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2021학년 정시 원서 접수가 마감됐다. 서울 주요 대학마저 대부분 경쟁률이 하락한 가운데 서울대 한국외대 숙명여대의 경쟁률 상승이 눈에 띈다. 반도체·데이터·인공지능 등 첨단 학과 경쟁률의 강세도 주목할 만하다. 반면 수험생 감소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지방 대학은 3:1보다 약간 웃돌거나 3:1을 넘지 못해 사실상 미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거점 국립대는 대부분 3:1을 넘겨 학령인구 감소의 여파에도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이다. 서울 주요 대학, 지역 거점 국립대, 지방 대학 등의 2021 정시 경쟁률을 살펴보고, 2022 경쟁률에 대한 예측도 담아봤다.
취재 박민아 리포터 minapark@naeil.com
도움말 김창묵 교사(서울 경신고등학교)·장문성 학력개발원장(종로학원하늘교육)
채용석 교사(서울 배명고등학교)
학령인구 감소로
서울 주요 대학마저 정시 경쟁률 하락
2021학년 정시 모집 원서 마감 결과 서울 소재 15개 대학의 평균 경쟁률(정원 내 기준)은 5.02:1로 2020학년 5.53:1에 비해 하락했다(표 1). 서울 주요 대학 역시 학령인구 감소의 영향을 피할 수 없는 모양새다.
전체적으로 하락세인 가운데 서울대(3.4→3.82) 한국외대(5.06→5.58) 숙명여대(3.88→4.02)가 소폭 상승했다. 그러나 이들 대학 역시 전체 지원자 수 증가에 의한 경쟁률 상승이 아닌 모집 인원 감소, 모집 단위의 군 이동 등의 기타 요인이 경쟁률 상승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장문성 학력개발원장은 “서울대의 경우 2020학년에 비해 수시 이월 인원이 줄어 최종 모집 인원의 규모가 지난해에 비해 줄어들었기 때문에 경쟁률이 높아진 효과가 크다. 학령인구가 2020학년보다 10% 정도 줄어든 상황에서 경쟁률이 낮아지지 않고 높아진 것은 어느 정도 지원이 집중됐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 경신고 김창묵 교사는 “영어의 변별력은 낮았지만, 국어, 수학 가형이 다소 어렵게 출제되면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상위권 수험생들이 소신 지원한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 배명고 채용석 교사는 “수시 이월 인원 감소 외에도, 정시에서 미선발할 계획이었던 학과에서 이월 인원이 발생해 에너지자원공학과(1명 모집, 9명 지원), 교육학과(1명 모집, 23명 지원) 등 소인수 학과에 학생들의 지원이 몰린 것도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국외대의 경쟁률 상승은 다군 경영학부의 경쟁률 상승 때문이라는 의견이 대세다. 김 교사는 “경영학부는 2020학년 나군에서 모집했는데 2021학년에 다군으로 이동했다. 지난해에 236명이 지원했는데 올해는 1천10명 지원해 경쟁률이 4.9:1에서 20.2:1로 증가했다. 다군은 상위권 대학의 모집 인원이 적어 지원이 몰리는 경향이 있는데 다군 이동으로 늘어난 800여 명이 전체 경쟁률을 끌어올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숙명여대의 경쟁률 상승은 예체능 계열이 원인으로 파악된다. 김 교사는 “예체능을 제외한 인문, 자연 계열의 경쟁률은 오히려 하락했다. 결국 숙명여대의 경쟁률 상승은 예체능 계열의 경쟁률이 원인이다. 세종대, 서울과학기술대도 계열별로 살펴보면 인문, 자연 계열은 하락하고 예체능 계열의 경쟁률은 올라 전체 경쟁률은 상승했다”고 덧붙였다.
지역 거점 국립대 정시 경쟁률 대부분 3:1 이상
일부 캠퍼스를 제외하면 지역 거점 국립대는 대부분 3: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했다(표 2). 학령인구 감소와 함께 재학생의 수능 응시율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점을 감안해보면 지역 거점 국립대의 정시 경쟁률은 상당히 선방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장 학력개발원장은 “학령인구 감소로 지역 거점 국립대가 미달될 수도 있다고 예상해 상향 지원한 학생들이 많았다. 수도권 학생들도 지역 거점 국립대까지는 지원해 상대적으로 학령인구 감소의 영향을 적게 받은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사는 “강원대의 경우 춘천캠퍼스에서 313명, 삼척캠퍼스에서 427명 지원이 늘어 지난해에 비해 경쟁률이 각각 0.01, 0.48 상승했다. 학과별 경쟁률을 살펴보면 선호, 비선호 학과 구분없이 경쟁률이 상승했는데, 이는 지난해 지나치게 낮아졌던 경쟁률로 인해 합격을 기대하는 심리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지방 대학 3:1 이하 많아
2021 수능 접수 결과 응시자 수는 총 49만3천433명으로 전년 54만8천734명보다 5만5천301명 줄어 처음으로 40만 명대에 진입했다. 또 재학생 수능 응시율 역시 2019학년 70.1%, 2020학년 68.2%, 2021학년 64.5%로 매년 낮아짐에 따라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정시 경쟁률 감소는 예견된 일이었다. 특히 수험생들의 수도권 대학 선호 현상으로 지방 대학이 학령인구 감소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서울 5.11:1, 인천 4.66:1, 경기 4.81:1, 세종 4.34:1을 제외하면 대부분 3:1을 약간 상회하거나 3:1 미만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표 3). 정시 모집에서는 수험생 1인당 3곳까지 원서를 쓸 수 있기 때문에 경쟁률이 3:1에 못 미치는 대학은 ‘사실상 미달’로 해석할 수 있다.
대체로 수도권에서 먼 지역 대학의 경쟁률이 낮게 나타나고 수도권으로 올라갈수록 다소 높아지는 경향이 뚜렷해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속설이 현실화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채 교사는 “경쟁률이 낮은 지역의 특징은 정시 모집 인원 대비 지역 학생 수가 적다는 것이다. 상위권 학생들이 수도권으로 이동하게 돼 지역 대학의 경쟁률이 더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상위권 대학 첨단 학과 경쟁률 대학 평균 훨씬 웃돌아
2021 정시 모집의 특징 중 하나는 첨단 산업과 관련해 신·증설된 모집 단위의 인기가 높았다는 점이다. 인공지능, 데이터, 반도체 등의 첨단 학과는 취업이 유망하고 장학금 등의 혜택이 많아 상대적으로 높은 경쟁률을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표 4).
채 교사는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인 곳은 다군인 중앙대 창의ICT공과대학으로 경쟁률이 25.2:1이었고, 다군 건국대 스마트운행체공학과 11.19:1, 가군 한양대 데이터사이언스학과 8.0:1, 가군 중앙대 AI학과 7.91:1, 다군 인하대 스마트모빌리티공학과 7.69:1 순이었다. 상위 10개 대학 중 5개가 다군 선발 대학”이라고 전했다.
고려대 반도체공학 3.94:1, 융합에너지공학 6.6:1, 데이터과학 4.89:1,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 4.99:1, 한양대 데이터사이언스 8:1, 심리뇌과학 7.44:1 등 상위권 대학의 첨단 학과들은 대부분 대학 평균 경쟁률보다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김 교사는 “상위권 대학 첨단 학과의 인기는 높은 반면, 중하위권 대학 첨단 학과들은 오히려 대학 평균 경쟁률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대학을 우선시하는 경향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2022 경쟁률은?
2022학년은 2021학년에 비해 학령인구가 일시적으로 증가하지만, 대학 정원에 비해 수험생이 여전히 부족한 해다. 채 교사는 “2022학년은 학령인구가 1만여 명 증가하지만, 재학생의 수능 응시율이 계속 감소하고 있고 재학생 감소가 졸업생 지원자 감소로 이어져 경쟁률이 2021학년과 비슷하거나 근소하게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장 학력개발원장은 “지난 11월 모의고사에서 고3과 고2의 응시자 수를 비교해보면, 사탐 선택자는 감소하고 과탐 선택자는 증가했다. 인문 계열은 여전히 줄고 자연 계열 지원자는 늘 것이다. 인문 계열 학과는 지원자가 줄어 경쟁률이 오르지 않고, 자연 계열 학과는 약대 선발로 인해 상위권에서 경쟁률 분산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로 인해 자연 계열 학과의 경쟁률 역시 줄 가능성이 높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대학 가기에 좋은 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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