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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0호

학원가 ‘카더라’ 팩트체크

중학교 성적이 곧 대입 바로미터?

요즘 학원가에서는 ‘고교 성적이 아닌 중학교 성적이 대입의 바로미터’라는 주장이 확산 중이다. 현재 고교 유형별로 재학생의 학업 역량에 차이가 있어 일반중학교가 대부분인 중학교 성적으로 대입을 예측하는 것이 정확하다며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 등 최상위권 학생이 선호하는 대학 진학이 목표라면 중학교에서 상위 20%의 성적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부모들은 학원가의 주장을 거름망 없이 받아들여 자녀의 성적을 평가한다. 문제는 이 ‘정설’을 전해 들은 학생들의 심리다. 지나치게 성적에 예민해지거나 일찌감치 체념하고 패배감을 느끼기 쉽기 때문. 학원가의 주장이 사실인지, 교육계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도움말 서정민 교사(서울 보인고등학교 홍보기획부장)
양일규 교사(서울 단국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정현두 소장(미래탐구동작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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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상담소

“중3 자녀를 둔 학부모입니다. 며칠 전 소위 강남에서 이름난 학원 설명회에 참여하고 난 후 지금까지 내내 마음이 무거워요. 설명회를 이끌었던 베테랑 입시 컨설턴트가 ‘중학교 성적이야말로 대입의 지표’라고 주장했기 때문이에요. 더 구체적인 설명도 해주더군요. ‘교육특구에 있는 중학교라면 상위 40% 이내, 그 외 중학교라면 최소 20% 이내의 성적을 갖춰야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 등 선호 대학에 원서를 낼 수 있을 것’이라나요?
저희 아이는 교육특구 학교에 다니지만 성적은 상위 40%에 훨씬 못 미쳐요. 그럼에도 학교생활을 즐기고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는 욕심 많은 아이라 고교 진학 후 공부만 좀 신경 쓴다면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상위권 대학을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헛된 희망이었나 싶어 가슴이 답답합니다.”



중학교 성적이 대입 좌우하지 않아

최근 학원가에서는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공부법 설명회, 대입 전략 설명회가 자주 열린다. 설명회에서는 주로 ‘명문대, 중학교부터 준비하라’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특히 언론에도 등장하는 유명 컨설턴트가 중학교 성적과 대입의 상관관계를 강조한다.

이 같은 주장은 사실일까? 실제 학생들의 대입 지도를 담당하고 있는 고교 교사들에게 답을 구했다.

서울 보인고 서정민 교사는 “학교 설명회에서 학부모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중학교에서 뛰어난 성적을 보이지 못한 아이가 고교 진학 후 역전하는 경우가 많은가?’다. 답은 ‘그렇다’이다. 서울 지역 자사고인 보인고는 40여 개의 중학교에서 다양한 성적 분포도에 있었던 학생들이 진학한다. 이러한 학생들을 6년간 추적 조사해본 결과 극상위권을 제외하고는 중학교 성적과 대입의 상관성이 높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보인고에 따르면 2020학년 서울대 합격자 13명의 중학교 내신 백분위 범주는 30%다. 연세대·고려대 합격자는 81명, 이들의 중학교 내신 백분위 평균은 50% 초반까지로 나타났다. 서울 주요 20개 대학 합격자로 범위를 넓히면 70% 후반까지 넓어진다.

서 교사는 “통계가 보여주듯 중학교 성적이 입학 대학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학원가에서 주장하는 중학 성적 상위 20%, 40%의 범주는 너무 넓다. 학교별 수준 또한 동일 학군지 내에서도 천차만별이다. 칼로 무 자르듯 간단히 주장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니다. ‘기준’으로 삼기에 부적절한 지표”라고 일갈한다.


중학교, 성적 아닌 학습 역량 높일 시기

고교 교사들은 또 하나 간과해선 안 될 것이 있다고 꼬집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다른 평가 체계다.

중학교 내신은 A~E, 5단계 성취도로 반영되지만, 고교 내신은 이 성취도에 1~9등급이 함께 표기된다. 성취도는 ‘90점 이상은 A’처럼 타인의 성적과 상관없이 내 점수만 평가받는 절대평가, 등급 평가는 ‘전체 학생 중 상위 4%는 1등급’처럼 내 성적과 같이 시험을 본 학생들의 성적이 함께 평가받는 상대평가다. ‘5단계’와 ‘9등급’으로 급간도 더 촘촘해 변별력이 훨씬 세다. 즉 중학교 성적의 전 과목 A를 고교 성적 1등급과 같다고 여기면 안 된다는 얘기다.

서울 단대부고 양일규 교사는 “중학교 성적 A가 공부 역량까지 대변하지는 않는다. 평소 성실하며 반복 학습과 암기에 능하다면 중학교까지는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고교 공부는 깊이와 양이 다르다. 고교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며 목표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자기 주도 학습 습관을 잘 갖추고 문제를 스스로 설정하거나 탐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독서 폭도 넓고 양도 많다”고 설명한다.

이어 “성취를 이루기까지 더딘 단련을 거쳤을 것이다. 실례로 중학교에서 전교 300명 중 100~150등 사이를 오간 학생이 고2 전 과목 내신 성적 평균 2.5등급으로 마무리한 사례가 있다. 다양한 영역에 호기심을 갖고 자기 주도적 학습을 통해 내실을 쌓았기에 가능했던 결과다. 고교에 진학하면, 교과 진도를 따라가며 다양한 활동도 해야 하므로 생각보다 시간이 많지 않다. 중학 시기가 이런 바탕을 갖출 적기다. 치열한 내신 경쟁과 선행에 뛰어들기보다 스스로 역량을 키우는 데 주력하길 바란다”라고 당부한다.

미래탐구동작센터 정현두 소장은 “학부모들이 학원가의 주장에 쉽게 현혹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 교과 성적의 영향력이 커졌고, 주요 대학 정시 선발 비중이 확대되면서 중학교 때부터 남보다 앞서 선두 그룹에 진입해야 한다는 불안 심리가 커졌다. 그러나 출발선이 조금 앞섰다고 끝까지 유리하진 않다. 오히려 힘을 내야 할 막판에 번아웃이 올 확률이 크다. 중학 시기에는 성적에 앞서 자녀의 진로를 함께 고민해볼 것을 권한다. 그에 맞춰 어떤 고교 유형을 택할지, 어떤 입시 유형에 주력할지를 긴 안목으로 가늠해야 한다. 그래야 학원가의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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