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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4호

뜬금없이 춤추고 싶다?

아이돌 꿈꾸는 내 아이 교육

옥외 전광판부터 지하철역 광고판,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까지 한국의 아이돌이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요즘이다.
아이들에게도 아이돌 열풍이 거세다.
단순히 그들의 노래와 퍼포먼스를 즐기는 것을 넘어, 무대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한다.
이런 아이를 보는 학부모의 마음은 복잡하다.
무조건 막자니 재능이 있는 아이의 꿈을 꺾을까 무섭고 응원해주자니 꿈을 이루지 못하고 좌절하면 어쩌나 걱정이 앞선다.
아이돌을 꿈꾸는 아이, 당황스러운 부모를 위해 아이돌 시장의 현실과 진로 전문가의 조언을 담아봤다.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도움말 이준숙 소장(미래교육코칭연구소)







“엄마는 정말 제 마음을 몰라요.
아이돌이 되고 싶다는데 왜 무조건 반대부터 하는 거죠? 국영수 학원은 가기 싫어도 보내면서 왜 내가 가고 싶은 댄스 학원은 안 보내주나요? 열심히 춤추고 노래하고 싶다고요. 기회조차 주지 않으면 내가 정말 아이돌 스타가 될 수 있을지 없을지 확인할 수 없잖아요. 내 인생인데, 왜 다 엄마 마음대로죠?”
_ 박정현(14·가명)

“학교도 가는 둥 마는 둥하고, 학원 선생님으로부터 아이가 열심히 하지 않는다며 전화가 와요.
아이를 얼러도 보고 혼내도 보지만 자기 좀 가만 놔두라며 성화만 내고요. 그러던 아이가 뜬금없이 아이돌이 되겠다네요. 너무 하고 싶었는데 엄마가 말릴까 봐 얘기 못 꺼내다 간신히 용기를 냈대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정말 모르겠어요.”
_ 우문희 (45·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생들이 알아야 할 ‘스타’의 이면
아이돌은 빛나지만, 빛나는 아이돌은 소수다. 대부분은 긴 연습생 생활 끝에 데뷔조차하지 못하고 사라진다.
진지하게 아이돌을 꿈꾼다면, 현실을 좀 더 냉정히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진짜 내 꿈은 아이돌 체크리스트
□ 무대에 올라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것을 좋아한다.
노래와 춤에 관심이 많으며 이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실전을 쌓고 싶다.
끼와 흥이 넘친다는 의견을 자주 접한다.
화려한 아이돌이 되기 위한 과정에는 혹독한 훈련이 있음을 알고 있다.
공부를 회피하고자 선택한 길은 아닌지 스스로 솔직히 답해본다.


아이돌을 준비했던 선배의 3계명
스타가 아닌 직업으로서의 ‘아이돌’을 알아야 해요 일단 아이돌은 노래, 춤, 외모까지 삼박자를 골고루 갖춰야 그나마 경쟁력이 있어요. 본인이 이를 갖췄는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또 역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요. 그룹으로 데뷔하는 아이돌은 역할이 나눠지고 이는 개인의 미래와도 직결되죠. 중학생 단계에선 직업을 구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가창력으로 승부를 보는 가수와 음악을 만드는 작곡가는 비슷해 보이지만 하는 일이 달라요, 댄서와 안무가, 래퍼와 DJ 등이 하는 일을 구분할 수 있다면 진로를 세우는 데 좀 더 도움이 돼요.

공부가 더 쉬울지도 몰라요 저는 중1 때 기획사 연습생이 됐어요. 중1 4월부터 시작한 연습생 생활은 20살까지 이어졌어요. 학교 수업과 연습을 병행하다 보니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2시간 남짓이었고요, 학원에 다니는 것보다 스케줄이 빡빡했죠. 급식도 마음대로 못 먹었어요. 몸매 관리 때문에요. 제 키가 168cm인데 43kg을 유지해야 하니, 늘 배가 고프고 피곤했어요.
무엇보다 공부는 투자 한 시간이나 노력에 비례해 성적이란 성과를 얻을 수 있지만 연습생 생활은 실력이 있어도 ‘데뷔’를 보장받지 못해요. 연습의 강도, 경쟁의 정도가 공부보다 덜하지 않다는 점도 미리 알면 좋겠어요.

불확실한 미래, 플랜 B 고려해야 시간이 흘러도 데뷔는 정해지지 않았고, 불현듯 ‘내가 잘 가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부도 꿈도 뭐 하나 잡힐 것 같지 않은 불안감이 커져 너무 힘들었어요. 결국 20살에 기획사 연습생 생활을 정리하고 1년간 공부해 대학에 갔습니다. 긴 시간 동안 놓쳐버린 공부가 쉽게 잡히지 않더라고요. 대입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진 못했어요.
후배들에게 아이돌을 꿈꾸지 말라고 하고 싶진 않아요. 단, 학업을 포기하고 춤과 노래를 연습하는 건 다시 한 번 고려해보세요. 그 길이 아니라고 느껴질 때 저처럼 너무 돌아갈 수 있으니까요. 정말 원한다면, 아이돌을 포기할 때도 고려해 미래를 준비할 필요가 있어요.


엄마들이 알아야 할 아이들의 꿈
진지하게 아이돌을 꿈꾼다면 그에 맞는 지도가 필요하다.
아이의 꿈이 얼마나 진지한지 어떻게 판단하고, 어떻게 도와주면 될까?


진짜 아이돌이 꿈인 아이를 위해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일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해 공부하기
보컬·댄스 학원도 국영수 학원처럼 신경 쓰기
주·월간 단위로 진로 계획, 달성정도에 대해 객관적으로 대화하기
체력·영양관리 도와주기


이준숙 소장의 현명한 부모의 3계명



일단 귀 기울여주세요 의욕도 없던 아이가 뭔가를 해보겠다고 말했을 땐 용기를 냈을 것이고 그 용기는 관심, 확신, 희망, 가능성 그리고 간절한 바람이 있기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그 꿈을 갖게 된 계기를 물어보세요. 이후 계획에 대한 고민도 함께 나누고요. 아이의 진지한 바람을 마냥 무시하거나 성급하게 결론을 내는 것은 피하세요. 여유와 호기심을 가지고 아이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길 권합니다.

아이에게 기회를 주세요, 단 현실을 직시하게 해야 합니다 상황이나 형편에 큰 무리가 없다면 최대한 기회를 주세요. 단, 아이가 꿈과 계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부모에게 말한 이후에 기회를 제공하세요. 준비 시간을 충분히 주고요. 특히 아이돌이 불가능해질 때를 대비해 플랜B를 스스로 계획하게 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확고한 의지를 확인했다면 기한을 정해주고 아이가 몰입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일반 산업과 달리 아이돌 산업은 20대 데뷔가 매우 늦었다고 보는 만큼, 이 점을 아이에게도 알려줘야 해요.

지켜보세요 꿈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무엇인가에 열정을 쏟아붓는 경험은 의미가 있습니다. 정상에 오르지 못하더라도 산을 오르는 여정에서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것들은 많으니까요. 과정의 소중함을 아이에게 가르쳐주었으면 합니다. 행여 아이가 도중에 지칠 수 있어요. 그럴 땐 기댈 곳이 돼주세요. 본인이 후회 없이 노력했다면 밝은 모습으로 다시 학업에 매진할 겁니다. 가보진 못해도 아쉬움이 남은 길과 가봐서 아는 길은 다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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