는 능력과 다양한 사회 현상 파악하는 힘 얻어

국어국문학과 졸업생의 진로는 매우 다양하다. 그만큼 국어국문학은 배우는 내용의 폭이 넓고 실용적인 직업을 갖기 어려운 학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한 교수는 “사회에서 보는 학부와 대학에서 보는 학부는 다른 측면이 있다.

외부에서 볼 때는 과거처럼 그 학문 공부에만 천착할 것으로 보이지만 대학은 학생들이 자유롭게 진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대다수 학생들이 선택하는 복수전공이 대표적이다. 학부에서는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돕고 대학원 이후부터 국어국문학에 대한 깊이 있는 공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물론 학부에서도 국어국문학과 학도로서 정체성과 소속감을 가진다. 학부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함으로써 얻는 장점은 바른 글을 쓰는 능력과 문학 작품 속에 반영된 여러 사회 현상을 파악하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는 점이다. 이는 곧 인문학적 소양이 된다”고 전한다.

특정 직업을 갖기엔 뚜렷한 학문적 특징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어떤 직업을 가져도 어색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스스로의 생각을 올바른 언어 사용을 통해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은 어디에서나 기본이 되기 때문.


전통적 진로 외에도 게임 업계, 한국어 강사로도 활발히 진출

졸업 후에는 취업을 하거나 연구자의 길을 걷게 된다. 출판계, 광고계, 교직 이수를 통한 중·고등학교 교사, 소설가, 시인, 비평가와 같은 문학의 길, 게임 회사, 로스쿨 진학을 통한 법조계, 기자, PD와 같은 방송계뿐만 아니라 한류 열풍으로 한국어를 배우려는 수요가 많아지면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교육 강사로도 활발하게 진출한다.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권의현 강사는 “국어국문학과에서 배운 모든 내용이 한국어교육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예전에는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은 한국어를 할 줄 아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인식이 많았다. 하지만 한국어의 ‘ㄱ, ㄴ, ㄷ …ㅏ, ㅑ, ㅓ, ㅕ…’ 등 자모음도 모르는 학생들에게 자모음과 음절 구조, 발음부터 시작해 어휘, 문법에 이르기까지 모두 한국어로 가르쳐야 하기에 한국어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가 수반되지 않다면 어렵다”고 설명한다.




mini interview



“외국인 유학생에게 한국어·한국 문화 가르쳐요”

권의현
남서울대 국제교육원 한국어 강사
순천향대 국어국문학과
순천향대 교육대학원 국어교육학과 졸업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국어학 박사 과정 중


Q.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소개한다면?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한국어 강사라고 해서 한국어만 가르치는 것은 아니고 한국의 다양한 문화에 대해 소개도 한다. 한국어강사로서 K-팝, K-드라마의 열풍을 실감하고 있다.


Q.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게 된 동기는?

어려서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했고 과목 중에서는 특히 국어를 좋아했다.
특별한 계기가 있어서라기보다 좋아하는 공부를 깊게 하고 싶어 국어국문학과 진학을 결심했다. 인문학의 기초인 국어국문학을 배운다면 이후 다른 학문을 접하게 되더라도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있었다.​


Q. 국어국문학과에서 배운 내용과 지금 하는 업무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국어학을 통해 한국어 음운이나 문법 등에 관한 지식을, 국문학을 통해 우리말과 글로 된 문화유산에 대해 배웠는데 이 모든 공부가 한국어교육을 할 때 그대로 연결된다. 한국어교육의 주된 교육과정이 한국어와 한국 문화 소개인데, 말과 글에는 한국인의 정서가 담기고, 그 정서가 모여 문화가 되기 때문이다.

처음 한국어교육을 시작했던 2007년 당시만 해도 한국어를 할 줄 아는 한국인이라면 다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인식이 많았지만, 한국어를 제대로 아는 한국어 모국어 화자는 그리 많지 않다. 한국어에 대해 심도 있게 배우고 한국어교육을 시작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우리말과 문화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한국어 강사 일을 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어려운 점이 있다면?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문화 교류를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실제 강의 현장은 생각했던 것과 사뭇 달랐다. 학생들에게는 어려운 공부였던 것이다. 교실 분위기를 주도하면서 학습 능률을 올리는 것까지 신경 써야 했다.

매 학기마다 가르치는 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교수법을 연구하고, 강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 마음까지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너무 어려운 일을 선택한 것이 아닌가 고민했던 기억이 있다.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러시아 학생 한 명이 대답도 단답형으로 하고 웃지 않고 냉담한 얼굴로 일관해서 신경이 쓰였는데 러시아 사람들은 예의상 웃는 것을 거짓된 감정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알고 이해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재밌는 일들도 많다. ‘명사-같아요’ 문법을 배우면서 한 명씩 문장을 만들어 발표하는데 “선생님은 개 같아요.”라고 해서 한바탕 웃었다. 사람을 비유할 때 ‘개’ 대신 ‘강아지’로 표현한다는 걸 알려주느라 수업 시간을 상당히 할애했다.


​ Q. 한국어 강사에 관심 있는 고등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아는 것을 나눠주고 서로의 문화를 배우며 함께 즐길 수 있는 이 일이 너무 좋아서 박사 과정까지 밟게 되었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직업에서 느낄 수 있는 보람과 만족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사람을 만나 서로 소통하고 어떤 일이라도 편견 없이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이 있다면 좋은 강사가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한국어와 한국 문학·문화에 관심과 애정을 갖고 공부해 나중에 현장에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로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학문”


정재욱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Q. 국어국문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시를 좋아했지만 국어국문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끌림보다 선생님이 되고 싶어 진학했다. 중·고교 시절 스스로와 주변에 대해 항상 의문이 많았고 의심이 많았다. 가끔은 학교에서 울기도 하고 무기력하게 엎드려 잠만 잤던 적도 있었다. 그때 학교 선생님들이 많이 도와주셨다. 이야기도 많이 들어주시고 위로와 조언도 많이 해주셨다.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계속해서 힘을 낼 수 있었기에 받은 사랑을 돌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무작정 선생님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교사가 되기 위해 수시 전형으로 연세대와 한국교원대 두 곳에 입학 원서를 냈고 모두 합격했다. 문제는 연세대는 국어교육학과가 아닌 국어국문학과라는 점이었다.

교직을 이수하거나 교육대학원을 진학하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한국교원대가 더 좋고 적합했다. 고민 끝에 이른바 SKY라는 학교를 다니고 싶은 마음과 폭넓은 경험을 해보라는 선생님들의 조언으로 연세대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하게 됐다.


Q. 가장 좋았던 전공 과목을 소개한다면?

​‘국어음운론’ 수업이다. 음운론은 말소리에 관해 공부하는 분야다.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음운법칙 관련 내용이 음운론에 포함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대학에서는 더 재미있게 음운론을 배운다. 발음 기관에서부터 시작해서 소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알 수 있다. 이 과정에서 IPA(국제음성기호)를 배우는데 이는 음운론이라기보다는 음성학에 더 가깝다. IPA를 배우면 정말 다양한 음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국의 음운이 아니라서 우리가 발음하기 힘든 [f] 발음 같은 음성을 포함한다.

고등학교 문법은 표준발음법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대학에서는 표준문법도 물론 배우지만, 비표준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진다. 국어음운론 수업에서도 사람들은 왜 ‘닭을’을 [다글]로 발음할까, ‘사귀어’를 왜 ‘사겨’로 표기할까, ‘주워 먹다’를 왜 [주서 먹따]로 발음할까 등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표준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람들의 언어 사용에도 관심을 가지는 게 대학 수준에서의 국어학이라고 볼 수 있다.


Q. 대학 졸업 후 진로 계획은?

음악을 하려고 한다. 창작욕이 있어서 이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살아가고 싶다. 국어국문학과 친구들은 출판사, 대기업, 로스쿨, 대학원, 학원, 교직, 연예기획사 등에서 맹활약 중이다. 국어국문학은 일반 기업에서 실용적으로 사용되는 학문은 아니지만 우리의 삶을 조금 더 풍성하게 볼 수 있게 도와준다. 그러하기에 국어국문학도가 도전하지 못할 분야는 없다고 감히 생각한다.


Q.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하려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국어국문학과 공부가 사실 많이 어렵다. 학문의 깊이로 인한 문제가 아니다. 세상을 많이 경험하고, 이해하고, 느끼고,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국어국문학은 사람에 대해 생각하는 학문이다. 사람들이 쓰는 말을 통해 우리의 삶이 담겨 있는 시를 쓰고 소설을 쓴다. 결국 사람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젠더의식이 어떻게 발현되는지, 우리의 욕망이 어떻게 구체화되는지, 윤리의식은 어디서 비롯되는지 등 한 편의 작품을 읽으면서 생각해야 할 지점이 많다. 결국 진부한 조언이지만 책을 많이 읽는 게 도움이 된다. 그리고 천천히 생각해보는 거다. 책에서 등장하는 인물과 세계가 보여주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나와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어떠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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