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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호

메타버스·블록체인 등 신기술에 관심 있다면?

경영과 공학의 융복합 기술경영학과

인문 계열의 전통 강자는 경영학과다. 상위권 학생들에게 선호도가 높고 취업률에서 보듯 기업에서도 각광받는 학과다. 이러한 경영학의 세부 전공이면서도 독립적 위상을 갖는 기술경영학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실용 학문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술을 키워드로 한다는 점에서 경영학과와 다르고, 경영 마인드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산업공학과와 다른 기술경영학과에 대해 알아보자.

취재 이지영 리포터 easygoing@naeil.com
도움말 박혜수 교수(건국대 기술경영학과)·조진표 대표(와이즈멘토)
자료 학과 홈페이지



경영학과는 기업, 기술경영학과는 기업을 넘어 국가까지

경영학은 기업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효율적 의사결정 방법을 다룬다. 기업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배우고 목표로 하는 이윤을 실현하는 방법을 연구한다. 세부 전공으로는 재무금융·회계·마케팅·인사조직·생산관리·경영정보 등이 있다. 기술경영학은 기업은 물론 산업과 국가의 부를 창출하는 전략과 방법론을 배운다는 점에서 경영학보다 탐구 대상이 넓다. 또 과학기술을 경영학 지식에 접목, 원가를 절감하고 차별화하기 위한 기술 혁신 전략에 집중한다. 기술경영학은 경영학에서 태동했으나, 기술을 예측하고 기술의 수명주기(s-curve)와 기술가치에 대해 깊이 있게 연구한다는 고유한 특징이 있다.

국내 최초로 학부 과정에 기술경영학과를 설립한 건국대는 기술 혁신 경향과 최근 기술 동향을 배우는 ‘기술 혁신 경영’, 국가의 과학기술 정책을 다루는 ‘국가기술 경영’, 특허를 분석하고 신제품을 만들어보는 ‘창업벤처 경영’ 등 세 개의 전공 모듈이 있다.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박혜수 교수는 “기술경영학과 졸업생들은 정부와 지자체 산하기관의 기술경영, 기술기획, 기술전략, 기술 마케팅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 전공 특성상, 국가의 기술 트렌드를 분석하고 연구개발 정책을 위해 예산을 배분 투자하는 업무를 수행할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일반 경영학과 출신보다 기술경영 전공자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한다.


산업공학과는 공정 효율성, 기술경영학과는 기술 트렌드에 집중

산업공학은 과학적 원리와 경영을 접목해 기업 업무 과정을 혁신하기 위한 경영전략을 연구한다. 공학과 경영학을 융합한다는 지점이 기술경영학과 유사하지만, 연구 분야를 들여다보면 차이가 있다. 산업공학은 시스템 운영을 위한 요소를 수학적으로 계산하는 ‘경영과학’, 인간의 행동과 사고를 공학적으로 접근하는 ‘인간공학’,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데이터 과학’ 등을 다룬다. 공과대학에 속한 전공답게 최적화, 확률통계와 컴퓨팅, 인간공학적 방법론을 활용한다.

박 교수는 “산업공학과는 현장에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공정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계산해서 수식화한다. 하지만 기술경영학과는 수리적 계산이 아닌 기술의 트렌드를 분석하고 예측해서 인적 자원과 조직을 어떻게 운영할지 연구한다”고 풀어 설명한다. 와이즈멘토 조진표 대표는 “기술을 제조와 생산 공정의 효율을 높이는 데 사용한다면 산업공학의 영역이며, 신제품을 구상하고 정책적으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정부와의 협업을 다룬다면 기술경영의 분야이다”라고 비교한다.




기술경영+복수전공 의무화로 전문성 꾀하는 대학도

학부 과정에 기술경영 관련 학과가 개설되어 있는 대학은 몇 안 된다. 2009년 가장 먼저 설립된 건국대 기술경영학과는 국내 최초로 학부·석사 과정·박사 과정을 연계한 체계적인 기술경영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건국대와 교과 과정이 가장 흡사한 대학은 카이스트 기술경영학부다.

단, 카이스트는 기술경영을 주 전공으로 하는 학생의 경우, 과학과 공학 분야 중 하나를 반드시 복수전공해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 경영과 과학기술 두 분야의 전문성을 모두 갖춘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의지이다. 기술 분야는 매우 광범위하므로 별도의 전공을 택해 함께 공부하는 것이 융합 학문인 기술경영학의 본질에 부합된다고 보는 것이다. 한국뉴욕주립대 기술경영학과도 세부 전공 선택을 의무화하고 있다. 응용수학통계학, 컴퓨터과학,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중 하나를 전공해야 한다.

실무형 교육과 현장 실습 위주로 교과 과정이 구성돼 있는 대학도 많다. 연세대 언더우드 국제대학에 있는 창의기술경영학과는 코딩 언어를 배우는 IT 파운데이션과 캡스톤 프로젝트 등을 다룬다. 호서대 디지털기술경영학과는 e비즈니스·디지털콘텐츠 비즈니스·미디어 마케팅 분야에 주력하고, 서울과학기술대 글로벌테크노경영 전공은 IT 기술, 소프트웨어 개발, 핀 테크를 주로 배운다.




기술경영학과에 적합한 인재는?

박 교수는 언어 능력을 가장 먼저 꼽는다. “기술경영학과는 글을 읽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능력이 탁월해야 한다. 기술경영학과 학생들이 주로 취업하는 곳은 경영전략팀인데, 보고서 작성 업무가 많으므로 국어, 영어 등 언어 능력을 갖추면 좋다. 또한 팀 프로젝트가 워낙 많으므로 협업 능력이 필요하다. 학과 특성상 개인 프로젝트에 팀 프로젝트를 혼합하는 등, 조직 내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 견제하는 상황을 많이 만들어주고 있다”고 강조한다.

조 대표는 “기술경영학은 컴퓨터 활용 능력과 수리 통계적 관심도 중요하다. 고등학교 때 <미적분>과 <확률과 통계>를 모두 선택해 이수하는 게 유리하다. 사회 현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언어 구사력이 좋을수록 적응이 수월할 것이다. 기술경영 전공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이 컨설팅 회사이므로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발표하고 표현하는 데 익숙하면 좋다”라고 조언한다.



Mini Interview


“기술 개발이 가치 창출로 이어지도록 기술 사업화 연구에 전념하고 있어요”


최선아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기술혁신경영전공 석사 과정


학부 때 기술경영학과를 지원한 이유는?

수시 원서를 접수할 시기에 대중매체를 통해 인공지능이나 사물인터넷 같은 기술의 발전과 파급력에 대해 접했다. 당시에는 막연하게 기술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 학과라 트렌드에 맞고 유망할 거라는 생각으로 지원했다. 16학번으로 대학에 입학한 시기부터 인공지능인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이나 인공지능 스피커의 등장, 클라우스 슈밥의 4차 산업혁명 언급 등 기술이 실생활에 밀접하게 접목되는 모습을 보면서, 학과 선택을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영과 공학의 융합이라는 점에서 기술경영학은 산업공학과 유사해 보인다. 어떤 차이가 있나?

산업공학과는 산업 현장에서의 여러 요인을 고려하여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 고민한다면, 기술경영학은 연구개발을 통해 개발된 기술을 관리하고 제품화함으로써 기업과 산업, 나아가 지역과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 고민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듯하다. 쉽게 말해 산업공학이 산업 현장에서의 품질 관리나 운영 관리에 초점을 맞춘다면, 기술경영은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제품 혁신과 공정 혁신에 관심을 둔다. 산업공학에서의 ‘산업’이 공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반면, 기술경영학에서 주목하는 ‘산업’은 공정보다는 인더스트리(industry)에 가깝다.


가장 기억에 남는 전공 과목은?

기술경영은 기업과 국가가 기술과 혁신을 통해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것에 대해 배우는 학문이다. 다소 모호하고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개념인데, 실생활에서 일어나는 최신 기술 트렌드를 통해 학습할 수 있었던 ‘기술 트렌드 분석과 예측’ 과목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등장한 신기술과 트렌드를 고찰하고, 교수님께서 가르쳐주신 기술예측 기법을 활용해 학우들과 한 학기 동안 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사회 문제 해결이라는 큰 목적하에 신기술을 접목한 서비스나 플랫폼을 제안함으로써 기술 혁신이 가지는 의의와 궁극적인 지향점에 대해 알게 되어 의미 있었다.


대학원에서 연구하고 있는 분야와 앞으로의 진로 계획은?

코로나19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과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됨에 따라, 기술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연구개발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연구개발의 결과물은 기술이며, 기술에 내재되어 있는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바로 기술 사업화이다. 그러나 한국의 R&D는 기술개발이 가치 창출로 이어지지 못해 기술 사업화율이 현저히 낮은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 사업화에 대한 연구를 신산업과 중소기업의 관점에서 진행 중이다. 대학원 졸업 후에는 연구소에서 관련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국가 경쟁력 제고에 이바지하고픈 꿈이 있다.


고등학교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기술경영학과는 기술 혁신 사례를 학습하거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실제 서비스나 사업을 제안하는 강의가 많다. 메타버스, 한국판 뉴딜, 플랫폼 기업, 블록체인 등 최신 기술 트렌드와 기술 정책에 관심이 있다면 전공에 대한 흥미가 높아질 듯하다. 평소에 뉴스를 많이 접하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기술경영학은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업과 산업, 국가의 관점에서 기술 혁신을 공부하기 때문에 어디로든 진출할 수 있는 유망한 전공이다. 평소 인공지능이나 사물인터넷, 자율주행 같은 기술에 관심이 많다면 국내 최초이자 유일하게 학부 차원에서 단일 학과로 개설되어 있는 건국대 기술경영학과에 관심을 가져보기를 권한다.


“기술경영+정보통신기술 2개 전공으로 전문성 갖춘 IT 매니저 꿈꿔요!”


김에스터
한국뉴욕주립대 기술경영학과 2학년


기술경영학과를 선택하게 된 동기는?

중·고등학교 때 리더 역할을 많이 맡으면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좋았고 자연스레 경영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런데 막상 학과를 정할 즈음엔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사회는 점점 이공계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고, 실제로 너무나도 빠른 속도로 새로운 기술이 등장한다. 때문에 경영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수반되어야 함을 깨달았다. 요즘 트렌드에 맞춰 기술을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경영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 기술경영학과를 택했다.


전공 공부를 하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과목은?

기술경영학과는 수많은 기술 중에서도 지속가능한 지구의 발전, 즉 SDG(Sustainable Development Goal)에 필요한 기술을 공부한다. ‘Technological Assessment’라는 과목이 가장 재미있었다. 앞으로 어떠한 기술들이 우리의 삶의 질을 증진시키고 현존하는 문제점들을 지속가능하게 해결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수업이다. 과거에 실행됐던 대표적인 사례 연구들을 주제로 각 문제적인 상황에 어떤 기술들이 필요한지를 배우고, 앞으로의 전망과 잠재적인 문제점들을 분석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특히 경영인의 눈으로 기술을 평가하고 도입했던 경험이 매우 신선했다. 기술은 이공계, 경영은 인문계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던 나는, 이 수업을 통해 기술을 갖고 경영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종합적인 시야를 터득할 수 있었다.


한국뉴욕주립대 기술경영학과의 특징은?

참고할 수 있는 자료들이 아주 풍부하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수업을 외국인 교수님들이 100% 영어로 진행하시기 때문에, 세계 유수의 논문이나 서적을 많이 접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기술경영의 특성상, 예전의 기술들을 이해하고 사회에 어떻게 도입됐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국뉴욕주립대 기술경영학과는 기술경영학을 전공으로 하고 세부 전공을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 기술경영학은 자칫하면 추상적인 학문이 될 수 있으므로, 세부 전공을 골라 전문성을 기를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 특징이다. 선택한 세부 전공에 맞는 기술과 경영 방식을 수업 시간에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다.


대학 졸업 후 꿈꾸는 진로는?

IT 매니저가 되고 싶다. 정확히 어떤 분야의 IT 매니저가 되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회사의 프로젝트에 상응하는 기술을 도입해 프로젝트의 방향을 정하고 발전시키는 역할을 하고 싶다.


고등학교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기술경영학은 통합형 인재를 요구한다. 경영인으로서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경영하는 법, 효과적으로 마케팅하는 법, 사람들을 인솔하고 글로벌 리더가 되는 법을 교육받는다.
대학수학은 물론이고 코딩에 대한 수준 높은 이해도 필요하다. 우리 학교는 졸업 조건으로 자바 코딩 수업과 수학·생물·화학·지질학·물리학 등 과학 수업이 요구된다. 기술경영학에 관심이 있다면 두 분야에서 융합적인 자질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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