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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3호

교과서로 세상 읽기 4 홍콩 시위와 국가·시민· 기본권

검은 상복 입은 시민들의 행진, 홍콩이 뿔났다



홍콩인들이 시위를 통해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6월 9일 100만 명, 16일엔 200만 명이 거리로 나섰는데, 노인과 영유아를 제외한 홍콩의 거의 모든 시민이 동참했다고 볼 수 있는 숫자다. 지금도 시위대 규모는 줄지 않고, 검은 상복을 입은 홍콩 시민들은 한국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반은 한국어로 반은 광동어로 부르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의 노래가 세계를 흔들더니 이제는 시위도 한류다. 그들의 주장은 하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은 불가하다’다.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사진 연합 도움말 김규태 교사(경기 이목중학교)

[TV와 신문기사로 본세상]


출처 jtbc,KBS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이 21 ∼22일 15시간에 걸친 대규모 경찰청 포위 시위를 마무 리했으나, 홍콩 경찰은 위법 행위에 대한 엄중한 후속 조 치를 경고했다. 22일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SCMP) 등에 따르면 홍콩 시민들은 전날 오전 정부청사 주변에 모여들었고, 이후 대학생 등 수천 명이 경찰청을 에워싸고 항의의 뜻을 강력하게 표현했다. 이날 시위는 홍 콩 정부가 송환법 완전 철회, 체포된 시위 참여자 전원 석 방 등 4가지 요구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을 항의하기 위해 이뤄졌다. 경찰청 포위는 22일 새벽 2시 40분까지 약 15시간 동안 계속됐다.”

_서울경제 “홍콩서 15시간 경찰청 포위 시위 종료…경찰 ‘위법에 엄중조치’경고” (2019. 6. 22.) 중


[교과서로 뉴스 이해하기]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홍콩

기말고사로 한창 바쁘겠지만 잠깐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국제 뉴스를 봐봐. 그래, 머리 가 더 아플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우리가 홍콩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있어. 시 민들이 그들의 힘으로 모국(母國)인 중국에 맞서 자신들의 미래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 이야. 또 세계를 향해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외치고 있기도 해. 홍콩과 중국의 갈등이 촉발된 건 ‘범죄인 인도 법안’ 때문이야. 얼핏 들으면 ‘같은 나라인데, 홍콩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면 중국에서 혼내주겠다는 게 무슨 문제가 되나?’ 싶지. 하지만 이 문제에 는 ‘인권과 자유’에 관한,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권을 지키고자 하는 홍콩 시민의 투쟁 의 식이 깔려 있어. 그들은 한 목소리로 주장하고 있지. “자유는 홍콩의 핵심 가치다!” <사회 1>의 9단원 ‘국가와 시민의 역할’ 부분과 <사회 2>의 1단원 ‘기본권 제한의 내용과 한계’ 부분에 관련 내용이 담겨 있으니 참고하면 이해가 더 쉬울 거야. 이럴 때 교과서 한 번 펼쳐보자! 게다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홍콩 시위를 이끄는 주역들이 “대한민 국의 촛불혁명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고 했대. 억압하려는 국가와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시민의 항거는 우리의 과거와 꼭 닮았어. 홍콩 시위, 이쯤되면 꼭 돌아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다시 읽는 홍콩 시위]

모든 것의 뿌리는 영국의 제국주의

홍콩 시위를 이해하려면 ‘범죄인 인도 법안’부터 알아야겠지? 그러려면 먼저 홍콩과 중국 의 관계부터 짚어야 해. 혹시 역사 시간에 ‘난징조약’에 대해 들어본 적 있니? 그래, 묻지 않을게. 영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땅따먹기를 하며 ‘해가 지지 않는 나라’를 만들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 그 영국이 함부로 눈독들이지 못한 나라가 있었으니 바로 청나라야. 지금의 중국이지. 유럽의 그 어느 나라도 중국을 쉽게 보지 못했지. 오죽하면 나폴레옹이 중국을 건드리는 건 잠자는 사자를 깨우는 거라고 했겠니. 당시 영국은 중국에서 대량의 차(茶)를 수입하고 있었어. 찻값은 당시 청의 화폐인 ‘은 (銀)’으로만 내야 했지. 영국은 차를 수입하는 만큼 영국산 물건을 팔고 싶었지만 중국 사 람들에겐 인기가 없어서 중국 무역에선 계속 적자가 났어. 본토는 물론 식민지의 은까지 모두 중국으로 흘러들어가자 영국은 못된 생각을 하게 돼. 중국인들에게 아편(마약)을 나 눠주고, 돈을 벌었지. 아편에 중독된 중국인들이 많아지자 중국은 아편 금지령을 내리게 돼. 이에 반발한 영국이 중국과 전쟁을 일으켜. 역사적으로 가장 치졸한 전쟁으로 평가받 는 ‘아편전쟁’이야. 전쟁 후 1942년 영국과 중국은 난징조약을 체결, 홍콩을 영국에 할양 했어. 이때부터 1997년 영국이 중국에 돌려주기 전까지 155년간 홍콩은 영국법을 따르게 된 거야.




중국의 일국양제(一國兩制)

중국은 홍콩을 돌려받으며 홍콩의 자치권을 50년 동안 보장하기로 약속했어. 영국령이었 다가 갑자기 중국령으로 바뀐 홍콩인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함이었지. ‘일국양제’가 실 시된 거야. 일국양제는 하나의 국가에 2개 체제, 즉 국가는 사회주의 체제의 중국이지만 홍콩의 자본주의 경제 체제와 민주주의 정치 체제 등에 따른 각종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 는 것을 뜻해. 이로써 홍콩은 여전히 영국법을 따르는 ‘속지주의(자국 영역을 기준으로 법 을 적용하는 원칙)’ 특별행정구가 된 거지. 홍콩은 영국과 미국을 비롯한 20개국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맺었지만, 중국과는 맺고 있지 않아. 쉽게 말하면 중국에서 죄를 짓고 홍콩으로 도망가면 처단할 수 없다는 뜻이야. 그런데 홍콩의 캐리 람 행정장관이 중국과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는 조례를 만들려 했어. 명 분은 지난해 대만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홍콩으로 도주한 20대 홍콩 청년을 살인죄로 처벌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범죄인 인도 조약을 맺지 않은 대만으로 송환할 수 없다는 것이 었지. 홍콩법은 영국법의 속지주의를 따르고 있기 때문에 타국에서 발생한 죄를 처벌할 수 없는 데다,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 범죄자를 내어주지 않거든. 람 장관은 중국을 포함해 대만,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했지. ‘속인주의(국적을 기준으로 자국민 에 대해 법을 적용하는 원칙)’인 중국으로 보내 처벌받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었어.




[한걸음 더 생각하기]

‘범죄인 인도법안’은 죄가 없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그동안 지속적으로 홍콩 시민을 불안 하게 만들었다는 데 있어. 중국에 대해 비판적 발언을 한 인사들을 소리 소문 없이 중국으로 이송해 감금까지 했다 는 거야. ‘일국양제’ 약속을 지키지 않고 특별행정구인 홍콩 의 특징을 지워 강압적으로 통제하려 한다는 불안감이 점 점 더 홍콩 시민들을 억눌러왔어. 특히나 중국 공산당에 비 판적인 내용의 책을 팔았던 홍콩의 서점 주인 5명이 2015 년 10~12월 사이 영장 없이 납치당해 중국으로 끌려가 구 금된 사건은 많은 홍콩 시민에게 큰 충격을 줬지. 홍콩 시민은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 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이 법을 악용할 수 있다면서 개정에 반대하고 있어. 다시 말해 범죄인 인도 법안의 옳고 그름을 떠나 홍콩의 민주주의와 법치를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 때 문에 반대 시위가 벌어진 거지.

국가가 믿음을 심어주는 게 먼저

이번 시위 사태는 ‘일국’, 하나의 나라를 강조하며 홍콩의 중국화를 가속화하려는 중국과 ‘양제’를 주장하면서 홍 콩의 자율성과 정체성을 확보하려는 홍콩 시민의 민주주의가 격돌한 것으로 평가돼. 시위대를 향해 경찰은 최루탄, 고무탄, 물대포 등을 동원해 강경 진압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많은 부상자가 발생했어. 문제는 친중파인 캐리 람 행정장관과 스테판 로 경무처장 이 자유와 민주를 외치는 시위대를 ‘폭동을 일으킨 폭도들’ 로 규정했다는 거야. 이는 홍콩 시민의 가슴에 큰 상처를 줬지. 결국 대규모 시위에 놀란 캐리 람 행정장관은 지난 15일 범죄인 인도 법안 심의를 잠정 연기했어. 하지만 용감 한 홍콩 시민들은 법안의 연기가 아닌 철폐를 요구하며 계 속해서 거리로 나서고 있단다. 중국과 홍콩이 미래의 동반자로 계속 함께하려면 홍콩을 품은 중국이 홍콩 시민들에게 그들의 자유와 인권은 침 해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우선 심어줘야 할 거야.

“홍콩 시위를 통해 학생들이 교과서 속 ‘표현의 자유’ 와 ‘신체의 자유’에 대해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범죄인 인도 법안’에 대한 반대는 이 두 자유를 모두 지키고자 하는 홍콩 시민들의 강한 의지가 반영돼 있죠. 표현의 자유(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본인데 이를 수용하지 못하고 반대 의견을 낼 시, 서 점 주인들처럼 신체의 자유마저 침해당할까 우려하는 거죠. 이번 홍콩 시위가 중국을 민주화시키는 초석이 될지 아니면 거대한 중국의 소용돌이에 휘말릴지 관 심을 갖고 지켜보길 바랍니다.” _김규태 교사(경기 이목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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