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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9호

2019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10 가톨릭대 생명·환경학부 김은서

학생부를 관통한 키워드, 생명과학과 교육

감기에 걸리면 자연스럽게 방어 작용이 떠오르고 햇빛 받는 나무만 봐도 광합성 과정이 떠오르는 학생.
고등학교 생활 기록은 생명과학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스스로 생명과학과 짝사랑 중이라고 말하는 김은서씨는 고등학교 재학 중 수많은 탐구와 실험을 진행하며 생명과학도의 꿈을 키워왔다.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와 실패는 그를 더 단단하게 해주었고 생명과학을 제대로 탐구하고 싶다는 의지는 더욱 커졌다. 생명과학 교사라는 진로 희망사항은 3년 동안 변함이 없었지만, 지금은 더 넓은 분야로 진로를 고민하고 있다. 현재 가톨릭대 입학처 소속 ‘날아가대’에서 활동하며 후배들에게 학생부 종합 전형을 알리고 있는 은서씨는 한눈에 봐도 긍정적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취재 조진경 리포터 jinjing87@naeil.com 사진 전호성







과학 선생님을 만나고 품은 생명과학 교사의 꿈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꿈은 아주 오래전, 초등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막연하던 꿈은 중학교 1학년 때 과학 선생님을 만나면서 생명과학 교사로 구체화됐다. 생물을 전공했던 선생님은 잘 가르칠 뿐 아니라 성품이 좋아서 학생들이 믿고 따랐다. 선생님 덕분에 과학 공부를 열심히 했고 하면 할수록 생명과학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고등학교에 올라와서도 생명과학은 1, 2등급을 놓치지 않았다. 계열이 나뉘고 1등급은 3명밖에 받을 수 없었지만 3학년 때는 두 학기 모두 1등급을 받았다. 은서씨의 학생부를 살펴보면 여러 활동이 생명과학과 교육이라는 주제로 촘촘히 연결됨을 알 수 있다.
“종합 전형으로 지원하려면 내신 성적이 좋아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자연 계열이었지만 수학 성적은 좋지 못했어요. 수학탐구대회에서 1등상을 탈 정도로 열심히 했지만 정작 성적은 잘 안 나왔죠. 대신 제가 좋아하는 생명과학은 항상 좋은 성적을 유지했어요. 종합 전형이 저에게 맞는다고 생각한 이유도 성적이 중요하지만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에요. 내신이 조금 부족해도 전공 관련 과목 성적이 높거나 활동이 좋으면 좋게 평가받을 수 있어요. 저는 학생부를 생명과학과 교육, 이 두 가지 키워드로 채우려고 노력했어요.”

불리한 성적, 전공 관련 활동으로 극복
가톨릭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은서씨가 합격한 잠재능력 우수자 전형 생명·환경학부의 2019학년 합격자 평균 내신 성적은 3.4등급이다. 교과 평균 등급은 특목고나 자사고, 과학 중점학교 학생들의 성적까지 포함한 수치라 일반고 출신 학생들의 성적은 이보다 조금 높은 편이다. 대체로 2등급 중반 정도라는 게 은서씨의 설명이다. 자신의 성적은 이보다 조금 낮지만 수업과 학교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부족한 성적을 메울 수 있었다고 한다. 일단 종합 전형을 준비하기로 결심한 후에는 학교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활동을 열심히 했다고.
학교에서 진행하는 진로포트폴리오대회, 탐구발표대회, 각종 보고서대회, 토론대회 등에 가능하면 모두 참가하려고 했다. 그 결과 3년 동안 받은 상은 선생님과 친구들의 추천으로 받은 선행상, 봉사상을 포함해 35개 이상이다. 면접에서 “수상은 의도한 것이었느냐”는 질문을 받을 정도로 많았다.
“생명과학도를 꿈꾸지만 생명과학만 잘하는 게 아니라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융합적인 인재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수상이 쉽지는 않아요. 다른 친구들도 열심히 해서 상을 받고 싶어 하니까요. 보고서를 쓰더라도 수준을 높여야 했어요. 보통 많은 친구들이 인터넷에서 찾아 개념을 정리하고 느낀 점을 쓰고 마는데 저는 설문 조사를 하고 정책 제안도 하고 실천까지 연결시켰어요. 자료 복사하기, 붙여넣기는 누구나 할 수 있잖아요. 많이 고민하고 생각하면서 남들과 조금 다른 시각과 모습을 보여주었죠.”

수업과 활동, 생명과학으로 통하다
3년 동안 진로 희망사항이 생명과학 교사로 같았던 만큼 대부분의 학교 활동은 생명과학 탐구 활동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방과 후 동아리인 ‘생물심화해부반’에서 소와 개구리 등을 해부하며 이론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동물의 기관을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2학년 때 의생명캠프를 주관해 동아리에 가입하지 않은 친구들까지 실험에 참여할 기회를 마련해준 것은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이다. 동물해부 동아리는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지만 실험이라는 특성상 많은 학생들이 참가하지 못해 친구들의 불만이 컸던 점이 늘 안타까웠다. 은서씨는 동아리 부장으로서 외부 기관에 연락해 강사를 초청하고 실험에 필요한 쥐를 공수하고, 두 명이 쥐 한 마리로 실험할 수 있도록 계획을 짰다. 학생들의 반응은 최고. 학교 선생님들이 설계하는 실험을 학생이 직접 계획하고 끝까지 추진했다는 점에서 자신감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이었다.
학교 수업에서는 여러 이슈를 생명과학과 연관해 탐구하기를 즐겼다. <한국사> 수업 중 ‘대통령에게 교육상소문 올리기’라는 수행평가에서 통합과학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지구과학> 시간에는 지구 자기장이 생명체의 DNA 손상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탐구했다. 언론 기사를 통해 체온이 1℃ 상승하면 면역력이 5배 증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부교감 신경과 연결해 TED 캠프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고3 때는 생명과학에 흥미가 있는 친구들과 과제탐구를 했어요. 교과서에 나오는 동식물 삼투 외에 다른 삼투 현상이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거든요. 5개월의 시간 동안 네 번의 실험을 진행했는데 소금의 용해도를 고려하지 못해 실험 결과가 세 번이나 잘못 나왔어요. 마지막 실험에서는 정확한 가설을 세워 마침내 성공할 수 있었죠. 저희가 쏟은 노력은 학교 과제탐구발표대회에서 1등이라는 결과로 돌아왔어요. 보통 실패한 경험은 자기소개서에 쓰지 않지만 저는 이 경험을 그대로 드러냈는데요. 학생들이 하는 실험이 부족함이 있고 실패할 수 있지만 그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학교 공부와 활동의 균형 맞추기
교육에 관심이 많았기에 교육 관련 동아리와 또래 멘토링, 지역센터 교육 봉사활동은 고등학교 3년 동안 꾸준히 했다. 지역센터 교육 봉사는 거의 매주 참여해 모두 250시간 이상을 했다. 3학년 때도 염색체 지도를 탐구하는 동아리에 가입하고, VJ 동아리에서 학교 신문을 발간하는 등 활동을 쉬지 않았다.
공부를 하면서 이렇게 많은 활동을 하는 게 힘들지 않았을까? 공부와 활동의 적절한 양립은 어떻게 가능했는지 궁금했다. 스스로 고등학교 3년 동안 정말 열심히 살았다고 말하는 은서씨가 종합 전형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음과 같았다.
“중학교 때는 전교에서 다섯 손가락에 들 정도로 성적이 월등했어요. 막상 고등학교에 올라오니까 공부가 어려워지고 성적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죠. 입학하면서 선배들과 선생님들에게 종합 전형은 성적으로만 평가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자주 들어서 저에게는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공부는 당연히 열심히 해야 하고 시험 기간 외에 자기가 관심 있는 활동을 챙기며 공부와 활동의 밸런스를 맞추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지금은 웃으면서 말하지만 당연히 힘들었죠. 3일 동안 밤을 새면서 보고서를 쓰기도 하고 너무 힘들어서 울기도 했지만 사실 그때 아니면 못하는 활동이잖아요.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했어요. 하하. 대학이라는 목표만을 위해서 한다면 지치기 쉬워요. 하지만 활동에서 재미를 찾아 최선을 다한다면 대학 입시뿐 아니라 인생에도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가톨릭대 생명·환경학부는 2020학년부터 바이오융합공학 계열로 이름이 바뀐다. 1년 동안 자유롭게 탐색하고 2학년에 올라가며 생명과학, 생명공학, 환경공학 중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교직을 이수해 선생님이 될 생각도 있지만 생명공학이나 환경공학 등 다른 분야도 공부해보고 싶단다. 최근에는 공학 계열에도 흥미가 생겼다고 한다. 1년 동안 폭넓게 배우면서 전공을 결정할 생각이다. 가톨릭대의 진리, 사랑, 봉사라는 인재상과 인성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자신과 딱 맞는다는 은서씨의 미래를 향한 도전을 응원한다.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자기소개서



피부색이 다르다고 놀림을 당하는 다문화 가정의 아이를 보면서 우리 사회의 다문화 인식 정도를 조사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방과 후 동아리 ‘생물심화해부반’에서 소의 눈과 개구리 등을 해부하며 장기의 구조와 기능을 공부했다. 사진은 개구리를 해부하고 있는 은서씨의 모습.




고3 때 생명과학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과 함께 진행한 탐구 활동. 주제는 ‘동식물 및 인공 반투과성 막의 용질 농도에 따른 삼투압 현상의 원리 탐구’였다.



학생부

1학년
진로 희망사항 과학 교사
창의적 체험 활동 생물심화해부반에서 생물 해부 포트폴리오 전시, 교육 관련 자율 동아리 ‘손에 손잡고’에서 교육 관련 글을 읽고 토론, 지역아동센터에서 학습 지도, 청
란 VJ 기자단에서 학교신문 제작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수학Ⅰ> 페르마에게 편지 쓰기 등 독특한 아이디어로 수학일기를 꾸준히 작성, <생명과학Ⅰ> 생물심화 해부 실험에 참여, 돼지의 장기를 관찰해
설명함, 의생명 캠프에 참여

2학년
진로 희망사항 생명과학 교사
창의적 체험 활동 의생명캠프를 주관해 강사를 섭외하고 주제 선정, 차시별 계획을 세워 학생들이 실험에 참여하도록 함, 일일교사 체험에서 사전 설문 조사를 통해 친구
들이 가장 흥미 있어하고 어려워하는 단원을 파악해 수업을 진행, 청란한마당 동아리 부스 체험에서 상어해부 실험을 진행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교육학> 피아제와 비고츠키의 인지발달 이론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 에니어그램 검사를 통해 성격을 이해하고 분석해 발표

3학년
진로 희망사항 생명과학 교사
창의적 체험 활동 TED 강연을 바탕으로 염색체 및 유전자에 대해 연구해보고자 ‘염색체지도탐구’라는 동아리를 개설하고 부장으로 활동, 교육 관련 자율동아리 ‘손에
손잡고’ 학년장으로 교육 관련 글을 읽고 캠페인과 토론 등을 진행, 생명과학Ⅰ,Ⅱ의 튜터로 지식 나눔을 실천함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한국사> 수행평가 ‘상소문 올리기’에서 교사 인터뷰와 학생 설문 조사를 활용해 통합과학 정책을 비판함, <화학> 이온결정의 특징과 원리를 생
명과학과 연결하여 제시, <생명과학Ⅱ> 형질 전환을 일으키는 물질이라는 주제로 그린피스와 에이버리의 형질 전환 실험을 비교해 발표



자기소개서

1번 학습 경 3년 동안 피어튜터링을 통해 학습이 부족한 친구들을 도와주면 서 효율적인 공부법을 찾은 내용, 교과서 공부에 그치지 않고 친구들과 ‘삼투 현상’
을 주제로 과제탐구를 하면서 몇 번은 실패했지만 보완을 거쳐 마침내 실험에 성공한 후 배우고 느낀 점을 담았다.
2번 교내 활동 3년간 봉사활동을 한 지역아동센터에서 놀림을 받던 다문화 가정의 아이를 보고 다문화 인식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 편견과 차별 없는 ‘All-Live’ 정책을 제시한 것, 과학 동아리(Bio & Chemistry)를 개설해 생명과학 이슈 토론, 과학신문 제작, 페임랩 활동을 한 경험을 소개했다.
4번 지원 동기 생명과학과 화학 지구과학 수학을 융합해 수많은 연구와 실험을 진행하면서 생명탐구 현상을 연구했다. 어느새 감기에 걸리면 방어 작용이 떠오르고 나무만 봐도 광합성 과정이 떠오를 정도로 생명과학을 사랑하게 되었고, 연구를 지속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생명과학도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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