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식품 관련 학과라고 하면 식품영양학과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식품 관련 학과를 검색해보면 생각보다 세분화·전문화되어 있어 놀랄 것이다. 예전에는 한 끼를 잘 먹는 게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안전성·건강·다양성을 중시하는 식품 산업으로 확장돼가는 분위기다. 세상에 인간이 존재한다면 언제까지나 함께할 식품, 최근 서울 주요 대학의 취업률 공개 자료에서도 식품 관련 학과들은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식품생명공학과, 식품자원경제학과, 식품유통공학과, 식품산업관리학과, 식품공학과 등 비슷한 것 같지만 다른 학과들의 특징과 차이를 살펴봤다.
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도움말 강석성 교수(동국대학교 식품생명공학과)·황재현 교수(동국대학교 식품산업관리학과)
최승철 교수(건국대학교 식품유통공학과)
식품 관련 학과, 사회적 수요 높아 취업률 높은 편
사람이 활동하려면 에너지가 필수다. 그 에너지의 원천인 식품을 연구하는 식품 관련 학과는 인류가 존재하는 한 꼭 필요한 학문이다. 과거에는 식품의 공정이 대량 생산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인간의 생활 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더 맛있고, 더 질 높은 식품에 대한 욕구가 늘어나고 있다. 안전하고 건강하게 먹는 것과 더불어 첨단 기술이 발달하면서 식품의 가공, 형태, 마케팅, 유통 등의 영역이 중요해졌다.
식품 관련 학과도 식품영양학과, 식품공학과, 식품유통공학과, 식품자원경제학과, 식품산업관리학과, 식품생명공학과, 축산식품생명공학과, 식품산업학과, 바이오식품공학과, 식품가공유통학과, 식품산업외식학과, 해양식품생명의학과 등 다양하다. 전공이 다양해지고 전문화된다는 건 그만큼 산업이 발달하고 사회적 수요가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바쁜 현대인의 생활에 맞춰 간편하게 조리하면서도 맛있는 식품에 대한 수요가 중요하면서 냉동 냉장 식품, 레토르트 식품 등 간편 조리 식품이 다양하게 개발됐고, 기능성 식품이나 유통, 마케팅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졌다. 식품 영양, 식품 경제, 식품 경영, 식품 가공, 식품 유통 및 마케팅, 식품 환경, 식품 독성, 식품 통계 등 식품 관련 영역이 다변화되는 추세다.
식품 관련 학과는 크게 영양학으로 접근하는 식품영양학과, 생명공학으로 접근하는 식품공학과 또는 식품생명공학과, 경제학으로 접근하는 식품산업관리학과, 식품자원경제학과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건국대 식품유통공학과 최승철 교수는 “식품 관련 학과들이 세분화되고 다양화됐지만, 학생들이 잘 모르고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 식품 관련 학과는 경제학 성격이 강한 학과, 자연과학 성격이 강한 학과, 두 계열의 특성이 융복합된 학과로 나눌 수 있다. 건국대 식품유통공학과는 자연과학 성향이 90%, 사회과학 성향이 10% 정도 융합한 학과로 볼 수 있다. 식품 관련 학과에 관심이 있다면 소속 단과대학을 살피고, 학과의 특징을 파악하면 좋다”고 설명했다.
식품 관련 학과들의 취업률도 높은 편이다. 교육통계 서비스와 대학 알리미에서 최근 공시한 자료를 토대로 서울 주요 15개 대학의 2019년 졸업생 취업률을 조사한 결과 취업 불황 속에서도 식품 관련 학과의 취업률이 두드러졌다.
동국대 식품산업관리학과 황재현 교수는 “사회과학 계열에 속한 식품산업관리학과의 경우 상경 계열을 희망하면서 식품 산업에 관심이 많은 학생에게 잘 맞는 전공이다. 식품 관련 산업의 확장이나 사회적 수요에 비해 학생들의 관심이 아직은 높지 않고, 전공자도 많지 않아 취업률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졸업 후 진로는 식품 관련 회사, 무역회사, 경제연구소, 유통 서비스 기관, 정부 및 공공기관, 환경 관련 기관, 금융기관, 공인회계사 등 다양하다.
자연 계열은 화학·수학 역량 중요, 인문 계열은 경제학 핵심
식품 관련 학과는 그 학과의 연혁을 살펴보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면 건국대는 축산경영학과, 유통경제학과에서 식품유통공학과로 바뀌었고, 동국대는 농업경제학과에서 생명자원경제학과, 생명자원산업유통학과, 식품자원경제학과, 식품산업시스템전공을 거쳐 식품산업관리학과가 됐다. 교수들의 전공을 살펴보는 것도 학과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표).
동국대 식품생명공학과 강석성 교수는 “학과에 따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역량이 다를 수 있지만, 식품생명공학과의 경우 고교에서 생명과학과 화학, 수학을 제대로 배우고 보면 좋다.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영어 역량도 중요하다”고 전한 반면, 최 교수는 “경제학이 근간이 되는 식품산업관리학과는 수학과 영어, 사회 교과 중 경제에 흥미를 느낀 학생이라면 재밌게 공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식품 산업은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황 교수는 “먹을거리와 관련된 분야로 진출하기 때문에 이윤 추구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학생보다는 사회적 역할이나 책임을 생각할 수 있는, 원칙에 충실한 학생들에게 어울린다. 더불어 세계의 식량 문제뿐 아니라 세계의 공존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전공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교수들은 공통적으로 전공에 대한 관심과 이해, 창의적 문제 해결력, 탐구 능력과 소통 능력 등을 필요한 역량으로 꼽았다. 학과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식품 산업 인턴십을 4학년에 개설한 대학이 많다. 이론 수업뿐 아니라 실험이나 산학 협력 프로그램도 활발하게 이뤄져 실무를 미리 경험해볼 수 있다.
식품생명공학과
식품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배우고, 이를 이용해 안전한 식품을 개발하거나 식품이 안전하게 유통될 수 있도록 연구하는 학과다. 식품의 제조, 가공, 유통을 비롯해 기능성 식품, 첨단 식품 소재, 유전자재조합 식품, 식품 면역학, 식품 위생 등을 배운다.
교육과정 : 식품영양역학개론, 식품통계학, 식품분석화학, 식품생화학, 식품화학, 분자생물학, 식품미생물학, 식품가공학, 식품가공학실험, 기능성식품학, 식품공학실험, 식품공장설계 등
식품영양학과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영양분을 고려해 무엇을 얼마나 먹어야 할 것인가에 관해 공부하는 학문이다. 식품을 소재로 생명 현상의 본질을 밝히고, 식품의 생체 내 대사 과정 등을 배운다. 대학에 따라 영양학, 식품학, 급식경영학 등으로 분야를 특성화하기도 한다.
교육과정 : 인체영양학, 식품영양분석 및 실험, 영양과 건강, 임상영양학, 식품미생물학, 식품영양과 데이터, 식품영양과 미디어, 식품위생학 등
식품유통공학과
사회과학 계열과 자연 계열이 융합된 학과로 서울 소재 대학에서는 건국대에만 개설돼 있다. 안전한 식품을 효율적으로 소비자에게 유통하기 위해 신설된 융합 학과로 식량 자원의 생산과 유통, 소비와 관련해 식량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전문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학과의 목표다.
교육과정 : 식품생물학, 식품화학, 식품물류시스템분석, 식품마케팅, 시장구조론, 식품산업경제학, 농식품가격분석론, 농식품소비행위분석론, 식품위생 안전제도, 시장개발과 농식품무역 등
식품자원경제학과
식량, 자원, 환경, 보건 등 인류 생존의 필수 조건에 대한 문제를 경제학적으로 접근하며 대안을 모색하는 실용 학문이다. 경제학, 통계학, 경영학, 경영정보시스템 등을 통해 식품 유통과 물류, 식품 안전 및 식량 안보, 자연 자원과 환경, 재무 금융과 소비자 경제, 국제 무역, 선물거래 등에 대해 배운다. 고려대의 경우 생명과학대학에 속해 있지만, 식품자원경제학과는 사회과학 계열에 속한다.
교육과정 : 식품자원경제학개론, 시장과 경제, 세계와 국가경제, 미시경제분석, 응용경제수학, 환경경제학, 응용계량경제, 자원경제학, 국제농산물무역, 식품산업조직론, 식품마케팅, 식품소비자경제학, 에너지경제학, 국제금융시장론, 농산물가격분석 등
식품공학과
식품을 요리하는 학문이 아닌, 더 나은 식품을 개발하는 학문으로 더 맛있고, 몸에 좋으면서 편리하고 안전한 식품을 만들어내기 위한 학문이다. 삼각김밥, 즉석밥이나 레토르트 식품, 신선도를 유지하되 저장 기간이 긴 식품 등 새로운 시각으로 식품의 형태를 개발하고 도전하는 전공이다. 식품 원료가 식물과 동물에서 기초하기 때문에 화학, 미생물학, 물리학 지식도 중요하다.
교육과정 : 일반화학, 생물통계학, 식품과학기초, 식품분석학, 식품위생학, 식품법규, 식품생물공학, 식품안전성,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학, 식중독세균학, 식품효소공학, 육가공학, 건강기능성식품학 등
식품산업관리학과
먹을거리 생산에서부터 유통을 거쳐 소비자들이 소비하는 모든 단계를 배운다. 경제학과 경영학의 기초 이론을 이용해 식품 산업의 생산, 가공, 유통, 소비와 관련된 사회과학적 현상을 연구한다. 수학을 꼭 잘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미시경제학과 거시경제학을 배우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수학 지식이 필요하다. 경제학을 기본으로 하기에 취업 가능한 분야가 넓은 편이다.
교육과정 : 식품경제원론, 식품경영학, 식품미시경제론, 식품유통론, 식품환경 경영론, 푸드시스템론, 식품통계학, 지속가능시스템, 외식산업경영세미나,식품정책론, 식품계량경제학, 식품안전경영시스템 등
Mini Interview
“학교협동조합 매점 활동이 식품유통공학 전공으로 이어졌어요”
김도희
CJ Feed&Care 사업운영팀, 건국대 식품유통공학과 졸업
현재 하는 일은?
건국대 식품유통공학과 졸업 후 CJ Feed&Care 사업운영팀에서 근무한다. 사업의 분야별(사료, 축산, 유통 등) 전략을 수립하고 손익을 관리, 운영 방향을 제시하는 직무를 수행한다. 팀의 특성상 회사의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매년 경영계획을 수립하고, 매출과 비용을 분석해 매출을 증대하는 동시에 비용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비전을 제시한다.
식품유통공학과를 지원했던 이유는?
고교 시절 ‘독산누리 사회적 협동조합’이라는 학교 매점 조합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주마다 정기적으로 모여 매점에 필요한 물건을 조사하고, 시식회를 통해 학생들의 니즈를 파악해 물건의 가격이나 합당한 수량을 도출했다. 또한 매월 결산을 통해 매점의 손익에 관해 토론하면서 식품과 관련된 유통이나 경제 분야에 관심을 가졌다. 이런 경험이 식품유통공학과 지원으로 연결됐다. 입학 당시 생각했던 진로는 식품회사, 식품·유통 관련 공기업 취업이었다.
업무를 수행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역량은?
현재 하는 일이 사업 전략 수립, 손익 관리, 운영 방향 제시 등이기 때문에 사업의 전반을 읽는 눈과 손익을 순발력 있게 계산해 도출해낼 수 있는 숫자 감각이 필요하다. 대학 교육과정 안에서 산업 조사, 마케팅 조사 등 수많은 검색을 필요로 하는 과제를 학기마다 수행해 입사 후 타 동기들보다 검색 능력이 뛰어나다는 칭찬을 들었다.
졸업 전에 취업이 결정됐다.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아직 신입이지만,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회사에 지원할 때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마케팅, 회계 등 기업 내 어느 부서에 가도 업무 소화가 가능한 멀티인재라는 점이었다.
식품유통공학과를 전공하면 제품의 원료 입고-생산-유통-판매-손익 관리까지 모든 단계의 내용을 배울 수 있다. 다양한 영역을 배우기 때문에 다른 부서의 업무를 이해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능력도 기를 수 있다.
“경제학 기반으로 식품 산업 이끌 전문가 되어보세요”
김종현
NS홈쇼핑 건강기능식품 MD, 동국대 식품산업관리학과 졸업
현재 하는 일은?
NS홈쇼핑 건강기능식품 TV MD를 하고 있다. TV홈쇼핑 방송에서 판매할 건강기능식품을 기획하고 좋은 실적을 낼 수 있도록 이끄는 업무이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경향에 맞는 상품을 협력사와 기획하고 상품화하며, 방송에서 선보일 포맷을 협력사, PD, 쇼핑호스트와 논의하여 판매를 끌어내는 중심점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보통 1시간 방송에서 매출을 끌어내야 하는 부담은 있지만 고객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어서 현장감이 넘친다. 동기부여가 확실하고, 매력적인 직무라고 생각한다.
식품산업관리학과를 지원했던 이유는?
먹을거리 산업은 사회가 발전할수록 인간의 삶에 있어서 그 중요성과 가치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나와 우리 가족의 먹을거리 산업은 시간이 지날수록 확대된다고 생각했고, 그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다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거라는 생각에서 식품산업관리학과를 지원했다. 경제학을 기반으로 식품 산업에 응용해 먹을거리 산업을 이끌어가는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부분이 끌렸다.
식품산업관리학과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면?
경제학 이론을 식품 산업에 대입하여 시장을 바라보고 공부하는 학과다. 식품의 기본이 되는 농업을 비롯해 식품제조업, 식품유통업, 외식산업 분야를 모두 배우며, 이론과 사례, 현장까지 주체적으로 접할 수 있다. 다양한 영역을 배우기 때문에 진출하는 분야도 다양하다. 농업, 제조업체, 유통업체, 외식 산업을 운영하는 대기업, 공기업, 스타트업에서 활동하는 선배들이 많다. 선배들과의 긴밀한 네트워크도 큰 장점이다.
어떤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나?
대학 수업과 학과 활동에 얼마나 주체성을 가지고 임하느냐에 따라 진로 방향이나 만족도가 달라진다.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주도적으로 목표를 세워 달성해나갈 수 있는 역량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직장에서도 주어진 일이 아닌 기획하고 분석하는 창의적인 일을 해야 하기에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학생들에게 잘 맞는다.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한 일이고, 고객의 니즈나 사회 변화도 잘 읽어내야 하기 때문에 공감 능력과 의사소통 능력도 중요하다.
댓글 0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