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수업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가 학생들의 발표다. 자신의 의견을 말하거나, 배운 것을 정리해 설명하고 이를 평가받는 일이 늘었다. 최근 좀 더 새로운 형태의 발표와 평가가 시작돼 눈길을 끈다.바로 페임랩(Fame Lab). 자료 조사와 과제 탐구·발표를 하면서 더 깊이있는 활동·평가가 이뤄진다고. 실제 고학년으로 갈수록 페임랩식 수행평가가 늘고 있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 페임랩을 활용한 수업·평가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경남 경해여고를 통해 살펴봤다. 또 고수들로부터 페임랩 평가를 대비하는 방법을 들었다.
취재·사진 정남순 리포터 emjns@naeil.com 도움말 이윤정 교사(경남 경해여자고등학교)·김재혁 연구원(한국과학창의재단)
수업·수행평가에서 페임랩 적용하는 학교 늘어
학부모들에게 페임랩은 아직 생소하게 느껴지지만 이공계 대학생들에겐 익숙하다. 3분 동안 과학적 지식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발표 자료 없이 전달하는 경연대회로 ‘이공계 TED’라고도 불린다. 지난 11일 세계대회에서 한국을 대표할 과학자를 뽑는 페임랩 코리아 최종 결선대회가 열렸다. 관건은 역시 어려운 과학기술을 얼마나 쉽고 재밌게 전달하는가였다. 자신이 연구·분석·조사한 자료를 상대방에게 쉽게 이해시킬 수 있을 만큼, 탄탄한 학습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설명과 설득의 기술을 발휘해야 한다.
학교에서 페임랩을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스로 찾아 배우고, 소화하는 데 유효한 수업·평가 방식이기 때문. 경남 경해여고가 수년 전부터 1학년을 대상으로 페임랩 캠프를 여는 것 역시, 학습 효과를 유지하면서 학생 참여를 높일 수 있어서다.
경해여고 이윤정 교사는 “페임랩 방식은 학생 참여형 수업을 진행할 때 유용하다. 대신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진행해야 학생들이 잘 따라온다. 모둠 활동으로 개인의 부담을 낮추고, 협업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또 학습도 중요한 만큼 단순 조사나 발표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선택한 주제를 해석해나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대개 4~5명이 자료 검색과 토론, 실험 과정을 통해 체험 활동지를 작성하고 발표하는 순서로 진행하고 있다. 동료 평가의 비중도 높아 학생들이 준비에 더 공을 들인다”고 설명했다.
PPT 대신 소품 활용, 집중도 높이고 창의력도 쑥!
경해여고에서는 화학, 생물, 물리, 역사 과목에 수학을 융합한 주제를 개별적으로 선택해 조사·탐구를 진행한 뒤, 5분 이내로 발표하는 식으로 페임램을 진행한다. 기존의 발표 수업보다 배 이상 품이 들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뜨겁다. 쉽고 재밌게 설명하기 위해 더 깊이 공부하고, PT가 아닌 소품을 활용하기도 한다.
2학년 하예진 학생은 “주제를 정하고, 친구들이 모르는 부분을 설명하는 방식이 기존 발표 수업과 달랐다. ‘물리 속 수학-안경 렌즈의 굴절’을 주제로 친구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종이를 붙여가며 설명하거나 인형극을 이용해 기본적인 개념을 설명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소품을 활용 했더니, 발표에 대한 집중도가 훨씬 높아졌다”고 말했다.
교과에 대한 흥미와 함께, 학업에 자신감이 생긴 학생도 많다. 2학년 이재성 학생은 “과거엔 수학이 무조건 풀어야 하는 지루한 과목이었다면, 지금은 실생활과 화학·물리·생물과도 연관된 유용한 과목임을 알게 됐다. 요즘은 다른 과목에서 페임랩을 해보기도 한다. 단순히 내 말만 하고 그치는 게 아니라 잘 이해시키려고 하고, 다른 친구들의 발표를 경청하고 피드백도 해준다”고밝혔다.
이 교사 역시 페임랩 활동 이후 학생들의 학습 태도가 달라졌다고 말한다. “과거엔 교사의 말을 듣고 적는 수동적인 공부였다면 지금은 직접 자료를 덧붙여 해석하고, 전달하는 등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특히 내용을 공유하고 이해시키는 경험을 하다보니 소통하는 수업 문화가 만들어졌다”고 강조한다.
한편 낯선 페임랩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기회도 늘고 있다.
한국과학창의재단 김재혁 연구원은 “청소년 과학 상황극 <톡신> (Talk Scene)이나 과학커뮤니케이터들의 학교 방문 과학 강연 ‘다들배움’을 통해 페임랩을 경험할 수 있다”고 알렸다.
+a 여기서 잠깐!
알아두면 좋을 페임랩 고수의 비법
페임랩을 수행평가로 도입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지만, 페임랩이 여전히 낯선 학생들이 많다.
어떻게 자료를 조사해야 할지, 발표 비법은 없는지 궁금한 학생도 적지 않다. 이들을 위해 고수를 찾아가 조언을 들었다. 2018 페임랩 코리아 대회 수상자들의 페임랩 비법을 전한다.
✚ 내 발표 내용을 더 잘 이해시키고 싶다면?
확실한 ‘근거’를 사용하라
“주제에 대해 명확한 사실(근거)이 뒷받침되는지를 다시 점검해보세요. 질문에 맞게 과학적 근거를 갖추어 스크립트를 만들어야 합니다. 질문과 답변이 논리적으로 타당한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인지를 거듭 살펴야 해요. 제 경우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을 소재로 ‘엄마 뱃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숨쉬었을까?’라는 발표를 준비하면서 ‘태아의 호흡 체계 등 인간의 호흡과 관련한 다수의 과학논문과 세계 과학저널을 탐독하며 내용을 확인하고 보강했어요. 자료 검색은 NCBI Pubmed, Google scholar 과학 전문 검색 엔진을 주로 사용했어요.”
박찬우(2018 페임랩코리아 대상 수상자)
✚ 내 발표에 집중시키고 싶다면?
친숙한 예시를 들어라
“내 발표를 듣게 하려면 흥미를 유지해야 하죠. 저는 예시를 써서 지루하지 않게 해요. 전문적인 내용을 설명하기 보다 최대한 삶과 밀접한 예를 들어요. ‘약의 설계, 우리가 먹었던 해열제는 어디로 갔을까?’라는 주제 발표에서 ‘간의 초회통과’를 설명하려 심장발작 환자의 생명을 구한 사례를 들었어요. 또 손이나 몸동작을 활용하길 권해요.
친구와 이야기할 때 손짓이나 표정 등을 쓰는 것처럼, 발표를 청중들과의 대화라고 생각해보세요. 발표하는 영상을 촬영해 자신의 몸동작 중에 괜찮다 싶은 것들을 추려서 실제 발표에 활용하길 추천합니다.”
김현우(2018 페임랩코리아 최우수상 수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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