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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0호

선행 제로, 내신 굿! 특목·자사고 도전해볼까?

교육특구 등에서는 여전히 선행학습에 대한 수요가 적지 않다. 하지만 선행 없이 현행과 후행에 충실한 학생도 많다. 무리한 선행의 폐해를 여러 전문가들이 경고해왔고 성실하게 학교 수업을 따라온 학생들이 선행 없이도 만족스러운 성적을 얻는 사례가 쌓인 결과다. 그런데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고민을 호소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우수한 중학 내신 성적에, 생각지 않았던 특목·자사고 진학까지 눈에 들어온다는 것. 내신만으로는 합격권이지만, 입시 준비를 하지 않은 데다 선행 없이 입학한 후 역량을 펼칠 수 있을지 고민이라는 하소연이다. 실제 자녀를 선행 없이 외고와 전국 단위 자사고에 입학시킨 선배맘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도전 여부를 고민해보자.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도움말 조재형 대표(미래교육)



Reader’s Letter



현행만 한 중학 성적 전교권 아이예요. 특목·자사고 가도 될까요?

“중3 자녀를 둔 학부모입니다. 고교 선택을 앞두고 아이와의 이견으로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아이는 중학교 3년 내내 학교생활과 교과 수업에 충실히 임했고 덕분에 전교 2등이라는 최종 결과를 얻었습니다. 그러더니 ‘전국 단위 자사고’를 가겠다고 선포하더군요. 가까운 일반고를 생각했던지라 매우 당황스러워요. 아이가 선행학습을 조금도 하지 않았거든요. 특목·자사고는 입학 전 고교 과정을 어느 정도 다져두지 않으면, 중학교와 전혀 다른 성적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들어서 더 걱정이에요. 조심스레 조언하고 있지만 아이는 요지부동입니다. 가서 열심히 할 자신이 있으니 믿고 보내달라나요? 아이의 소망을 꺾고 싶지 않지만 대입은 현실이기에 고민이 깊습니다.”
_ 이정아(46·서울 노원구 상계동)



중학교 성적으로 고교 내신 가늠 안 돼

고등학교 선택 기준의 하나는 내신이다. 한데 중학교 성적으로 고등학교에서의 성적대를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평가 체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상대평가를 적용하는 고등학교와 달리 중학교는 절대평가를 적용한다.

일반 교과는 점수에 따라 A~E, 예체능의 경우 A~C로 성적이 표기된다. 지역별, 학교별로 시험 문제의 난도도 다르다. 미래교육 조재형 대표는 “고교 내신은 등급을 나눠야 하므로 변별력을 둔다. 특히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모이는 지역별로 선호도가 높은 학교나 교육특구에 위치한 학교, 특목·자사고의 경우 시험 문제가 까다롭게 출제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그만큼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선 중학교 때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셈이다. 비슷한 학업 역량과 공부에 대한 적극성을 어느 정도 갖춘 학생들이 모이는 특목·자사고의 경우 적은 차이로 등급이 갈리는 일이 많다.

안 그래도 학습량이 늘어나는 고교 단계이다 보니 세간에서 특목·자사고에서 원활히 학습하려면 어느 정도 고교 과정을 미리 밟아두는 것이 불가피하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특목·자사고에서 필요한 것은 ‘선행보다 성향’이라 일갈한다.

즉 승부욕이 강하고 자기 주도적 학습이 습관화돼 있는가, 성적이나 주변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목표한 바를 이뤄가는 멘탈을 지녔는가, 토론과 발표를 어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 주저함이 없으며 학우들과의 협업을 즐기는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선행을 상위권 성적의 필수 요소로 여기는 이가 많다. 하지만 공부에 있어서 필수 요소는 어려운 문제를 마주했을 때 머뭇거리지 않고 도전하는 자세이다. 또 교과와 비교과 영역을 넘나들면서 자유롭게 생각의 폭을 넓혀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고1 자녀를 둔 선배맘이 들려주는 ‘솔직 경험담’

서울 대원외고·하나고 1학년 학부모가 전하는 선행 없는 고입
“선택과 책임, 모두 아이에게 맡겼죠”


Q. 자녀가 특목·자사고 진학을 결심하게 된 시기는?

외고맘_ 중3 여름방학이 끝나고 외고에 진학하겠다고 했다. 선행을 전혀 하지 않은 상태였기에 진학 후 내신이 부진할까 걱정이 많았다. 담임 선생님과 이 부분에 대해 상담을 했고 ‘아이를 믿어주는 게 옳다’는 쪽으로 판단이 섰다.

자사고맘_ 마찬가지다. 중학 시기까지 학원 없이 살던 아이가 중3이 되자 전국 단위 자사고를 가겠다고 했다. 처음엔 좀 당혹스러웠지만 부랴부랴 자기소개서 작성과 면접 대비에 들어갔다.


Q. 입학 후 학교생활은 어떤가?

외고맘_ 고교 생활은 하루하루가 치열함의 연속이다. 대입에서 비교과활동이나 독서 기록이 미반영된다지만 학생부의 ‘세특’은 엄연히 살아 있다. 학교생활과 교내 활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는 뜻이다. 내신도 매우 중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수행평가도 정말 많다. 고교 과정 학습을 정석으로 밟으며, 수행평가나 교내 활동까지 하려니 더 시간에 쫓긴다. 학교 특성상 외국어 스피치, 디베이트 대회 등 활동도 잦고 수업과 수행이 독서와 연계돼 독서량도 상당하다. 다행히 아이는 만만치 않은 과제와 학습량의 버거움을 ‘힘들지만 보람 있다’며 잘 견뎌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2학기 성적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이 모든 건 ‘스스로 원해서 선택한 학교’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자사고맘_ ‘자사고에 아무리 잘하는 아이들이 온다 해도 설마 100등 안에는 들겠지’하고 허락했는데, 너무나 안일한 생각이었다. 전국의 전교권 학생들이 모이는 학교를 만만하게 본 대가가 너무 크더라. 고1 2학기 중간고사까지 받은 내신 성적은 5등급이다. 1학년의 마지막 기말고사를 앞두고 있지만 드라마틱한 성적 향상은 꿈꾸지 않는다. 아이도 ‘나는 정시파’라며 스스로를 달래고 있다. 그럼에도 학교를 옮길 생각은 전혀 없단다. 성적은 비록 잘 나오지 않지만 학교생활이 재미있고 만족스럽다는 이유다.


Q. 후배들에게 전하고픈 말이 있다면?

자사고맘_ 섣부른 선행은 독이 되지만 안일한 현행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특히 수학의 경우 가장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1학기를 마칠 무렵 상위권 친구들의 입학 전 학습 상황을 확인해보니, 대다수가 <미적분>까지 학습했다고 한다. 현행을 잘 다졌다면, 좀 더 높은 수준의 학습에 도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도움이 된다. 다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강력한 멘탈’이다. 중학교 성적만큼 나오지 않는다고 자존감이 무너지면 학교생활을 완주하기 힘들다.

외고맘_ 외고에서의 내신도 결국 수학이 핵심이다. 입학 전 1학년 수학 과정은 예습해두길 권하고 싶다. 또 영어는 정말 잘해야 한다. 시수도 많은데, 중학교 영어 내신 A는 모두가 기본으로 받고 오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외국어 학습을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데 수학·과학이 싫어 외고에 지원하려 한다면 다시 생각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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