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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963호

ISSUE INTERVIEW | 진로·전공 미스매치 연구한 KDI 한요셉 연구위원

자유롭게 선택하고 바꿀 수 있는 열린 진로 교육 필요

OECD 조사 결과, 한국 대졸자의 50%는 전공과 무관한 직업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과 직업 간의 미스매치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반적인 경우 대학 전공 선택은 직업 선택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다른 나라에 비해 미스매치율이 높다는 것은 우리나라 교육에 무언가 문제가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전공 선택의 관점에서 본 대졸 노동 시장 미스매치와 개선방향> 보고서를 쓴 KDI 한요셉 연구위원을 만나 전공-직업 간 미스매치율이 높은 이유와 해결 방안, 특히 중·고등학교 수준에서 적용 가능한 해법과 학부모의 바람직한 역할에 대해 알아봤다.

취재 박민아 리포터 minapark@naeil.com 사진 이의종




한요셉 연구위원은
서울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석사를 마친 뒤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공 세부 분야는 노동경제학과 교육/공공 경제학이며, 현재 KDI(한국개발연구원)에 재직 중이다. <전공 선택의 관점에서 본 대졸 노동 시장 미스매치와 개선 방향> <청년기 일자리 특성의 장기 효과와 청년 고용 대책에 대한 시사점> <청년층 고용 현황과 정책 제언> 등 청년층 실업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다수의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대학 전공과 직업의 불일치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우리나라 대졸 청년층의 약 27%가 졸업 후에도 미취업 상태에 머무른다. 게다가 취업을 하더라도 전공을 살리지 못하는 비율이 50%에 달해 OECD 국가 중 전공-직업 간 미스매치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런 현실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그중 전공 선택과 관련된 요인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했다. 보다 상위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전공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들이 전공 선택을 잘해서 원하는 분야에 취업해 일을 하는, ‘노동 시장으로의 이행’이 쉽도록 하려면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고민하게 됐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전공과 직업 간 미스매치율이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

대학 전공과 직업 간 높은 불일치율은 각종 정원 규제로 인한 학과 간 정원 조정의 경직성, 학과별 취업 정보의 부족 등에 기인한다.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수도권 소재 대학의 총 정원이 제한되고, 보건·교육과 같은 분야는 직업과 관련된 제약으로 특수 전공 정원 규제를 받는다. 특히 학생들이 진학을 결정할 때 학과보다는 대학을 우선순위에 놓는 경우가 여전히 많아 수도권 소재 대학은 취업이 어려운 학과도 수요가 정원보다 많다.

전공-직업 간 미스매치율을 낮추려면 대학 내에서 취업률이 높은 전공을 중심으로 입학 인원을 조정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상호 합의를 이끌어내기는 매우 힘들다. 학과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해 대학 내 전공 간 정원 조정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상태고, 이는 결과적으로 전공 선택의 왜곡을 초래한다.

또 과거에 비해 진로 교육이 상당히 강화됐지만 여전히 많은 학생들이 해당 학과를 졸업 후 노동 시장에서의 취업 상황을 충분히 알지 못한 채로 진학을 결정한다. 자신의 적성이나 흥미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성적이나 주위의 기대에 따라 전공을 결정해 나중에 후회하게 되는 사례 또한 적지 않다.


전공과 직업 간 미스매치를 해결할 방안은?

세계적으로 인력 양성 경쟁 중인 AI, 데이터 등 첨단 분야 전공은 정원 규제와 관계없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허용해야 한다. 수도권 대학에서도 첨단 분야 관련 전공자가 증가해 이들 대학 진학자의 왜곡된 전공 선택이 줄어들 수 있고 나머지 전공에 대해서는 규제가 유지돼 지역 균형 발전과 관련된 부작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또 인구고령화로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의료 분야는 증원을, 학령인구 감소로 교원 수요 축소가 전망되는 교육 분야는 감원을 검토해야 한다.

또 전공 선택을 후회하는 비율을 줄이기 위해 진로 교육을 더욱 강화하고, 적성과 흥미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학과별 정원 제한 없는 계열 모집과 무학과 제도 등 대학 입학 모집 단위 확대를 통한 ‘전공 선택 시기의 유연화’가 필요하다.


학생들이 전공 선택을 후회하는 이유를 따라가다 보면
고교 문·이과 선택부터 어긋난 경우가 적지 않다.이를 개선할 방법은 없나?

추후 전공을 변경하고 싶을 때 제약이 적도록 필수 과목을 충분히 넓힐 필요가 있다. 고등학생 중 상당수는 여전히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발견하지 못한 상태다. 예컨대 현재는 철학과 진학을 희망하지만 향후에는 AI 분야로 진출하고 싶을 수 있다. 수학, 통계같이 나중에 따라잡기 어려운 분야는 충분히 기초 소양을 쌓을 수 있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일찍부터 자신의 적성을 발견한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심화 학습 기회를 줘야 한다.

두 방향이 정반대처럼 들릴 수 있지만, 고교 교육과정에서 두 부류의 학생 모두를 최대한 배려해야만 나중에 후회하는 비율을 줄일 수 있다. 온라인 공동 교육과정과 2025년 시행 예정인 고교학점제를 통해 이 두 방향성이 모두 반영되리라 기대해본다.


중·고등학교 진로 교육은 어떤 식으로 이뤄져야 하나?

진로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입시 경쟁으로 인해 등한시되고 있다. 대입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마지막 진로 교육의 기회로 볼 수 있는 고등학교 1학년 수준에서 진로 교육 집중 학기·학년제 등 제도적으로 진로 탐색의 시간을 의무화하는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다.

학생 수에 따라 진로 전담 교사를 확충해 맞춤형 상담을 강화하고 학생의 눈높이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해당 학과 전공자와 연결시켜주는 멘토링 프로그램이 가장 유효할 것이다.

또한 진로·진학 상담 시 대학·학과별로 현재 공표하는 취업률 외에 소득 정보와 같은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학생 입장에서 직업 정보를 어떻게 해석, 이해해야 하나?

직업별 평균 취업률이나 평균 소득은 사회적 수요를 반영한다. 어떤 직업의 평균 취업률과 평균 소득이 높다면 그 분야에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는 신호일 수 있다. 무시할 수 없는 고려 사항이지만 이것만으로 자신의 직업을 선택할 수는 없다. 다음의 세 가지를 반드시 고려하길 바란다.
첫째, 통계를 잘 이해해야 한다. 특히 ‘평균의 함정’을 조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높은 취업자 평균 소득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일단 취업에 성공하면 고소득을 올릴 수 있지만 취업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둘째, 자신이 상대적으로 더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노동경제학에서는 이것을 비교우위(comparative advantage)라고 부르는데, 누구에게나 상대적으로 더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적어도 한 분야는 있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여러 분야를 충분히 탐색해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일 자체가 보상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설령 소득이 다른 직업보다 다소 낮더라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자녀의 진로 결정에 있어 학부모의 바람직한 역할은?

학부모는 자녀를 가장 잘 알고, 자녀가 잘되길 바라지만 잘못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가장 크다. 부모가 원했던 특정 진로를 강요하거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성급한 판단을 내리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충분히 대화를 나누고 자녀의 적성과 흥미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자녀의 눈높이에서 조언해줄 만한 친척, 선배, 학원 선생님 등 적절한 멘토와의 교류를 적극적으로 주선하는 것이 좋다.


청소년 진로, 직업 교육과 관련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노동 시장은 급변하고 있지만 아직 내 적성과 흥미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서 미래에 대해 너무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기초적인 지식을 성실히 쌓다 보면 어떤 상황에서도 응용할 수 있다. 꾸준히 진로 정보를 탐색하면서 기본에 충실하다 보면 적성과 흥미에 맞는 나만의 진로를 찾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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