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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8호

영어도 벅찬데 전공어? 선배가 알려준다!

중학생은 알지 못했던 외고 전공어의 모든 것

외고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고 하지만 여전히 글로벌 인재를 꿈꾸는 중학생에게는 매력적인 학교다.
외고 진학을 고민한다면 3년을 함께할 전공어를 선택해야만 한다. 영어 말고는 딱히 다른 외국어를 경험해본 경험이 적은 중학생들이 대다수인 만큼, 낯선 언어들 사이에서 맞는 언어를 찾아내는 데 부담을 갖기 십상이다. 중학생은 알지 못하는 외고 전공어, 후배들을 돕기 위해 서울 명덕외고 선배들이 선택부터 배움까지 경험담을 공개한다.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사진 전호성


외고생이 전공어와 사랑에 빠졌을 때
“얘들아~ 좀 활짝 웃어봐!” 웃는 모습이 마냥 싱그럽고 예쁜데도 아이들은 끝끝내 시크한 표정을 짓습니다. 이가 안 보여야, 얼굴을 반쯤 가려야 ‘인물이 산다’며 사진기를 노려보다가도 친구의 한마디에 까르르 웃는 어린이와 어른의 중간계 종족들. 서울 명덕외고 홍보 동아리 친구들을 보며 제 고교 시절이 떠올라 자꾸만 혼자 미소 지었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배우 장국영과의 인터뷰를 꿈꾸며 행복하게 중국어를 공부하던 그 시절. 아이들은 무표정으로 있다가도 본인들의 전공어 얘기가 나오면 환한 미소로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전공어와 사랑에 빠진 아이들, 진정한 외고생다웠습니다.
김한나 리포터













“러시아어는 배우기 쉽진 않아요. 하지만 겁먹지 않았으면 해요. 통일이 되면 러시아와의 교류는 지금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활발해질 거예요. 우리나라에 러시아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인재는 드물어요.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언어인 만큼 용감하게 도전하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_러시아어과 여유경 학생



“특별한 꿈이 없던 제게 프랑스어는 ‘교사’라는 꿈을 심어줬어요. 언어와 사랑에 빠지니 이 아름다운 언어를 아이들에게도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특히 외고에서는 그 나라의 문화도 접할 수 있어 매력적이죠.
원어민 선생님과 친구들이 함께 회화실을 작은 프랑스로 꾸미는 활동을 한 것이 기억에 남아요.” _프랑스어과 문상은 학생



“독일어는 딱딱하고 배우기 어려울 것 같다고요? 외고 입시를 거쳐 진학해 공부하다 보면 이 모든 것이 선입견과 편견일 뿐이라는 걸 알게 될 거예요. 세상에 배우기 쉬운 언어는 없어요. 하지만 배우고 싶다는 열정과 관심, 그리고 노력이 있다면 천천히 내 안에 새로운 언어가 스며들 거라고 확신해요.” _독일어과 공서윤 학생



“어릴 적부터 한자를 공부한 덕에 중국어와 일본어가 친숙했어요. 외고 지원 전 두 언어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지만, 중국어의 성조(聲調)가 저겐 어려웠어요. 고민 끝에 일본어로 선택이 기울었죠. 지금은 제 선택에 대만족합니다. 우리와 닮은 듯 다른 일본 문화를 배우는 기쁨이 생각보다 커요.” _일본어과 김가윤 학생



“외고 특성상 여학생이 대부분이에요. ‘내신 경쟁’에 대한 부담이 더 큰 게 사실이죠. 또 외국에서 오래 살다온 친구들과 영어로 토론하는 것도 많이 힘들었어요. 하지만 생각을 달리해 친구들의 강점에 자극받고, 장점을 따라 하니 제 실력이 늘어가더라고요. 마음먹기 나름이니 미리 위축되지 말길 바라요.” _영어과 임동현 학생



“중국어과에는 중국에서 살다온 친구가 많아요. 수업 시간에 현지인처럼 말하는 친구들을 보며 내가 버텨낼 수 있을까 걱정하기도 했죠. 하지만 기우였어요. 학교에서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워나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더라고요. 단, 중국어에 대한 지대한 사랑은 꼭 품고 와야 해요.” _중국어과 이수민 학생



우리가 전공어를 선택한 이유

문화에 대한 관심·어학에 대한 열정
프랑스어과 문상은 학생(문상은) 외국어에 관심이 많았어요. 하지만 특별히 어떤 외국어를 전공하겠다는 계획은 없었죠. 외고로 진로를 정한 뒤 전공어를 선택하기 전에 다양한 언어들을 살펴보고 프랑스어를 선택했어요. 감미롭고 아름다운 발음이 매력적이더라고요.

독일어과 공서윤 학생(공서윤) 평소 교육 쪽에 관심이 많았어요. 우연히 <독일 교육 이야기>라는 책을 읽고 독일 학교 교육에 끌렸어요. 직접 가서 배우고 싶다는 욕심이 생길 만큼요. 고등학교 진학 후 유학까지 염두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외고를 목표로 하게 됐고요.

영어과 임동현 학생(임동현) 스포츠를 좋아해 관심 영역을 넓히면서, 자연스레 국제 스포츠 기자를 꿈꾸게 됐어요. 스포츠 시장이 가장 큰 미국에서 활동하고 싶었고, 자연스레 미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죠. 영어를 좋아하기도 했고요.

일본어과 김가윤 학생(김가윤) 부모님과 외국 여행을 자주 한 편이에요. 자연스럽게 외국 문화를 접할 수 있었죠. 많은 국가를 다녀봤지만 일본이 가장 친숙했고, 이곳에서 뭔가를 하겠다는 결심을 했죠. 한자를 어릴 적부터 꾸준히 공부해 일본어도 낯설지 않았고요.

중국어과 이수민 학생(이수민) 엑스포 같은 국제행사나 여러 나라의 다양한 축제 등을 많이 접하면서, 다양한 문화를 마음에 담게 됐어요. 외국어에도 관심이 많아 일찌감치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고 싶다고 생각했고요. 그 와중에 강대국으로 자리 잡아가는 중국이 눈에 띄었고, 중학교에서 중국어를 접했는데 재미도 있더라고요. 제게 가장 안성맞춤인 언어라는 생각에 전공어로 찜했죠.

러시아어과 여유경 학생(여유경) 어릴 적 부모님과 러시아에서 잠시 살았어요. 덕분에 러시아어와 친숙해질 수 있었죠. 한국에 돌아와 계속해서 러시아어를 공부하고 싶었고 자연스럽게 외고를 목표로 하게 됐어요.



입시, 겁먹지 마라

어학 실력 아닌 관심과 열정 부각하면 OK
임동현 외고 입시는 1단계는 내신이라 2단계 면접에서 전공어 관련 내용에 대한 질문을 받아요. 자기소개서도 있는 지원 동기, 즉 왜 전공어과를 선택했는지에 대해 답하는데, 제가 다니는 영어과는 유독 준비가 만만치 않아요. 외고 지원자 모두가 영어 실력이 수준급이라 나만의 특별함을 부각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전 해외 진출이 목표고 학교는 글로벌 인재 양성이 목표니 학교가 원하는 인재가 바로 저라며 서류와 면접에서 강하게 주장했어요. 영어를 깊게 배우고 싶고 교과서는 물론, 심화 내용까지 익혀 수준 높은 영어 능력을 갖춰나가고 싶다고 말했고요. 영어 학습에 대한 강한 의지를 좋게 평가해주신 게 아닐까 싶어요.

공서윤 영어 외 전공어들은 조금 달라요. 중학교에서 영어 외 외국어를 배우기는 어렵고, 외고도 이 점을 충분히 알고 있어요. 그래서 면접에서 어학 실력이 아니라 전공어나 해당 나라에 대한 관심, 배움에 대한 의지를 많이 살핀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저 역시 교사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고, 독일의 교육 제도와 교습법을 제대로 공부하고 싶고 이곳에 들어와 독일어를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으니 기회를 달라고 했어요. 확실한 목표를 정하고 준비한 걸 선생님들이 눈여겨봐주신 것 같아요.

문상은 진로와 프랑스 문화를 연결해 답했어요. 입학 당시 방송 앵커를 꿈꿨는데, 앵커가 갖춰야 할 자질을 프랑스 국기와 연관시켰죠. 자유·평등·박애를 뜻하는 프랑스 국기에 빗대 세상에 대한 평등, 사람들에 대한 박애를 실현시키고 싶다고 했고, 프랑스어를 깊이 있게 알아가고 싶다고 강조했어요. 참고로 지금은 프랑스어 교사가 되고 싶어요. 외고 입학 후 프랑스어를 재미있게 공부하다 보니 이 언어를 다른 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거든요.

김가윤 저도 진로·관심사와 연계해 답했어요. 제 꿈은 한국 홍보대사이고, 문화·미디어·역사에 관심이 많아요. 갈등의 역사지만, 일본에 한류 열풍이 부는 등 문화적으로 영향을 주고 친숙한 부분도 많다는 점을 언급하고, 일본에 한국을 좀 더 의미 있고 긍정적으로 알리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밝혔어요.

이수민 세계 정세를 소재로 학업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어요. 중국은 단기간에 발전을 거듭해 미국과 어깨를 견주는 G2로 성장했죠. 우리나라의 위치, 역사, 정치·군사적 상황에서 두 나라와 문제가 발생하면, 경제 등 여러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밝히고, G2 중심의 국제 정세가 지속될 전망이니 중국어를 잘하는 인재가 돼 나라에 힘이 되고 싶다고 말했어요.

여유경 저는 잠시 러시아에 머물렀을 때 스스로 공부했던 자기 주도 학습 경험을 부각하려고 했어요. 특별 전형에 지원한 만큼, 다른 친구들과 면접에서 평가받는 포인트가 다르지 않았나 해요. 해당 전형에서 러시아어 지원자가 많지 않아 제가 눈에 띄었던 것도 같고요.



전공어 공부, 미리 할 필요 없다!

학교 커리큘럼으로 ‘기초→심화’ 실력 UP!
문상은 함께 입학한 친구 중에 프랑스어를 미리 공부하고 온 친구는 없었어요. 같은 수준에서 출발하는 셈이죠. 학교에서 알파벳부터 꼼꼼히 가르쳐주셔서, 무난하게 따라갈 수 있어요.

공서윤 독일어도 마찬가지예요. 모두 알파벳부터 시작하죠. 외고의 특성상 전공어 시수가 많다 보니 수업만 잘 따라가도 언어가 늘어요. 스스로 그런 모습을 발견하고 성취감을 느끼고, 공부에 대한 열정도 생기고요. 지금 2학년 수업 시간표를 보면 독일어 문화가 4단위, 독일어 독해 작문이 4단위예요. 일주일에 8시간을 배우는 거죠. 1학년부터 탄탄하게 밟아오니 실력이 안 늘래야 안 늘 수가 없죠.

여유경 러시아어도요. 흔하지 않아 미리 공부하기도 힘들어요. 학교에서 기초부터 차근차근 알려주는데, 러시아의 유명 애니메이션을 활용한 수업이 많습니다. 쉽게 알려주려는 선생님의 배려죠. 그래도 많이 어려운 언어이긴 해요. 시험에서 철자 하나 틀려도 감점되니 만점 받기가 하늘의 별따기예요. 주말에 학원 등을 활용해 좀 더 공부하는 친구들이 꽤 있어요.

임동현 영어과는 좀 달라요. 영어권 국가에서 살다온 친구가 많아 서울 토박이인 저는 내신이 안 나올까 봐 걱정이 컸죠. 다행히 실전은 좀 달랐어요. 수업시간에 성실했느냐가 성적과 직결되더라고요. 외국 거주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회화엔 강점이 있지만, 수업만 잘 따라간다면 성적이나 활동에서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단 얘기죠. 또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과 달리 외고 입학을 위해 공인어학시험을 따로 준비하지도 않았어요.

김가윤 일본어과 신입생은 정말 잘하거나, 하나도 모르거나 둘 중 하나인데 저는 후자였어요. 잘하는 친구들에게 주눅이 들었는데, 원어민 선생님의 응원과 쉬는 시간에도 기초가 부족한 친구들을 위해 지도해주시는 열정에 힘입어 금방 실력이 늘더군요. 또 수업 시간에 얼마나 충실했느냐에 따라 성적이 좌우되고, 학생부 내용도 풍부하게 기록해주세요.

이수민 중국어과 신입생도 일본어과와 흡사해요. 중간이 없죠. 처음 입학하자마자 실력 차이가 확연하게 보이니 중국어를 잘 못하는 전 매일 초긴장 상태였어요. 하지만 2학년이 된 지금 돌아보니, 중학교 때부터 굳이 중국어를 하고 올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회화를 잘하는 것과 시험을 잘 보는 것이 동의어는 아니거든요. 수업 시간에 열심히 한 친구가 내신도 모의고사도 월등히 우수하죠. 다시 말해, 후배들은 전공어 실력을 걱정하기보다 수업 시간에 열심히 하는 연습을 충분히 하고 오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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