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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호

K조선업 훈풍에 산업 저점 찍었다?

친환경·인공지능 결합하는 조선해양공학과

첨단 기술의 가속화와 국가 정책의 변화로 대학 학과의 인기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자율주행과 같은 4차 산업혁명 관련 학과는 선호도가 높다.
반면, 탈원전 정책으로 국내 원자력 산업이 위축되면서 원자핵공학과는 지원자가 감소하는 추세다. 조선해양공학과 역시 세계적인 조선업 불황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그러나 최근 조선업은 최저점을 찍고 반등 중이다. 영국의 해운·조선 시황 분석 업체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우리나라 선박 수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배 급증했고, 6개월 연속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조선업의 봄날을 맞은 조선해양공학과에 어떤 움직임이 있는지 알아보자.

취재 이지영 리포터 easygoing@naeil.com
도움말·사진 정광효 교수(부산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학과장)



선박 수주량 세계 1위 조선 강국
환경 규제 강화로 친환경 선박 발주량 더 증가할 듯

연초부터 우리나라 조선사들이 대규모 수주에 성공, 사상 최대의 선박 수주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2022년에 온실가스 배출권 규제가 강화되고, 2023년부터 노후 선박들은 운항 속도를 크게 감소해야 한다. 따라서 배출 가스를 저감할 수 있는 LNG(액화천연가스) 연료 추진선을 중심으로 선박 발주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대표적 친환경 선박인 LNG 연료 추진선은 우리나라가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으며 전망이 매우 밝다.


선박 설계·생산을 뛰어넘는 폭넓은 연구 분야
‘조선해양공학’ 하면 거친 바다를 가르는 거대하고 투박한 배를 떠올리거나, 조선소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용접공을 연상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조선해양공학은 선박과 해양 구조물을 설계하고 생산하는 것은 물론, 해양 물류와 에너지 산업의 중추 역할을 한다.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정광효 교수는 “선박의 목적은 화물 운송이다. 전 세계 천연가스와 석유, 철강석 같은 자원이 선박으로 운송되므로 선박은 에너지와 자원 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계공학과 비교하는 경우도 있지만, 부품 산업인 기계와 달리 조선해양은 시스템 산업이다”라고 설명한다.


조선해양공학 패러다임의 변화 ‘친환경’과 ‘스마트’를 키워드로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친환경 스마트 선박, 인공지능을 활용한 첨단 설계 등이 조선해양공학의 학문적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친환경 선박은 환경 오염 물질 배출을 저감시키고 해양 오염과 수중 소음을 줄인 선박을 뜻한다. LNG, LPG(액화석유가스), 수소, 암모니아, 전기 등을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이다.

우리나라는 LNG를 안전하게 운송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현재 가장 활발히 수주하는 선박이 LNG 연료 추진선이다. LNG 이후 가장 각광받는 연료는 수소다. 선박 내부에 설치된 연료전지로 공급된 수소는 산소와 만나 화학 반응을 일으켜 물과 열을 발생시킨다. 이때 발생한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시켜 추진 동력으로 사용하는 선박이 수소 연료전지 선박이며, LNG 연료 추진선보다 더 고도화된 기술이 필요하다.

AI와 융합한 기술 연구도 한창이다. 선박을 설계할 때 사용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자율 운항 선박, 해양의 불규칙한 자연 현상을 예측하는 기술 등에 AI가 활용되고 있다. 정 교수는 “AI와 융합된 이른바 스마트 기술은 이미 현장에서 많이 적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용접과 생산 공정 관리, 자재 관리에 AI 기술이 접목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스마트 야드다. 스마트 기술이 조선 분야에 활용되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며, 차별화된 전략으로 우리가 우위를 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공 선호도 대학마다 온도 차

조선해양공학 관련 학과는 서울대와 인하대를 제외하곤 모두 지방대에 개설돼 있다. 특히 바다와 인접한 부산·경남 지역에 많이 분포한다. 조선업의 불황 탓에 상위권 대학은 다른 전공을 찾아 떠나려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반면 조선해양 산업의 발원지라 할 수 있는 부산·경남·전남 지역의 학생들은 관련 전공에 대한 관심이 높고 조선해양 분야 취업을 원한다. 정 교수는 “부산대의 경우 대학원생이 정원을 초과했다. 석사 30명 정원인데 올해 50명 이상 선발했을 정도로 선호도가 높고 기업에서 거는 기대도 크다”고 말한다.


수학·물리 좋아하고 소통 능력 있어야 적응 쉬워

선박에 관심이 많고 기계의 작동 원리에 대해 호기심이 많다면 조선해양공학과 진로를 생각해볼 만하다. 바다를 좋아하고 해양 생물과 환경에 관심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정 교수는 “수학과 물리에 재능이 있고 자연 현상에 관심 있는 학생은 학과 공부에 잘 적응할 수 있다. 고등학생이라 사회 활동이 제한적이긴 하겠지만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성향이 좋다. 선박과 해양 구조물은 워낙 거대한 시스템이기 때문에 협업이 필수다. 학업 능력도 필요하지만 주변과의 소통 능력도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Mini Interview

“친환경 수소 선박 연구로 우리나라 조선 기술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이강남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박사
수소선박기술센터 연구원



현재 소속과 진행하고 있는 연구는?

부산대 수소선박기술센터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배출가스가 없는 미래 친환경 연료인 수소를 선박의 동력원으로 사용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선박 내 수소 저장을 위한 초저온 수소 저장 기술, 저장된 수소를 사용해 수소 연료전지를 통해 전력을 생산하는 기술, 생성된 전력을 활용해 선박을 추진하는 전기 추진 기술을 연구한다. 그리고 이를 선박에 적용하는 설계 기술 개발 등 미래 친환경 수소 선박을 위한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조선해양공학을 전공하게 된 동기는?

고등학교 때는 막연히 공대에 진학하고 싶다는 생각만 했는데, 주변 친구들의 소개로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를 알게 되었고, 수학과 물리를 좋아하는 내 적성과 딱 맞는 것 같아 지원했다. 대학에서는 전공 공부와 학과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했다. 특히 교수님들의 진심 어린 지도를 통해 선박과 조선해양공학이라는 학문에 큰 매력을 느꼈다.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세계 제일인 대한민국의 조선 기술을 발전시키고 싶다는 포부를 갖고 대학원에 진학해 학업을 이어갔다.


대학 때 했던 동아리 활동은?

태양광을 이용해 전기를 충전하여 달리는 ‘솔라보트’ 동아리 활동을 했다. 수업 시간에 배웠던 선박 관련 지식들을 적용해 설계하고 직접 선박을 만들면서 선박의 매력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당시 친환경 선박에 대해 열심히 공부했던 것이 지금 하고 있는 수소 연료전지 추진 선박 연구에 큰 도움이 된 듯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조선해양공학과의 비전은?

시대 변화에 따라 조선 산업 역시 노동 중심에서 기술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선박의 건조뿐만 아니라 거친 바다를 헤쳐 나가기 위한 선박 설계와 운항에 있어서도 안전과 효율을 위한 기술이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다. 특히 미래 선박은 친환경과 스마트 개념을 중심으로 그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조선 산업의 활성화와 함께 세계 1위인 우리나라가 시장과 기술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한다.


조선해양공학을 전공하려는 후배에게 조언 한마디.

선박은 기계, 전자·전기, 화학 등 다양한 학문들의 융합을 통해 완성된다. 미래의 친환경·스마트 선박은 학문 간 기술 융합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조선해양공학도로서 주변의 다양한 기술에 관심을 갖고 공부한다면 미래에 큰 자산이 될 것이다.



“대학원에 진학해 친환경 전기 추진 선박 연구하고 싶어요”


현여진
인하대 조선해양공학과 4학년



조선해양공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어릴 때 가족들과 바다에 자주 갔다. 그럴 때마다 ‘무거운 철로 된 배가 어떻게 물 위에 뜨는 걸까?’ ‘어떻게 작은 프로펠러로 배가 움직일까?’ 하는 궁금증을 가졌다. 학교에서 물리를 배우면서 호기심을 과학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 흥미를 느껴 지원했다.


가장 흥미 있는 전공 과목은?

<저항론> 과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선박은 치수와 형상에 따라 운항 속도를 내기 위한 프로펠러의 회전 수와 필요한 마력이 다르다. 실제 선박이 제작되기 전에는 정확히 알 수 없으므로 선박을 축소한 모형으로 실험을 한 뒤 규정에 성능을 추정한다. 이를 기반으로 프로펠러의 형상과 크기, 엔진 사양을 결정해 기본 설계를 한다. <저항론>은 유체의 특성을 반영한 실선의 성능 추정 원리와 과정에 대해 다루는데, 이를 통해 유체의 물리적 현상이 선박의 성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게 되어 의미 있었다.


대학생활에서 보람 있었던 일은?

<저항론>에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대한조선학회에서 주관하는 ‘제29회 선박 설계 콘테스트’에 참가했다. 팀원들과 함께 선박 주위의 유체 유동 개선에 초점을 맞춰 에너지 저감 장치를 설계했고, 선박의 에너지 효율을 증가시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를 계기로 선박의 친환경화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됐다.


대학 졸업 후 진로 계획은?

대학원에 진학해 미래의 친환경 선박을 연구하고 싶다. 특히 전기 추진 선박에 관심이 많아 현재 전기공학을 부전공하며 연구 분야를 탐색하고 있는 중이다. 전기 추진 선박은 디젤 엔진과 같은 내연 기관을 통해 추진하는 기존 선박과 달리, 전기 에너지를 이용해 움직이는 선박이다. 현재 리튬 배터리 기술과 모터 기술의 발전으로 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앞으로 연구를 통해 전기 추진 시스템을 선박에 적용할 때 발생하는 문제점과 개선할 점을 찾고 싶다.


조선해양공학을 전공하려는 후배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4대 역학을 기초로 하는 강의가 많기 때문에 수학과 물리를 열심히 공부한다면 훨씬 수월할 것이다. 또한 프로그래밍과 전산 관련 강의가 있으므로 컴퓨터 언어를 공부해 간단한 실습을 해보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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