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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6호

시간표, 이제는 내가 짠다?!

중3이 알아야 할 고교 선택 과목

올해 고1부터는 2·3학년 때 자신이 배울 과목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제한된 선택만 가능했던 종전과 달리 학생 스스로 자신에게 필요한 과목을 골라서 수업을 듣는다. 진로 맞춤형 교육이 가능해진 셈.
하지만 학교에서 짜준 시간표대로 배우는 데 익숙한 학생과 학부모들은 막상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반응이다. 무엇보다 선택 과목은 어떻게 구성되는지, 각 과목에서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배우는지, 과목 선택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등이 궁금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교 진학을 앞둔 중3 학부모들을 위해 관련 정보들을 살펴봤다.
취재 백정은 리포터 bibibibi22@naeil.com 도움말 엄익주 장학사(서울시교육청 중등교육과)·오지현 교사(서울 광영고등학교) 참고 교육부(www.neti.go.kr)·서울시교육청(sen.go.kr)


진로 밝힐 시간표 찾았으면
고교 선택 과목 기사를 쓰다가 문득 까마득한 대학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전공이 맞지 않아 방황하던 그때, 통학의 효율성을 극대화한 시간표 짜기에 열을 올린 기억이 납니다. 몇몇 필수 과목을 제외하고는 빈 공간에 들어맞는 강의로 시간표를 채우곤 했죠. 그렇게 아주 우연히, 전공과는 무관하지만 제 진로를 밝혀준 몇몇 강의들을 만났답니다.
올해부터는 고등학생들도 자신이 들을 수업 시간표를 직접 짠다고 하네요. 학생들은 부디 배우고 싶은 걸 배우고, 진로를 찾을 수 있는 멋진 시간표를 만들어보길 바랍니다.
백정은 리포터




Reader’s letter
작은아들이 중3입니다.
고교 선택부터 대입까지 변화와 혼란이 유독 많은 학년이라 마음이 무겁습니다.
고등학교의 교과 운영 방식도 달라진다고 하는데 아는 바가 없어 불안하고 걱정되네요.
올해부터 진로에 따라 교과 수업을 선택해서 듣는 것으로 바뀐다고 하는데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합니다. 문·이과 계열을 나누고 선택 과목을 들었던 종전의 방식과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요?
_권서영(47·서울 강남구 수서동)



학생이 배울 교과목 직접 정해, 선택 교과 대폭 늘어
중3 학부모들은 자녀의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벌써부터 마음이 분주하다. 중학교 때와 환경 자체가 달라지는 데다 고교의 교과 운영 방법이 올해부터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대입 전형을 대비하기 위해 학교가 편의상 구분한 문·이과 계열의 틀 안에서 탐구 과목 일부만 선택했다. 앞으로는 학생 스스로 자신에게 필요한 과목을 골라 수업을 듣고 진로 맞춤형 공부를 할 수 있다. 선택 과목에 따라 학급을 편성하는 것이 아니라 분반·이동식 수업·학교 밖 수업 등을 활용하는 점도 전과 다르다.
먼저 교과 체계를 살펴보면 의무적으로 배워야 하는 공통 과목이 생겼다는 점이 눈에 띈다(표1).



전에는 전부가 선택 교과로, 틀은 학교가 짜고 학생들이 계열에 맞는 탐구 과목에 한해 제한적인 선택을 했다. 올해 고1을 시작으로 앞으로 고등학생이 되면 국어·수학·영어·한국사·통합 과학·통합 사회·과학탐구실험 등 7개의 ‘공통 과목’을 배운다. 이후 학생 각자의 적성과 진로에 따라 ‘일반 선택’과 ‘진로 선택’에서 다양한 과목을 직접 선택해서 들을 수 있다.
용어가 어렵지만, ‘일반 선택’은 고등학교 단계에서 필요한 교과별 학문의 기본 내용을 담은 과목, ‘진로 선택’은 보다 심화된 학습을 할 수 있거나 진로에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과목으로 구성된다. 특히 진로나 적성에 따른 학생의 과목 선택권 확대를 위해 ‘진로 선택’ 과목을 3개 이상 이수하도록 했고 국·영·수 등 기초 교과 수업은 고교 졸업에 필요한 수업 시간의 50% 이상 들을 수 없게 강제한 점을 눈여겨볼 만하다. 학교가 편의상 나눈 계열에 매몰돼 입시에서 영향력이 높은 기초 교과에 편중했던 학습 대신, 학생이 개별적으로 진로를 고려해 깊이를 더하는 교과 학습을 하라는 의도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교육부도 특정 계열에 편중해 이뤄지는 지식 교육에서 탈피해 균형 잡힌 소양 교육이 가능하게 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한다(표1).
서울 광영고 오지현 교사는 “학생이 주도적으로 과목을 선택하므로 진로 설계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수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재 각 고등학교에서는 1학년을 대상으로 선택 과목 개설·신청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다. 학교 여건에 따라 다소 달라질 수 있으나 5월 경 시작한 진로 설계를 바탕으로 여름방학 전 수요조사를 실시하고 이후 수강 신청, 시간표 편성 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표2 참조>





교과 선택, 전공 탐색·가이드 활용 필요
고등학교 수업은 입시와 직접 맞닿아 있다. 특히 종합전형에서는 진로 관련 공부와 활동이 전공 적합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진로와 관련 있는 분야를 선택해서 들으면 입시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예를 들어 상경 계열을 희망하는 학생이라면 국어와 영어 ‘일반 선택’ 전체가 이수 대상 과목이 된다. 사회과학 계열의 특성상 수학도 중요하다. ‘일반 선택’에서는 <경제> <정치와 법> <논리학> <논술> 등의 과목이 관련성이 크다. ‘진로 선택’에서는 <사회문제 탐구> <기하> <경제 수학> 등이 대학에서 요구하는 전공 적합성을 보여주는 과목들로 전공 관련 공부를 미리 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표1 붉은 글씨 참‘진로 선택’ 중 수능에는 나오지 않지만 대학교 전공과 밀접한 과목들이 있다. 무엇을 배우는지, 배우기 전 기초 과정으로 필요한 공부는 무엇인지 등을 알아야 진로와 학업 수준에 맞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경제 수학>은 수학적 지식을 활용해 경제·금융의 기본 개념을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대수’와 ‘해석’ 영역에서 수와 생활 경제, 수열과 금융, 함수와 경제 등의 핵심 개념을 배우는데, <수학Ⅰ>의 학습이 선행돼야 선택할 수 있다.
오 교사는 “학생 스스로 관심과 필요에 의해 공부할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학습 동기가 된다. 자신의 선택에 책임감을 갖고 스스로 시간표를 만들고 공부하는 과정에서 자기 주도성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과목 선택에 대한 고민이 곧 진로 탐색 과정이므로 교육적인 의미도 크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시행 초기라 제도의 취지에 맞게 운영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 교사는 “학교 여건에 따라 학생들의 선택을 모두 반영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변화를 받아들여 학생 중심의 교육과정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는 선도 학교들이 많다. 고교 선택을 앞두고 있는 중학생과 학부모는 지원하려는 고교가 새로운 교육과정을 잘 반영하고 있는지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TIP 원하는 수업 없을 땐, ‘콜캠’같은 협력 과정 활용!
교실 여건, 교사 수요 등 학교의 여건을 고려했을 때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학교 안에서 듣지 못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학교가 학생들이 희망하는 모든 과목을 개설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 실망하기엔 이르다. 소수 학생이 선택한 과목, 전공 교사가 없어서 개설하지 못한 과목 등을 ‘학교 간 협력 교육과정’을 통해 학교 밖에서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 엄익주 장학사는 “단위 학교가 개설하기 어려운 교과목을 학교와 학교가 서로 협력해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제도가 있다. 거점 학교에서 운영하는 교육과정을 인근 학교에서 학생이 개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거점형’과 2~4개의 인접 학교들이 방과 후·주말 등에 수업을 개설해 수강하도록 하는 ‘연합형’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학생이라면 학교 간 협력 교육과정 온라인 지원 시스템인 ‘콜캠(Collaboration Campus, sen.go.kr/collacampus)’을 눈여겨보면 좋다. 수강 신청을 비롯해 서울 시내 거점 학교와 연합형 학교 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 엄 장학사는 토론·대화 등의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온라인 수업도 4개 학교에서 시범 운영 중이며 점차 확대해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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