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주세요!”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 음료를 즐기는 청소년들의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특히 시험 기간에는 졸음과의 한판 승부를 위해 커피 음료를 찾는 학생들이 더욱 많아진다. 문제는 건강. 커피는 기호식품이지만 과도한 카페인 섭취는 성장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금하기도 어렵다. ‘아·아’와 함께 카페에서 수다를 떨거나 공부하는 ‘10대 문화’에서 소외될 수 있기 때문.
최대한 건강하게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지 전문가의 조언을 담아봤다.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도움말 진영아 원장(좋은소아청소년과의원)·신현봉 외래교수(한국호텔관광실용전문학교·대치선유도커피 대표)
커피, 청소년들에게도 일상
2018년 9월부터 초·중·고교 내 매점과 자판기 등에서 커피가 사라졌다. 고카페인(카페인 150mg/kg 이상) 함유 식품 판매를 전면 금지한 결과다. 하지만 학생들의 일상에는 커피가 깊숙이 자리한다. 어느 카페에서나 앳된 얼굴의 학생들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거나, 카페 라테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공부를 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잠을 깨거나, 집중력을 높여 학습에 도움이 되기 때문.
중3 김영후(가명·서울 노원구 중계동) 학생은 “매일 아침과 저녁,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잠이 덜 깬 상태로 집을 나서는데 커피 한잔이면 정신이 금방 또렷해지고 수업 시간에 집중도 잘된다. 학원 가기 전에도 ‘맑은 정신’을 찾고 싶어 또 커피를 마신다”고 말한다.
실제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청소년의 28%가 잠을 깨기 위한 방법으로 카페인 음료를 선호하며 그중 65%가 하루 한잔 이상의 카페인 음료를 마신다.
선호 음료는 커피(45%)와 버블티를 비롯한 홍차나 녹차(30%), 에너지드링크(25%) 순이다. 커피 전문점은 물론, 편의점이나 스터디카페 등에서도 손쉽게 마실 수 있다 보니 학교에서 판매를 금지해도 학생들의 커피 음용률은 높아지는 추세다.
이에 카페인 과다 섭취로 인한 부작용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일상이 된 학생들의 커피 음용을 무조건 금지하기는 쉽지 않다. 효과는 누리되, 건강은 해치지 않도록 제대로 마시는 법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좋은소아청소년과의원 진영아 원장은 “학업량이 버거운 청소년들에게 커피의 해악을 논하며 무조건 금지하기보다는 스스로의 건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어떻게 커피를 조절하며 음용할 것인가를 제대로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전문가가 알려주는
커피 똑똑하게 마시는 법
“커피와 간식, 함께 즐기면 안 돼요!”
진영아 원장
Q. 왜 커피가 몸에 해롭다고 하나요?
A. 커피 속 카페인이란 단어는 커피의 coffe-에 질소를 함유한 염기성 유기화합물 알칼로이드(amine)를 뜻하는 –ine가 붙어 이뤄진 합성어예요. 카페인은 적정량을 복용하면 중추신경을 자극해 기분을 좋게 하고, 일시적으로 인지 능력·운동 수행력·암기력을 높여줘요. 청소년들이 카페인을 찾는 이유도 피로회복, 각성 효과, 학습 효과 증진입니다. 효과는 3~10시간 정도 지속돼요.
문제는 내성입니다. 다른 향정신성 물질과는 달리 규제가 없지만, 카페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더 많은 양의 카페인을 더 자주 찾게 되죠. 결국 중독될 수 있고요. 카페인을 과다 섭취했을 때의 부작용도 있어요. 초조감, 불면증, 신경과민 등을 야기하고 심박수 증가로 인한 심한 두근거림, 혈압 상승, 두통, 오심을 일으키기도 해요. 위·식도 역류 질환, 위궤양 등의 위장병은 물론 현기증과 식욕감퇴도 발생할 수 있죠. 장시간 지속되는 심한 경련 현상인 ‘강직성경련’이 올 수 있죠.
무엇보다 청소년기의 성장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성장 호르몬은 밤 10시~새벽 2시에 집중적으로 분비돼요. 이 시간에 수면이나 휴식을 취해야 하는데, 카페인을 과잉 섭취했거나 늦은 시간에 음용해 밤늦게까지 각성 상태로 깨어 있으면 성장 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못합니다. 카페인은 신체의 칼슘 흡수를 방해하기도 해 청소년기 골격 형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요.
Q. 청소년이 안전하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방법은요?
A. 적정한 섭취량을 지켜야 합니다. 물론 사람마다 카페인 민감도가 달라 적절한 섭취량은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청소년은 성인에 비해 대응력이 낮아 같은 양을 섭취해도 몸속에 더 오랜 시간 머물고, 소량의 카페인으로도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더 주의해야 합니다.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청소년 카페인 1일 권장량인 체중 1kg당 2.5mg 이하를 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체중이 50kg라면 하루 125mg 이하의 카페인을 섭취하는 식이죠. 커피 전문점의 285ml짜리 아메리카노 한잔에는 평균 125mg의 카페인이 함유돼 있어요. 때문에 하루 한잔 이상 마실 경우 디카페인 커피를 추천해요. 또한 커피 외에 초콜릿이나 아이스크림, 과자, 청량음료 등에도 카페인이 들어 있으니 커피를 마신 날에는 카페인이 들어간 간식은 섭취를 피하길 바라요.
“쓴맛 적고 신선한 커피 추천해요”
신현봉 대표
Q. 실제 중·고교생들이 커피 전문점을 자주 찾나요?
A. 네. 특히 하교 시간이나 학원의 쉬는 시간, 혹은 학원 이동 시간 등에 청소년 고객이 많죠. 주문하는 커피 메뉴도 다양해요. 각성 효과를 얻기 위해 에스프레소와 물을 혼합한 아메리카노를 마시기도 하지만, 디저트를 즐기듯 커피 우유나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한 시럽이나 파우더, 토핑 크림이 첨가된 커피도 많이 찾습니다.
Q. 전문가로서 청소년에게 추천하는 커피 음료가 있나요?
A. 전문가로서 청소년에게 커피보다 커피 이외의 음료를 권하고 싶어요.(웃음). 추출법에 따라 카페인이 더 높아지거나 낮아지기도 하고, 원두 맛에 따라 각성 효과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카페인 성분을 최소화하려면 원두를 약하게 볶아야 하는데, 이런 원두로 추출한 커피는 신맛이 강해요.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강한 불에 원두를 볶은 쓴맛의 커피를 선호하죠. 카페인이 더 많은 쪽을요. 또 대부분의 커피 전문점은 원두를 구매해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음료를 만들어요. 즉, 카페인 성분을 고려해 원두를 볶고 제조하는 곳은 찾기 어렵다는 뜻이죠. 커피가 함유된 음료는 에스프레소 베이스라 카페인을 피할 수 없고요.
Q. 청소년에게 건강하게 커피를 즐기는 법을 알려준다면요?
A. 주문한 커피를 받았을 때 흑색에 가까울 만큼 색이 짙다면 조금만 마시길 권해요. 진하게 우려냈거나 강하게 볶아 카페인이 더 많은 커피일 가능성이 높아요. 또 신선한 원두를 잘 볶아내 추출한 커피가 오래된 원두로 내린 커피에 비해 성분이 좋아요.
매장에서 사용하는 원두의 크기가 고르지 않거나 기름기가 떠 있는 커피를 내주는 곳은 피하세요. 눅눅한 향이 나는 커피도 좋지 않죠. 이 모든 것을 확인하려면 휘핑 크림이 잔뜩 올라간 메뉴는 되도록 멀리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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