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개념 Check!
✔︎ 우리 몸은 ‘항상성’을 유지하며, 호르몬은 특정 조직이나 기관의 생리 작용을 조절하는 화학 물질로 내분비계를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 미술 작품으로 호르몬 이해하기 ✔︎ 관련 전공: 생명과학 계열, 의·약학 계열, 생명공학 계열 등 |
/생명과학 교과 자문 교사단/
권현석 교사(경기 백암고등학교)
김진환 교사(경기 분당중앙고등학교)
손정열 교사(경기 천천고등학교)
<뭉크씨, 도파민 과잉입니다>
★★★
지은이 안철우
펴낸곳 김영사
※★의 개수는 난도를 의미. 적을수록 읽기 쉬운 책.
“미술 작품과 호르몬,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둘을 포갠 독특한 책입니다. 내분비내과 교수이자 호르몬 전문가인 지은이는 미술 작품을 ‘호르몬’에 초점을 맞춰 설명해주는 ‘호르몬 도슨트’ 역할을 합니다. <모나리자>를 보며 그림 속 여인의 눈두덩이가 부어 있고 우울해 보인다는 특성 등을 종합해 갑상선기능저하증(갑상샘저하증) 환자일 수 있다는 진단을 하는 식입니다. <생명과학Ⅰ> ‘항상성’ 단원을 공부한 후 읽어본다면 호르몬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학문에 좀 더 융합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역량이 길러질 겁니다.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눈도 덤으로 얻어갈 수 있고요.”
_ 자문 교사단
/ONE PICK! 함께 읽기/
희로애락과 생로병사의 지배자
호르몬의 세계 뛰어들기
“난 도파민 중독자.” “덕질은 내 엔도르핀이야!”
호르몬을 잘 몰라도, 호르몬에 빗댄 표현은 일상에서 쉽게 접한다. 이 책은 그런 호르몬을 미술 작품과 연결해 색다르게 알려준다. 따분함 과는 거리가 멀다. 시작부터 ‘키스’를 그린 작품을 끌어온다. 영화 <시네마천국>에서 검열된 키스신을 모은 필름을 보는 토토로부터 출발해 클림트와 뭉크가 각각 그린 <키스>, 콘스탄틴 브랑쿠시의 조각 <입맞춤>을 차례로 제시한다. 작품과 작가의 삶을 넘나들며 ‘사랑’의 의미를 되묻고, 호르몬의 시각에선 도파민·엔도르핀·옥시토신이라는 삼차방정식으로 풀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어 사랑의 기쁨을 알려주는 ‘엔도르핀’을 중심으로, 사랑을 느끼게 하는 ‘도파민’, 관계를 오래 유지하게 하는 ‘옥시토신’ 등 각 호르몬의 역할을 소개한다.
복잡한 호르몬의 생성·분비 과정을 그림으로 쉽게 알려준다. 각 장의 끝에 호르몬 관리에 도움이 되는 생활 습관, 식이 요법 등 처방전도 얻을 수 있다. 기쁨부터 분노, 슬픔, 즐거움 등 네 가지 관으로 나뉜 책 속 미술관을 산책하다 보면 행복을 담당하는 세로토닌, 신체 활동의 엔진인 갑상선, 수면·면역 기능과 관련된 멜라토닌 등 41가지 호르몬의 역할과 기능을 넘어 인간의 생로병사·희로애락과의 상관관계까지 이해하게 된다. 쉽게 읽히는 데다 예술적 소양도 덤으로 다질 수 있다. 생명과학을 좋아하거나 의약학 계열을 지망하지 않아도,내 몸과 기분의 원리가 궁금한 누구나 읽어볼 만한 책이다.
한걸음 더
✔︎ 책에서 제시한 14가지 호르몬의 기능과 원리 요약해보기 ✔︎ 도파민, 세로토닌 등 과잉 분비 시 문제가 발생하는 호르몬을 조사해보고, 부작용과 관리법을 사례를 들어 설명하기 ✔︎ 최근 내 기분과 가장 관련 깊은 호르몬을 하나 선정하고, 관련된 그림·노래·영화 등을 찾아 책처럼 연관해 설명해보기 |
연계 전공 | 분자생물학과
“교과 지식을 더 풍부하게 이해·활용하는 도구, 독서”
이아령
부산대 분자생물학과 1학년
(부산과학고)
Q. 전공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다양한 과학 과목 중 생명과학이 제일 흥미로워 전공하기로 마음먹었죠. 그런데 세부 전공을 결정하기가 어려웠어요. 대입을 준비하면서 내가 공부하고 싶은 분야부터 제대로 알아야겠다 싶어 학생부 기록을 다시 봤어요. 깊이 다룬 탐구 활동의 80~90%가 분자생물학과 관련돼 있더라고요. 일부러 한 것도 아닌데 한 분야에 집중된 걸 확인하고 스스로 좋아하는 분야임을 확신했죠.
이후 부산대 분자생물학과를 알게 됐어요. 거주지가 부산이기도 했고, 국내 최초의 분자생물학과라 눈길이 갔죠. 또 분자생물학은 분자 수준에서 생명 시스템을 이해하고 규명하는 학문이라 유전학 해부학 발생학 등 대부분의 생물학에서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죠. 진로 선택의 폭이 넓어 진학을 결심했고, 원했던 결과를 얻었습니다.
Q. 고교에서 독서 활동을 어떻게 했나요?
성향상 문학보다 비문학, 기초 과학서를 주로 읽었어요. 고교생 때는 특히 관심 교과와 관련한 책을 많이 봤죠. 시중 판매 도서의 난도는 생각 이상으로 다양하고, 한 권 한 권 새로운 지식을 접할 수 있어 좋았어요. 딱딱한 교과서와 달리 주변 생활과 연결된 내용을 쉽게 풀어낸 책은 어려운 내용을 쉽게 이해하도록 돕고 수업 내용보다 어려운 책으론 교과 개념이 어떻게 심화·응용되는지 알 수 있었죠. 무엇보다 읽는 행위 자체에서 독해력 등 얻는 게 많아요. 후배들도 막연한 거부감이나 두려움을 덜고 일단 독서에 도전해보면 좋겠어요. 만약 탐구 활동 등을 위해 책을 꼭 읽어야 하는데 선택하기 어렵다면 유명한 책을 읽어보길 추천해요. 다들 읽는 데는 이유가 있어요. 같은 책을 읽어도 사람에 따라 느끼거나 얻는 점이 다르고요.
/추천 도서/
<DNA 혁명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지은이 전방욱
펴낸곳 이상북스
생명과학 분야의 발전을 견인하고 있는 유전자가위를 다룬 책입니다. 분자생물학의 가장 기초 도구로 쓰이고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발견부터 발전 과정을 흥미롭게 그려내며 유전자가위 기술이 어떻게 우리 삶을 변화시켰는지 쉽게 알려줘요. 사실 유전자가위를 다룬 가장 유명한 책은
<크리스퍼가 온다>인데 내용이 어려워요. 그 책에서 다룬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 훨씬 쉽게 서술하고, 분량 또한 많지 않아 부담도 덜해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과학적 원리뿐만 아니라 사회적, 윤리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상황도 다뤄 생각할 거리도 많아요. 생명과학에 관심 있다면 꼭 한 번 읽어보길 권해요.
<이기적 유전자> 지은이 리처드 도킨스
펴낸곳 을유문화사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유명한 책이죠. ‘인간이 왜, 어떻게 존재하는가?’란 질문에 대해 동물행동학자인 리처드 도킨스가 생물학적으로 대답해주는 책이에요. 어찌 보면 철학적 질문인데 생물학적 관점으로 풀어내는 점이 너무 흥미로웠어요. 분량이 많은 편인데 재미없는 부분이 하나도 없죠. 분자생물학은 분자 수준의 작은 단위에서 현상을 바라보는 학문인데, <이기적 유전자>는 유전자의 입장에서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의 존재를 파고들어 비슷하다는 인상입니다. 어려울 수 있지만,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한 책이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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