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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4호

2025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7 | 박건우 중앙대 식품공학과(전북 이리고)

지구 살리는 식품공학자가 될 거예요

어릴 때부터 유난히 독약이 나오는 소설과 바이러스를 다룬 영화를 즐겨 봤다. 전 세계가 위기를 맞닥트리면 천재 화학자가 번뜩이는 창의력으로 난제를 해결하는 모습이 멋져 보였다. 하지만 건우씨에게 창의력이란 주변을 잘 관찰하고 적용하는 것이다. 아무리 세계가 인공지능과 반도체 중심으로 돌아가도 화학이 닿지 않는 곳은 없다고 강조하는 건우씨. 그는 인류의 가장 큰 난제인 기후와 식량 문제에 진심을 걸어보기로 했다.

취재 이도연 리포터 ldy@naeil.com
사진 이의종


박건우 | 중앙대 식품공학과(전북 이리고)






독서로 식품공학 진로 구체화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많은 이들에게 공포감을 줬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건우씨에게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인류의 모습은 충격이었다. 온라인 수업 기간이 길어졌고 답답한 마음에 읽은 책 <바이러스 쇼크>는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국제 동물 전염병 전문가인 저자가 도표와 자료를 근거로 바이러스의 원리를 분석한 내용이 흥미로웠어요. 과학, 그중에서도 화학에 대한 관심이 커졌죠.”

고등학교는 자연스럽게 주거지 인근 과학중점학교를 택했다. 건우씨의 학생부는 화학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화학이 왜 재밌느냐는 질문에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저는 화학을 재미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화학을 가장 잘하지도 않았고요. 고등학교 진학 후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읽으면서 살충제, 제초제 등 인간이 만든 빠르고 쉬운 지름길 때문에 생태계가 어떻게 무너지는지 알게 됐어요. 환경 운동에도 관심이 생겼고 인류의 모든 영역에 화학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했어요. 그래서 화학은 재미난 학문이라기보다는 꼭 필요한 학문이에요. (웃음)”

처음부터 식품공학에 대한 꿈이 확고하지는 않았다. 화학과 밀접한 의공학과 신약 개발에 관심이 많았고 약대 진학을 염두에 두기도 했다. 하지만 녹록지 않은 1학년 내신을 마치고 다른 계획을 세워야 했다. 실마리는 동아리 활동이었다. 1~2학년 때는 화학 탐구 동아리에서 다양한 실험을 했고 3학년이 되자 화생공진로탐구반에서 식품공학에 대한 꿈을 구체화했다.

“<육식의 종말>을 읽고 나니 환경과 식량 문제를 연구하고 싶어졌어요. 고기에 대한 인간의 열망이 공장식 육류 생산 방식을 만들었고, 전 세계 곡물의 40%가 가축 사료로 쓰이거든요. 배양육과 식용 곤충에 대한 폭넓은 연구가 절실합니다.”


전교 1등 기숙사 선배의 학습법 벤치마킹

건우씨의 모교는 기숙사와 통학 중 선택할 수 있었고 성적순으로 기숙사가 배정됐기 때문에 중학교 때 성적이 최상위권이었던 그는 일단 기숙사를 선택했다.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시작한 기숙사 생활은 3년 내내 이어질 만큼 만족스러웠다. 각 학년의 세 명이 한 방을 썼는데 동아리 선택으로 고민할 때, 고1 첫 시험 성적표를 받아들고 크게 실망했을 때 함께 방을 쓰는 선배가 해줬던 조언은 말 그대로 피가 되고 살이 됐다. 한 학년당 분기별로 네 번 기숙사 멤버가 바뀌었지만 저마다 장점을 지닌 선후배와 함께 생활하는 건 큰 장점이었다.

“전교 1등을 했던 3학년 선배의 생활과 공부법을 벤치마킹했어요. 제가 3학년이 됐을 땐 반대로 후배에게 좋은 선배가 되고 싶었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원동력이 됐어요.”

1학년 땐 자신 있는 수학과 영어의 멘토가 되어 친구들을 가르쳤다. 덕분에 한 번 더 개념을 익혔고 틀린 내용을 가르치면 안 된다는 책임감에 복습도 충실히 했다. 2학년 땐 반대로 멘티가 됐다. 문학이 취약해 국어를 잘하는 친구의 멘티가 되어 기숙사 자율학습 시간, 점심시간을 활용해 부족한 부분을 채웠다. 덕분에 모의고사 성적이 두 등급이나 상승했다.


진로 찾는 과정 학생부에 그대로 담아

건우씨의 학생부는 초지일관 화학이 중심이다. 고1 동아리 활동 때는 당시 관심이 많았던 의공학 도서 <신체 설계자>를 읽고 탄소 의족, 돼지 방광 조직을 이용한 근육 생성 등 다양한 사례를 탐구했다. 약물 오남용 문제로 생긴 부작용 등 화학을 기본으로 그때그때의 최대 관심사를 학생부에 담았다.

“식품공학만 고집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중앙대 종합전형 CAU탐구형이 아닌 CAU융합형으로 지원했어요. 정량 평가 영역인 내신 등급은 자신이 없었거든요. 화학에 대한 깊은 관심을 바탕으로 다양한 화학 탐구 활동을 통해 진로를 찾아간 과정을 학생부에 담아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아요.”

고등학교 생활에 후회는 없지만 효율적인 공부 방법을 일찍 깨닫지 못한 아쉬움은 남았다. 1학년 때는 노력에 비해 내신 성적이 낮아 무조건 잠을 줄여서 공부량을 늘리려고만 했다. 기숙사에서 가장 일찍 일어나고 가장 늦게 잤지만 오히려 피곤한 탓에 능률이 떨어졌다.

“수면 시간은 최소 6시간을 유지하세요. 동아리, 수행평가, 모의고사 등 내신 지필평가만 집중할 수 없기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시간을 안배해야 해요”.

건우씨는 평소 감정 기복이 크지 않은 편이지만 여러 번 슬럼프를 겪었다. 그럴 땐 좋아하는 농구나 독서를 통해 머리를 식히고 공부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건우씨의 최대 관심사는 ‘화학으로 지구 환경 지키기’다. 고대인은 생존을 위해 사냥해서 고기를 섭취했지만 지금은 고기에 대한 인간의 식탐이 지구 환경과 인류와 경제를 파괴하고 있다. 그의 목표는 이를 대체할, 소비자가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는 질 좋고 맛 좋은 배양육과 식용 곤충 식품 개발이다.

“어릴 때 애니메이션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을 보고 유전자 변형 식품(GMO)에 대한 관심이 커졌거든요. 앞으로 한국식품연구원이나 식품 화학 독성 연구원이 되어 극 중 천재 과학자 플린트 락우드처럼 나만의 창의력을 발휘하고 싶어요. (웃음)”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선택 과목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1학년/

<한국사> 화약이 폭발하는 과정을 예시로 들어 신기전이 발사되는 원리를 설명함. 우리나라의 과학 기술 수준이 주변국에 비해 높았다는 사실과 과학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출발한다는 점을 깨달음 <통합과학> 벌레에 물렸을 때 암모니아수를 바르는 등 많은 현상이 화학 반응과 관련이 있다는 걸 알게 돼 화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발표함

/2학년/

<생명과학Ⅰ> 식물 생장을 조절하는 앱시스산, 옥신, 시토키닌, 에틸렌 등 다양한 호르몬 작용 과정을 논리적으로 제시해 발표함. 식물 호르몬 연구가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식물 생산과 의·약학 분야를 탐색함 <영어Ⅰ> ‘외국 사례 탐구 활동’에서 바이오 의료 분야의 인공지능 기술의 영향에 대해 조사함

/3학년/

<논술> <침묵의 봄>을 읽고 ‘인간에게 도움을 주려던 화학 발명품이 오히려 생태계를 파괴하고 나아가 인간을 파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고 밝힘. 이에 대해 화학공학을 통해 효율 높은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여 환경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함 <고전과 윤리> <격몽요결>에서 배운 ‘뜻 세움’을 바탕으로 생명과학 분야의 목표를 진지하게 탐구함



/의미 있었던 선택 과목/

▒ <화학Ⅰ> 진로 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줬다. 화학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평소 과학 실험을 좋아했는데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알아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인체가 pH 농도를 유지하는 방법을 심화 탐구했던 경험이 기억에 남는다.

▒ <고급생명과학> 2학년 때 <생명과학Ⅰ>을 배우면서 심화 학습을 위해 공동 교육과정으로 선택했다. 다른 학교 학생 앞에서 탐구 결과를 발표했는데 좋은 경험이었다. 특히 식물의 탄소 축적 경로가 생긴 과정을 진화론 관점에서 설명했던 발표가 가장 뿌듯했다.

▒ <과학과제연구> 꿈이 연구원이었기에 실험을 직접 설계·관찰하는 과정이 즐거웠다. 토양의 산성화에 따른 식물의 성장을 주제로 다양한 식물의 잎 크기, 열매의 변화를 측정했다. 또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산성화를 낮추는 간이 장치를 개발하여 발표했다.



/주요 창의적 체험 활동/

▒ 진로 활동(1학년)_ 기초 실험 캠프에서 치약에 3대 영양소를 분해할 수 있는 효소가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탐구하기 위해 직접 실험함. 이후 당이 치아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치약에 탄수화물 분해 효소를 넣었을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함

▒ 자율 활동(2학년)_ 현장 체험 학습에서 곤충 자원을 활용한 미래 식량과 종자 보존 실험을 체험함. 우리나라의 종자 자원과 해외 로열티를 조사해 학급 게시판에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해 종자 개발 자원이 필요하다고 게시함

▒ 동아리 활동(3학년)_ 화생공진로탐구반에서 ‘육식과 채식’을 주제로 토론에 참여함. 지속 가능한 식품 산업을 위해 육류를 대신할 배양육을 제안하고 생성 과정을 상세히 설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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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도연 리포터 ldy@naeil.com
  • 고등 (2025년 03월 05일 11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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