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교육

뒤로

고등

903호

2019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5 정인 숙명여대 교육학부

"학교 수업, 왜 변화해야 하냐고요? 제 얘기를 들어보세요"

중학생 때 지역아동센터로 벽화 봉사활동을 나갔다. 아이들과 얘기 나누는 게 마냥 즐거웠다.
그 모습을 본 센터장이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 봉사활동을 해줄 수 있느냐고 제안했다. 아이들에게 영어 회화를 재미있게 가르쳐주고 싶어 아이디어를 고민하다 인형극을 떠올렸다. 공부라면 고개부터 내저을 아이들이 인형을 만들고, 배경을 그리고, 대본을 짜는 데 즐겁게 몰입했다.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 교육의 힘이 이렇게 크구나, 느꼈다. 교사보다 학생들에게 가장 적합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정책을 연구하는 일에 더 호기심이 갔다. 교육학 연구원이라는, 중학생에게는 아직 일렀을지 모를 꿈은 그때부터 싹텄다. 예비 교육학도의 눈으로 본 학교는 그 자체로 정인씨에게 ‘임상’이 되어줬다. 숙명여대 교육학부 합격은 곧 그 고민의 결과물이었다.
취재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사진 전호성


캠퍼스의 봄은 막 걸 리였는데…
수시 합격생 친구를 만나기 위해 오랜만에 숙명여대를 찾았습니다.
캠퍼스 곳곳은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배경 삼아 기념사진을 찍는 학생들로 가득했죠. 교육학부에 재학 중인 정인씨가 입은 ‘과잠’에도 벚꽃이 곱게 수 놓여 있었습니다.
때는 1995년, 제가 대학 1학년이던 해였습니다. 당시 ‘캠퍼스의 봄’ 하면 새우깡과 함께 하는 새하얀 막걸리부터 떠오르는데…. 같은 하얀색이 이리도 다릅니다. ^^;;
이보다 더 고울 수 없었던 그날의 벚꽃, 저도 휴대폰 사진첩 속에 고이 남겨봅니다.
정애선 기자









예비 교육학도의 눈으로 본 요즘 ‘학교’
고교에 입학해서도 교육학에 대한 관심은 지속됐다. 1학년 때 교직에 관심 있는 친구들과 함께 ‘리서칭’이라는 자율동아리를 만들었다. <알기 쉬운 교육학개론> 등의 책을 읽으며 교육학에 대한 기초 지식을 쌓고, 잘 이해되지 않는 내용은 서로 머리를 맞대며 알아갔다. 자유학기제나 경기도교육청의 ‘꿈의 대학’ 등 몸으로 겪은 교육 정책의 변화에 대해 긍정적인 면과 보완되면 좋을 점을 주제로 토론하기도 했다. ‘교육사회학’이라는 영역을 처음 접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교육이 사회구조 속에서 상호 간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사회학적으로 접근하는 학문이더라고요. 고교 때 특히 사회 과목들은 모둠 토론이나 주제 토의 등의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돼 정말 재미있었어요. 우리가 배우는 내용이 사회 문제에 어떻게 적용되고, 해결책은 무엇인지 고민하고 조사하는 과정이 무척 흥미로웠거든요. 2학년 <세계사> 시간에 교과서의 서구 중심적 서술에 대해 예를 제시하고, 타당성 여부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는 논술 수행평가가 있었는데, 실제 그런 서술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학교 교육과정에 지배집단의 이데올로기가 내포되어 있다고 본 ‘신교육사회학’과 연결되는 사례일 수 있겠구나 싶어, 3학년 때 다시 그 책을 읽어봤어요. <사회·문화> 수업의 진로와 연결한 주제 발표 시간에 친구들에게 자세히 소개하면서, 교육학 연구원으로서 학생들에게 올바른 시각을 심어줄 수 있는 교재 연구에 힘쓰고 싶다고 발표했죠.”


학생들의 잠재력 끌어내는 교육이란?
수학, 과학은 사회 과목들에 비해 썩 좋아하진 않았지만 <생명과학Ⅰ>만큼은 흥미를 느꼈다. 특히 유전 수업을 들으면서 문득 부모님은 모두 쌍꺼풀이 있는데, 자신은 왜 없는지 궁금해졌다고.
“쉬는 시간에 형질이 유전될 확률을 계산해봤어요. 부모님이 모두 쌍꺼풀이 있을 때 자녀에게 유전될 확률은 75%여서 저는 25%의 낮은 확률로 홑꺼풀을 갖고 태어난 셈이더라고요. 실생활에 적용되는 내용이 많아서인지 이 과목은 성적이 좀 좋았어요. 하하. 학교 또래 멘토링에 참여해 제 공부법을 멘티 친구에게 알려주기도 했는데, 친구는 개념을 이해해도 이를 응용해 문제를 푸는 것을 어려워했어요. 친구와 함께 친척들의 형질을 모두 조사해 유전될 확률을 계산해보기로 했죠. 일일이 전화를 드려서 보조개나 쌍꺼풀이 있는지, 혀 말기는 되는지, 귓불이 둥근형인지 돌출형인지 조사해서 가계도로 나타내니 한눈에 볼 수 있게 완성되더라고요. 그렇게 한 번 해보고 나니 새로운 가계도가 나와도 계산 속도가 빨라졌어요. 한데 문제는 다른 곳에 있더라고요. 자신감 부족이 제일 큰 것 같아서 ‘할 수 있다’고 응원을 아끼지 않았는데, 다음 시험에서 멘티 친구의 성적이 45점이나 상승한 거예요. 이것이 곧 교육학에서의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것을 실감했죠.”
3년 내내 활동한 교육 동아리 ‘티즈’에서는 수업 방식의 효과를 시험해볼 수 있는 모의수업을 구상해봤다. 초등학교 6학년 국어 교과서를 분석한 뒤 ‘종이책의 미래’를 주제로 수업을 고민했다. 기존 교과서가 ‘종이책은 사라질 것이다’라는 논제에 대해 상반된 견해를 다룬 두 제시문을 읽고 토론하는 방식이었다면, 순서를 뒤집어 자유토론을 먼저 한 후 관련 제시문을 읽고 생각을 정리해보는 방식으로 수업 지도안을 짰다.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평가해보니 제시문의 근거에서 벗어나 사고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기존 방식보다 토론을 먼저 진행하는 것이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초등생 대상 교육 봉사는 고등학교 때도 계속 이어갔어요. 그중 토론 캠프를 기획해볼 기회가 있었는데요. 법에 대해 배우는 탐구 활동이 좀 지루할 것 같아 동아리에서 구상했던 방식을 적용해보기로 했죠. ‘국민도 법률안을 제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제를 놓고 자유토론을 진행하기로 했는데, 입법부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는 초등학생들에게 과연 토론이 가능할지 걱정되더라고요. 한데 담임 선생님에 의해 학급 규칙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던 초등학생들이 ‘국민’을 자신들로, ‘법률안’을 학급 규칙으로 치환해 치열하게 토론하는 모습에 정말 놀랐어요.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은 우리 자신이기에 당연히 국민도 법률안을 제출할 권리가 있다고 결론을 내더라고요. 인상적인 경험이었죠.”


“경쟁이 곧 공부라고요? 공부의 이유 찾는 게 먼저”
학교 수업과 동아리 활동을 통해 교육학에 대한 관심을 꾸준하게 풀어왔던 만큼 일찌감치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지원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고3이 되고 보니 상대적으로 낮은 수학 성적이 부담됐다. 여름방학부터 논술 전형을 병행해 준비하기로 했지만, 주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로이 쓰는 글이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대학에서 요구하는 답과 형식에 맞춰 쓰는 것이 관건이라는 얘기를 듣고 당황스러웠다. ‘내 생각을 억누르고, 대학에서 원하는 대로 쓰는 게 과연 논술일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수능 최저 학력 기준 충족 역시 만만치 않은 난관이었다. 결국 논술로 지원한 곳들은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지난 3년 동안 교육학을 전공하기 위해 노력해온 과정에는 자부심이 있었기에 종합 전형만큼은 집중해 준비했다. 정인씨가 지원한 숙명 인재 전형은 2단계 면접 비중이 60%에 이를 만큼 높았다. 실제로 한 질문에 대한 꼬리 질문이 6개나 이어지기도 할 만큼 까다롭게 진행됐다.
“우리나라 교육에서 개선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점을 물으셨는데, 학생 참여형 교육과 진로 교육 활성화를 꼽았어요. 학생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물으시기에 토론 수업이 대표적이라고 답했죠. 토론 수업을 진행하면 강의식 수업에 비해 학생들에게 전달되는 정보량이 적어질 수 있는데, 이 문제는 어떻게 보완할지 다시 물으셨어요. 와, 꼬리 질문이 계속 이어지니까 나름 면접 준비를 열심히 했는데도 점점 위축되더라고요. 내가 지금 잘 대답하고 있기는 한 건지 머릿속이 복잡해졌어요. 하하. 초등생 토론 캠프를 기획할 때나, 동아리에서 수업 지도안을 짰던 경험을 살려 학생들의 토론 과정에서 나온 주제들을 바탕으로 강의식 수업을 보완하면 훨씬 더 집중력 있게 지식을 받아들일 것 같다고 답했죠.”
학생 참여 수업, 토의·토론 수업, 과정 중심 평가, 수행평가 확대…. 지금 학교 교육 현장의 급속한 변화를 바라보는 기성세대들은 ‘재미’도 좋지만, 이러한 수업과 평가가 과연 제대로 된 공부인지 우려를 제기하곤 한다. 정인씨의 답은 이러했다.
“고교 시절을 돌아보면 시험에서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한 치열한 경쟁의 연속이었어요. 우리나라와 같은 경쟁 위주의 교육에서 그나마 학생들이 배우는 즐거움을 느끼려면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교육학 연구원이라는 목표가 생기기 전까진 왜 공부해야 하는지, 이유를 찾지 못했어요. 단순히 취업이 잘된다는 이유로 자연 과정을 선택하고, 화학공학과에 진학하겠다는 친구들이 있었지만, 정작 적성에 맞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더라고요. 지금 학교 교육의 변화는 좀 더 많은 학생들이 공부의 이유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자기소개서



초등학교 6학년 국어 교과서를 분석, 기존의 방식과 반대로 접근하는 토론 수업 지도안을 구상했다.



지역 초등학교에서 토론 캠프를 기획하며 동아리에서 구상해본 수업 기법을 적용해봤다.



<법과 정치> 수행평가 ‘사회 참여 프로젝트’로 ‘고3 교과서 문제 해결을 위한 교과서 물려주기 제안’을 주제로 잡았다.
고3이 되면 주로 EBS연계 교재로 수업이 진행되는데도, 교과서를 모두 구매하는 것이 낭비로 느껴져 잡아본 주제다.


학생부
1학년
진로 희망사항 교육학 연구원
창의적 체험 활동 교육 동아리에서 야자가 꼭 필요한지, 예비 대학 등 진로 탐색 프로그램의 필요성에 대해 토론, 자율동아리에서 세계 각국의 교육 제도를 우리나라와 비교·분석, 지역아동센터에서 교육 봉사활동

2학년
진로 희망사항 교육학 연구원
창의적 체험 활동 교육 동아리에서 학생들에게 효과적인 교수법 탐구, 지역 초등생 대상 토론 수업 기획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세계사> 논술 수행평가에서 교과서는 일정한 주관과 관점을 담기보다 다양한 입장을 대등하게 다뤄야 한다는 의견 피력, <법과 정치> ‘사회 참여 프로젝트’에서 ‘고3 교과서 문제 해결을 위한 교과서 물려주기 제도 제안’을 주제로 설문조사, 교사 인터뷰, 프랑스와 경북도교육청 등의 대안 정책 등을 조사하며 구체적인 실행 방안 모색

3학년
진로 희망사항 교육학 연구원
창의적 체험 활동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를 분석해 새로운 아이디어로 수업 지도안 작성, 지역아동센터에서 진행한 모의수업 소개, 교육 동아리에서 입시 경쟁의 원인과 수업·평가 변화를 통한 해결 방안 고민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사회·문화> 진로 관련 주제 발표에서 ‘신교육사회학’에 대해 소개하고 교육학 연구원으로서 학생들에게 올바른 시각을 심어줄 수 있는 교재 연구에 힘쓰겠다는 포부 밝혀, 교과 공부를 사회·문화적 현상들과 연관 지어 적용하는 모습 기록



자기소개서
1번 학습 경험 또래 멘토링에 참여, 멘티 친구와 함께 생명과학의 유전 형질 확률을 직접 가계도를 작성하며 익힌 과정, 학업에 자신감이 없던 친구를 독려하는 과정에서 교육자의 노력이 중요함을 깨달은 점 등을 전했다.

2번 교내 활동 교육 동아리에서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를 분석, 좀 더 효과적인 토론 수업 지도안을 짜면서 느낀 점, 지역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토론 캠프를 기획하면서 이 수업 지도안을 실제 적용해본 끝에 내린 결론 등을 풀어썼다.

■ 4번 지원 동기 교육 봉사를 통해 만난 초등학생들을 보면서 경쟁 중심 교육의 대안으로 협력 교육과정 마련과 체험 중심 수업의 확대를 해결 방안으로 모색해본 점, 교육학부 진학 후 교육과정의 개선 방향을 연구해보고 싶은 포부를 담았다.


숙명여대 2019 숙명 인재 전형 선발 방식



수능 최저 학력 기준 없음

평가 자료 학생부, 자기소개서

서류 평가 학업 역량(400점), 전공 적합성 및 발전 가능성(400점), 공동체 의식과 협업 능력(200점)

면접 평가
개별 면접으로 면접 시간 10~15분 내외, 평가위원 2인 / 제출 서류 내용에 대해 확인하고 전공 적합성, 종합적 사고력, 의사소통 능력 및 인성 등에 대해 종합평가하는 심층 면접으로 진행

[© (주)내일교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0

댓글쓰기
240318 숭실대 배너