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과 고1은 한 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심리적 차이는 상당하다. 고등학교를 배정받은 순간부터 입시생이 된 것처럼 마음은 불안하고, 지금까지 고등 준비를 잘해온 것인지 걱정부터 앞선다. 학교와 학원 설명회를 부지런히 다니지만, 더 불안해 오히려 아이만 잡게 된다는 예비 고1맘들. 너무 걱정하지 말자. 중등과 많은 것이 달라지고 성적의 역전이 쉽지 않은 건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안 되는 게 없는 학년 역시 고1이라는 걸 잊지 말라는 게 고1 선배맘의 얘기다. 이제 입시의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우리 자녀들이 넘어지더라도 한걸음씩 나아갈 수 있도록 격려가 필요한 때다.
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수학 상을 5번? 미적분까지 선행? 의미 없어”
걱정 중 하나가 선행에 대한 불안이었어요. 아이도 “엄마, 우리 반에 하나고 지원했다가 떨어진 친구도 있고, 영재고 떨어져서 온 친구들도 있대요.
수학을 엄청나게 선행했겠죠? 그 친구들과 게임이 되겠어요?” 하더라고요. 저도 불안했죠. 그런데 영재고 지원했던 친구는 서술형 문항에서 배운 과정대로 풀지 않아 감점을 많이 당했다더라고요.
“엄마, 보통 서술형에서 2~3문제는 다 같이 어려 우니까 오히려 나머지 문제를 완벽하게 푸는 게등급 관리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어려운 문제에 매달려 3등급으로 떨어졌던 수학 성적을 2등급으로 올리고 난 뒤 아이가 한 얘기였어요. 그러니 선행에 너무 불안해할 필요 없어요. _최보윤(47·서울 은평구 응암동)
Advice 서술형 문제의 비중이 강화되고, 선행학습 금지법이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현 학년에서 배우는 이상의 개념을 적는다면 오히려 감점을 당하기 쉽다.
공부 잘하는 학생만 챙긴다? 열심히 하는 학생도 인정!”
입학 전에 전교 30등까지만 특별 관리해주는 학교란 얘기를 들었던 터라 걱정이 많았습니다. 전교권에 들 자신은 없으니, 성실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자며 아이를 격려했지요. 참고로 아이의 성적은 중학교 백분위 석차로 따지면 320여 명 중 154등, 반 배치고사는 90등, 2학기 마지막은 53등으로 상승 곡선을 보였어요. 1학년 마칠 때쯤 학교 상담을 갔을 때 선생님께서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예쁘다며, 성적만 조금 더 올려보자고 격려해주셨 죠. 아이도 가끔 “엄마, 수업 시간에 애들이 엄청 자. 나는 수업 시간에는 진짜 안 졸려고 노력하거든. 그래서인지 선생님들이 나를 쫌 예뻐하시는 것같긴 해”라며 웃더라고요. _정혜은(45·서울 송파구 잠실동)
Advice 수업 시간에 교사와 눈을 마주치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 예의 바른 모습이 더 중요하다. 요즘은 성적에 따라 프로그램 참여 자격을 제한하는 경우는 드물다. 일단 관심 있는 프로그램에 도전해보길!
“한 번의 시험 결과에 너무 연연하지 말아야”
고등학교 입학하고 나서 무기력해지는 아이들을 많이 봤어요. 입학하자마자 본 배치고사와 3월 모의고사 성적표에 충격을 받기도 하고, 열심히 한다고 해도 좀처럼 올라가지 않는 성적에 공부를 놓아버리는 아이들이 주변에 꽤 있더라고요. 그런데 돌이켜보면 부모의 불안감이 가장 큰 이유 같아요. 물론 첫 시험인 반 배치고사나 3월 모의고 사를 잘 보면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지만 그게 전부 더라고요. 사실 고1 때 시험 한 번 망쳤다고 큰일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중간고사를 못 봤어도 수행평가를 잘 챙기고 기말고사에서 선전하면 어느 정도는 만회가 가능하다는 것도 경험을 통해 알게 됐어요. 시험 못 봤다고 아이를 몰아세워봤자 서로에게 상처만 남긴다는 것도 알게 됐죠. 우여곡절이 많았던 고1이었지만, 1년을 돌이켜보니 아이가 자존감을 잃지 않고 고1을 보낼 수 있게 지켜준 것이 가장 잘한 일이란 생각이 들었답니다.
1년 동안 역동의 시기를 보내고 나니, 이제 제 역할이 무엇인지 보여요. 이제 남은 2년, 긴 입시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도록 부모인 제가 페이스메이 커가 돼주려고요. 예비 고1맘들도, 조금만 마음을 내려놓으시길. _강지희(48·서울 서초구 방배동)
Advice 지필평가만으로 등급을 산출하지 않는다. 과목에 따라 한두 번의 지필평가와 수행평가를 실시하기도 하고 , 100% 수행평가로 성적을 산출하기도 한다. 보통 학기초에 평가 계획을 공지하거나 학교 홈페이지에서 수행평가 비율과 방법을 확인할 수 있다.
“아이도 고1은 처음, 시작 잘할 수 있게 도와줘야”
“옆집 아이는 자기가 알아서 척척 하는데 넌 정말왜 그 모양이냐.” 엄마들의 단골 잔소리죠. 중학교때 자사고나 특목고를 준비했던 아이들은 보고서나 발표 자료도 완성도 있게 뚝딱 만들지만 평범한 보통의 아이들은 막막해하고, 어려워합니다.
그러다 포기하는 예도 많고요. 그러니 중학교 때까지 부모의 손길이 컸거나 자녀가 막막해한다면 같이 고민해주라고 말하고 싶어요. 우리 아이도 과학과 관련해 발표 자료를 찾으면 어떤 주제를 고민해보고 싶은지 의논하고, 자료도 찾아주고, 아이가 작성한 보고서를 검토해서 보완할 내용을 제시하기도 했어요. 사실 처음에 아이가 쓴 보고 서를 봤는데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자료들을 모아놓은 수준이라 깜짝 놀랐거든요. 주제를 좁혀가는 과정, 논문이나 전문 서적을 찾는 방법 등을 알려주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양식에 대해서도 같이 고민을 했죠. 1학기에 몇 번 하고 났더니 이제는 알아서 잘하더라고요. 참, 저도 아이가 고1 땐봉사활동이나 독서 활동 기록에 대한 부담이 진짜 컸는데 실제 1년을 보내고 나니 크게 부담 가질 필요가 없었더라고요. _이미선(49·경기 김포시 김포본동)
Advice 2020년에는 학생부에 단순 독후 활동이 아닌 경우 독서 활동 상황 뿐만 아니라 교과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에도 기재가 가능하다. 모의고사와 학기당 두 번의 지필고사, 수행평가 등으로 학기중에는 진짜 시간이 부족하므로 학교 에서 배우는 과목이나 단원과 관련된 책을 시간이 날 때마다 읽어두면 도움이 된다.
“배정 학교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일단 신뢰해야”
배정받은 학교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특히 부모가 하는 학교에 대한 부정적인 얘기는 자녀에게 그 이상의 영향을 줄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학기초에 다른 학교의 학부모들을 만나 학교를 비교하는 것도 삼가는 게 좋다. 다른 학교의 프로그램이 더 좋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학교 간 프로그램 차이는 크지 않다. 따라서 아이가 학교를 신뢰하고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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