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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0호

2023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5 | 이윤지 이화여대 인공지능학과(경기 서원고)

“소외계층의 어려움 인공지능으로 돕고 싶어요”

초등학생 때부터 컴퓨터로 하는 수업이 재미있었다. 파워포인트 등 기초 자격증도 재미 삼아 도전했다. 막연히 컴퓨터 분야 진로를 생각하던 중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신문 기사 조사하기 활동을 통해 인공지능을 접했다. 어느 분야와도 융합될 수 있는 인공지능이 매력적이라고 느꼈다. 마침 진학한 고등학교가 AI 교육 선도학교인 경기 서원고였다. 이곳에서 정보 선생님을 만나면서 인공지능에 새롭게 눈을 떴다. AI 기초 프로그램과 AI 융합 탐구 프로젝트를 비롯한 다양한 활동과 <프로그래밍> <인공지능기초> 등의 과목들을 이수하며 AI 개발자라는 꿈을 다졌다. 친구들이 “걱정이 없어 보인다”고 할 정도로 스스로를 긍정주의자라고 말하는 이윤지씨는 <미적분>과 <물리학Ⅱ> 등 전공 분야에 필요한 과목도 성적에 대한 큰 강박 없이 이수했다. ‘사회를 이끄는 여성 리더 양성’이라는 슬로건에 끌려 이화여대 인공지능학과를 선택했다는 윤지씨를 만났다.

취재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사진 이의종



이윤지 | 이화여대 인공지능학과(경기 서원고)




알고 보니 AI 교육 특화 학교?

AI 교육을 특화한 학교인지도 모르고 진학했다는 윤지씨는 학교에서 열리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에 마냥 호기심이 일었다. 인공지능을 본격적으로 접한 것은 1학년 때 참여한 ‘AI 기초 프로그램’에서였다. 2학년 때 진행되는 ‘인공지능 융합 탐구 프로젝트’에 참여하려면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파이선 프로그래밍과 인공지능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익힐 수 있었어요. 인공지능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신경망 모델 구현 과정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고요. 이때 인공지능을 이용해 광물을 분류한 사례를 접하면서 실생활에서 인공지능이 사람 대신 해결 가능한 문제를 찾아 해결해보고 싶더라고요. 예전부터 웹사이트 회원 가입 시 몇 번 오류가 생기면 추가적으로 내는 ‘캡차(captcha)’ 문제를 시각장애인은 어떻게 해결하는지 항상 궁금했어요. 제시된 이미지를 보고 퀴즈를 해결해야만 하기 때문에 불가능할 것 같았거든요. 검색해보니 실제 불편을 겪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이 프로그램을 이수한 후 2학년 때 ‘인공지능 융합 탐구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윤지씨는 소행성 유형을 분류하는 모델 구현에 도전했다.

“캡차 문제 중에도 항성을 구분하라는 게 있더라고요. 고등학생 수준에서 인공지능을 실제로 구현해볼 수 있는 과제는 주로 유형 분류이기도 했고요. 해외 데이터셋 사이트에서 소행성 이미지 데이터를 수집해 합성곱 신경망(CNN, 딥러닝 과정에서 주로 시각적 이미지를 분석하는 인공 신경망)으로 3개의 소행성 유형을 분류하는 모델을 구현해봤어요. 처음 만들어보는 신경망 모델이어서 쉽진 않았지만, 항성 분류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던 경험이었어요.”


인공지능의 출발점, 데이터의 중요성을 깨닫다

2학년 때 활동한 자율동아리 ‘매체를 이용한 과학탐구반’에서 ‘백혈구의 림프구와 호중성 과립구의 형태 변형이 코로나19 후유증을 발생시킨다’는 기사를 접했다. 이는 ‘백혈구 분류 모델이 코로나19 후유증을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의문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착안해 또 다른 동아리 인공지능탐구반에서 백혈구를 분류하는 신경망 모델 구현을 시도했다.

“백혈구 이미지 데이터를 수집해 4개로 분류하는 신경망 모델을 구현해봤지만, 테스트 정확도가 높지 않더라고요. 정확도를 올리려고 최적화 함수와 학습 횟수 변경 등의 시도를 담은 일지를 작성하면서 원인을 분석했고, 특강 자료도 찾아보고, 선생님께 자문을 구해 모델을 다시 설계해봤지만 정확도가 크게 개선되지는 않았어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키워드는 데이터에 있었다.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3학년 때 선택 이수한 <인공지능기초> 수업을 들으며 편향된 데이터가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

“수집했던 백혈구 이미지에는 다른 혈구들도 함께 찍혀 있었어요. 백혈구 분류 모델의 정확도가 개선되지 않았던 이유는 이 같은 배경이 제거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더라고요. 백혈구 외에 배경을 삭제하고 다시 설계해보니 정확도가 개선되는 거예요. 모델을 만들 때 설계도 중요하지만, 데이터 전처리가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어요.”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필요하면 직진! 유불리를 복잡하게 따지기보다 필요하면 배워야 한다는 주의였다는 윤지씨의 선택 과목은 이런 성향이 잘 나타난다. <확률과 통계>는 학교 지정 과목이었기에 필수로 배워야 했지만 인공지능에 빠질 수 없는 키워드가 데이터과학인 만큼 필수가 아니었어도 선택했을 거라고. <미적분>은 인공지능의 신경망을 만드는 과정에서 정확도를 높이는 경사하강법 등 가장 기본적인 원리에 해당하기에 꼭 배워야 했던 과목이었다.

“문제 풀이를 꼼꼼히 반복하기보다 고난도 문제에 차용되는 개념을 알아가는 과정이 더 신선하다고 느끼는 성격이어서 교과 성적을 잘 받기가 만만하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배우는 과정은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이미 지난 걸 후회하면 뭐 하나요. 앞으로 더 잘하면 되죠. 주변 친구들이 그런 저를 좀 신기하게 보긴 했지만요. 하하.”

<물리학Ⅰ·Ⅱ>와 <화학Ⅰ·Ⅱ>는 공학에서 가장 넓게 쓰이는 과목이기에 고민 없이 선택했다. <생명과학Ⅰ>과 <지구과학Ⅰ> 사이에서 고민했지만, 인간 친화적인 인공지능을 개발할 때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했고, 좋아했던 천체 관련 내용이 줄어들어서 최종적으로 <생명과학Ⅰ>을 골랐다.

학교에 개설된 <프로그래밍>과 <인공지능기초>는 빼놓을 수 없는 과목이었다. <인공지능기초> 수업에서 진행된 인공지능 주제 탐구에서는 지속 가능한 도시와 주거지 조성 방안으로 쓰레기 분류 모델을 구현해보기도 했다.


인간 친화적 인공지능 개발을 위해

인간 친화적이고 일상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게 꿈인 윤지씨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에듀테크에도 관심이 많다. 인공지능을 통해 소외계층과 취약계층에 놓인 학생들의 학습을 도울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앞으로 대학에서 인류학과 사회학을 함께 배우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제가 해온 활동들을 보면 뭔가 거창하고, 대단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학교 수업과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해 학생 수준에서 할 수 있는 과제에 도전한 것들이 대부분이에요. 정보 선생님의 조언과 권유도 정말 큰 도움이 됐고요. 그런 면에서 인공지능을 막연히 어렵고 추상적으로 느끼기보다 일단 한 번 체험해볼 기회가 있다면 적극 활용해보길 권해요. 요즘은 인공지능이라는 키워드가 빠지지 않는 시대잖아요. 실제 어떤 영역에도 접목될 수 있는 확장성이 많은 분야이기도 하고요. 겁먹지 말고 도전해보길 꼭 추천하고 싶어요.”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선택 과목




<학생부>


<1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통합사회> 기술 발달과 이용 능력 차이에 따라 발생하는 정보 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 발달이 인간 친화적으로 이뤄져야 하다고 발표, <기술·가정> 인간의 삶과 사회, 지구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는 첨단 기술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 발표


<2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언어와 매체> 매체 언어 탐구와 활용에서 ‘대신 비밀번호를 바꿔주는 AI 기술’을 주제로 발표, <확률과 통계> 머신러닝의 데이터베이스를 통한 문제 해결의 원리에 적용되는 통계에 대해 발표, <생명과학Ⅰ> 인공지능을 이용한 백신 개발과 신뢰성에 대해 탐구 발표


<3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미적분> 인공지능 기계학습에 쓰이는 경사하강법에서 편미분이 어떤 방법으로 사용되는지 설명, <정보> 국내 가계금융 복지 조사, 소득분배지표, 독거노인 비율 데이터셋을 수집해 분석, <기하> 인공신경망의 각 뉴런 노드의 입력, 가중치 계산에 내적이 사용되는 원리와 방식 탐구, <물리학Ⅱ> 현실감을 느낄 수 있는 증강현실을 설계하려면 물리 엔진 설계자가 거시적인 물체 운동에 대해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



<선택 과목>


▒ <미적분> <기하> <확률과 통계> 인공지능 개발에는 수학 역량이 필수이기에 학교 지정 과목인 <확률과 통계> 외에 선택 과목인 <미적분>과 <기하>까지 수학 교과 세 과목을 모두 이수했다.

▒ <물리학Ⅰ·Ⅱ> <화학Ⅰ·Ⅱ> <생명과학Ⅰ> 공학의 기본인 물리학은 워낙 좋아했던 과목이라 고민 없이 선택했다. 화학 역시 공학 분야에서 가장 넓게 쓰이는 과목이라고 생각해 이수했다. <생명과학Ⅰ>은 인간 친화적인 인공지능 개발을 위해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 선택했으나, <생명과학Ⅱ>는 상대적으로 암기량이 많아 선택하지 않았다.

▒ <프로그래밍> <인공지능기초> AI 교육을 특화한 학교의 장점을 살려 선택했던 과목들이다. 프로그래밍을 좀 더 심화해 익힐 수 있었고, 신경망 모델 구현 시 정확도를 높이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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