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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호

2019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12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김선민

“인문학과 기술 넘나드는 콘텐츠 창작의 매력에 푹 빠졌어요”

부모님 모두 일을 하셨기에 어린 시절에는 늦게까지 집에 혼자 남아 있던 시간이 많았다. 자연스레 컴퓨터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며 시간을 보냈다. 어린이 교육 콘텐츠부터 각종 게임,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등 아름다운 그림과 음악,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들은 어린 소년을 사로잡았다. 언젠가부터 이런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었다. 프로그래밍 책을 구입해 독학을 시작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지 3일 만에 무작정 교무실로 가 콘텐츠 제작 동아리를 만들겠다며, 선생님들께 지도 교사가 되어달라고 부탁했다.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이야말로 콘텐츠의 매력을 깊게 해줄 기술이란 생각에 3학년 때는 ‘AR/VR’ 동아리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쌤, 좀 재미있고 알찬 활동을 해보지 않으시겠습니까?”란 말로 영어 듣기 동아리를 맡으려던 3학년 담임 선생님을 지도 교사로 포섭(?)했다. 직접 꾸민 박스를 뒤집어쓰고 졸업 사진을 찍었다. ‘당대 100인의 콘텐츠 창작자 중 한 명’이라는 문구를 써넣었다.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1학년 김선민씨의 진짜 꿈이기도 하다.
취재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사진 전호성







통섭적 접근 배운 수행평가
“수행평가를 항상 기다렸습니다.”
선민씨의 자기소개서는 이 문장으로 시작된다. 콘텐츠를 만드는 일에 관심이 많았던 만큼,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마음껏 풀어내기에 수행평가만 한 게 없었다. 2학년 1학기 국어 수행평가 시간에는 ‘아주 특별한 아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제출했다.
“융합과학 시간에 배운 ‘마이아토닉 염소’ 를 소재로 한 소설이었어요. 갑자기 놀라거나 당황하면 온몸의 근육이 마비돼 다리와 몸체가 뻣뻣해지며 넘어지는 특이한 유전자를 갖고 있는 염소인데, 양들 사이에 이 염소를 넣어놨다가 늑대가 오면 이 염소만 잡아먹히게 하려는 양치기와 노회한 시궁쥐를 등장시킨 소설을 썼죠. 그런데 이 소설이 과학과 인문을 잘 통섭했다는 평가를 받아 백일장 대회에서 금상까지 받게 됐어요. 그때부터 ‘통섭’ 이라는 문제 해결 방식에 빠져들어 다른 수행평가에서도 여러 영역을 넘나드는 접근을 자주 해봤어요.”
조선 후기 문화 발전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할 때엔 영조와 정조의 애민 정책으로 인한 경제 부흥과 사회 시간에 배운 엥겔 지수 등을 연결해 현재 대한민국의 문화 발전 지체 현상은 경제적으로 국민의 삶이 팍팍해졌기 때문이라는 논조로 풀어냈다. 예술과 윤리의 관계를 주제로 발표 수업을 준비할 때는 문학과 미술 시간에 배운 예술가들의 발언을 인용했고, 신천군 학살을 모티브로 한 피카소의 작품 <한국에서의 학살>과 피카소의 삶을 덧붙이며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독서나 교과서 학습에서 익힌 개념이나 원리를 토대로 이야기를 창작하는 능력이 탁월함’ ‘특히 구성 능력과 묘사하는 힘이 대단함’ 등의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기록들은 타고난 이야기꾼으로서 선민씨의 자질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문예교지부 활동 통해 만난 AR·VR의 세계
동아리는 선민씨가 고교 3년 동안 가장 열정을 쏟아 부었던 활동이다. 중학생 때부터 컴퓨터 게임을 만드는 데 관심이 있었던 친구들과 함께 자율동아리 ‘문화첩’을 만들었다. 동아리 활동 자체는 즐거웠지만, 자신이 논리적인 글과 말에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에게 ‘우리 이런 게임을 만들어보자!’라고 제안할 때 ‘왜?’라고 물으면, ‘재미있으니까!’ ‘왜 재미있는데?’라고 다시 물으면 제 대답이 딱 막히는 거예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논리를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 문예교지부에서 활동해보기로 했어요. 기고문의 개요를 짜는 연습, 본문만 보고 알맞은 표제를 짜는 연습 등을 집중적으로 하면서 2학년 때는 동아리 부장을 맡게 됐어요. 한 해의 교지를 총괄하는 역할이 주어지면서 주제를 ‘문화’로 잡았어요. 평소 주변에 좋은 문화 행사들이 많은데도 학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는 게 아쉬웠거든요. 진로 연계 활동을 고민하던 친구들과 수능이 끝나고 무료하게 지내던 선배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죠.”
이 취재 과정에서 선민씨는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의 세계와 처음으로 만났다. 광주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마침 자신과 이름도 같은 VR연구소 김선민 대표의 ‘AR/VR 시장의 미래’를 주제로 한 강의를 듣게 된 것.
“반 고흐의 화풍으로 만든 가상 카페, VR 게임, AR 관광지 안내 등 다양한 세계를 체험하면서 기존의 콘텐츠들이 더 생생하게 움직이는 게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도 대표님의 추천으로 처음 접했죠. 2학년 때 까지만 해도 막연히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만 했지, 학과에 대한 고민은 깊이 하지 않았거든요. 학과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영화, 게임, 다큐, 박물관, 축제, 테마파크 등 폭넓은 영역의 콘텐츠를 창작하는 실무 중심의 커리큘럼으로 짜여 있었어요. 인문 계열 전공 중에도 이런 곳이 있다는 게 굉장히 신선했어요.”

다방면의 친구들 영입해 배운 ‘컬래버’의 힘
이때의 경험을 계기로 당장 AR과 VR의 세계를 다룰 새로운 동아리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다양한 영역에서 강점을 발휘할 친구들을 영입하는 게 급선무였다. 이공계, 상경계, 인문계, 예체능 등 각각의 분야에서 친구 40명을 모아 자율동아리 ‘AR/VR Lab’ 을 창설했다. ‘종합 예술’ 이라고 일컬어지는 게임 산업에서는 콘텐츠는 물론 기술 분야, 경영과 판매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할 다방면의 인재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처음엔 다양한 계열의 친구들을 조율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어요. 제가 해야 할 일은 이 개성 강한 친구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좀 더 효율적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었죠. 친구들에게 좀 더 효율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각 분야의 지식을 조금씩 익혔고, 각자 특기를 살린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도록 여러 분야의 친구들을 한 조로 구성했어요.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점점 좋은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오더라고요. 기존 VR 기기가 무겁고, 땀이 잘 차고, 어지러운 단점이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설계도를 그려보기로 했는데, 이과 친구들이 우주헬멧 모양의 디자인을 그려 왔어요. 또 해외여행을 갈 때 360°로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를 장착해 미처 보지 못한 풍경들도 추억으로 남길 수 있는 ‘가상현실 여행앨범’ 대여 사업 계획서도 함께 고안했고요.
실제 콘텐츠가 산업 현장에서 실물로 구현되기까지는 각 영역의 전문가들이 컬래버를 이뤄야만 완성될 수 있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인문학과 과학기술, 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하나로 모았을 때 매력적인 콘텐츠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니, 이는 분명 문화콘텐츠학과에서 요구되는 인재상에 부합하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성적을 위해 포기하지 않은 꿈 향한 시간들
자신의 꿈을 위해 열정적인 시간을 보냈지만, 교과 성적은 들쭉날쭉한 편이었다. 특히 수학 성적이 발목을 잡았다. 2학년 때는 성적이 오르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2등급과 3등급이 많은 편이어서 5학기 평균 성적은 2등급 중반으로 마무리했다.
건국대에 지원할 당시에도 학생부 종합 전형 중 KU자기추천 전형을 택했다. 학업 역량보다는 전공 적합성과 발전 가능성을 좀 더 평가받을 수 있는 전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단계 서류 평가를 통과했다는 소식에 긴장한 상태에서 면접장으로 향했다. 면접 역시 만만치 않았다.
“4차 산업혁명의 의미와 앞으로 나아갈 길에 어떤 영향을 미칠 거라 생각하는지 같은 질문을 받았는데, 망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긴장했어요. 4차 산업혁명 관련 질문이 특히 까다롭더라고요. 지금 AR과 VR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가 기기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기 때문인데, 강인공지능이 도입되면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을 테고, 누구나 부담 없이 기기를 하나씩 보유할 수 있게 되면 시장은 보다 확대될 거라 생각한다고 답했죠. 입학사정관분들 얘기를 들어보니, 학생들이 종합 전형에 지원할 때 교과 성적에 너무 두려움을 갖는 것 같다고 하셨어요. 저 역시 수학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제가 해온 활동들을 높이 평가했다고 하시더라고요.
활동을 좀 줄이고 성적을 올리는 데 집중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2학년 때 고민을 제일 많이 했거든요. 결과적으로는 제 선택이 옳았던 것 같아요.”
산업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교수진의 강의를 듣는 요즘, 선민씨는 수업이 마냥 즐겁다고 했다. ‘당대 100인의 콘텐츠 창작자’의 꿈을 꼭 이룰 수 있기를 응원한다.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자기소개서

졸업 사진을 이색적으로 남기고 싶어 ‘당대 100인의 창작자 중 한 명’이라는 문구를 직접 써넣은 박스를 뒤집어쓰고 찍었다.

동아리 부원들과 VR 체험 강좌에 갔을 때 찍은 사진.

동아리 부원들과 함께 ‘스토리 테마파크’ 공모전에도 도전했다.

문예교지부 동아리를 소개하기 위해 만들어본 UCC.



학생부

1학년
■ 진로 희망사항 IT 콘텐츠 개발자
■ 수상 동아리 발표 대회 등
■ 창의적 체험 활동 문예교지반, 게임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자율동아리 활동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한국사> 한국사와 세계사를 유기적으로 연관시키고 비교해 설명하는 모습, 조선 후기에 나타난 다양한 사회 모습을 민화, 풍속화 등을 통해 설명

2학년
■ 진로 희망사항 ICT 콘텐츠 기획자
■ 수상 백일장 대회 등
■ 창의적 체험 활동 문예교지부 회장으로 활동, 소프트웨어 제작 동아리 활동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문학> 일상에서 문학의 소재를 발견해 창작하는 활동에서 구성 능력과 묘사하는 힘 탁월

3학년
■ 진로 희망사항 ICT+CI 콘텐츠 기획자
■ 수상 독서 논술문 쓰기 대회, 백일장 대회 등
■ 창의적 체험 활동 AR/VR 동아리 만들어 다방면의 구성원과 지도 교사까지 영입해 활동, 융합과학 소프트웨어 축전 참여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독서와 문법> 풍부한 인문학적, 예술적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어렵게 느낄 수 있는 융합 지문을 쉽게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설명, <법과 정치> ‘정보검열과 기본권’을 주제로 각종 문화 콘텐츠와 ICT 콘텐츠를 과도하게 검열하는 국내 상황과 다른 나라의 사례 비교, <한국사> 조선 후기 영조와 정조 시대 문화 발전의 기반과 현재 대한민국의 문화 발전 지체를 비교하며 발표, <음악과 진로> 오페라 <마술피리>를 본 경험을 토대로 <노트르담 드 파리>의 무대 연출을 디지털 매체를 이용해 기획



자기소개서

■ 1번 학습 경험 융합과학 시간에 배운 마이아토닉 염소를 소재로 삼아 써본 소설이 과학과 인문을 통섭한 우수한 결과물이라는 평가를 받은 뒤부터 다양한 수행평가 과제를 통섭적으로 접근한 사례를 전했다.
■ 2번 교내 활동 논리적인 글에 약하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선택한 문예교지부 활동,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들은 강의를 계기로 AR과 VR의 세계를 알게 돼 다양한 분야의 친구들을 모아 동아리를 만들고 활동하면서 느낀 점을 풀어썼다.
■ 4번 지원 동기 어린 시절 콘텐츠의 매력에 빠진 후부터 콘텐츠 창작자가 되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 과정, 콘텐츠 제작을 위해서는 여러 분야의 협업이 필요함을 느낀 점, 시대와 지역이 변해도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가치를 알아보기 위해 동양 고전과 미술 서적을 탐독한 일 등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에 지원하기까지 노력한 과정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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